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티는 굳이 일을 나서서 만드는 좋아하는 사람이다. 세상에 일 많이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있겠냐만은, 안 그래도 꽤 많은 편인 자신의 할당량을 넘겨서까지 작전을 뛰는 걸 보면 아무래도 그런 사람임이 분명했다.
집에 도착했던 첫날 새벽엔 이미 키티가 투입될 작전이 하나 잡혀있었고, 감시라는 역에 부여된 임무엔 작전을 함께 뛰는 것도 포함돼있었다. 처음 뛰어보는 현장에 대한 기대감과 두려움으로 뜬 눈으로 밤을 샌 나는 그날 새벽 죽을 뻔 했다. 살면서 죽을 뻔한 고비는 몇번 있었지만, 그 날은 진짜로 주마등이라는 게 뭔지 실제로 보고온 날이었다. 처음으로 뛴 작전은 험악했다. 말 그대로 아주 험악하기 그지 없었다.
키티를 대장으로 내세운 일회성으로 모인 소수의 팀원들은 사방에서 날카로운 총소리가 들리고 한번 긴장을 놓치면 한 방에 골로 갈 법한 상황들에 아주 익숙해보였다. 딱히 나서서 명령을 내리지않아도 자신들 스스로 무엇을 해야할지 아는 듯 했고 그 중에서 간신히 목숨만 부지한채 허덕이는 건 나뿐이었다. 선봉으로 현장에 들어간 키티는 이미 한참 앞에서 혈혈단신으로 자신에게 달려드는 저항군들에게 총알을 박아넣고 있었고 그 모습은 씨발 저거 나랑 같은 사람맞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단했다. 나를 제외한 여기있는 모두가 다 하나하나 스메랄도 최정예에 속할 정도로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키티는 그중에서도 유별났다. 누군가의 마지막이 될 피 튀기는 현장에서 저 혼자만 고고히 이 곳을 즐기고있는 듯 보였다.
현장으로 오는 차 안에서 이렇게 어린 애가 투입됐냐며 나에게 관심을 갖던(키티도 그들 중에선 어린 편이었지만 하도 많이 봐 관심이 떨어진 듯 보였다) 흰머리가 조금씩 존재감을 보이는 나이의 팀원들은 자꾸만 나를 저들 뒤로 보냈다. 살면서 웬만하면 누구보다 못해본 적이 없는데 누가봐도 내가 그들에게 짐이 되는 현실에 기분이 처참했지만 뒤로 빠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안 그러면 지금 발에 채이는 시체가 곧 내 미래가 될 게 뻔했다. 하나 둘 씩 쌓여가는 시체들을 보면 키티가 집에서 했던 싸가지 없는 말이 생각났다. 어차피 한달 안에 죽을 애한테 본명까지 불러주면서 정 붙여줄 필요는 없으니까?- 한달 안에 죽을 거라고? 틀렸다. 그는 나를 너무 과대평가했다. 한달은 무슨 잘하면 하루만에 죽을 수도 있을 듯 했다. 하지만 여기서 죽고싶진 않았다. 여기있는 누구보다도 제일 쓸모없는 게 나인데도 삶에 대한 욕구가 언제보다도 강하게 끓어올랐다.
탕, 탕, 탕, 날카롭게 찢어지는 수백번의 총소리에 귀가 먹먹했다. 가까스로 넘어온 구조물 뒤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구조물 너머를 힐끗 내다보면 현장은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곳곳에 널려있는게 새빨간 피를 뿜으며 몸 어디가 터진채 고꾸라져있는 시체였고, 살아남아있는 사람들도 저항군, 스메랄도군 가리지않고 피투성이가 된 채로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있었다. 키티는 어디로 간건지 구조물 너머로 보이는 내 좁은 시야에선 사라진 후 였고.
