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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이 만족하실때까지

고객님의 사랑을 이루어드리기 위해 존재하는

저희는 W.Y.M.M(Would You Marry Me?) 입니다.




[빅스/택엔] W.Y.M.M (Would You Marry Me?) 

1







"천천히 읽어보시면서 체크하시거나 적으시면 돼요. 너무 오래 고민하진 마시고 느낌이 오는걸로 선택하시면 되세요."


남자는 볼펜을 들더니 무미건조한 얼굴로 리스트를 읽어 내려갔다.





"신청하시기 전에 계약서에 서명하셨죠?"

고개만 살짝 끄덕이는 남자.

"그럼 인터뷰 시작하겠습니다."


형광등이 꺼지고 은은한 불빛이 상담실 안을 채웠다.

"올해 나이는 30살 이시네요."

끄덕

"하시는 일은 컴퓨터 프로그래머."

끄덕

"프리랜서시면 지금은 일을 하고 계신가요?"

끄덕

"혼자 산다고 하셨는데 부모님은 서울에 계신가요?"

끄덕

"....망고주스 좋아하세요?"

끄덕

"바비인형은요?"

끄덕

"그럼 혹시 나가는건 어떠세요?"

끄덕


남자는 정적이 흐르자 그제서야 고개를 들고 눈을 맞췄다. 무슨 일이냐는 얼굴로.


"나가라고."


"이딴식으로 할거면 여기 왜 오셨어요?"

매니저는 그의 앞에 차트를 던졌다.

"이거 읽어는 보셨나요? 대충 이름만 쓰면 다야? 보기에 맘에 드는게 없었으면 기타에 적기라도 해야, 그것도 싫으면 최소한 체크라도 해야 되는거 아닌가?"

남자는 표정변화 없이 눈으로만 움직였다.

"아 그것도 아니면 혹시 게이? 그럼 여기 동성애자 옆에 체크를 하시라구요."

매니저는 책상위에 놓인 리스트를 손가락으로 툭툭 쳤고, 남자는 눈으로 쫓을뿐이었다. 매니저는 한숨을 한번 푹 쉬더니 고개를 들어 남자를 쳐다보았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고객님이 만족하실때까지 사랑을 이루어 드리는게 제 일이네요."

"만족할때까지?"

"네?"

남자는 고개를 약간 비틀어 턱을 괴었다.

"정말 내가 만족할때까지 찾아준다는 건가요?"

"네. 그게 제 일이자 저희 W.Y.M.M의 사훈(社訓)입니다."

"흥미롭네요.

내가 차트를 작성하지 않은건 해당되는 선택지가 없어서 입니다."

"? 그럼 좋아하는 연예인이라던가"

"없어요."

"바라는 이상형도?"

"내가 뭘 바라는지 나도 모르겠네요."


남자를 대화에 끌어들이는데 성공하자 이번엔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이상형이 없다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린가? 하다 못해서 키가 컸으면 좋겠다 아니면 아담했으면 좋겠다 정도는 생각하고 있는게 정상아닌가?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말문이 막혀 이번엔 다른 의미로 대화가 진행되지 못했다. 장난인가 싶어 남자를 쳐다봤다. 남자는 무표정한 얼굴이긴 했지만 나름 진지해 보였다. 매니저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내가 이 남자의 짝을 무슨 수로 찾아줘야하지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치트키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었다. 도대체 이럴땐 어떻게 해야하는지... 차라리 어제 지원씨에게 들었던 얼굴은 원빈에 키는 강동원, 연봉은 1억이상인 남자를 찾아주라는 40살 노처녀 고객의 일이 더 쉬울것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혹시 지금까지 사귀었던 분은 있으신가요?"

"네."

사귄사람이 있다는 남자의 말에 매니저의 귓가에 상투스가 울려 퍼졌다.

"아 그럼 혹시 그 분들의 생김새를 묘사해 주시겠어요?"

"잘 생각이 안나는데."

"그럼 가장 최근에 사귀었던 분이라도.."

"머리는 길었고.."

"길었고...?"

"음...... 여자였어요."

"또 다른건 생각안나세요?"

"네."

"아무리 헤어진 사이라지만 그래도 사랑했던 사"

"사랑안했는데요."


매니저의 귓가에 울리던 상투스가 뚝 끊겼다. 이건 또 무슨 거지같은 상황이란 말인가.


"진지하게 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만"

"전 지금 일할때만큼 진지합니다."

"고객님께서 비협조적으로 임하시면 저희가 더 좋은 분을 소개시켜 드릴 수 없기때문에 결과적으로 고객님만 손해를 보시는"

"난.

진지하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계속 당신이 내 매니저인거죠?"

"그렇습니다만."

"그럼 지금 분명히 말해두겠는데 내가 말을 한다거나 무언갈 할때 내 일에 비유를 한다는건 그 어느때보다 진지하고, 집중하고 있다는걸 알아줬으면 좋겠네요."



남자의 미간에 순간 주름이 잡혔다. 찰나였지만 워낙 표정에 변화가 없던 사람이라 그랬던건지 매니저는 그 순간을 알아차렸다.

저 정도로 강하게 나오는데 여기서 뭘 더 어찌해야 하는건지. 매니저는 입사 후 처음 진심으로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요?"

"아무 단서도 없는 범죄현장에서 그건 범인이 남기고 간 혈흔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남자는 잠시 생각하는 것 같더니

"집에는 사진같은것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마."

"어 정말요?"

"확실하진 않아요. 다만 버린기억은 없군요."

"그럼 오늘은 여기서 그만하고 내일 다시 뵙는걸로 할까요?"

"내일부터 제가 일이 있어서요. 아마 2주정도는 시간을 못 뺄것 같은데."

"잠깐도 안되시나요? 사진만 건네주고 가시면 되는데. 그것도 안되시면 경비실에 맡겨 주시면 제가 찾아가겠습니다."

"집에 사람이 없어서요."


되게 바쁜척하네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웃음으로 밀어 넣었다.

"그럼 오늘은 시간 괜찮으신가요?"

"괜찮습니다만?"

"그럼 같이 고객님 댁으로 가죠. 제가 직접 가져가겠습니다."

"찾아야 할텐데."

"그것도 제가 직접하겠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고객님?"

"뭐, 마음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나가는 남자의 뒤를 따라가며 매니저는 이게 과연 잘하는 일인지 자꾸 의구심이 들었다. 차라리 지금 포기하고 다른 고객을 찾는게 더 낫지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가 하마터면 멈춰선 남자와 부딪힐뻔 하였다. 가까스로 멈추어선 매니저는 곧 그 들의 앞에 선 차를 발견하였다. 날렵하게 생긴 검은색의 차가 남자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같이 타고 가시죠."

그에게서 티끌만한 단서라도 찾아내야 했기에 이건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럼 사양 않겠습니다."






더보기

오랜만에 글 쓰려니 안그래도 굳어있는데 머리도 더 굳고 손도 더 굳고 그렇습니다ㅋㅋ


빅스픽계의 한획을 귿고 싶은.... 마음만 받아주세요


소근소근(소문도 많이 내주세요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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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독방에서 보구 심심해서 왔는데 문체 취향 저격...후 자까님 내꺼야
9년 전
독자2
오오 .. 좋다 ㅇㅅㅇ.... 아 너무좋다... 일단 신알신부터 걸어놓고..!!!!!!!
자까님은 제가 루팡해가겠습니다 평생 써주세요(?

9년 전
독자3
우와 재밌어질거같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 장편인가요?
9년 전
독자4
허후ㅜㅜㅠㅠㅠㅠㅠ이제보내영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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