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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카디] 향월루 (香月樓) 04 | 인스티즈









요새 개온국은 정신이 없었다. 몇 달 전 조약을 어기고 경계선을 침범하려는 행위를 보인 책임을 묻기 위해 옆나라 백야국(白夜國)으로 떠났던 사신단 일행이 황도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개온국 사신은 백야왕 대신 황제에게 진상을 아뢸 백야국 사신단 일행과 함께 돌아왔다. 이번 백야국 사신단의 정사(正使:사신 가운데 우두머리가 되는 사람)는 현수(賢秀)대군이었다. 그리고 바얀족 토벌의 선봉에 선 것으로 알려진 국경수비대장 흑선 장군도 백야국 사신단 일행에 포함되어 있었다.






“현수대군이 정사(正使)로……?”






현수대군은 성미가 급하고 경솔하다. 절대 사신단 정사 감이 아니었다. 의아한 인선이라고 생각했다가 곧 납득하고 말았다. 자칫 잘못하면 이백 년 동안 유지되어오던 평화가 깨지고 양국 간에 무력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 정도 수준의 외교 마찰을 무마하기 위해선 정사의 신분이 최소 왕족 수준은 되어야 했을 것이다. 다행히 부사(副使)가 외교의 달인으로 알려진 정승이다. 왕위계승서열 1위인 현수대군은 개온국의 요구대로 직접 입조할 수 없는 백야왕의 얼굴만 대신할 뿐, 실질적인 외교는 부사의 손에 달려 있다고 보았다.






“또한 흑선 장군은 사신의 자격으로 이곳에 온 것이 아닙니다. 오랏줄에 묶이지만 않았을 뿐 황도로 압송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황제는 흑선 장군에게 조약을 어긴 책임을 물으려하고 있습니다.”






이어 정상궁은 바얀족 토벌 사건은 백야왕의 의지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국경수비대를 맡았던 흑선 장군의 단독 행보라는 것이다. 어쩐지 백야왕답지 않은 거친 도발이다 싶었다. 개온국은 현재 내치에 주력하고 있다. 5년 전 전쟁 이후 카이황제의 위엄은 타국에서도 영향을 끼쳤다. 어린 나이에 황제가 되었음에도 빈틈이 없었다. 영토 확장 전쟁을 일으키고 싶어 안달이 나지만 감히 개온국을 건드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개온국의 야명을 견제하기 위해 각 나라는 처자들을 들이밀며 혼인동맹을 맺으려 했고,  백야국도 마찬가지였다. 수정황후를 제외하고는 모든 후궁이 다른 나라의 여식들이었다. 백야국에서 온 변소의가 바로 백야왕의 하나뿐인 금지옥엽이었다. 똑같은 위치에 있는 안소의는 임신해 의기양양한데 아직 황제의 온정도 품지 못하였으니 변소의는 곧있음 들어닥칠 자신의 오라비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래. 자세히도 알고있구나?







정상궁이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아니, 자넬 탓하려는 게 아니야. 자네에게도 입장이 있으니까……. 내가 묻고 싶은 건 따로 있다.”

“하문하십시오. 마마.”

“내게 이리 소상히 고하는 까닭이 뭐야?”







멍석까지 깔아주는 데도 정상궁이 차마 입을 열지 못한다.







“어려워할 필요 없다는 데 그러네. 자네가 말하기 힘들면 내가 할까?”

“마마…….”

“이루어질 수도 없는 님이 위험에 처했으니 얼마나 힘들겠어?”







정상궁이 백야국을 떠나기 전날 어떤 사내와 은밀히 접선하는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다. 그 사내가 바로 흑선 장군이었다. 궁녀의 몸으로 사내를 마음에 품는 일이 얼마나 힘들지 그 마음이 가여워 여태 모른 척 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근심을 가득 품은 얼굴로 달려왔으니. 그 정상궁의 마음이 얼마나 간절할꼬.






