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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김태형] 불편한 날 03 | 인스티즈 

 

 

  

불편한 날 

 

03 

 

 

 

 

  

 

 

  

 

 

 

W. 이규

 

 

 

 

 

  작년을 떠올리니 속이 울렁거렸다. 자퇴서를 가져오긴 했지만 간간이 학교는 나갔다. 섣불리 자퇴를 하기엔 내 미래가 걱정돼서 였기 때문이다. 자퇴서를 가지고 온 후에 학교에 갔을 땐 전정국은 내게 그렇게 모진 말을 듣고도 날 걱정하는 말을 했다. 그래 애초에 정국과 엮이지만 않으면 그래도 조용하게 지낼 수 있으니까. 정국에게 더 상처를 줬다.  

 

 ‘ 앞으로 절대. 나한테 말 걸지 마 아는 척도 하지 마. ‘ 

‘ 아니 왜 그러는데 대체!!! ‘ 

‘ 이유 없어 그냥 싫어 니가. ‘ 

‘ 납득할 수 있게 말해. ‘ 

 

 

 

심호흡을 했다. 

 

 

 

‘ 너 때문에 나 괴롭힘당했던 거 알아? ‘ 

‘ ... 뭐? ‘ 

‘ 니가 본 멍들, 다 너 때문에 생긴 거야. ‘ 

‘ 대체 누가, ‘ 

‘ 누가 그랬는지 찾으려고도 하지 마 니가 날 감싸줄수록 나만 아프니까. 그러니까 더 이상 나한테 오지 마. 네가 싫다고 하면 내가 학교를 그만 둘 거니까. ‘ 

 

 

 

 예쁜 표정만 짓던 정국의 얼굴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화가 나있는듯했다. 정국은 내 말대로 그 이후에 나에게 말을 걸거나 사탕을 주는 일이 없었고, 그 아이들도 날 더 이상 괴롭히지 않았다. 조용했다. 정국으로 인해 색채를 띠던 내 마음은 다시 무채색. 회색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3학년이 되었고 정국과는 다시 같은 반이 되었다. 이기적인 마음이 들었다. 내가 정국에게 모진 말을 하긴 했지만 서운하게도 그는 정말 나를 없는 사람으로 대했다. 그런 마음이 들기 시작할 때 부터 나도 모르게 입안에서 쓴맛이 감돌았다. 그래서 정국이 자주 주던 사탕 같은 것들을 사곤 했다. 그 이후 학교에 착실히 가지 않았다. 그래서인가 정국은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왔다. 마지막으로 보낸 문자의 날짜는 작년을 표시하고 있었다. 

 

 

  

-문자 정도는 괜찮지? 

-아파서 안 오는 거야? 네가 싫어할까 봐 고민 많이 했는데 걱정돼서 보내봐 

 

 

 

뱃속이 간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솔직히 말해 정말 기뻤다. 몇 번이고 그가 보낸 메시지를 읽었다. 답장은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그럴 염치가 없기 때문이다. 기분은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 돈 나는 문자를 삭제했다. 나는 간간이 학교에 갔다가 며칠 나가지 않고를 반복했고 그럴 때마다 정국은 걱정 섞인 메시지를 보내왔다.  

 

  

 

-뭐해 

-다음 주는 학교 나올 거지?

-답장 좀 해주라 진짜 너무하네 

-김탄소 

-이거 보면 꼭 답장해줘 

 

 

 

늦은 오후 일어나자마자 확인한 정국의 메시지였다. 이기적이게도 나는 그의 연락을 기다렸다. 여름방학을 3일 정도 남긴 시점에서 난 또 학교에 가지 않았다. 책상 서랍 안에 넣어둔 꾸깃거리는 흰 종이를 꺼냈다. 자퇴서였다. 그 꾸깃거림이 내 고민의 정도를 나타냈다. 검은색 볼펜을 들어 서명을 했다. 입안이 너무나도 써서 사탕 두어 개를 까서 입안에 가득 넣었다. 눈물이 났다. 방학식 때 나는 학교에 갔고 방학식 끝나자마자 자퇴서를 내곤 선생님께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는 급하게 정국을 찾았다. 아직 교실에 남아있는 정국에 안심했다. 갑자기 목이 시큰하니 메어왔다. 나지막이 불렀다. 