감시는 이미 물 건너갔구만. 나를 이런 험악한 곳에 보낸 인사담당자가 원망스러웠다. 아니 뭐 현장이 험악할 건 예상했었지만, 생각보다 현장은 훨씬 더 험악하고, 처참한 곳이었다. 순간의 판단 하나로 삶과 죽음이 결정되는 곳. 내가 한번도 현장을 뛰어본 적이 없는 걸 알면서도 나를 이딴 곳에 보냈나. 그 새끼는 분명 다 알고있었을거다. 나는 이제서야 내가 사직서를 던진 날 내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던 그의 모습이 거짓이었음을 알아챈다. 그 새끼는, 분명, 나 죽으라고 일부러 날 키티 옆에 붙인거다. 한숨을 쉬며 밑을 내려다보면 총에 빗맞은 건지 찢어진 바지 틈으로 피가 배어나오고 있었다. 언제 맞았던건지, 알지 못할 땐 아프지도 않던 상처가 눈치채자마자 저를 신경써달라는 듯 욱씬거려왔다.
탕!-
잠깐 정신이 흩뜨러진 새를 놓치지않고 가까이서 들려온 총소리에 재빨리 총을 감싸쥐고 고개를 돌리면 머리에 구멍이 난 채 내가 있는 방향으로 픽, 쓰러지는 저항군과 그 뒤에 서있는 키티가 보였다. 저항군이 내 머리를 터뜨리려던 걸 그가 한 발 앞서 터뜨려버린 모양새였다. 거리는 눈치 채지못한 내가 바보같을 정도로 꽤 가까웠고, 키티의 눈 밑과 내 앞까지 새빨간 피가 튀어있었다. 키티는 숨을 들이키다 그대로 굳어버린 나를 보면서 덤덤히 입을 열었다.
"구해주는 건 이게 마지막."
"......"
"나비, 듣기 싫다며. 오늘하는거 보니까 좀 힘들겠다."
키티는 그 말을 하곤 금세 자리를 떴다.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아비규환 속으로 들어가 탕,탕, 적들을 죽여대는 키티의 뒤를 눈으로 쫓았다. 명성대로 그는 대단했고, 그에 비해 뒤에 숨기만 하는 나는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욱씬거리는 다리를 무시한 채 흩어진 정신을 다잡곤 총을 든 손에 다시 힘을 주었다. 쓸모없는 사람으로 낙인 찍히고 싶진 않았다. 쓸모 없다는 것은 이 지옥같은 현장에서 곧 버려져도 할 말이 없다는 걸 뜻 했다. 이곳에서 버려진다는 건, 곧 죽는다는 것이었고. 죽지않으려면 1인분은 해야지. 안간힘을 써서라도 노력해야지.
내가 참여했던 첫 작전은 다행히도 스메랄도 군의 큰 피해없이 성공적으로 끝났고, 귀환하는 길엔 긴장이 풀려 죽은 듯이 잠만 잤다.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다른 팀원들에게 짐이 되었다는 걸 깨닫고, 돌아가면 꼭 정식 훈련을 받아야지 생각하다 그렇게 잠이 들었다. 그러나 돌아가서라도 정식 훈련을 받을 시간은 없었다. 키티는 자꾸만 할당량도 아닌 작전을 잡아 지원을 나갔다. 그가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시간은 한 개의 작전이 끝나고 다음 작전에 나가기전까지로 채 하루가 되지않았다. 내 잠을 아무리 줄여도, 훈련을 받으러 갈 시간 같은 건 없었다. 내가 그와 만난 첫 날에는 대체 어떻게 그렇게 한가하게 얘기나 나누고 있었던건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지금의 키티와 나는 작전을 마치고 돌아오면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뻗어버리는 게 할 수 있는 것의 다였고,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건 첫 작전 이후 따라 나선 작전들 중에 첫 작전만큼 빡셌던 것은 없었다는 것. 원래 처음이 가장 힘들다고, 작전에 나서면 나설수록 익숙해져서 그렇게 느껴지는 걸수도 있지만, 아무튼 그랬다. 나는 그렇게 실전에 직접 부딪혀가며, 현장을 익혔다.
