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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9년 전 (2014/6/12) 게시물이에요






  벚꽃 흩날리던 봄, 더워도 너무 덥던 여름, 불꽃놀이다 등축제다 뭐다 해서 난리였던 가을이 지나고 결국 겨울이 왔다. 이젠 크리스마스 전에 누구라도 사귀어야 한다며 다들 제 짝을 찾기에 바빠보였다. 근데 왜 너네 불꽃놀이 같이 갔던 남자랑 등축제 같이 갔던 남자랑 다른 건데? 그러면 크리스마스 같이 보낼 남자도 다른 거 아냐?... 구태여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이해가 되는 상황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시선을 교수님한테로 돌렸다. 교수님을 쳐다볼 때마다 내 시야에 들어오는 동그란 뒷통수가 영 눈에 거슬렸다. 저 남자는 항상 저 자리에 앉는다. 옆에는 허옇게 생긴 친구 하나를 끼고. 둘이 꽤나 친해보이긴 하는데 어떤 사이인지는 내가 알 수가 없고. 사람 관찰하는 게 취미인지라 수업 같이 듣는 웬만한 사람들이 누구랑 같이 다니는지는 애써 기억하려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지극히 비의도적인 거다, 이건.








"전기공학과 10학번 도경수입니다. 저는..."








교수님과 꽤 열심히 아이컨택을 한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교수님이 그 남자를 지목했다. 쭈뼛쭈뼛, 어리숙한 목소리로 10학번이라고 대답하는 목소리가 저 동그란 뒷통수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뭐, 무슨 학과이든 몇 학번이든 내가 상관할 건 아니다. 그냥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이렇게 기말이 다 되도록 내 시야에 들어오는 게 신기했다. 저 옆에 허여멀건한 사람도 마찬가지로...


어쨌거나 학기말이 다 되어서야 알게 된 저 남자의 학과와 학번이었다. 무의식적인 손길로 끄적끄적, 그걸 받아적고 있는 나도 절대 의도된 바가 아니다. 전기공학과, 10학번, 도경수, 라고 적고 있던 내 손을 알려준 건 내 옆에 앉은 박찬열이었다. 야, 너 뭐 적어? 하는 말에 내가 적은 내용을 보고 화들짝 놀란 건 솔직히 좀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나는 지우개를 들어 슥슥, 그 부분을 지워냈다. 나를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는 박찬열을 의식하며 조금 더 그 부분을 세게 문질렀다. 다 지워지면 안 되는데, 하는 묘한 생각이 두웅 떠올랐다. 박박 문질러내고 있는 손과는 정반대였다.








"후우... 밥 뭐 먹지-?"


"오늘 학식 뭐 나온다 그랬지?"


"묵사발.... 아니 무슨 영하 날씨에 묵사발이야? 속까지 얼어죽일라고 작정했나."


"...우동 먹고 싶었는데."


"가자, 우동 먹으러."


"....."








흔쾌히 우동을 먹으러 가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지우개를 내려놓았다. 무슨 우동 먹을까... 김치 우동? 유부 우동? 아니면....? 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눈은 전기공학과 10학번 도경수를 향해 있다. 이상하다, 사람 관찰하는 건 좋아하는데 뭘 외우는 건 잘 못하는 내가 1분만에 그의 학과와 학번, 이름까지 외워버리고 말았다. 나도 이상하게 느껴지는 내 자신에 눈을 가늘게 뜨며 멍해져버렸다. 옆에서 페이스북을 하던 박찬열은 '겁나 웃기다'며 웃긴 짤을 내게 보여줬지만, 묘한 기분을 느끼고 있는 나는 그런 것 따윈 안중에 없었다. 눈에 들어오는 건 웃긴 짤이 아니라 도경수의 뒷통수였다.








"야.. 안 웃기면 안 웃기다 하면 되지, 왜 정색하고 그래."


"...정색 안 했어."


"..그럼?"


"배고파서 그래. 언제 끝나냐, 이거..."


"......"








박찬열의 상심한 얼굴에 금방 화색이 돌았다. 단순한 놈, 그러니까 선배들이 널 놀려먹는 거야. 아무튼 나의 언제 끝나냐, 라는 말을 끝으로 교수님은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라는 말을 뱉으셨다. 수업이 끝났다는 게 공지되자마자 박찬열은 제 가방에 프린트와 필통을 쑤셔넣었다. 내 어깨를 툭툭 치며 야야, 빨리,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디 가서 먹지, 우동? 용우동 갈까? 밥 생각에 잔뜩 들뜬 박찬열을 뒤로하고 도경수라는 사람을 찾았다. 어디를 간 건지 원래 앉아있던 자리에는 없는데 그렇다고 일어서서 나가는 사람들 중에서도 그는 없었다. 벌써 나갔나.... 하는 생각으로 강의실을 두리번거리는데, 내 뒤에 선 박찬열 뒤로 내가 찾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먹을까? 어디 갈래?"


"학식이나 가지 뭐, 추운데."


"너는 무슨 학식에 보물 묻어놨냐? 하여튼 학식 좋아해요."


"어차피 동방 가야 되니까, 뭐."


"그럼 동방에서 용우동 시켜먹으면 되잖아, 새끼야."


"기다리기 귀찮아. "





















ㅎ... 여기까지 썼다눙...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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