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울때면 자주 찾아 읽는 詩 [섬/오은]

섬/오은

눈감고 네 발 전체를 섬이라고 상상해 봐 이를테면 열도 같은 거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는 말은

 거짓이 되지 섬은 바로 네가 품고 있는 거니까 양말을 벗고 욕조 안으로 들어가 봐 물을 콸콸 틀어놓고 슬그머니 발을 밀어 넣는 거야 섬에 비가 내리니? 차가워서 흠칫 놀란 모양이구나 네 발이 파닥파닥 튀고 있잖니 걱정 마 네 섬에는 물고기들이 살고 있는 거니까

푸른 등을 가진 물고기들. 지금부터 일제히 솟구친다 알겠지?

그 섬에 가고 싶니? 굳이 누굴 찾아갈 필요는 없어 섬은 바로 네가 품고 있는 거니까 이제 네 손을 다리라고 상상해 봐
가만히 다가가 발을 고옥, 쥐는 거야 마른 손이 젖은 섬에 가는길, 열리고 있니? 내가 뭐랬니 푸른 이끼들이 힘줄을 타고

네 심장을 향해 달려오고 있잖아 너는 이렇게 푸르러. 푸르러, 푸르다구!

준비됐다면 눈을 떠도 좋아 자, 이제 건너갈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