근키너대: 근데 우리키티 너무 대단하죠;
03
"B팀은 여기 남아 동태를 살피고, A팀은 나와 함께 진입한다. 나비는... 끼고 싶은데 끼고."
키티의 감시를 맡은 것도 벌써 3주가 다 돼갔다. 놀랍게도 아직 난 살아있다. 여전히 하루걸러 하루 작전을 나가는 키티 때문에 걸어다니는 시체와 다를게 없는 상태지만 아무튼 아직 살아있다. 다른 사람들은 한달에 4번도 작전을 뛸까말까한다던데, 나는 벌써 12번이나 작전에 투입돼 오늘까지 벌써 13번째였다. 하루가 다르게 작전에 익숙해진 나는 이제 1인분까진 못해도 0.7인분 정도는 하는 것 같은데 키티는 여전히 첫 작전처럼 나를 못미더워했다. 저 그지같은 나비라는 말도 여전했다. 이렇게 오늘처럼 작전 마다 바뀌는 팀원들이 듣는 데에서도 늘 나를 나비라고 불렀다. 나는 이제 해탈해서 익숙해질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내가 나비라고 불리는 걸 처음 듣는 팀원들의 반응이 그럴 수 없게 했다. '나비??, 나,비?!?!' 서로 눈동자를 굴리며 입모양을 하는 모습들이 안보려고 해도 자꾸만 시야에 들어왔다. 그런 반응을 볼 때마다 부르는 건 분명히 키티 저 새낀데 늘 얼굴이 홧홧해지는건 내 몫이었다. 나비라고 부르고 나서 가끔씩 씨익 올라가는 입꼬리를 보면 아마 이 반응을 즐기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내가 진짜, 한달만 지나면, 저 썩을 호칭부터 바꾸라고 한다.
끼고싶은데 끼라는 키티의 말에 평소같았으면 키티와 함께 진입하는 A팀을 골랐겠지만, 오늘은 예외로 A팀보단 덜 힘들 B팀을 골랐다. 남들은 3달을 할걸 3주동안 몰아서 구른 게 쌓이고 쌓여서 눈을 뜨고 있어도 자꾸만 정신이 흩어지려했고, 오늘 모인 팀원들 중엔 3주만에 보는 입사동기 정국이도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에 그동안 키티 아니면 처음보는 사람들의 얼굴만 주구장창 보던 나는 키티가 아닌 다른 아는 사람을 만났다는 사실이 일상에 생겨난 새로운 이벤트 같이 느껴졌다. '저는...그럼,' 하며 키티의 옆에서 정국이의 옆으로 발을 옮기면 키티는 잠깐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 얼마가지않아 '진입' 이라는 말과 함께 현장으로 들어갔다. A팀이 떠난 후 B팀 또한 2명씩 찢어져 각자의 자리를 지켰고, 나와 정국인 함께였다.
"야, 나비 너 왜 슬금슬금 내 옆으로 왔냐."
"어...어 반가워서. 그리고 나비라고 부르지마라. "
"아 왜, 다른 사람들 다 그렇게 부르는데 나도 한 번 불러보자."
다른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둘만 남으면 정국이 기다렸다는 듯 나비, 나비 하면서 말을 걸어왔다. 그렇게 부르지 말라하면 자신에게만 야박하게 군다며 꿍얼대다가도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입을 열었다. 키티가 나를 부르는 걸 들은 내 이름을 모르는 사람들은 모두 그를 따라 나를 나비라 부르며 말을 걸었다. 처음엔 일일이 그들에게 내 이름을 알려주다가 언젠가부터 해탈해 아...네...아주 마음대로 부르세요 마인드로 받아들이며 지냈는데, 전정국은 분명 내 이름을 알면서도 나비라 부르는 걸 보니 아마 그냥 나를 놀리려 일부러 그러는 게 틀림없었다. 입사테스트를 치루던 합숙기간 때에도 그랬다. 재밌어보이면 아주 사소한거라도 놓치지않고 나에게 달려와 그 딱딱한 합숙소의 분위기를 느슨하게 풀어버리는게, 그의 천성이 본래 그런 듯 했다. 그리고 그 천성 덕분에 정국은 얼마 안되는 입사동기 중 내가 가장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근데 마지막으로 본 게 고작 3주 전인데 어지간히도 고생했나봐. 보이는 곳마다 상처가 없는 데가 없네."
