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3관왕을 차지한 영화 ‘그린북’은 1962년 미국, 흑인과 백인이 엄격하게 분리돼 있는 사회적 모습을 비춘다. 주인공인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수 없고 연주장 내부 화장실도 이용할 수 없다. 백인들이 있는 술집에서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멤피스’(MEMPHIS)도 그런 시대상을 녹였다. ‘그린북’이 흑인 연주자 돈 셜리와 그의 운전기사인 백인 토니 발레롱가의 ‘우정’을 다룬 영화라면 뮤지컬 ‘멤피스’는 흑인 가수 펠리샤(정선아, 유리아, 손승연)와 백인 라디오 DJ 휴이(박강현, 고은성, 이창섭)의 ‘사랑’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1950년대 흑인과 백인이 분리된 미국 남부 도시 멤피스를 배경으로 영혼의 음악 ‘로큰롤’을 전파해 세상을 바꾸고픈 라디오 DJ 휴이와 뛰어난 재능으로 흑인 클럽에서 노래하는 가수 펠리샤의 꿈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흑인 클럽을 찾은 백인 청년 휴이는 그곳에서 노래하는 흑인 여성 펠리샤의 노래에 반한다. 그러나 펠리샤는 경찰이 오면 곤란해지니 백인들만 가는 클럽으로 가라며 휴이를 경계한다.
이후 펠리샤는 휴이에게 “물도 같은 식수대에서 마시고 밥도 같은 식당에서 먹고 영화도 같은 국장에서 보고 그래도 감옥에 안 가고 우리를 막는 게 하나도 없으면 그땐 결혼할 거야?”라고 묻는다. 휴이의 엄마 글래디스(최정원, 류수화)는 아들이 흑인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너 정신 나갔어? 우린 바르게 살아왔어. 우리와는 다른 사람이야”라는 말을 내뱉는다. 백화점에서 일하는 휴이가 레코드 매장에서 금지된 흑인 음악을 내보내자 레코드를 29장이나 판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해고였다. ‘격 떨어지는’ 흑인 음악을 틀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모습을 본 휴이는 라디오 방송국에 진입하고 멤피스 거리에 흑인 음악을 내보낸다. 휴이의 방송을 들은 십대들이 열광하자 방송국 사장 시몬스(이종문)는 그를 임시 고용한다.
Memphis Lives in Me', 'Someday', 'Love will stand when all else falls', 'Steal your rock and roll' 등 넘버들이 귀를 사로잡는다. 아직도 비투비 이창섭에게 아이돌 배우의 편견이 있다면 지우는 게 좋다. 익살스럽고 넉살맞은 캐릭터를 맞춤옷 입은 듯 소화한다. 실제 휴이가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생동감 있는 연기를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