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수능]10~20대 6명 입시 거부 선언
"대학 입시가 친구를 경쟁상대로 만들어"
"선언으로 경쟁 사회에 실금이 나길 기대"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스스로 부끄럽지 않고자 대학 입시와 경쟁 사회를 거부합니다.”
경남 밀양에 사는 박경석(19)군은 올해 고3이지만,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4일 아침 수능 시험장으로 향하지 않았다. 박군은 이날 ‘대학 입학’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리는 동갑내기 친구들과는 다른 선택을 했다. 대학 입시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박군은 “(청소년들에게) 폭력과 차별을 내면화시키는 학교와 교육에 순응해 대학을 가는 게 부끄러울 것 같다”고 선언의 이유를 밝혔다.
◇“대학 입시가 폭력과 차별을 내면화”…1020대 6명 입시 거부 선언
55만명에 이르는 수능 수험생이 시험장으로 향한 날, 박군을 비롯해 수능 치르길 거부하는 청소년과 청년들이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 모였다. 이들은 대학입시 거부 선언을 하며 오로지 대학 입시만을 위한 우리 교육 현실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시민단체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 주최로 지난 2011년부터 매년 이어지고 있는 선언에 올해는 청소년과 청년 등 총 6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대학 입시 제도가 청소년들을 끝도 없는 경쟁에 몰아넣는다고 성토했다. 박군은 “대학은 어려운 사람들과 연대하지 못하게 만드는데다가 자기 자신만을 위해 지식과 학문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곳”이라며 “이런 대학에 보내기 위해 교육은 아주 어릴 때부터 친구들을 경쟁 상대로 인식하게 하고 폭력과 차별을 내면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이날 박군과 함께 대학입시를 거부한 해별(활동명18)양 역시 “학교에선 대학 가는 사람과 안 가는 사람, 좋은 대학 가는 사람과 안 좋은 대학 가는 사람을 분리하고 차별한다”며 “이런 환경 속에서 자라다 보니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나도 모르게 나보다 (성적) 등수가 위아래인지 구분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러한 입시 경쟁에 부당함을 느낀 해별양은 현재 경남의 일반 인문계열 고교에 다니고 있으나 내년 수능에 응시하지 않을 생각이다.
https://news.v.daum.net/v/201911141609018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