여기, 여기, 여기, 여기까지도, 보이는 곳 전부. 정국은 총을 쥐지 않은 손으로 상처가 보이는 곳을 하나하나 가리켜가며 괜찮냐고 물었다. 그런가?하며 팔을 들어 옷과 장갑 사이로 드러난 상처를 자세히 확인하려 팔을 걷으면 보이는 건 다 총에 맞은 파편들이 옅게 튀거나 바닥에 구르다 긁힌 상처들 뿐이었다. 현장을 굴러다닌 것 치곤 심각한 상처들은 없었다. 그냥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좀 많이 아파보이기만한 상처일 뿐, 운 좋게도 진짜 어디를 못쓰고 그런 상처는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것도 모르고 정국은 상처를 확인한답시고 어깨를 잡고는 이리저리 어지럽게 나를 돌려댔다. 아파서 쓰러지는 것보다 어지러워서 쓰러지는게 더 빠르겠다며 정국의 팔을 떼어내면 그래도 여전히 그는 한참동안 걱정하는 눈길로 나를 훑었다.
"...키티갱은 잘해줘? 스메랄도 내에서 네 소문 난 거 알아?"
"나? 내 소문이 왜 나?"
정국의 말에 에? 하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소문날 일이 뭐가 있지? 사무팀에서 상사한테 대들고 나간게 지금 소문이 났나? 그렇게 심하게 대들진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럼 뭐지? 그럼 혹시... 키티가 나를 나비라고 부르고 다녀서 그렇고 그런 사이로 소문이 난건가...? 엄습하는 이게 맞을 것 같다는 불안한 생각에 혹시 이거냐고 입을 열려다 내 입으로 뱉어내기엔 조금 많이 민망한 생각에 다시 입을 다물고 정국이 직접 얘기하기를 기다리면, 얼마 기다리지않아 정국이 말을 이었다.
"키티갱이 직접 후계자를 키운다던데... 옆에 두고 스파르타식으로..."
"아...응..."
역시 사람은 말을 아껴야한다. 쓸데없이 입을 놀렸다가 하마터면 3년치 놀림감이 생길 뻔했다. 키티갱 옆엔 너 밖에 없잖아. 이게 네 소문이 아니고 뭐야.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정국이가 보지않게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뭐...스파르타는 맞지...
"난 애가 가서 못돌아오면 어떡하나 했는데 잘 살고 있나보네. "
역시 70기 최고의 인재! 하며 엄지를 척 드는 정국의 손을 그대로 고이 접어주었다. 대체 저런 소문은 누가 만들어내는거람. 후계자라니, 무슨 무림고수 소년만화도 아니고,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다. 물론 소문도 그랬지만, 내가 했던 생각들이 특히나... 덕분에 자꾸만 흐트러지던 정신이 아주 제대로 잡힌 느낌이었다.
"그런데 키티갱 진짜 어때? 워낙에 대단한 사람이긴 하잖아."
"어... 나도 아직 잘 모르겠는데."
"잘 모르겠다고? 3주나 같이 살았는데, 뭐 없어?"
"뭐 없어. 얘기도 잘 안하는데... 집가면 둘 다 잠이나 자지."
