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배경의 장소가 경기도의 어느 저수지 그리고 한국인 작가가 작업
"아침에 일어나보니 마룬파이브 측에서 이메일이 와 있는 거예요. 미국과 시차가 있으니 밤중에 왔던 거죠. 너무 놀라서 믿기가 어려울 정도였어요."최근 종로의 카페에서 만난 이정 작가는 마룬파이브 측으로부터 콜라보레이션(협업) 제안을 받던 순간을 다시 떠올리면서 환하게 미소 지었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작년 말 밴드의 매니지먼트사가 예술 관련 사이트와 블로그를 통해 작가의 작품을 접하고 협업에 관심을 보였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 올해 봄 정식으로 재킷 작업을 제안했다."밴드 측이 저의 작업을 이미 잘 알고 좋아해 주셨어요. 작품의 분위기를 많이 좋아해 주셨죠. 어떻게 보면 '브이' 작업은 '무'(無)에서 시작하는 것이었는데, 다행히 전폭적인 신뢰가 있어서 전권을 위임받아서 작업을 할 수 있었죠."재킷 사진은 언뜻 보면 복잡한 컴퓨터 그래픽이 가미된 이미지 같지만 사실 작가의 고유한 개성과 오랜 끈기의 결과다. 장소 선정부터 '브이' 조형물 제작까지 모두 작가의 손이 닿았다.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장소는 경기도의 어느 저수지에요. 관광지와는 거리가 멀죠. 배경으로는 남들이 안 가는 장소를 택해요. 너무 눈에 익고 다듬어져 있으면 상상속 장소라는 느낌을 주기 어렵거든요. 버려진 땅을 좋아합니다."
"방류된 저수지에 나무와 풀이 올라오고 있었어요. 풀이 죽은 곳에서 다시 올라오고, 바로 옆에는 죽은 나무도 있었죠. '브이'는 굉장히 긍정적인 이미지니까 주변에 이런 것들이 있으면 유머러스하면서 풍부한 스토리를 표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마음에 그린 이미지를 운 좋게 찾은 것이죠."배경이 정해졌으니 주인공이 등장할 차례. 작품의 전면에 등장하는 '브이'는 네온으로 만든 것이다. 높이가 1.3m로 그가 직접 디자인했다. 처음에는 작게 만들었는데 어울리지 않아 확대했다고 한다. "네온은 습기가 있어야 잘 번져요. 그런데 계속 날씨가 맑았죠. 매일 시도했는데 다행히 거의 보름 만에 번졌어요. 사진을 모두 촬영하고 감개무량해서 혼자 감동받아 먼 산을 바라보며 울었죠.
"제 느낌에 마룬파이브 분들이 굉장히 쿨한 것 같아요. 좋고 싫고가 확실하더라고요. 결과적으로 작업이 끝나고 그쪽에서 'What aJourney!'(끝내주는 여행이었다)라고 해줘서 기분이 무척 좋았죠."작가는 "마치 범인이 범죄 현장에 다시 나타나듯 작업이 끝나면 다시 가본다.(웃음) 2주 뒤에 가보니 저수지가 풀로 덮여 있었고, 다시 2주 뒤에는 물에 잠겨 있었다"면서 "이제는 어디인지 알아도 사진의 풍경을 볼 수 없다. 그런 얘기를 해줬더니 밴드 측도 좋아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