 

 

 

“ 전정국. “ 

“ ... 응. “ 

“ 방학 잘 보내. 아프지 말고. “ 

“ 고마워 너도 잘 보내. “

“ 응 안녕. “ 

 

 

 

마지막으로 그의 얼굴을 눈에 가득 담고 열심히 기억하려고 했다. 인사를 하고 뒤를 돌아가려는데 2학기 때 보자는 그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빠르게 교실을 빠져나왔다. 참았던 눈물은 마지막으로 열심히 담은 그의 모습을 끊임없이 떠올리며 흘렸다. 안녕 전정국.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여름 중반의 열기는 정말이지 뜨거웠다. 장마의 영향인가 하늘은 곧 비라도 쏟아낼 듯 시커멓게 먹구름이 잔뜩 껴있었다. 방학이라는 사실은 나에게 즐겁지 않았고, 이 습하고 불편한 날씨는 내 마음을 더 불편하게 했다. 

 

 

 

  

 

 

 

 

 

 

 

 

 

퉁퉁 부은 눈을 하고 감기에 좋다는 차와 약을 사들고 내가 찾은 곳은 민윤기의 작업실이었다. 김태형은 며칠 전 나대신 비를 맞아 아픈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그거에 대한 보답을 해야 할 것 같아서였다. 윤기는 내 얼굴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며 나를 들어오라고 했다. 들어가니 김태형이 컵라면을 홀짝거리고 있었고, 내가 들어온 걸 본 그는 내 부운 눈을 보고는 손에 있던걸 내려놓고 나에게 다가왔다. 

 

 

 

“ 뭐야 왜 그래? “ 

“ ...... “ 

“ 야... 설마 또 맞았어? “ 

“ 그런 거 아니야. “ 

 

 

 

 나는 김태형의 말에 또다시 눈물이 차올랐다. 정말 많이 아팠는지 반쯤 나간 목소리를 냈다. 윤기와 태형은 서로 눈치를 보며 어쩔 줄 몰라 했다. 태형의 입술은 부르터서 거칠거칠하게 보였다. 

 

 

 

“ 왜 왔어 여기. “ 

“ 너 약 주려고. “ 

 

 

 

 내가 쥐여준 묵직한 봉지를 받아 들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다시 한 번 더 입을 열었다. 나 자퇴서 내고 왔어. 뭐라고? 당황스러운듯한 대답이 들렸다. 윤기는 말없이 내 어깨를 두어 번 두들기고는 둘이 이야기 하라며 나가려고 했다. 나는 그를 잡았다.  

 

 

  

“ 괜찮아요. 저 지금 갈 거예요. “ 

“ ...... “ 

“ 작업하느라 바쁘실 텐데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해요. “ 

 

 

 

 윤기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태형에게는 작게 갈게.라고 말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고 보니 김태형의 첫인상은 최악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아픈 걸 걱정하는 내 꼴이 우스웠다. 비는 갑자기 쏟아졌다. 기분이 나빠질 찰나에 뒤에서 김태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 윤기형이 너 데려다주래. “ 

“ 뭐 하러. “ 

“ 비 오잖아 그냥 맞으면서 가게? “ 

“ 너 아프잖아 그냥 지나가다 우산 하나 할게. 그러니까 그냥 들어가. “ 

“ 다 나았어. “ 

 

 

 

다 나았다는 건 누가 들어도 거짓말이었다. 푸석해진 얼굴과 입술. 갈라진 목소리에 헛웃음이 나왔다. 내 말은 무시한 채 우산을 펼쳐 쓰고는 나를 바라봤다. 집 가면서 얘기해줘 어쩌다 그런 결정을 했는지. 나는 태형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러곤 우산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의 침묵이 이어졌다. 길 군데군데 고여있는 물웅덩이에 운동화 가장자리는 젖었고 양말까지도 축축했다. 나는 입을 열었다. 

