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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폰이 없기 때문에 11시에 영화관 입구에서 만나자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형은 오지 않았다.

벌써 11시 40분을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근처에 카페라도 있다면 그 카페에서 기다릴테지만 카페도 없었다.

기다리는 데 왜 이리 갑자기 서러워지는지. 마치 바람 맞은 여자처럼.

 

 

12시. 딱 12시까지만 기다리고 집에 가야지.

무릎을 접고 앉아 다리를 콩콩 두드렸다.

형은 정말 오긴 오는걸까.

 

 

 

한참 뒤에 핸드폰을 보니 12시를 넘겼다.

아, 오늘 안 되나보다. 그냥 가야겠네.

 

 

자리에서 일어나니 다리가 욱씬욱씬하다.

 

 

 

"종대야!"

 

 

 

엉덩이를 털고 가려는데 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니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형이 급하게 뛰어오고 있었다.

 

 

 

 

"형!"

 

 

 

"미안, 해요. 많이 기, 다렸죠? 이를 어쩌지... 흐어... 1시간이나 넘겼네요. 괜, 찮아요, 첸? 정, 말 미안해요."

 

 

 

형은 헉헉거리면서도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나는 형이 이제라도 온 게 좋아서 형을 가만히 안아주었다.

 

 

 

"괜찮아요, 형! 그래도 와 줬잖아요!"

 

 

 

내 말에 형에게서 웃는 소리가 들리더니 형도 나를 가만히 안아주었다.

진짜 급하게 뛰어왔나봐. 심장 뛰는 소리가 엄청 급하게, 크게 들려.

나때문에 급하게 와줬구나. 힘든데 와줬구나. 고마워.

 

 

 

"가요, 들어가요. 영화, 봐야죠."

 

 

 

어느정도 진정했는지 형이 내 손을 잡고 영화관으로 들어갔다.

아, 그냥 그대로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영화 안 봐도 되니까 방금처럼 가만히 안고 있으면 안 되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사람 시선 다 상관없으니까. 방금처럼만...

 

 

 

 

 

 

"영화 재밌네요."

 

 

영화를 다 보고 나오니 벌써 시간이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음, 네. 재밌었어요. 그런데 너무 늦었네요. 미안해요, 종대. 나때문에 너무 늦었네..."

 

 

"괜찮아요, 형."

 

 

"바래다 줄게요."

 

 

"아이, 안 그래도 되요."

 

 

우리는 마치 연인처럼 투닥거렸다.

바래다줄게, 괜찮아, 위험해, 괜찮아.

행복했다.

 

 

 

"음.. 그러면 저~어기 까지만 바래다 줄게요. 어때요?"

 

 

"좋아요."

 

 

 

결국 중간정도까지만 바래다 주기로 합의를 보고 형과 걷기 시작했다.

아, 꼭 데이트하는 거 같네, 이러니까.

 

 

"이러니까 꼭 데이트하는 거 같아요."

 

 

"헙."

 

 

내 생각을 그대로 말하자 나는 몰라 소리를 냈고 형은 그 소리에 웃었다.

종대도 그 생각 했어요?

나는 그 말에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왜 이리 어색하지.

그리고 왜 이렇게 화끈하지.

 

 

걷는 내내 왜 이리 속이 복잡한지.

마치, 짝사랑하는 사람과 길을 걷는 어린 소녀처럼.

 

 

게다가 형이 말한 지점까지 다 오자 왠지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그냥 집까지 바래다 달라고 할걸.

괜히 뻐팅겼네. 정말, 아쉽다.

 

 

 

"종대야, 오늘 정말 재밌었어요."

 

 

"저도요, 형. 잘 가요."

 

 

그리고 형은 손을 흔들어주며 뒤돌아섰다.

나는 한참동안 형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나역시 뒤돌아섰다.

 

 

 

"아, 맞다, 종대야!"

 

아쉬운 마음에 한숨쉬며 터벅터벅걸어가고 있는데 형이 갑자기 날 불러세웠다.

뒤를 돌아보니 형이 어느새 내 근처로 와서 나를 꼭 안아주고 이마에 키스를 하며 말했다.

 

 

 

"굿 나잇. 종대."

 

 

 

그리고 형은 후다닥 뒤돌아 뛰었고 나는 멍하니 형을 쳐다보았다.

어... 뭐지?

 

나는 가만히 이마를 만졌다.

다른 녀석들이 하면 화내고 난리도 아닌데, 사람이 그저 씽이 형이 했을 뿐인데 왜 이리 떨리지.

 

아, 설마.

내가 좋아하나.

형을?

 

 

 

 

ㅇㅇ, 좋아함

11개월만의 재연재

근데 노잼이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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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머...머죠? 레이... 직업이 먼가요?
왜 이리 사람 맘 설레이게~~ ㄱㄱㅑ~~>♡<
첸~~ 좋아하는구나~~^^

9년 전
레윤
이렇게 쌍방향으로 시작되고...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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