 
“…… 흑선 장군을 구명해주세요, 마마. 흑선장군의 독단적인 행동이라 하나 전하께서도 쉽게 내주려 하지 않으셨다 들었습니다. 개온국 사신의 강력한 요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흑선 장군을 황도로 보낸 것이지, 전하께서도 흑선 장군이 무사히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고 계실 것입니다.”







어렵사리 자신의 뜻을 전하는 정상궁이었다. 넙죽 엎드려 목숨을 각오하고 벌벌 떨며 자신에게 청을 하는 마음이 오죽 안타까울까. 하지만 구명이라... 내게 그만한 힘이 있겠느냐고 반문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굳히 자신의 처지는 말해주지 않아도 바로 옆에서 봐오던 정상궁이 제일 잘 알 것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부탁하는 걸 보면 정말 절박한 것이겠지. 변소의는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애써볼게. 하지만 아주 어려운 일이 될 것 같구나.”








백야국에 있을 때 항상 내 방패막이가 되어주었던 흑선 장군이다. 저도 모른 체 하기엔 지내온 정이 있었으니 그에에 대한 인간적인 도리로서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아바마마껜 그리 전해줘.”

“예, 마마.”








잠시 고민에 잠긴 변소의는 생각 끝에 이번에 궁에 들어온 기생출신의 숙의를 떠올리며 테이블을 탁,하고 내리쳤다. 그리고 자리에 일어나 발걸음을 옮길 채비를 한다.







“우선 시끄러운 오라비부터 맞이하자구나.”









###############









경수는 월하당에서 나갈 생각을 접었다. 지금도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지만 종인이 때맞춰 오면 그것으로 위안이 되기 때문에 얌전히 월하당에서 그를 기다린다. 그런데 백야국 문제로 많이 바쁜 모양이다 또다시 일주일 째 끊겨버린 황제의 발길에 그가 남겨놓은 열꽃이 점점 시들어가면서 경수도 시름시름 앓고 있었다.








황제가 납시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어느 날 오후였다.








“마마! 마마!”

“어허, 웬 호들갑이냐.”








최상궁이 소란을 떠는 궁인들을 조용히 꾸짖었다. 그래도 궁인들의 흥분이 좀처럼 가라앉질 않는다. 차분한 화진조차 들뜬 기색이 역력해보였다.








“최상궁 마마님. 지금 그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궁내부에서 차(茶)를 보내 왔사온데!”

“그런데?”

“육안차(六安茶)를 1근 4냥, 천지차(天池茶)를 8냥이나 보내왔습니다. 이건 황귀비전에나 배당되는 수량이 아닙니까?” 

“……!”








다들 놀랄 만도 했다. 궁내부에서 월하당에 차를 보내는 것이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차 배급량이 황귀비전 수준이었다. 황실은 차 배급조차 신분에 따라 차등을 두었다.








“그뿐이 아닙니다. 어용수까지 내리셨어요. 폐하께서 궁정감을 불러 그리하라 명하셨다 합니다.”









최상궁을 제외한 월하당의 궁인 모두가 감격했다. 궁에서 평생을 산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에겐 자신의 마마가 황제에게 사랑을 받는 것이 최고의 일이었다.








“마마, 어마어마해여, 정말! 저게 다 폐하계서 마마께 주신 선물이라니까요!”
“폐하의 총애가 이와 같은데, 이러다 우리 마마 정말 황귀비까지 올라가시는 거 아니어요?”
“하지만 선황제의 총애를 받았던 후궁들도 귀인까지 밖에 못 올랐는데…….”
“얘 좀 봐. 우리 마마님의 얼굴하며, 성품은 황후마마보다도 귀하시다고!”
“저런 철없는 것들 같으니라고. 지금 어디서 입을 함부로 놀리느냐! 썩 물러가지 못할까!”








