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재 대학생이다.
학자금 대출로 인한 빚을 갖고 있고
언제 취업할지 모를 취업난을 겪고 있다.
통장은 마이너스 상태고 수중에 있는 돈이라곤
지갑에 들어 있는 천원짜리 달랑 두장에
5천원쯤 들어있는 카드가 전부였다.
그렇게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집으로 가고 있는데
웬 이상한 아저씨가 나를 노려보며 말을 걸었다.
"돈에 잡아먹히게 될 팔자구만. 그대로 계속 살면
평생 돈에 구속당하면서 거지꼴을 면치 못 할 거야."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나는 아저씨에게
날 아냐고 했지만 그 아저씨는 여전히 자기 말만 했다.
"팔자 바꿔줄테니까 거래를 할까?
내 말대로 하면 넌 돈이 나가는 팔자에서 돈이 들어오는
팔자가 돼.
방법은 매우 간단하지.
내가 니 몸에 깃든 신의 목소리를 듣고
넌 내가 들은 대로 하면 돼"
"저기요..아까부터 무슨 소리신지 전혀 모르겠거든요.
신이 어쩌고 하시는데 도를 믿으십니까 그런 거예요?
그런거라면 사람 잘못 보셨어요.
전 지금 그런 걸 믿을 여유도, 돈도 없으니까요."
"평생 돈 때문에 고통받고 돈돈 거리면서 사는데
정작 돈은 점점 빠져나가는게 노력이 부족해서일까?
사람마다 깃든 신이 있지.
헌데 너한테 깃든 신은 아주 고약해서 앞으로 널 괴롭히면 괴롭혔지, 널 편하게 두질 않을 거다.
잘 떠올려봐 지금껏 살아온 니 인생을."
지금껏 내 인생..?
늘 열심히 살고 누구보다 아끼며 살았다.
하지만 자꾸 예기치 못한 일들이 생기며 돈이 들어올만하면
두배로 나가고 그런 식이였다.
아버지의 사업실패, 엄마의 항암치료 등등
그때 조금 마음이 흔들렸던 걸까.
이상하단 걸 알고 쓸데없는 얘기란 걸 알았지만
결국 나는 묻고 말았다.
"그래서 제가 뭘 해야.."
"말했잖아. 니 재물신.
내가 내 능력으로 거래를 하면 넌 나와 거래를 하는거야.
대신 넌 나한테 더 큰 거를 줘야해.
그게 서로에게 좋은 일이거든."
"무슨 말인지 알아 듣게 얘기해줄래요?
지금 그쪽이 하는 말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까요."
아저씨는 손짓으로 자기쪽으로 오라고 했다.
나는 좀 불안했지만 별일이야 있을까 싶어 다가갔다.
그러자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이상한 소리를 냈다.
무슨 염불외듯한 소리였다.
"후..꽤나 악질을 데리고 다녔구만.
거래는 끝났어. 저 앞에가서 지금 가지고 있는 돈으로
복권을 사와. 지금 시간이 7시 56분.
마감이 8시니까 뛰어야겠지? 기회는 한번 뿐이야."
나는 뭐에 홀린 듯이 복권집로 뛰어갔고
아슬아슬하게 지갑에 든 돈 2천원으로 로또를 샀다.
"사왔어요. 이제 뭘하면 되는거죠?"
"뭘하긴 기다려야지.
가서 시원한 맥주나 사와봐.
신들은 음주가무를 아주 좋아하거든.
기운 받아야지."
나는 또 뭘 기대했는지 맥주 두캔을 사왔다.
이제 카드에 남은 돈은 달랑 몇 백원이 전부였다.
'하..이게 뭔 미친 짓인지..에휴 이거나 다 마시고
가야겠다..'
그렇게 의미없는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슬슬 시간이 됐구만.
자 확인해봐야지. 재물신이 장난질을 하진 않았을테니."
나는 아까 산 로또를 꺼내 폰으로 확인해보았다.
qr코드를 찍고나서 몇초후 나는 폰을 바닥에 떨구었다.
"술이 용케 통했나보군. 자 그럼 거래한대로 나한테
큰 거를 줘야지."
"네? 잠시만요..
어떻게 이런 일이..."
내 폰에 뜬 화면은 1등 1개, 5등 1개였다.
당첨자 수 8명 대충 세후 13억이였다.
5등은 알다시피 5천원이다
"막상 큰 돈이 들어오니 망설여지겠지.
헌데 지금 니가 큰 것을 취하면 너와 너의 가족들은 큰 화를 입게 될거고 넌 그 돈의 몇배의 고통을 겪게 될거다.
하지만 니가 지금 작은 것을 취하면 점점 너는 돈이 들어오는 팔자로 바뀌고 살아가는데 문제가 없겠지."
"아저씨가 큰 걸 가져가는게 이해가 안되잖아요.
그럼 아저씨만 좋은 건데."
"내가? 허허허..
젊은 사람이 머리 돌아가는게 이렇게 둔해서야 쯧쯧..
내가 큰 걸 가져가야 100일동안 니 재물신에게 굿을
지내고 노여움을 풀어드리지.
내가 그 돈을 다 가져가면 화를 입는건 네가 아니라 나겠지.
고로 그 돈의 대부분은 신에게 가고
내가 갖는건 극히 일부다.
물론 너보다야 많이 가져가겠지."
"제가 그걸 어떻게 믿죠?
그리고 제가 정말 앞으로 잘 된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마음대로 해. 어차피 선택은 너의 몫이니까.
날 어떻게 믿냐고? 허허허..
지금 이 상황은 믿어지는 상황인가보군.
선택해 어차피 인생은 니가 만들어가는거니까.
하지만 그 선택에 대한 댓가는 확실하게 나타날 거다.
건물을 사면 건물이 무너지고, 땅을 사면 그 땅이 꺼지고
차를 사면 사고가 나고 집을 사면 잿더미가 될 것이다."
"인생은 말이다.
우연이란 거짓에 속으면 안되는 거란다.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그래서 내가 무언가를 얻으려면 또 다를 무언가를
내놓을 수 있어야 화를 입지 않는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얘기는 여기까지다.
자, 만원이다. 이걸 가지고 큰 걸 내놓고 가든지.
그냥 이대로 가든지 선택하거라."
이 상황에 나라면?
우연이야.
그리고 신이란게 어딨어.
내 운으로 붙었을 뿐이야
13억이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이 돈이면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어.
조심히 쓰면 돼.
갑자기 누구를 만나서 로또를 사라해서 샀는데
1등이 되는게 우연이라고?
만약 우연이 아니라면?
진짜 지금까지 내 인생처럼 그게 내 팔자였다면?
그래. 원래 없던 돈이잖아.
괜히 찝찝하고 걱정하고 사느니 주고
팔자 바꼈다 생각하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