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의 끝은 내가 정하지 않았어. 다만 아는 건 세상 어디든 갈 수 있는 방향. 쉬어 감은 실수가 아니라는 것. 운명을 거스르기 위해선 그 운명을 걸어야 해. 누군가는 그곳에 먼저 가 있을까. Someone else there. 계절이 변하듯 바뀌고 돌아오는 시련. 돌이켜 보니 매번 달랐던 건 아니야. 바스라지는 낙엽부터 쌓이는 눈까지 반복되고 있었어. 기지개 켜는 꽃잎부터 완숙된 열매도 반복되고 있었어. 정말로 필요했던 사랑은 어떤 사랑일까. 우리가 했던 사랑은 잔인했는데. 너를 잃고 나를 잃게 만들었지.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기다림도 포기가 아니었음을. 운명을 거스르기 위해선 그 운명을 걸어야 해. 누군가는 그곳에 먼저 가 있을까. Someone else there. 성장의 끝말은 죽음, 죽음의 의미는 초월. 어떤 문 앞에서도 그 문 뒤를 볼 줄 알아야 하지. 문은 지나가기 위한 얇은 막일 뿐이니. 단단히 손을 맞잡고 이어져있는 순간의 연속. 힘을 주고 받으며 점점 커져가는 우리. 운명도, 우리도 변화하기 위해 태어났어. 하나의 세상을 보기 위해선 그 하나를 향해 흐르는 여러 갈래의 시간이 어디로 가는지 따라가야 할 거야. 우린 그렇게 그 갈래 속 다른 길을 통해 같은 곳을 꿈꿔. 지금은 이토록 멀리 있지만, 언젠가 우리가 서로의 배에서 내려 인사를 건넬 수 있기를. 받아들일 수 있기를, 사랑도 믿음도 감사도 결국 같은 마음임을. 운명을 거스르기 위해선 그 운명을 걸어야 해. 누군가는 그곳에 먼저 가 있을까. Someone else there. 누군가는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을까. 자신처럼 운명을 바꿀 그 누군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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