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보위사령부 장교 출신 귀순자인 이철호씨가 자신의 탈출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동빈 기자"좋은 무기, 좋은 전차 있으면 뭐합니까? 자신의 잘못을 가리기 위해 상관에게 허위 보고하는 군대는 전쟁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4년 전 비무장지대(DMZ)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한 북한군 장교 출신 이철호(32)씨는 당시 우리 군이 이씨의 귀순을 조작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2008년 4월 27일 오후 12시 30분에서 1시 사이 우리 군 최전방 경계초소(GP) 200m 앞에서 권총 7발을 쏘고, 백기를 흔들었다. 우리 군 변압기 시설물이 보여 그쪽으로도 총을 쐈다고 한다.
이씨는 우리 군 철책에 '북한군 귀순 장병 누르면 안내원이 나옵니다' 라고 쓰인 빨간 벨을 발견하고 누르려 했으나, 약 2m 정도 높이에 달려 있어 누르지 못했다고 한다. 이씨는 "너무 높이 매달아놔 누구도 못 누르겠고, 이 벨을 누르려고 몸을 일으켰다가 등 뒤의 추적조에 발견되면 즉각 저격당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씨는 오후 3시쯤 우리 군 전방 소초(GOP)에서 DMZ로 나가는 입구인 '통문' 앞에서 "장병! 장병!"이라고 외친 뒤 낮게 엎드려 우리 군이 나오길 기다렸다.
이씨를 맞이한 하사는 "어떻게 오셨어요?" 하더니 "잠시 기다려달라"는 말을 남기고 10여분간 이씨를 GOP 앞에 방치해 놨다. 이후 완전무장한 병사들이 GOP 통문을 열고 2열 종대로 나와 이씨를 초소로 데려갔다고 한다. 하사와 소대장은 잠시 밖으로 나가 얘기를 나누더니 "잠깐 방탄조끼를 입고 같이 (GOP 밖에) 내려갔다 오자"며 이씨를 통문 근처로 데려갔다. 하사는 GOP에서 10여m 떨어진 곳을 가리키며 "저기서 백기를 흔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씨는 "잠복해 있을지도 모르는 북한 추적조가 나를 보면 그대로 사살할 게 두려워 '절대 못한다'고 버텼다"고 했다. 그러자 하사는 "그럼 당신은 저곳에서 백기를 흔들었고, 우리가 그걸 발견했다고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이씨는 "약 1시간30분 뒤 군 고위 관계자로 추정되는 장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고 했다. 이들은 이씨 앞에서 소대장과 하사에게 "잘했다"며 등을 두드렸다고 한다.
이씨는 그러나 "진상 조사를 위해 일주일 뒤 다시 현장을 찾았을 때 귀순 당시 GOP로 왔던 군 고위 관계자들이 굳은 표정으로 병사들을 다그치고 있었다"고 했다. 허위 보고한 것이 탄로 난 것이지만, 이씨에 따르면 대대장은 자기 보고가 맞다고 계속 주장했다. 이씨는 수행했던 기무사 요원에게 "왜 이렇게 허위 보고를 계속 하느냐. 우리 북한에서 대대장이 저렇게 허위 보고 하면 보위부 소속인 내가 계급장 떼고 집에 가라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고, 기무사 요원은 아무 말도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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