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는 더이상 팝음악의 ‘링구아프랑카(lingua franca·국제공통어)’가 아니다.”
방탄소년단(BTS)이 제61회 그래미 시상식에 참석한다는 소식이 전 세계 음악 매체들을 통해 알려진 직후인 지난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별도의 문화부문 기사에서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한 음악계 변화를 이렇게 소개했다.
가디언은 이날 ‘팝 2.0:세계화된 음악은 어떻게 새로운 종류의 스타를 창조했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어 가사 노래로 세계적 스타가 된 방탄소년단을 대표적 사례로 ‘팝 2.0 시대’를 분석했다.
가디언은 “영어는 더이상 팝음악의 국제공통어가 아니며, 케이티 페리, 테일러 스위프트, 저스틴 비버, 레이디 가가와 같은 스타들은 멸종위기종”이라며 도발적 분석을 내놨다.
뉴욕타임스의 유명 평론가인 존 카라마니카의 일화를 소개하며 “카라마니카는 7인조 케이팝(K-pop) 스타 BTS와 푸에르토리코 스타 오즈나(Ozuna)의 대표적 앨범이 미국 톱 텐에 데뷔한 8월의 어느 날을 회고하다가 ‘아, 이것은 새로운 팝 질서다. 단지 떠오르는 서브 장르가 아니라, 이게 팝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서구 팝의 언어장벽을 넘어선” 주인공으로 “현재 세계 최고의 보이밴드인 BTS”와 오즈나를 꼽고 “마침 지난해 유튜브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본’ 노래 10곡 중 8곡은 스페인어로 된 것이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카라마니카가 알아챈 것은 영어가 팝 음악의 국제 공통어라는 개념 자체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라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이 발전은 팝 스타 시스템 그 자체의 두드러진 변화와 수반됐다”고 분석했다. 케이티 페리,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같은 “왕년의 거물 팝스타들(massive pop stars)은 대중의 인식에서 희미해지고 있다”는 뉴욕타임스 기자 아만다 페트루식(Amanda Petrusich)의 글도 인용했다.
새해 전야에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한 테일러 스위프트의 콘서트 영상 비평에서 “어마어마한 인기에도 불구하고 구식의 미학”이라고 한 해설을 소개했다. 페트루식의 비평은 단지 테일러 스위프트뿐만이 아니라 페리, 저스틴 팀버레이크, 브리트니 스피어스, 마돈나와 같은, 비슷한 투어 무대를 선보이는 “수퍼스타”들을 포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같은 ‘왕년의 거물 팝스타들’은 198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모델에 적응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모델은 라디오와 엠티브이(MTV), 레코드숍, 언론, 시상식 세러모니와 같은 산업 기반을 토대로, 마돈나와 프린스, 마이클 잭슨이 이룬 ‘삼위일체’ 아티스트들의 전례없는 수준의 유명세를 만들어냈다.
가디언은 그들을 “난공불락”의 거대함에 비유하면서 머라이어캐리, 팀버레이크, 브리트니, 제니퍼 로페즈를 본보기로 하고 오늘날에는 페리, 스위프트, 비버, 레이디가가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들은 아마도 “팝 1.0 시대 스타의 종점이 될 것”이라고 썼다.
가디언은 “음악은 목소리로 이끌어지고 멜로디가 비트를 타고 흐르며 슬플수도, 행복할 수도 있고 기술에 열려있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티스트의 존재가 모든 것을 뛰어넘는다는 것”이라며 “당신은 ‘누구’를 듣는 중인지 알고 있으며, 노래는 그 가수의 서비스”라고 짚었다.
스트리밍이 가장 대중적인 음악 청취 방식이 되고 있는 가운데, 10대들은 장르의 경계를 인식하지 않고 카디 비(Cardi B)부터 BTS까지 모든 음악을 듣고 있다면서 “그들은 스페인어로, 한국어로, 프랑스어로 노래하고, 소셜미디어로 팬에게 직접 말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빈(Balvin), 드레이크(Drake), BTS와 그 뒤를 따르는 케이팝 스타 몬스타 엑스(Monsta X), 카디 비는 모두 각자 자기의 스타일을 갖고 있고, 아직 어디에도 적응할 수 있으며, 엄청나게 인기가 있지만 옛 음악 산업의 룰이 통제할 수 없는” 존재들로 분석했다.
또한 이들은 “삶을 인스타그램에 노출하며 팬과 연결돼 있고 엄격한 스케줄에 따라 공개돼야 할 음악이 확정되기 전, 준비 중에 팬과 만난다”며 “마돈나와 마이클 잭슨이 ‘도달할 수 없는 곳’으로 느껴지게 했던, ‘스타와 팬의 구분’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영어 사용자가 아닌 아티스트는 이 시스템 하에서 더 번창할 수 있다”고도 했다. 발빈과 BTS의 공연장은 노래를 따라하는 젊인이들로 들썩거리지만, 이들 공연은 대부분 영어 노래가 아니며 팬들이 가사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바로 여기에 주목할 점이 있다”고 짚었다.
“그럼에도 완전히 괜찮고 음악을 사랑하는 데 아무 장벽이 없다는 것”이다.
이 분석 기사를 작성한 가디언의 음악담당 기자 캐롤라인 설리번은 자신의 친구 딸이 BTS의 팬임을 밝히면서 “14살인 그녀는 모든 노래를 따라하고, 몇년 전 소셜미디어에서 BTS를 발견한 뒤 한국어를 배우기로 결심해 현재는 가사를 이해할 정도로 한국어를 마스터했다”며 “언어를 배우는 것은 시시각각 한국에서 업로드되는 새로운 케이팝 콘텐츠들을 따라잡기에 유용하다”고 했다.
가디언은 “팝 1.0시대 가수들은 유행에 뒤떨어진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며 약간은 오만하고 주로 백인인 그들의 멘탈리티는 이러한 새로운 주자들과 다투고 있다고 비유했다. “영광의 이름” 마이클 잭슨이 1996년 역사적인 투어를 할 때 9미터짜리 동상과 함께였다면서 “첫날 공연이 열린 프라하에서는 이 동상이 스탈린을 세워뒀던 주추 위에 올려졌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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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자라면서 저희는 항상 그래미 무대 위에 서는 걸 꿈꿔왔습니다. 저희의 꿈을 이뤄주신 모든 팬분들에게 감사합니다. (그래미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BTS_twt #GRAMMYs #TearItUpBTSpic.twitter.com/la1gjUe9Md
— 둘셋 ·‿· 🐢☘️ (@doolsetbangtan) February 11,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