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기억해달라던 실루엣. 희미해져 가는 정신을 움켜쥐던 목소리. 셀 수 없는 시간을 건너 끊임 없이 내게로 향하던 발걸음. 흩어지는 한숨만큼 신기루 같은 그 꿈은 오늘도 나를 찾아왔어. 늘 같은 인사로 시작하던 그 만남이 반복될수록 달라지던 눈빛. 아름다운 눈에 모여든 커다란 하루의 조각들 속 어젯밤 꿈의 시간은 황혼이었던 듯해. 그 태양의 눈물은 내 뺨에 닿아 나의 현실에 싹을 틔웠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 슬픔에 한 번도 닦아주지 못했던 젖은 뺨을 어루만졌어. 기억하겠다는 말 대신 울지 말라는 말을 했던 것 같은데. 그와 동시에 아득해진 우리의 거리. 꿈과 현실의 경계가 선명히 나눠지고, 각자가 있어야 할 세계로 빨려들어간 몸. 그리고 평소처럼 눈부신 햇살에 눈을 찡그렸지. 마치 전생의 기억을 전부 잊고 다시 태어난 아이처럼 나는... 울음을 터트렸어. 무슨 꿈이었는지, 기억이 안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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