충격을 수습한 최상궁이 호통을 치며 궁인들을 내쫓았다. 그리곤 몸 둘 바를 몰라 하며 머리를 조아린다. 누가 들으면 벌써 목이 날아갔을 아이들이 제 잘못도 모르고 꺄르르 거리며 좋아하니 아이들의 군기를 잡아줘야 할 때가 온 모양이다.








“송구합니다, 마마. 소인이 아이들 단속을 소홀히 하였습니다.”

“아,아닐세.”








황제가 월하당에 일체 발걸음을 하지 않아 조금 서운했던 감정을 부끄러워졌다. 불시의 습격을 받은 것처럼 경수 역시 놀랐다. 황귀비 대접이라니... 그도 황귀비가 얼마나 높은 위치인지를 알기에 마냥 좋아라할 수도 없는 것이다. 나중에 폐하의 속내를 넌지시 물어봐야겠다.









“대군마마! 이러시면 아니 됩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있는데 밖에서 비명소리가 났다.








“소인이 나가보겠습니다. 마마께선 안에 계십시오.”








최상궁이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나를 만류했다. 분명 ‘대군마마’라고 했다. 월하당에만 틀어박혀살지만 궁내 사정은 최상궁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 백야국에서 정사로 온 대군이 어찌 여기까지 당도했는지는 모르겠다만 타국에서 온 큰 손님이니 주인인 저가 나서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 예의고, 법도다.








“아니다. 내가 나가보겠다.”








궁인들의 비명소리가 더욱 커진다. 밖에서 무슨 일이... 경수는 만류하는 최상궁을 뿌리치고 밖으로 나갔다.









“닥쳐라, 이년들! 감히 뉘 앞이라고 가로막느냐!”

“아악!”









얼굴은 순해보이는 강아지 상이었다. 헌데 볼이 불그스름한게 대낮부터 낮술을 한 모양이다. 가까이 다가서자 확 풍겨오는 달달한 술내음에 경수는 희미하게 인상을 구겼다 다시 폈다. 손님에게 얹짢은 기분을 그대로 표출할만큼 경수는 어리석지 않았다. 다가서는 중에 현수대군의 손이 초아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주위를 살펴보니 이미 궁인들 몇몇이 나가떨어져 있었다. 술을 쳐먹을거면 곱게 쳐먹을 것이지 다른나라에서 이게 무슨 추태인지. 최상궁이 대군의 행동에 인상을 찡그렸다. 향월루에서도 자주 보던 풍경이지만 저 사내의 그 위치가 백야국의 대군인 만큼 경수도 지금 대군의 행동가 곱게 보일리가 없다. 그와중에도 현수대군은 짧은 시간 내에 경수의 보금자리를 초토화시켰다. 








“그만하십시오.”









현수대군이 멈칫했다. 고개를 들려 경수를 바라보고는 잔혹한 미소를 떠올린다. 그는 미련 없이 초아의 머리채를 놓아주더니 내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그가 내 뺨을 후려치는 통에 자세가 흐트러져버렸다.








“건방지게 누구더러 하라 마라는 거냐.”

“마마!”








술에 취해도 단단히 취했나보다. 자신의 나라도 아닌 타국에서 그것도 개온국에서 이렇게 행동거지를 막 할 수 있는 걸 보면. 돌아간 고개와 얼얼한 뺨에 경수가 헛웃음을 흘렸다. 그게 현수대군의 심기를 거슬리게 했나보다. 현수대군은 다시 손을 번쩍 들어 경수를 내려치려고 했다. 최상궁이 화들짝 놀라며 그의 앞을 막아섰고 현수대군은 맞는게 누구라도 상관없다는 듯이 손을 거두지 않았다.







"오라버니!!"







현수대군의 손이 최상궁의 뺨에 닿을 찰나였다. 멀리서 여인네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고 현수대군의 손은 그대로 멈추었다.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았는지 식은땀까지 흘리는 대군의 모습에 경수와 최상궁은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했다. 경수는 처음보는 얼굴이지만 최상궁은 아는 얼굴이었다.






