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너에 관한 기억은 오른쪽으로 감기는 필름이다 너는 나를 왼쪽 방향으로만 기억할 것이다 너에 관한 기억은 빛을 향해 뻗어 가는 덩굴이다 너는 나를 어둠 속에서만 기억할 것이다 너의 기억과 나의 기억은 만날 수 없다, 그 엇갈림 때문에 기억은 자꾸 무거워진다 무거움 때문에 한쪽으로만 기운다 덩굴이 나무를 타고 오르듯 굴광성의 기억은 멀리, 더 멀리 뻗어 간다 그 줄기 끝을 돌려놓을 수가 없다 기억은 점점 희박해지고 희박해지는 만큼 더 질겨진다 기억은 나를 아주 먼 곳으로 데려간다 나에게는 없는 너에게로 굴광성의 기억, 나희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