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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이는 내 옆자리에 앉는다. 항상 내 짝꿍이었다.
오해받기 싫다던 녀석은 언제나 내 친구들까지 밀어내며 옆자리에 꾸역꾸역 앉는다.
그러곤, 내가 가장 편한 짝지라고 환히 웃어 보이며 답한다.
하지만 우리가 나누는 대화라곤 고작 기본적인 대화들뿐.
예를 들면 시간표라든지, 태형이가 기분이 좋을 땐 급식 메뉴. 혹은 수행평가.
정말 괜찮을 땐 사소한 이야기들 조금.
길게 말하진 않는다. 나도 그렇고, 태형이도.
왜냐하면, 태형이가 싫어하니까. 연애하는 게 들킬까 봐, 짜증 나서. 뭐 그런 이유로.
"그만 좀 쳐다보면 안돼냐?"
"싫어."
"너 때문에 집중이 안 되잖아."
언젠 집중하신 적 있나 봐요. 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고개를 돌린다.
옆에서 좋지 못한 비속어가 나지막히 들려온다. 굳이 귀를 막진 않는다. 밉보이기 싫어. 차라리 저렇게라도 바로 푸는 것이 더 좋은 편이다.
쿡쿡, 어딘가를 찔러오는 듯한 느낌이 온몸을 지배한다. 답답한 마음은 덤.
언제나 무거운 마음을 지고 있는 건, 정신적으로 큰 피해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짐을 내려놓지 못하는 건 내 미련, 업보, 간단히 말하면 욕심.
백일 참으면, 하루라도 돌아봐 줄까 하는 헛된 기대감.
"나 오늘 약속 있어."
"그런 거 일일이 보고 안 해도 돼."
"보고가 아니고, 어지간하면 찾아오지 말란 얘기야."
잘 알아들었을 거라 생각한다. 나 오늘 늦게까지 밖에 있을 거야. 저녁도 뺄 거고.
나도 모르게 하얗게 질리도록 꽉 쥔 주먹을 급하게 책상 밑으로 숨겨 넣었다.
저녁 빼는 것처럼, 내 마음에서 발도 좀 빼줄래.
사람 애간장 타게 발만 담그고 있지 말고.
이왕이면 여기서 잠겨 죽었으면 좋겠는데.
"찾아가면 어떻게 할 건데?"
나는 멍청한 질문을 의미 없이 던졌다. 어떤 대답이 돌아오는지는 내가 제일 잘 안다.
나만큼 김태형 아는 사람도 더 없을텐데. 좀 알아주지.
그리고 김태형은 대답하지 않고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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