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빈 / 여주
"노래를 만들 때 마다 그 친구 생각을 많이 해요. 첫번째 여자친구 였거든요."
"어떻게 해어지게 된건지 실례가 안된다면 물어봐도 될까요?"
"정말 바보같지만 제가 먼저 마음이 변해서 헤어지게 됐어요. 서로 지쳐서 놓아준거죠."
"네,, 노래가사에 보면 아직도 많이 그리워 하는것 같은데, 혹시 마음이 남아있는건 아닌가요."
순간 실소가 터져나왔다. 너무 정곡을 찌르는 질문이었다. 아직도 그리워하냐고 마음이 남아있냐고
이게 뭐라고 이런질문까지 하나하나 대답해야하는건지 모르겠지만 정신줄 똑바로 붙잡고 대답했다.
"붙잡고 싶은데 이미 그러기에는 너무 늦어버렸어요."
현명한 여자 이다. 항상 나보다 두걸음정도 앞서서 있다. 내 지랄같은 성격을 이해 해 줄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고 내 감정을 컨트롤 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같이 작곡을 배웠고 나는 아이돌이 되고 너는 작가 겸 작사가가 되었다.
2년 전,, 너는 작가로 이미 성공하게 되었고 나는 여전히 연습생이었다. 너무 잘 된 일이지만 니가 점점 더 나에게서 멀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빨리 따라가고 싶었다. 빨리 데뷔를 해서 좋은 가수가 되서 니옆에 서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싶었다. 그런데 그 욕심에 당장 내 옆에 있는 너를 힘들게 했다.
물론 옆에서 나를 지켜 본 너는 투정 부리지 않고 조급해 하지도 않고 기다려 줄수 있다고 했다.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었다. 데뷔가 결정되고 앨범작업에 몰두하게 되면서 이제 더 만나기 힘들거라고 말했을때도 축하한다고 예쁘게 웃어보이는 얼굴을 보고 그냥 안심했다. 니가 어떤생각을 하는지 읽어 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냥 기다려준다는 약속을 확인하고 싶었고 한두번 연락쯤 대답못해도 넌 다 이해해줄거라고 믿었다. 그렇게 내가 너를 조금씩 밀어내고 있었다.
작곡을 배우게 되면서 한빈이를 만났다. 그냥 자주 부딪히다 보니 익숙해졌고 나랑 잘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뭐든 완벽하게 끝내야 하고 낯 간지러운 말 잘 못하고 표현이 많은 편도 아니지만 한빈이는 세심한 구석이 있고 내 생각을 바로 바로 읽어내는 다정한 애인이었다.
작가로 등단을 하고 작품 작업에 들어가면서 한빈이가 괜한 박탈감을 느낄까봐 걱정했었다. 자존심이 워낙 세서 내가 먼저 성공한것에 대해서 괜히 미안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데뷔를 준비하는 너를 보면서 진심으로 기뻤고 진심으로 너의 성공을 빌었다. 짧아지는 문자와 전화만하면 바쁘다는 둥. 더 바빠질텐데 나를 점점 귀찮게 여기는 것 같은 니가 암묵적으로 나에게 헤어지자고 말하고 있었다.
작가로써 글을 쓰고 있고 작사가로도 활동을 한다. 그리고 라디오 프로 게스트도 하나 맡아서 하고있다. 그래서 헤어졌다고 울고불고 감정소비 할 시간없이 일을 해야하지만, 도무지 글이 써지지 않는다. 원고마감이 일주일 남았는데,, 에라 모르겠다 하고 TV 앞에 앉았는데 또 그안에서 너는 우리의 이야기를 늘어놓고있다.
"노래를 만들 때 마다 그 친구 생각을 많이 해요. 첫번째 여자친구 였거든요."
"어떻게 해어지게 된건지 실례가 안된다면 물어봐도 될까요?"
"정말 바보같지만 제가 먼저 마음이 변해서 헤어지게 됐어요. 서로 지쳐서 놓아준거죠."
"네,, 노래가사에 보면 아직도 많이 그리워 하는것 같은데, 혹시 마음이 남아있는건 아닌가요."
"붙잡고 싶은데 이미 그러기에는 너무 늦어버렸어요."
먼저 놓아버렸으면서, 헤어지자는 소리 나올때 까지 기다렸으면서, 아직도 마음이 남아있다고 해도 다시 돌아 갈 수 있다고 해도 똑같을거면서..
뒤이어서 나온 노래를 듣고 울어버렸다. 나도 아직 사랑하는데 너무 보고싶은데 당장 달려가서 보고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 분명히 내가 너를 더 힘들게 할게 확실하니까. 그래서 접어야 한다.
라디오에 가서 진행을 하면서도 아까 TV에서 니가 했던 말이 맴돌아서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계속해서 말은 하고 있었지만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대답을 하다가 다시 되묻는 질문에 정신을 차렸다.
"작가님도 작사가로써 활동을 하셨잖아요"
"네 저도 작사가로 활동을 했구요 요즘에도 작품 끝나는데로 또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에요."
"저 되게 작가님 노래 많이 듣거든요."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저 작사 하는거 모르시는 분들도 많은데 이렇게 또 많이 들으신다니까 뿌듯하네요"
"최근에 작업했던 곡을 없으세요?"
"다비치분들 앨범에 감사하게 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한곡 같이 작업을 했었죠"
"아 맞아요 저 그노래도 되게 좋아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노래가사를 그렇게 쓰세요?"
"음.. 저는 실화를 토대로 많이 쓰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좀 더 진심을 담아서 적게 되니까 잘 써지는것 같아요"
"그럼 최근곡이 이별곡이니까 얼마전에 이별을 하신건가요?"
".........." 웃으면서 한 질문인데 순간 대답을 할 수 없었다.
"혹시 대답하기 곤란하시면 아나셔도 됩니다."
"네, 최근에 만나던 분이란 헤어졌어요."
그리고 몇마디 대화가 더 오고 갔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 그럼 오늘 저희 끝 곡으로 다비치 분들의 '용기내 헤어질래'듣고 마무리 하겠습니다. 작가님 오늘도 진솔한 이야기 해주셔서 감사했구요. 다음주에 또 뵙도록 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