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혁/별빛] VIXX Fariy tale - 인스티즈(instiz) 픽션 카테고리

[상혁/별빛] VIXX Fariy tale | 인스티즈

뿌연 먼지가 가득한 다락방.

작은듯 넓은 창문틈을 비집고 들어온 햇살 한 줄기가 비치는 그 곳.

그 한가운데 자리한 넓은 책상위에 엎드려 달콤한 잠에 빠져있는 한 소년.

햇빛때문인지 그 곱던 미간을 찡긋거리며 몸을 일으키며 기지개를 켠다.

책상에 엎드려 자는게 익숙한지 뻐근한 티 하나 내지 않고 곧바로 몸을 일으켜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소년.

서둘러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며 토스트를 만들어 입에물고는

다시 윗층 다락방으로 올라간다.

소년일까.

어른일까.

아마도 소년이겠지.

흐른 시간속에서 혼자 제자리에 멈춰있는 소년.

몸도 자라고 시간도 지났지만

소년은 여전히 그때 그 기억속에 살고있다.

여전히 티없이 맑은 웃음도

반짝거리는 눈망울도

모두 그때의 것과 같다.

소년. 한상혁.

반나절이 지나도록.

햇빛이 비스듬히 창가를 지나 들어오던 그 시간부터 땅거미가

어스름하게 내려앉을때까지.

분주하게 책상위에 어지럽게 놓여진 흰 종이 위에 그려진 도면과

알아볼 수 없는 말들이 적힌 노트.

또 한쪽에 놓여있는 수 많은 종류의 필기구들.

반짝이는 눈으로 집중을 하던 상혁은 이리저리 흩어진 도면을 한 곳에

이쁘게 정리를 한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혀있던 땀방울을 소매로 슥 훔치며

자신이 만들어낸 결과물을 보며 밝게 웃는 상혁.

곧 다시 만나러 갈 수 있어.

때묻지 않은 소년의 웃음은 티 없이 맑다.

알 수 없는 도면을 완성하고난 후 더 바빠진 상혁.

하루 온종일 다락방에 있는것은 물론.

끼니를 거를때도 많았고

잠도 걸러가며 며칠을 뚝딱거리더니

결국 원하던 결과물을 이뤄낸다.

드디어.

TIME MACHINE

타임머신.

상혁은 떨리는 마음으로 자신이 만든 타임머신을 타고

별빛을 만나러 가려한다.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들뜨는 마음을 참지못하고

새벽부터 일어난 상혁은

별빛을 만나러 가기 위해 타임머신에 올랐다.

하지만

뭐가 잘못된것일까.

분명 틀린것도 실수한것도 없을텐데.

시간을 거스르는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듯.

아무리 눈을 감았다가 떠봐도

바뀌지 않는 주변그림들에 상혁은 허탈해한다.

그래.

지나간 시간을 어떻게 거스를 수 있을까.

복잡한 버튼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계기판에 고개를 묻는 상혁.

바보같아 나.

어쩐지 소년의 어깨게 잘게 떨리는 것 같기도 하다.

그때 그 시절보다 훨씬 더 넓어진 어깨.

하지만 그 어느때보다도 여리고 작아보이는 어깨.

상혁은 지난 시간들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 것 보다.

정말 다시 별빛을 만나지 못한다는 사실에.

다시 만날 수 있을거라고 막연하게 믿고 있던 시간들이

산산조각 나버린 현실에.

별빛과 헤어지던 순간에도 흘러내지 않았던 눈물을

쏟아낸다.

마치 놀이동산에서 엄마의 손을 놓쳐버린 아이처럼.

이제 뭘 해야 할지 모른다는 듯.

이제 정말 갈 곳을 잃어버린 소년.

한참을 그렇게 울던 소년은 엎드려 있던 그 자세 그대로

지쳐 잠이 든다.

자신의 볼을 콕콕 찔러 오는 느낌에 몸을 일으키는 상혁.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리며

쭉 기지개를 펴다가 이내 이상한 느낌에 주변을 돌아본다.

익숙한 교실.

익숙한 창가옆 자리.

익숙한 교복.

그리고 익숙한 한 소녀.

안녕. 전학생.

자신을 담고 있는 눈동자.

거기 내 자린데.

자신을 보며 웃어주는 입꼬리.

그 자리가 마음에 드나보네.

그럼 이제 그자리 니 자리 해.

자신을 보며 휘어지는 눈꼬리.

대신 나랑 짝지하자.

돌아왔다. 별빛에게로.

이내 종이 치고 수업이 시작되었다.

자신의 옆에 앉아서 수업을 듣고 있는 별빛을 바라보며

상혁은 과거를 회상했다.

그때의 별빛은 몸이 많이 약했다.

학교를 나오는 날을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별빛의 건강이 악화가 되어 병원에 입원을 했을무렵

상혁은 별빛이 다니는 학교로 전학을 왔다.

혼자 생각하길 좋아하고 낯을 가리는 상혁에게

제일 처음으로 다가와준 친구가 별빛이였다.

그렇게 둘은 친해져갔다.

별빛이 아파서 학교를 못 나오는 날이면

학교를 마친뒤 별빛을 보러가기도 했고

가끔씩 상태가 호전되어 학교를 나오는 날이면

수업시간에 몰래 옥상위에 올라가서 놀기도 했다.

둘만의 추억을 만들어갔다.

언젠가 수업시간 옥상위에 올라가서 얘기를 할때

별빛이 상혁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넌 뭐가 되고 싶어 혁아.

상혁은 대답하지 못했다.

뭘 하고 싶을까.

뭐가 되고 싶을까.

당황해하는 상혁의 표정을 읽어낸 별빛은

맑에 웃으면서 말했다.

