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필수ㅇㅇ!!
W.니가모르게감아
1.이제훈
쿵쿵쿵
비에 홀딱 젖은 그는 우리 집까지 용케 뛰어온 듯 보였다
그는 가쁜 숨소리와 특유의 차가운 냉소를 머금은 채 현관 앞에 서있었다
“............”
며칠 전 처음 보았던 활발했던 그의 모습과는 달리
쳐지는 듯 나른한 말투와 또박또박 한 글자 한 글자 뱉어내는 듯 그는 속삭인다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는데,”
어둑한 배경과 선홍색 그의 입술이 대비를 이루고, 젖은 머리, 뚝뚝 떨어지는 물과 적절한 빗소리까지
완벽히 섹시한 그를 집 안으로 들일 이유는 충분했다.
“자꾸 생각이 나는데, 날 더러 어쩌라고”
가장 친한 친구의 남자인 걸 알면서도, 친구의 첫사랑인걸 알면서도,
나는 그를 거부할 수 없다 그래 비 비 때문이라고, 비에 젖어 덜덜 떠는 그가 안쓰럽고도 사랑스러워서 그랬다고,
다 비 때문이라고.
2.하정우
“끝나고 좀 남아서 혼나야겠는데."
처음 보는 심각하고도 무거운 담임선생님의 표정은 나름, 봐 줄만 했다
모두 연기인 걸 알지만 애써 근엄한 표정을 그를 볼 때면 웃기기도 하고, 진지한 그의 모습에 다시 한 번 더 반하고 만다
내 대답은 평소처럼 역시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네-
“오늘 모의고사라 힘들었겠네”
밤늦은 시간의 하굣길은 그와 함께 즐기는 가장 달콤한 데이트
까만 밤하늘과 까맣게 썬팅 된 차안에서는 그 누구도 우리 둘을 보지 못하는 가장 은밀한 장소다
집 앞에 까지 나를 바래다주는 그는 오늘도 아쉬움 가득한 표정이다
“성적 올랐으니 이건 선물”
가볍게 닿았다 떨어지는 그의 찬 입술
나는 떨어지려는 그를 다시 당겨 좀 더 진한 선물을 받는다
3.류준열
친구로만 지낸지 십여 년
나에게 고백했던 너는 지금 나의 매몰찬 거절을 듣고 다른 여자랑 잘 되어가고 있겠지만
나는 자꾸만 왜인지 이상한 기분이 든다 너를 빼앗긴 것만 같은 그런 더러운 기분
“너네 집에서? 술?"
그래 술-.
나는움찔하며 놀라는 니가 새삼귀엽다고 생각한다.
친구끼리 뭐 어떠냐며 항상 이런 식으로 우리는 친구라는 틀 안에서 안전하니까
오늘도 그 핑계를 좀 댄다고 네가 이상하게 생각할까?
그 날밤,
역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맥주를 사온 너와 잘 했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나
그리고 취해가는 우리는 더 이상 내일이 두렵지 않은 기분이다.
“내가 이제 싫어?"
내가 직구를 던지자, 너의 얼굴은 붉어지고, 너의 귀는 더더욱 붉어진다
그리고 호를 그리는 너의 눈과 섹시한 그 입꼬리,
그리고 나를 바라보는 검은 눈동자.
“그럴 리가 이렇게나 예쁜데”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나는 피식 웃어버리고, 너의 옆자리로 점점 다가간다
다가오는 너의 눈과 코 그리고 붉은입술
내 세상은 이제 너 밖에 보이지 않고, 너는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후회 안할 자신 있어? 난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