정부 핵심 당국자는 21일 "한·미원자력협정 개정협상이 80~90% 완성됐다"며 "협정문 문구를 최종 조율 중이며 이르면 연말쯤 타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현행 원자력협정이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에 대해 사안별로 '공동 결정(미국의 사전 동의)' 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일괄 사후 승인 방식으로 할 수 있게 한·미 양측이 의견 접근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여기에는 핵물질 재처리·농축에 대해 우리가 군사적 전용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반드시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핵 비확산 정책 기조에 따라 협정 협상에서 사전 동의 방식을 주장해왔던 미국이 우리 측의 요구사항을 어느 정도 반영해준 것으로 평가된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현행 협정의 골격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 측이 미국의 핵 비확산 요건을 어느 정도 충족시켜주느냐가 관건"이라며 "이를 협정문에 잘 반영하는 작업이 남아 있다"고 언급했다.
세계 5위 수준으로 성장한 우리 원자력 기술과 발전 수요를 감안해 미국이 그동안 금지해온 재처리·농축 관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주고, 우리 측은 핵물질이 무기로 전용되지 않도록 필요한 안전조치를 제시하면 된다는 얘기다.
미국이 2008년 체결한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원자력협정에 재처리와 농축을 금지한 것이나, 올해 2월 베트남과의 원자력협정에 재처리와 농축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베트남 정부의 정치적 약속이 포함된 것과 비교하면 한 단계 진전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한국에 예외를 인정해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향후 미국 의회의 처리 과정에서 핵 비확산파의 저항도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은 일단 다음 달 제12차 본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원자력협정 개정협상은 2010년 8월부터 시작했으며, 올해 말 만료되는 시효를 2016년 3월까지로 연장해 협상을 진행해왔다. 협정 만기에 맞추려면 의회 처리 절차를 감안해 내년 상반기까지는 개정협상을 타결지어야 한다.
이 당국자는 "미국 입장에서도 자국에서 개정안 취지를 잘 설명해야 할 것이고 우리 측도 마찬가지인 만큼 협정문 문구 조율이 간단치 않아 타결 시점이 올해를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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