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리
너는 환상이다
공기 속에 녹아들던 웃음
바람 속에 스며들던 내음
모두 환상이다
간혹 주름에 매를 맞던 미간
간혹 충동에 울음 짓던 입술
모두 환상이다
때없이 쫓던 눈동자
뜻없이 술렁이던 발소리
맥없이 아파하던 마음
모두 환상이다
힘주어 말하지만,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
- 짝사랑
하수구가 막혔다
사방으로 악취를 풍기며 시름하는
나는 병마의 근원지를 파헤친다
끌려나오는 추억들
얼마나 파냈을까
어느 겨울에 멈춘 자학
꺼내지 못한다
사방이 추억이다
아무 것도 흘리지 못하는
하수구 구멍에서
네가 웃는다
겨울 옷을 입고 있는 네가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나는 여름에 산다.
- 추억의 계절
차가운 바람에 핏줄이 움찔거리는
나는 음악 속에 귀를 대고
깊이, 더욱 깊이, 쏟아지는
잃어버린 것들을 생각한다
아무도 없는 가녀리고 작은 공간에서
있었으나
없어진 것들을 추억한다
남은 것은
오로지 화석이 되어버린 감정들
시린 허공
억지로 뿌려지는 음
집을 잃은 날숨
눈을 감고 음미하는
폐허
홀로 엎드린
시월
-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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