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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사이트에 타커플링의 소재가 된 적이 있는 글입니다  

  

  

  

03  

  

  

  

다니엘의 말을 들은 알베르토는 금새 혼란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다니엘은 그런 그를 아랑곳하지 않은 채 수사팀 구석에 있던 방 문을 열며 그곳으로 알베르토를 밀어넣었다.   

  

  

- 그리고 후퍼의 일기장을 찾았어.  

  

- 왜 진작 말 안했어?!  

  

- 방금 찾은거야, 서고에 있는 소설책들 사이에 숨겨져 있었다고.  

  

  

알베르토는 거의 뺏어들듯이 그것을 다니엘의 손에서 낚아챘다. 그는 너덜해진 책장의 맨 첫번째 페이지를 펼쳤다. 대부분의 일기는 간결했다. 그것을 기록한 날짜와, 몇 줄의 문장만이 적혀있을 뿐이였다.  

  

  

2013. 03. 12  

[속죄를 시작했다.]  

  

  

제임스 후퍼는 일기를 쓰기 시작한 날부터 장위안이 누구인지 알고있었다. 알베르토와 다니엘은 종이 위에 쓰여져있는 글을 읽어나가며 죄책감과 더불어 점점 솟아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감정이 혼합된 오묘한 심경의 변화를 겪어나가는 한 남자의 갈등을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2013. 04. 07  

[데레다 타쿠야에게 말했다. 내 정체를 말하지 말아달라고. 그는 나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2013. 05. 13  

[그가 소리내어 웃는 모습을 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2013. 05. 14  

[그는 부모가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많이 울었을까. 마음이 무겁다.]  

  

  

제임스 후퍼는 죄책감으로 인해 많이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는 장위안을 볼 때마다 자신의 죄를 스스로 상기시켰고 그것으로 인한 고통을 달게 받아들였다. 그러던 중 그의 감정이 서서히 다른 것으로 전이되는것이 드러난 건 7월 경이였다.  

  

  

2013. 07. 16  

[그에게 입을 맞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3. 07. 18  

[...내가 왜 이럴까.]  

  

  

고민은 계속되었다. 원체 사람의 감정이 깊어지는 것은 그것을 눈치채게 된 순간 이미 더이상 주체할 수 없을만큼 커져있기 마련이다. 제임스의 사랑도 그랬다. 죄책감과 속죄의 의미로 시작되었던 만남이 결국에는 한 남자를 연모하는 짝사랑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알베르토는 홀린듯이 남은 페이지를 마저 읽어나갔다. 그 뒤로는 자신이 장위안을 얼마나 절절한 감정으로 사랑하고 있는지를 제임스 후퍼 스스로가 깨닫는 과정이 상세하게 드러나 있었다.  

  

  

2013. 09.23  

[나는 그에게 말해야 한다.]  

  

  

그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쓴 일기의 내용은 이것이였다. 알베르토는 마른 세수를 했다. 이 증거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뻔했다. 데레다 타쿠야가 범인이 아닐수도 있다는 것. 확실한 살인 동기는 오히려 장위안이 가지고 있다는 것. 이것은 제임스 후퍼 사건에 대한 모든 수사내용을 다시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다. 타쿠야를 다시 만나봐야겠어. 알베르토는 일기장을 다니엘에게 돌려주며 중얼거렸다.  

  

  

-  

  

  

- 장위안씨의 부모가 사고를 당했던 당시에도 두 분은 친구관계셨다고 했죠.  

  

- 네, 제가 대학교 2학년이 되었던 해였어요. 형은 졸업반이였고.  

  

- ...제임스 후퍼가 누군지 알연서도 왜 말하지 않았죠?  

  

  

방금 그의 일기를 읽고오는 길입니다. 당신이 자신을 알아봤음에도 모르는 척 해주었다는 내용이 적혀있던데 그것에 대해서 할 말이 있다면 해보시죠, 타쿠야 씨. 알베르토는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타쿠야를 응시했다. 타쿠야는 그런 알베르토의 눈동자를 피하지 않으며 입을 열었다.  

