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내가 걔한테 뭐라그랬냐면......"
종알거리는 그녀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는 너를 보기가 싫어 나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
니가 그녀에게 호감을 갖기 훨씬 이전부터 나는 너를 좋아했고, 너도 그 사실을 알고있는 것같이 보였다. 하지만 소심한 성격에 아직 고백도 하지 못했는데
너는 그녀에게로 떠나가버렸다. 나못지않게 소심한 네가 그녀에게 말을 걸고 문자를 하고 데이트 신청을 하는 모습들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친구들을 통해 계속 들어야 했던 나는 점차 네가 싫어지고 있었다.
처음에 네가 그녀와 사귀게 되었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의외로 아무렇지도 않았다. 네가 그럴리 없다는 근거없는 믿음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어렴풋이 네가 그녀를 좋아한다는 것을 눈치를 채고 있었기때문인지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은 느낌도, 마음이 찢어질 듯한 아픔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웃음이 나오질 않았다. 그 얘기를 들은 후부터, 친구들이 내 눈치를 보며 웃긴 말을 해댈때도, 영화를 볼때도, 웃음이 나오질 않았고,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네가 밉다기 보다는 그녀가 더 미웠다. 나보다 나은 구석도 특별히 뛰어난 구석도 없는 그녀를 네가 왜 좋아하게됐는지.
친구들이 너를 욕할 때도 나는 그 대화에 낄 수 없었다. 너를 욕하기에는 내가 너를 너무 좋아했고, 너무 조심스러웠고, 너는 나에게 너무 컸다.
내 삶의 일부로 자리잡았던 네가, 이렇게 한 순간에 사라져버리고 나서 나는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고 예전과 같은 일상을 살고 있다.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더이상 네가 나의 일상 속에 자리잡고 있지 않다는 것이고
그러한 변화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너에 대한 나의 마음이 아직 사그라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도 후회하고 또 후회한다. 너에게 고백이라도 해볼걸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