"변소의 마마."

"배, 백향아, 하하..."







현수대군, 변백현이 얼른 손을 뒤로 감추며 허겁지겁 달려온 백향을 향해 웃음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이미 뻘겋게 달아오른 경수의 뺨을 확인한 변소의는 놀란 기색을 내보이며 대군의 등을 찰지게 때린다.







“내가 못살아! 여긴 오라비께서 활개를 치고 다니시던 백야국이 아닙니다. 상국에 정사로 오셨으면 얌전히 있다 갈 것이지 이게 무슨 추태랍니까?!.”








상황이 이렇게 되니 경수와 최상궁은 당황한 채 두사람을 보고 있어야 했다. 경수는 오라비잡는 동생에 놀라웠고, 최상궁은 여태 알던 변소의와는 전혀 달라 놀랐다. 변소의는 황제의 승은을 받은 적이 없어 다른 후궁들에게 괄시를 받는 중에도 꼿꼿한 허리를 굽히지 않았고, 고개를 함부로 숙이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도 소신있게 하는 강단있는 여인이었다. 항상 바르고 침착했던 모습에 최상궁도 견제하면서도 존경을 품었던 여인인데, 이렇게 소리를 높여 오라비의 등을 거침없이 때리는 그녀의 모습은 놀랄 만 했다.








“악! 아프다, 백향아!”








술에 취해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던 백현은 단번에 술이 깨는 느낌을 받았다. 그정도로 백향의 손은 매웠다. 아프라고 때리는 겁니다! 하고 몇대를 더 때린 변소의는 경수 앞에 고개를 숙였다. 놀랄 일이다. 숙의보다 높은 소의는 그저 미안하다, 한마디만 하면 끝날 일이다. 자신이 한 일도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머리까지 숙여가며 오라버니의 행동을 사죄하니 경수는 호기로운 눈으로 그녀를 살폈다.








소의마마, 고개를 드시지요.

“미안합니다, 숙의. 부디 제 오라버니를 용서해주세요.”







소의의 자세에 경수는 미소를 그렸다. 최상궁이 겁을 주며 알려주던 궁은 아주 무서운 곳이었다. 그런데 이 여인을 보니 마냥 그렇지만은 아닌가보다. 월하당에 핀 달맞이꽃이 살랑살랑 움직이며 경수의 호의를 기뻐한다. 경수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현수대군을 향해 고개를 조아리며 자신을 소개했다.








"숙의 도경수라 하옵니다."

"도경수?"







내내 감춰왔던 자신의 이름을 드디어 세상 밖으로 드러낸 경수는 며칠 전 황제와의 대화를 떠올리며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도경수? 그것이 너의 이름이란 말이냐.”

예, 그러니... 지금은 경수라 불러주세요...

경수... 경수라... 이름도 너처럼 빛이 나는구나. 네가 원한다면 마음껏 불러줘야지. 경수야.







침상에서의 정사를 끝내고 서로 끌어안고 누워 나눈 대화에 종인은 돌아갈 때까지 경수의 이름은 몇십번이고 불러주었다. 오죽하면 먼저 불러달라고 했던 경수가 다시 적당히 불러달라고 청을 바꾸었을까. 종인은 심술궂게 더욱 경수의 이름을 부르고 또 불렀다. 그리고 집무실로 돌아가던 그는 다시 뒤돌아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는 살고 싶은데로 살거라. 도경수로 살아도 된다. 월이 내 앞에만 뜨는 달이 되는 것도 좋은 것 같구나.”







