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과 김한빈이 사귀기 시작한 날로부터 내 생활은 지옥의 연속이었다. 친구의 여자라고, 이건 말도 안된다고 그만하려고 노력해봐도, 나 구준회의 중심은 000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일매일을 힘들게 버텨왔다. 그 둘이 눈앞에서 애정행각을 하면 눈을 감았고, 사랑고백을 하면 음악을 들었다. 매일 밤마다 달을 보며 물었다. 나는 왜 너의 사랑을 받을 수 없는 지, 어째서 내가 아닌 김한빈인 건지.. 자존감이 센 내가 차라리 김한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나는 000을 좋아했다. 그러나 나는 이런 나의 마음을 누구에게도 들켜서는 안됐다. 그렇게 되면 000과는 친구라는 이름으로도 곁에 있지 못하니까 그런 나의 마음을 김한빈이 알아버렸다. 고개를 들 면목이 없었다.. 그녀를 좋아한 내 잘못이니까. 그 당시엔 김한빈이 비꼬듯이 말했지만, 나는 알았다. 그는 내가 000을 좋아해서 화가 난게 아니라, 그저 친구인 자신에게 까지 털어 놓지 않은 비밀이 있다는 것과, 친구로써 아무 조언도 해줄 수 없다는 자신에게 화가났다는 것을. 김한빈은 누구를 미워 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더욱 싫었다. 그 날 이후로 화난 눈빛 속으로 동정을 보내는 그에게 그동안 숱하게 느껴왔던 좌절감보다 더한 모멸감 마저 들었으니. 〈8.이유> -준회야.. 정말 네가 그런거야..? 아니지? 아니잖아.. 너 그럴 애 아니잖아..! -…… -왜 대답못해. 아니잖아, 아니라고 하면되잖아!
-하.. 웃기지도 않은 이 상황에 헛웃음이 나왔다. 방금 00이가 한 말은 김한빈에게 내 마음을 들킨 후 들은 말과 토씨하나 다르지 않았으니까. -왜 그랬어! 대체 왜 그랬어!! 잘못도 없는 한빈이 왜 그렇게 만들었어!
-너가 너무 좋아서 그랬어! 미치겠으니까. 하루라도 못 보면 미칠것 같고, 네 옆에 김한빈이 아닌 내가 있고 싶었어! 그래서 그랬어.. -너 정말...... 나를 원망하며 끝내 참고있던 울음을 터트리는 00이의 모습에 소름이 끼쳐왔다. 마지막으로 김한빈을 만났을 때도, 트럭으로 김한빈을 치면서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도, 곧장 그 자리에서 도망쳐 00의 집 차고에 트럭을 숨겼을 때도, 그 후로 00에게 위로를 건넬 때 조차 나는 소름이 끼친적이 없었다. 죄책감? 물론 느꼈다. 수면제를 먹지않으면 잠에 들 수 도 없었고, 겨우 진정하고 수면제를 먹어 잠에 들면 김한빈이 보였다. 나한테 왜 그랬냐고 화를 내는 모습도 아니었고, 나를 보며 울고 있는 모습도 아니었다. 그저, 나에게 희미하게 웃으며 00이를 부탁한다고 했다. 김한빈은 밑도 끝도 없이 착한 새끼였다. 끝까지 재수 없는 새끼.. 00이가 아이처럼 엉엉 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 동안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하나 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럴려고 한게 아닌데.. 000을 울리려고 한 일이 아닌데.. 내 욕심으로 인해서 너무 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아버렸다. 소중한 친구를 잃었고, 소중한 사랑을 잃었다. 김한빈은 사고를 당하기 하루 전에 내게 이런말을 했었다.
-내가 미안해...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아무래도 난 너를 미워하지 못하겠다.. 지금 내 앞의 000은 내게 이렇게 말한다. -내가 미안해... 너의 마음을 일찍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근데 준회야 난 네가 밉다.. 끝까지 000과 김한빈은 나를 무너지게 만들었다.
*
준회가 한빈이를 죽인 이유는 00이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준회가 한빈이에게 마음을 들킨 이후로 한빈이가 자신을 안쓰럽게 쳐다보는게 싫었던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겠네요. 글 속에서의 준회는 누구보다도 자존감이 강하니까요. 이번편은 특별하게 준회시점으로 써 보았습니다! 중간에 이해가 가지 않으시는 부분과 궁금하신 부분은 댓글로 써주시면 제가 댓글을 달아드리겠습니다! 이제 이야기의 마지막이 얼마남지 않은 것 같아요. 다음편 아니면 다다음편이 마지막일 것 같습니다. 다음편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 암호닉 신청 해주신 분들! 신알신 해주시는 분들! 정성스레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모두 모두 감사드립니다. 암호닉은 항상 받고, 비회원들도 받고 있습니다! 암호닉은 가장 최신글에 신청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나 어디든 달아주셔도 귀신같이 찾아내겠습니다!
암호닉
정주행 님 떡볶이 님 봉봉 님 수박 님 빈환성애자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