혁아.

타임머신이라고 알지.

그 순간 불어오는 바람에 눈을감으며 말하는 별빛의 모습에

상혁은 대답 대신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별빛의 말을 들었다.

그거 만드는사람은 어때.

맑게 웃던 별빛의 얼굴에 조금 슬픈 기운이 엇돌던 그때.

그때 알아차렸다면. 더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줬을까.

나 혹시 너무 아파서 멀리 가버리면.

그거 만들어서 나 만나러 와주면 안될까.

해보고 싶은게 너무너무 많은데 다 못하고 떠나면

니가 다시 와서 같이 해주면 안될까.]

그 순간에는 왜 그 말이 잘 들리지 않았는지.

넋을 놓고 있었는지.

하지만 괜찮다.

정말 내가 다시 돌아왔으니까.

별빛의 곁으로.

그렇게 별빛과 상혁은 두번째 추억을 쌓기 시작했다.

별빛은 모르지만 상혁은 아는.

별빛에게는 처음이지만 상혁에게는 하나도 놓치기 싫은 두번째.

상혁의 달력에 빨갛게 동그라미 쳐진 날짜가 다가올수록 상혁은

하루하루가 너무 아까워 하루종일 별빛과 붙어 있었다.

별빛도 그런 상혁이 좋은 눈치였다.

둘만 있으면 웃을 일이 넘쳐났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눈만 마주치고 있어도 웃음이 나왔고

어쩌다가 스친 손등에 수줍어 하는 그 설렘이 좋아서도 웃음이 나왔다.

별빛이 떠났던 그날.

그날에 맞춰 동그라미 쳐 져 있는 달력을 손으로 쓸어보던 상혁은

쓰게 웃었다.

두번째 이별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상혁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생각.

이미 자신이 시간을 거슬러 왔으니.

그때.

악몽같던 그 시간이 오기전에
그 시간을 피해서 별빛과 함께 돌아가버리자.

내가 거슬러 온 그 시간으로 다시 돌아가버리자.

둘이 함께.

D-2

상혁이 타임머신을 개조하는것을 마무리했다.

이제 별빛과 함께 떠나기만 하면된다.

상혁은 별빛과 함께 하교를 하면서 슬쩍 얘기를 꺼냈다.

자신이 별빛과 함께 했던 첫번째 추억들.

자신이 별빛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온 이야기.

그리고 이제.

자신과 함께 시간을 거슬러 함께 가자는 이야기.

별빛은 웃으며 그러자 말했다.

[상혁/별빛] VIXX Fariy tale | 인스티즈

D-1

상혁은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별빛을 집으로 데려왔다.

다락방에 놓여있는 타임머신.

둘이 손을 꽉 맞잡고 타임머신으로 걸음을 옮긴다.

나 밎지.

어딘가 모르게 초조해보이는 상혁.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더니.

대단하다 너.

별빛은 맞잡고 있는 상혁의 손에 깍지를 끼며 웃어보였다.

그 손을 흔들어 보이면서

믿어. 너니까.

둘은 타임머신 위에 올랐다.

여전히 복잡한 버튼을 누르고 다이얼을 조종하는 상혁.

하지만 작동하지 않는 타임머신에 상혁은 더욱더 초조해진다.

별빛은 상혁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며 그런 상혁을 지켜봤다.

좀처럼 잘 풀리지 않는 듯 상혁의 미간에 작게 잡힌 주름을 손으로 눌러 펴 주던 별빛.

무언갈 결심한듯 별빛은 상혁이 모르게 구석에 자리잡고 있던 버튼을 조심스래 누르고
집중하고 있는 상혁의 옆자리에서 슬쩍 일어나 타임머신에서 내린다.

그러자 제대로 작동하는 타임머신.

상혁은 드디어 움직인다며 웃으며 옆자리를 바라보지만 텅 빈 옆자리에 놀란다.

상혁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려 하지만

밖에서 문을 꼭 잡고 있는 별빛탓에 열리지 않는 문.

거칠게 문을 내려치지는 상혁.

문을 열라고 소리도 쳐보지만 별빛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문이 열리지 않도록

온 힘을다해 문을 막는 별빛.

별빛은 알고 있었다.

자신은 이미 죽어가고 있고.

자신때문에 상혁이 원래의 시간으로 되돌아가지 못하면.

영원히 시간속에 갖혀 살아가야 하는 상혁의 운명을.

왠지 모르게 어디선가 겪어 본 적있는것 같은 상혁과의 꿈같은 한달.

상혁이 함께가자 말 한 그날 밤 꿈 속에서 또렷하게 떠올랐다.

꿈속에서 넓은 극장 혼자 않아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는 별빛.

상혁만이 알고있던 그 첫번째 추억이 영화처럼 별빛에게 보여졌다.

그렇게 별빛은 결심했다.

다시 돌려 보내야한다.

또 다시 햇빛이 눈가를 간지럽혀 오는 탓에

눈을 뜬 상혁.

꿈이였나.

한달동안의 꿈 같은 시간들이 마치 꿈인듯.

떠날때와 전혀 다를 것이 없는 모습에

상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꿈이였나보다.

왠지 모르게 조금 아픈 주먹을 쥐었다 펴면서

상혁은 웃었다.

꿈이였다면 다시 타임머신을 만들어서 꼭 별빛을 데려오면 되니까.

타임머신 문을 열자 툭 하고 상혁의 발 앞에 떨어지는 종이 쪽지.

〈고마워 혁아. 사랑해>

상혁은 무릎꿇는다.

이내 눈 꼬리를 타고 눈물이 흘러내린다.

결국 소년은 꿈을 잃어버린댓가로

어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