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 앉아 통곡을 하고있는 나에게 다가오지도 못하는 준회가 느껴졌다. 이렇게 울고있으면 언제나 나를 달래줬었던 준회인데.. 지금 그는 충격을 받은 것 처럼 눈도 깜빡이지 못했다. 대체 무엇이 그리 충격이었을까 내가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 아니면 한빈이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가. 후자라 치면 나는 그가 더욱 미안해 했으면 좋겠다. 〈9.사진> 한빈이를 그렇게 만든 사람을 만나기를 굉장히 벼르고 있던 나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그 사람이 내 눈 앞에 있음에도 나는 손끝하나 어찌하지 못하였다. 아마도 준회였기에 아무반응도 못한것일 거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아마 그를 당장 죽이려 들었겠지. 다리가 풀려 길바닥에 멍하니 그대로 앉아있는데, 바지 주머니 속으로 느껴지는 휴대폰의 진동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예, 김한빈씨 사건 조사하는 형사입니다. 00씨 맞으십니까? -네 맞아요… 그런데 왜... -지금 목격자라고 나타나신 분이 계시거든요. 만나주실건가요? -…… 귀로 들리는 목격자 소식에 예전같았으면 버선발로 뛰어갔을 나였겠지만, 지금의 나는… -아니요, 저 수사 그만 두겠습니다. 준회와 눈을 마주치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니..아니 왜 갑자기..! -한빈이가 많이 힘든가봐요. 꿈에 나와서 그만 하자고 하더라고요. 자기를 잊어달라고.. 그래서, 그만 둘게요. 수사. 나와 눈을 맞춘 준회는 처음엔 눈이 그렁그렁해지더니, 이윽고 한방울 두방울. 결국에는 아이처럼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미안해... 내가 미안해… 정말 미안해…… 차마 준회의 말에 대답은 하지못한채 그를 빤히 쳐다보다가, 뒤를 돌아 힘없이 한빈이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준회가 미안함에 내이름을 부르며 울부짖어도 절대 돌아보지 않았다. 그것이 내가 준회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용서였다. 그렇게 도착한 한빈이의 유골함이 들어있는 납골당 안, 너의 납골당 상자안에는 행복했을 시절, 우리 셋이 놀이공원에 놀러가서 찍은 사진이 들어있었다. -한빈아… 내가 대신 준회 용서해줬어… 너가 많이 아팠던 만큼 준회도 많이 아팠을것 같아서.. 같이 찍은 사진에는 서로 이렇게나 예쁘게 웃고 있는데 지금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199_1022~20141022 한빈이의 유골함에 적힌 출생일과 사망일을 보는 순간 참았던 눈물이 흘렀다. 태어난 날에 사망을 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 임에도 불구하고 너는 참 빨리 꽃을 지었다.
-야야 너도 와서 같이 찍어!
-아 됐어. 너네 찍어줄게 -그래! 준회야 같이 찍어야지! 남는건 사진밖에 없다잖아~ -아.. 잠깐만. -와.. 구준회, 내가 말할때는 들은 척도 안하더니 00이가 말하니까 바로 오는거 봐! 준회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카메라를 부탁한 뒤 한빈과 00을 향해 뛰어갔다. 심야에 화려하게 빛이나는 놀이공원 성을 등지고 한빈과 00, 준회는 그렇게 사진을 찍었다. 폴라로이드를 통해 예쁘게 나온 사진을 셋이서 옹기종기 모여 보고있었다.
-아 구준회 온갖 멋진척은 혼자 다했어! -원래 사진찍을 때는 이렇게 하는거야. 그리고 너네 사진에서는 커플티좀 안내면 안돼냐? -커플인데 어떻게 커플티를 안내냐!
-어후, 솔로 서러워서 어디 살겠나..
*
마지막은 우리 거난형의 취저짤로ㅎㅎ! 드디어 (L)Over가 막을 내렸습니다! 결말이 마음에 안드시는 분들도 계실것 같은 예감이 들지만 이 이상으로는 머리가 굴려지지 않더라고요...... 마지막 화의 부제가 '사진'인데 첫 화의 부제도 '사진'이라는 것을 알고 계시나요? 같은 단어로 출발해서 끝맺음을 하는 동시에 다른 느낌을 주고싶었습니다! 첫 화의 '사진'은 한빈이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 이라면, 마지막 화의 '사진'은 과거의 행복했던 한때를 그리워하는 것으로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혹시나 적은 양과 열린 결말에 기분 상하신 독자님들은 안계시겠죠...? 그럴거라 믿고 차기작으로는 무엇을 가져와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 글처럼 무거운 글은 더 이상 못할것 같아여.........★ 차기작에 대한 내용은 독방에서 투표를 할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 (L)Over를 읽어주신 독자여러분 감사합니다. 암호닉 신청 해주신 분들! 신알신 해주시는 분들! 정성스레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모두 모두 감사드립니다. 혹시 차기작에도 암호닉을 이어가고 싶으신 분은 댓글로 적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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