멍하니 다시 걸어가는 종인의 모습을 바라보던 경수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도경수로 살아도 된다는 평생 그리던 저 한마디가 종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너무도 기쁜 나머지 웃음이 자꾸 새어나오니. 요 짧은 시간에 자신의 행복을 모두 끌어다 소진한게 아닌가 싶어 불안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의 옆이라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괜찮겠지. 경수가 종인의 얼굴을 떠올리며 화사한 미소를 띄우자 변백현과 변소의 모두 그 아름다움에 할말을 잃고 넋이나가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









무엇이 되었든 ‘처음’은 어색하고, 낯설고, 설레고, 신기하고, 어설프고 그렇다. 황제의 사랑도, 다른 후궁들의 투기도, 궁에서의 생활도. 헌데 이렇게 기분좋은 설레임은 황제의 사랑 다음으로 두번째였다. 변소의. 정말 유쾌한 처자였다. 현수대군은 황제의 부름을 받고 돌아가고  변소의는 경수와 함께 월하당에 들어섰다. 자신의 궁과는 또다른 느낌에 변소의는 두리번거리며 실내를 구경하기 바쁘다. 그런 모습이 귀여워 경수는 최상궁이 내려준 찻잔을 들고 그녀가 구경을 마치길 기다린다.








“방이 참 아름답고 신비합니다.”

“그렇습니까?”

“예. 숙의를 꼭 빼닮았습니다.”

“원래 사람은 환경을 닮는다 하지 않습니까. 소의마마의 방도 궁금합니다.”
 
“제 방은 단촐하기 그지 없습니다.”








경수의 말에 소의가 차를 마시고 혀를 빼꼼히 내밀며 웃는다. 귀여운 사람이다 생각했다.
 
 
 
 
 
 
 
“정말 부끄럽습니다. 대군이라는 사람이 철이 들지 않습니다...”
 
“하하, 술에 이기는 사람은 없는 법이옵니다.”
 
“이기지 못하는 술을 왜그렇게 마셔대는지 모르겠어요.”
 
 
 
 
 
 
 
소의가 다시 오라비를 떠올리며 한숨을 푹푹 쉬어댄다. 소의는 진심으로 경수에게 미안했다. 안보여서 어디서 또 사고를 치고있는 모양이구나 하고 생각은 했다. 설마설마했는데 숙의에게 와서 그런 짓까지 할 줄이야. 하필이면 숙의의 궁인 월하당이었다. 요새 폐하가 숙의를 이뻐하는데 제 목까지 달아날 일을 벌인 제 오라비를 속으로 죽어라 욕했다. 몸을 부르르 떨며 제 오라비를 탓하는 소의의 모습에 경수도 대군을 떠올리며 입을 가리고 웃었다. 소의가 걱정하는 것도 알아차리고 걱정말라며 그녀를 달래주었다. 그의 말에 감동을 받았는지 소의가 찡해진 코끝을 슥슥 문지르며 경수를 바라보았다. 
 
 
 
 
폐하께서도 술에 취하면 그리 될까? 새삼 종인이 술에 취해 휘청거리는 모습을 떠올려보지만 뭔가 낯설다. 그라면 마치 술을 이겨내는 게 맞는 듯 싶다.
 
 
 
 
 
 
 
“궁 생활을 어떠세요?”
 
“아직 익숙해져야 할 게 너무 많습니다. 혹, 소의마마께서 도움을 주실런지요?”
 
“호호, 물론이죠! 말만 하세요. 내가 그 여우같은 후궁들 사이에서 지켜줄테니!”
 
 
 
 
 
 
소의의 호언장담에 경수는 기분좋게 웃어보였다. 소의는 곧 아, 나도 후궁이지... 하고 중얼거렸지만 말을 바꾸진 않았다. 그저 뒤에 저빼고! 한마디를 덧붙이며 헤헤, 웃는다. 참으로 활달한 여인이다. 최상궁에게 들어 소의가 아직 황제의 어엿한 부인이 되지 못했다는 소식은 이미 알고있다. 직접 마주하고 보니 종인이 왜 그녀를 안아주지 않고 있는 것인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매력있는 여인이었다. 소의는 재잘재잘 떠들다가 갑자기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경수가 그런 그녀에게 왜그러냐고 물으니 소의는 이번 바얀족 토벌 일로 자신의 나라가 시끌벅적해지고 뛰어난 호위무사를 잃게 생겨 아바마마의 근심이 커졌다며 하소연을 했다.
 