 

 

 

“ 내가 말한 친구 있지? 전정국이라고. “ 

“ 응. 걔랑 친하게 지내서 다른 애들이 질투해서 그런 일 겪었잖아 너. “ 

“ 응. 난 걔가 참 좋아. 눈이 반짝이는 것도 좋고, 사탕을 물고 있어서 걔 주변에서 달콤한 냄새가 나는 것도 좋고, 콧노래 흥얼거리는 것도 좋아. “ 

“ ... 그래서 걔한테 마지막으로 고백하고 온 거야? “ 

 

 


 고개를 저었다. 이성적으로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친구라는 걸 알게 해준 아이라서 좋아. 태형은 고개만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그리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점도 정말 좋아. “ 

 

 

 

태형은 멈칫했다. 나도 발걸음을 멈춰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아무것도 아니라며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어 보였다. 태형은 곧이어 그래서?라고 대답을 했고 나는 

 

  

“ ... 그래서 힘들어. 또 괴롭힘당하지 않으려면 그 애한테서 멀어져야 하는데 내 마음이 힘들어 많이. “ 

“ ...... “ 

“ 어차피 공부에도 소질 없고... 조금만 더 버티면 졸업인데 아깝다는 생각도 드는데 그냥 눈에 안 보여야 내가 빨리 걔를 잊을 것 같거든. “ 

“ ...좋아하는 거잖아, 그거. “ 

 

 

  

어깨를 으쓱- 들어 보였다. 말하고 나니까 뒤늦게 얼굴에 열감이 느껴졌다. 내가 무슨 얘기를 한 거지. 김태형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도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정국이 좋은 점을 태형에게 고백했다. 침을 삼킬 때다 이물감이 드는듯했다. 정국아 어쩌면 난, 너를 정말 

 

 

  

“ 조심히 들어가 데려다줘서 고마워. “ 

“ ...... “ 

“ 그리고 내 얘기 들어줘서 고마, “ 

“ 나 간다. 당분간 보지 말자. “ 



 

 태형은 뒤를 돌아 나에게 통보를 하고 발걸음을 뗐다. 평소와 다른 목소리였다. 화가 나 보였다. 처음 느끼는 그의 감정 표현에 매우 당황한 상태이다. 그의 오른쪽 어깨는 잔뜩 젖어있었다. 젖은 양말 때문인지 몹시 불편했다. 짜증이 났다. 정말이지 김태형은 알 수가 없어서 나는 짜증이었다. 아, 깨달았다. 아마 이 불편함은 태형의 마지막 말에서 느끼는 것 같았다. 그는 자주 일방적으로 인사를 통보했다. 보지 말자는 마지막 말과 젖지 않은 내 어깨에 비한 반면 잔뜩 젖은 그의 오른쪽 어깨에 구역질이 났다. 그 괴리감에서 생긴 내 마음의 불편함은 김태형을 떠올리면 느끼게 되었다. 그를 잡지 않았다.  

 

 

  

“ 아 김태형 재수 없어 진짜. “ 

 

 

 

집에 들어왔다. 현관 바닥에 얼룩진 흙 자국을 발로 거칠게 비볐다. 나는 김태형을 떠올렸다. 불편하고 어딘가 꽉 막힌 듯이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 처음 만난 그날에도 불편함을 느꼈다. 아, 그때 그는 나를 조롱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 미소가 조금은 역겨웠다. 그 이후로는 어땠더라? 제멋대로 불쑥불쑥 나타나고, 기다리라고 했으면서 나오지도 않아 날 기다리게 했다. 같이 있을 때에는 갑작스럽게 자리를 뜨며 떠난다. 정말이지 알 수가 없는 아이라 그와의 만남을 불편하게 생각했다. 머리 손질에 잘 신경 쓰지 않는 건지 긴 앞머리는 태형의 눈을 가려 그의 감정조차 읽을 수도 없었다. 누가 친구냐고 물어보면 친구라고 말할 수 있나? 김태형과 나의 관계를 정의할 수 없었다. 뭐 하나 정확히 정의된 것이 없어 김태형은 불편했다. 그리고 그는 진심을 이야기한 적이 없다. 나에게 솔직한 적이 있었을까. 그의 속을 알 수 없는 모습도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 불편함 조차도 이유를 정의할 수 없었다. 김태형은 의문 그 자체였다. 다 젖은 양말을 벗어 아무렇게나 던져놓았다. 조금은 편해진 것 같기도 하고. 왜 그는 기분이 나빴을까. 고민하던 중 메시지가 왔다. 자퇴서를 내기 전 알바 구 인사이트에서 찾아본 편의점에 지원했는데 그에 대한 결과를 받았다. 내일 12까지 방문하라는 내용이었다. 네 감사합니다. 답장을 보내곤 쓰러지듯 누웠다. 나도 참 모순적인 게 김태형이 그렇게 불편하다고 생각해놓고는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다 해버리곤 한다. 너무 다 털어놔서 부담이 되어 그런 것일까.  