  

  

- 그 사실이 형에게 상처가 될 것 같아서 말할 수 없었어요.  

  

  

당신들도 이미 다 조사를 해봤겠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형은 많이 힘들어했어요. 단순히 '힘들다' 라는 단어로는 차마 다 말할수 없을정도로 고통스러워 했죠. 한달 중에 악몽을 꾸지않고 잠을 이루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까. 형은 다른 사람들을 병적으로 기피했어요. 저 이외에는 형과 직접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죠.  

  

이 동네로 이사를 와서 처음 그 서점에 갔을 때 저는 당연히 그놈을 알아볼 수 있었어요. 제임스 후퍼요. 뻔뻔스럽게 장례식장에 들어서던 얼굴을 어떻게 잊을수가 있겠어요. 저는 그때도 위안이 형 옆에 서 있었고 그가 우리앞을 지나치는 걸 봤었으니까요.  

  

아무튼, 제가 형을 점자 책 코너에 데려다준 뒤 잠시 다른 책들을 둘러보고 다시 돌아왔을 때 형은 누군가와 함께 있었어요. 평소답지 않게 미소를 짓는 모습마저 보여줬었죠. 저는 그쪽으로 다가갔고, 뻔뻔한 태도로 형을 마주하고 있는 제임스 후퍼를 봤어요. 당장에 그자식을 때려주고 싶었지만 형이 있기에 참았죠. 일단 형을 집으로 데려다준 뒤 다시 와 볼 생각이였어요.  

  

이야기를 나눠보니 제임스 후퍼도 절 기억하고 있더군요. 9년만에 다시 만난 사이지만 저는 사건 당시에 형과 늘 같이다녔으니 못 알아볼수가 없었겠죠. 그는 저에게 부탁했어요. 자신이 속죄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자신이 부모를 죽인 가해자라는 걸 형에게 부디 밝히지 말아달라고. 위안형이 받은 마음의 상처를 덜어내는 걸 돕게 해달라고.  

  

  

- 하지만 장위안씨가 정말 그를 못 알아봤을까요? 적어도 이름은 기억할 것 아닙니까.  

  

  

타쿠야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던 알베르토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타쿠야는 고개를 저었다. 형은 정말 몰랐어요. 제임스, 워낙 흔한 이름이니까 그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았죠. 성은 가명을 사용했구요. 형과 교류하는 사람은 저와 후퍼가 다였으니 들킬 일은 없었어요. 형은 맨날 제임스는 정말 좋은 사람이라며 저에게 입이 마르도록 그를 칭찬했어요.   

  

그를 처음 만난 날부터 그랬죠. 집에 돌아오면 늘 그의 이야기를 했어요. 저는 사람을 만나기 싫어하던 형이 오랜만에 제가 아닌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것이 감격스러웠고, 설레이는 감정에 빠져있는 형의 환상을 깨고싶지 않았어요. 그랬기에 제임스 후퍼의 부탁을 들어 준 겁니다. 오로지 위안형을 위해서요.  

  

  

이야기를 마친 타쿠야는 한숨을 푹 내쉬며 머리를 감싸쥐었다. 이제 그만하죠. 그냥 절 범인으로 잡아넣으면 되는거 아닙니까. 하지만 알베르토는 답을 얻어내고 싶은 질문이 한가지 더 남아있었다. 그는 타쿠야가 앉아있는 곳으로 몸을 조금 더 기울이며 말을 꺼냈다.  

  

  

- 이전에 한 취조에서 당신과 장위안씨는 평범한 친구사이가 아니라고 했었죠, 그렇다면 두 분은 연인 관계인가요?  

  

- ...굳이 말하자면 그런 쪽에 가까워요.  