 
 
 
 
 
“저런...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그러게 말이에요. 저는 폐하의 그림자도 보지 못하는 처지라 아바마마께 도움이 되드리지도 못합니다...”
 
 
 
 
 
 
소의의 말에서 한탄스러움이 묻어나왔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소의는 바로 화제를 돌려 신나고 재밌는 얘기를 꺼내 다시 활짝 웃어보였다. 소의를 보던 경수는 향월루에서 같이 지내던 설을 떠올렸다. 분위기도 행동도 비슷해 그리운 냄새를 맡게하는 여인이었다. 자신이 도와주었으면 싶지만 소의보다도 낮은 위치인 자신이 무엇을 해줄 수 있겠는가. 그저 소의가 우울한 생각을 덜 하도록 그녀의 얘기를 열심히 들어준다.
 
 
 
 
 
 
 
#############
 
 
 
 
 
 
 
“폐하!”
 
 
 
 
 
 
황제가 왔다는 소리에 경수가 버선발로 뛰어가 종인에게 안겼다. 종인은 손수 뛰쳐나와 자신을 반기는 경수의 모습에 입이 귀에 걸렸지만 곧 신도 신지 않은 발을 발견하고 짐짓 무서운 표정으로 경수를 나무랐다.
 
 
 
 
 
 
 
“다치면 어쩌려고 이리 나왔느냐.”
 
“... 아... 너무 반가운 마음에 그만...”
 
“하하, 내가 그렇게 보고싶더냐. 한마디만으로 일주일동안 쌓인 피로를 풀어주는구나.”
 
“... 많이 피곤하신 모양입니다.”
 
 
 
 
 
 
 
경수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와 원목탁자에 앉은 종인은 제 무릎에 경수를 앉혔다. 부끄러워 하면서도 얌전히 앉아있는 모습에 종인은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말했다. 경수가 그런 종인의 머리카락을 사르륵 넘기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경수의 손길에 긴장이 풀리며 마음에 안정이 찾아온다. 종인은 조금 더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지친 몸을 달랬다.
 
 
 
 
현수대군. 참으로 피곤한 자다. 한마디를 던지면 열마디를 하는데 그 말에 뼈가 없다. 당최 대화가 이어지지 않으니 부글부글 속을 끓이다가 결국 그를 내보내고 부사와 직접 대면했다. 부사도 자신의 대군이 부끄러웠는지 헛기침을 하며 되도록 빨리 일을 진행시키는 게 눈에 뻔히 보였다. 그런데 그 망나니 대군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대낮부터 술을 마셔 궁궐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사고를 친 모양이다. 협상을 하던 중에도 피해자들이 속속 튀어나와 황제에게 불만을 터뜨리니 종인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 누르고 부사는 안색이 파리해져 식은 땀을 흘렸다.
 
 
 
 
 
 
 
“오늘 궁에 멍청한 똥개 한마리가 들어와서 말이다...”
 
“... 혹.. 현수대군... 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가 그걸 어찌 아느냐? 여기에도 찾아왔ㄴ... 월.. 아니, 경수야. 네 볼이 왜 그러느냐.”
 
 
 
 
 
 
경수는 종인의 말에 단번에 현수대군을 떠올렸다. 똥개라는 단어와 오늘 자신도 목격한 대군의 행동으로 말이다. 그의 마음이 헤아려져 어색하게 웃으며 물었더니 종인이 놀란 듯 고개를 들어 경수를 올려다보았다. 그제야 경수의 붉은 볼을 발견한 종인은 하던 말을 멈추고 다급하게 물었다. 아까 대군에게 맞았던 볼을 감싸쥐고 묻는 종인에 경수가 아차,하고 고개를 틀었다. 종인의 얼굴이 점점 굳는 것을 보며 얼른 대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대답이 없다.
 
