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자 평 : 이 영화를 보려거든, 머리와 마음을 가볍게 비우고 가라. 기대했다간 질소 가득한 포카칩을 볼 터이니.
1년 전부터 강동원과 하정우 캐스팅에 윤종빈 감독으로 기대를 사로잡았던 군도가 드디어 개봉을 했다. 한껏 부푼 기대감에 들어갔다가 나올 땐 실망감만 가득했다. 영화가 잘 안뽑혔냐? 그건 아니다. 그렇다면 재미가 없냐? 그것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윤종빈 감독의, 하정우의, 강동원의 영화에서 그 '무언가'를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내가 생각했던 방향과는 다르게 흘러갔고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났다.
그렇다면 내가 그들에게서 원했던 '무언가'는 무엇이었을까. 일단 이 영화를 살펴보면 '딱 이정도' 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화려한 배우들로 도배된 화면에 첨가되는 세심한 연출력, 당시 배경을 그대로 옮겨놓은듯한 훌륭한 연출을 선보였다. 영화 곳곳에 나오는 지리산의 웅장함과 광할함도 잘 담아내었다. 그 사이에서 오돌오돌 대사를 하는 배우들 역시 나쁘지 않았다. 더군다나 액션 영화답게 그리고 윤종빈답게 액션의 수준 역시 눈요기에 제 격이였고, 하정우의 우직한 액션과 강동원의 화려한 액션이 어우러지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내가 기대했던 액션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영화의 허점은 이런 것들을 간과한 것에서 있다. 바로 영화 내에서의 조화이다. 이 영화의 스토리도 그리 복잡하지 않다. 양반과 탐관오리들의 백성 수탈이 극심해지고 백성들의 삶이 더욱 궁핍해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민란이 발생하던 시기, 지리산 추설 군도 집단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민란 이야기를 다루다보니 자연스레 나는 백성의 투지와 열정을 담는 영화가 될 줄 알았고 머리가 좋은 감독이기에 이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점은 그게 아닌 것 같았다. 매력적인 악역으로 강동원을 캐스팅한 것 까지, 아니 우아하고 화려한 액션의 칼춤을 보여주려 했던 것 까지는 이해하지만 결국 이 영화에서 초점을 맞춘건 이런 '보여주기'였다. 아까도 말했듯 사실 영화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웠다. 하정우의 민머리도 매력있게 다가왔고 배경 연출 및 인물 각각의 개성 역시 살아있었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요소들이 어떻게 녹아들었고 이런 요소를 버무려 무얼 관객들에게 전달하려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것 같다. 조윤(강동원 분)의 화려한 칼춤, 대나무 숲에서의 액션 활극, 도치(하정우 분)의 분노의 쌍칼 액션 모두가 눈을 재밌게 하였지만 결국 이 영화가 보여주려는게 조윤의 화려한 칼솜씨인가, 도치의 쌍칼솜씨인가 도통 알 수가 없다. 오히려 후반부 갈수록 조윤이라는 인물에 사연을 이입하면서 이 영화에 대한 초점은 더욱 흐려진다. 그런 액션들이 반복되자 몰입도는 떨어지게 되고 그러다보면 자칫 "쟤네 뭐해?"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제목이 '군도 : 민란의 시대' 인걸 보면 당시 민란이 성행하던 시기 분노한 백성들의 민란을 생생히 보여주고 백성이 분노하면 이렇게 된다 라는 어떠한 백성의 파워와 가슴 속에서 우러나오는 뜨거움을 기대했던 내게 이 영화는 너무 미지근하고 싱겁게 다가왔다. 더군다나 도치가 민란에 합류하게 된 이유는 백성을 이 궁핍에서 구해내겠다 라는 뜨거운 정의감보다는 개인적인 사사로운 감정에 치우쳐있었고 결국 공동체 속에서 나오는 민란의 파워는 이 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기대를 너무 많이 했던 터인가. 내가 윤종빈 감독에게 기대한 건 눈만 즐거운 보여주기식 영화가 아닌데. 이런 실망감이 있다. 그런데 아주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윤종빈 감독의 영화에서보면 항상 이런 느낌이 들었다. 영화를 계속 좋은 쪽으로 점진적 상향을 시켜놓고 이제 이 타이밍에 빵 터져야할 때 그 꽃봉우리를 터칠 힘이 항상 부족했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여기만 쪼금 더 거드렸다면 좋았을텐데 라는 2% 이상의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윤종빈 감독의 한계는 들어나고야 말았다. 아니 심지어 이 영화에서는 어느 부분에서 꽃봉우리를 터뜨릴 힘이 필요한지 조차도 알수가 없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윤종빈 감독이 시도하려 했던 부분은 모두 담겨 있는거 같다는 의견이다. 특히 연출 부분에서 꽤나 신경 쓴 것 같다. 그러나 서론에서 말했듯 그가 시도하려했던 요소들이 조화롭게 버무려있지 못하다. 윤종빈 감독의 고질적 단점이기도 하면서 이 영화를 굉장히 다운시키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 대한 내 별점은 6.5가 딱 적합한 것 같다. 혹평만 늘여놓다보니 아주 안좋은 영화처럼 보이지만 사실 윤종빈이 간과한 그 부분을 제외하곤 나머지 부분은 꽤 꼼꼼히 만들었다. 이 영화에 기대하지 않고 눈이 즐거운 영화를 기대한다면 내가 했던 평가와는 또 상반되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윤종빈 감독에게 기대했던 점, 이 영화에게서 기대했던 점과는 너무도 다른 영화였기에 꽤나 아쉬운 부분이 존재한다.
이 영화를 보려가거든, 마음을 좀 더 가볍게 하고, 기대하지마라. 기대했다간 당신은 질소 가득한 포카칩을 볼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