 

 

 

‘나 간다. 당분간 보지 말자. ‘ 

 

 

 

먹먹해졌다. 앞으로는 태형의 앞에서 내 속내를 드러내지 않기로 다짐했다. 

 

 

 

 

 

 

 

 

 

 

 



집에서 그나마 가까운 곳에 있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일에 관한 것들을 교육받았다. 하필 오늘도 비가 와서 편의점 바닥은 자주 더러워졌고 나는 그만큼 바닥을 닦아야 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서 나름 재미를 느꼈다. 그렇게 약 이주 정도가 지났다. 이 일이 몸에 익어 갈 즘 김태형이 괘씸해졌다. 정말 그의 말대로 당분간 마주치지 않았다. 담배 위치랑 이름이나 외워야겠다. 아 비어있는 것도 채워야겠네. 쭈그리고 앉아 담배 한 보루를 찾았다. 딸랑- 하는 소리와 함께 

 

 

 

“ 에쎄 체인지 하나 주세요. “ 

 

 

 

급하게 일어나 허둥지둥 네라고 대답하려는 순간 내 몸은 굳어버렸다. 이미 내 코끝에선 시원하면서도 무거운 비 냄새가 맴돌았다. 

 

 

 

“ ... 김태형 너 담배 피워? “ 

“ 에쎄 체인지 하나. “ 

 

 

 

그는 내가 있어서 잠시 당황한 듯 보였으나 이내 다시 입을 열어 내게 말했다. 기분이 너무 나빴다. 이 상황도 너무나도 불편했다.  

 

 

  

“ 너 지금 장난해? “ “ 아니? 됐으니까 빨리 줘. “ 

“ 너 미성년자야. “ 

“ 알아. “ 

 

 

 

기가 찼다. 그렇게 의문투성이던 김태형에 대해 알고 싶지 않은 것을 알아버렸다. 그는 거칠게 머리를 털어냈다. 그러곤 한숨을 쉬었다. 그 한숨에 내 마음의 무게는 더해졌다. 그는 날 몇 초간 바라보더니 잡을 틈도 안 주고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문이 닫히며 딸랑거리는 방울소리가 거슬렸다. 항상 나에게 뒷모습만 보이는 그에 대한 미움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 

 

 

 

 

 

 

 

 

 

 

 

 

 

다음편은 태형이의 시점과 이야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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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안녕하세요 작가님~어제 신알신이 울렸지만 제대로 못 봐서 오늘 다시 보는데 오늘 왠지 너무 찌통이네요 허허 여주가 큰 결심을 했군요 두 남자와 한 여자의 감정선이 복잡하기만 하네요 이번 편도 너무 재미있게 순식간에 읽어버렸어요 너무 재미있어요 ㅎㅎ태형이가 여주에게 느끼는 그 복잡하고도 답답한 감정은 무엇일까요 우리 태형이 마냥 순수하기만한 영혼 그 자체인데 언젠가는 여주에게도 불편하지 않는 태형이가 되기를 바라요 오늘도 너무 재미있었어요~ 다음 화 기대합니다^^
4년 전
수화향
독자님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ㅠㅠㅠ (_ _) 꾸벅 인사!!!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연재하겠습니다 독자님 댓글에 오히려 힘을 얻었네용 ㅎㅎㅎ 기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4년 전
비회원54.59
진짜..너무 너무 재밌어요..놀랄 정도에요...
4년 전
수화향
헉 놀랄 정도라니 과찬이십이다 😭😭 즐겨주셔서 감사합니다💜💜
4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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