 
 
 
 
 
“아까 탁자에서 책을 읽다가 깜빡 졸아서... 자국이 남았나봅니다.”
 
“...”
 
 
 
 
 
 
씨알도 안먹히는 변명이었다. 그의 볼에는 손자국까지 선명하게 남아있었으니. 자신의 눈을 피하며 되도않는 변명을 늘어놓는 경수의 모습에 종인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앞으로 잠은 침상에서 편하게 자거라.”
 
“네, 폐하...”
 
 
 
 
 
 
뻔한 거짓말에 속아넘어간 종인에 경수는 속으로 안도했지만 종인은 뒤에 서있는 최상궁을 노려보았다. 최상궁의 몸이 흠칫하고 떨린다. 조금 있다 폐하 앞에 줄줄이 오늘 일을 나열해야할 상황에 최상궁은 낯빛이 어두워진다. 하지만 최상궁은 오히려 잘되었다고 생각했다. 감히 자신의 마마에 손찌검을 한 그 망나니대군을 폐하께서 단단히 혼내주셨으면 했다.
 
 
 
 
 
“그리고 그 책은 태워버려야겠구나. 네가 보다가 졸 정도면 얼마나 재미없던 책이란 말이냐. 무슨 책이더냐?”
 
“네? 아... 그것이...”
 
 
 
 
 
 
갑자기 책이름을 물어보니 경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오늘 책을 읽지도 않았고 그에게 재미없는 책이란 없었다. 워낙 책을 좋아하는 경수인지라 책을 태우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라 아무 책 이름이나 댈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종인이 단호하게 말하니 사실을 고하거나 책을 태우는 수 밖에 없다. 경수는 울며 겨자먹는 심정으로 탁자 위에 있던 책을 종인에게 넘겼고, 종인은 받자마자 최상궁에게 다시 건네며 나가서 책을 당장 태워버리라 명령했다. 경수는 최상궁에게 열심히 눈짓을 보냈다. 최상궁이 경수의 눈빛을 보고 눈치가 있다면 책을 태우지 않고 몰래 숨겨 다시 돌려줄 것이다. 뺨을 맞아도 아무렇지 않았건만 최상궁 손에 들려 방을 빠져나간 책을 보니 아까의 대군이 원망스럽다. 경수는 다음에 대군을 만나면 이 사실을 잊지않고 그에게서 백야국의 책을 얻어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종인이 자신과 있을 때 다른 남자를 떠올렸다는 것을 알면 크게 화를 낼 일인 줄도 모르고.
 
 
 
 
 
 
 
 

암!호!닉!

잇치님


정말 사랑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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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ㅠㅠㅠㅠ알림뜬거보자마자바로왔어요!!ㅠㅠㅠ진짜재밋어요ㅠ 혹시 암호닉 신청할수있으면 핑덕 으로해주세요!!♥
9년 전
독자2
밀크티 로 암호닉 신청이요!!!!! 현수대군이 무슨 변수가될지 정말 궁금해요~~ 작가님 좋은 글 감사드려요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9년 전
독자3
신알신 뜬거 보고 왔어요 ㅠㅠㅠ 종인이는 눈치챈건지 안챈건지 모호한데 백현이 등장이 반가우면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요! 늘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9년 전
독자4
헉!!!암호닉신청이가능한거였나요?ㅜㅜㅜㅜㅜ으아매번잘보고있었어요ㅜㅜㅜㅜㅜ백현이가나오면서어떻게바뀔지도궁금하지만카디달달한거봐ㅜㅜㅜㅜ어우ㅜㅜㅜ둘이영원히행쇼하렴ㅜㅜㅜㅜ암호닉은[카디아만자]로신청합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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