  

- 후퍼와 그가 함께있는 걸 볼때 화가 나지 않았나요?  

  

- 그래서 죽인 거라니까요!!  

  

  

전에 말하지 않았습니까! 두 사람을 볼때마다 질투가 나서 제임스 후퍼를 죽인거라고요!! 타쿠야는 화가 나는 듯 빽 소리를 지르더니 홀로 거친 숨을 들이쉬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알베르토는 침착한 얼굴로 그런 그를 바라보았다. 몇달동안 참아오다가 결국 살인을 하기로 마음을 먹게 된 계기가 있을 것 아닙니까. 고개를 들어올린 타쿠야는 어느새 울 것 같은 모양새로 눈물방울을 매달고 있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둘이서 키스하는 모습을 봤어요.  

  

  

그리고 그날 밤 그를 죽였죠. 사건 당시를 회상하듯 일그러진 타쿠야의 얼굴이 너무나 괴로워 보였기에 알베르토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들을만한 이야기는 다 들었다는 생각을 하며 취조실을 나서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 장위안은 아직도 제임스 후퍼의 정체를 모릅니까?  

  

- ...아뇨, 이제는 압니다.  

  

  

후퍼를 죽이러 가기 전에 제가 말했어요. 밖으로 나가려는 저를 그가 말릴때요. 그 놈이 누군줄 아느냐 바로 너희 부모를 죽인 그때 그 자식이다. 너는 그런 놈과 지금까지 붙어먹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말했어요. 형은... 거짓말이라며 소리를 질렀죠. 저는 너무 성급하게 진실을 말했다는 걸 깨닫고 후회했지만 형은 이미 크게 충격을 받은 상태였어요. 힘이 빠진 듯 바닥에 주저앉은 채 멍하니 울기만 했죠. 그 모습을 지켜볼 수 없었던 저는 그대로 밖으로 나와버렸어요-  

  

타쿠야는 중얼거리던 말을 멈추고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싸쥐었다. 형은 지금 정말로 괜찮은 걸까요? 제가 후회하고 있다고 전해주세요. 상처를 주려던 건 아니였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빨리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 하루에 폭풍연재 죄송합니다ㅜㅜ   

  

사실 요즘 굉장히 쓰고싶은 알베네스 연재물이 있는데 이 글을 마무리지으면 다음소재로 써야겠어요! 아마 이번주 안에는 끝낼수도 있을 것 같네요 하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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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녜요 폭풍연재 감사해여ㅠㅠㅜㅠ 완전 취저!!!
9년 전
Citizen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빨리빨리 연재하도록 노력할게요!
9년 전
독자2
아진짜 짱좋아여ㅠㅠㅠㅜㅜㅜ 폭풍연재 감사감사합니다ㅜㅜㅜ
9년 전
Citizen
아이고...ㅜㅜ 비루한 글인데 이렇게 칭찬해주시니까 몸둘바를 모르겠네요ㅋㅋㅋ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3
어우ㅠㅠㅠㅠㅠㅠ진짜 좋아요ㅜㅜㅜㅜㅜㅜㅜㅠㅠ 제임스의 일기장에서 오묘한 감정들이 많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ㅠㅠㅠㅠㅠㅠㅠ 장위안을 사랑하기도 하고 죄책감에 시달리는ㅜㅜㅜㅜㅜ 과연 누가 제임스를 죽이고 누가 진실인지ㅜㅜㅜㅠㅠ 좋은 글 감사합니다!
9년 전
Citizen
제임스의 감정은 본인도 납득하기 힘들만큼 혼란스러운 감정이죠 ;ㅅ; 그리 길지는 않은 썰이라 몇편이내에 결말과 진실이 나올예정이니 쭉 함께해주세요!! 정말 힘이됩니다 감사해요!!
9년 전
비회원88.149
ㅠㅠㅠㅠㅠ왜다음은회원전용인가.... 가입을 빨리 해야지...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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