정국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키티가 어떻냐고 물어왔는데, 나는 딱히 해줄 말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키티와는 얘기할 시간도 별로 없었다. 작전을 마치고오면 둘다 뻗기 바빴고 그렇게 뻗어있을수록 대화 할 기회는 계속 줄어들었고, 특히나 키티는 1층 나는 2층으로 생활공간도 암묵적으로 나눠져있었다. 게다가 얼굴보고 밥먹는 것도 집이 아닌 작전지로 이동하는 중에 이뤄져서 주위엔 늘 다른 팀원들이 함께였다. 아까처럼 툭툭 내뱉는 말들을 제외하면 아마 키티가 나와 제대로 대화한 건 첫만남 이후로 없는거나 마찬가지였는데, 그 드문 대화가지고 내가 독심술이라도 쓰지않는 이상 사람을 알아갈 수 있을리 만무했다. 기대를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내 대답에 정국은 실망한 듯 보였다.
"야,야... 너는 와... 그 대단한 사람을 옆에다 두고, 와..."
"어째 당사자인 나보다 더 아쉬워 보이네. 그럼 네가 나 대신 일할래?"
"...뭐, 시켜만 주면야."
그건 싫다는 대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잠시 골똘히 생각하던 정국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답이 나왔다. 아 맞다. 얘 여기 키티보려고 입사했다고 했지. 입사시험 합숙기간 때 지원동기를 발표해보라는 말에 다른 사람들은 BU의 평화를 위해 같은 뻔한 동기를 말할 때 저 혼자 부끄러워하며 '저는...키티갱 보려고 지원했습니다.' 하고 흐흫 하며 웃던 정국의 모습이 머릿 속을 흘러갔다. 키티. 그래. 3주동안 현장을 뛰며 직접 보아온 키티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다. 가끔씩 정말 같은 사람이 맞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실력은 경외로웠다. 최정예군이 모두 그와 같은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최정예라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정국 같이 군인의 본업을 잘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롤모델로 꿈꿔볼만한 사람이었다. 근데 나는 그런건 잘 모르겠고, 그냥 내가 잘 사는게 좋았다. 한번도 키티가 멋있다라는 생각을 안해본건 아니지만, 사실 엄청 자주 하지만, 그냥 거기서 끝이었다. 그를 닮고 싶다, 이런 생각은 안해봤다. 차라리 처음부터 얘랑 나랑 바뀌었으면 서로에게 좋지 않았을까?
"근데 뭐 되겠냐. 됐으면 내가 벌써 대신 했지."
"그렇긴 하지. 네가 키티 옆에 붙었으면 나보다 훨씬 더 빨리 적응했을텐데."
"야, 네가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무슨 그런 말을 하냐."
문득 드는 생각에 입을 열면 정국은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 생각하는 건지 나를 달래는 듯한 말을 꺼냈다. 나는 키티 옆자리가 3주나 가는 걸 본 적이 없어. 나는 그냥 툭 던지듯 한 말인데, 주인 눈치 보는 강아지 마냥 옆에서 내 눈치를 보는 모습이 꽤나 귀엽게 느껴져 조금 더 골려줄까하는 마음이 들었으나, A팀이 향한 곳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총 소리에 금새 마음을 접었다. 사실 아까전부터 계속 작게 총소리가 들려왔긴하나, 이번 총소리는 우리가 있는 곳 가까이에서 터진 것인듯 소리가 퍽 날카로웠다. 반가운 마음에 정국과 대화를 한다고 느슨해져있던 마음이 총소리 한번에 정리됐다. 그래. 정신 차리자. 지금 서있는 곳은 안 그런 것 같아도 현장이다. 저 너머에서는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뛰어다닌다. 딱 이 얘기까지만 하고! 이 얘기까지만 하는 건 괜찮을 거야! 나는 내가 자기합리화를 잘 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는다.
"하긴, 사실 처음에 현장 뛰어본 적도 없는 사람한테 키티랑 같이 뛰라할 땐, 담당자가 미쳤나싶었는데 어떻게 해보니까 되긴 되더라."
"......"
내 눈치를 보던 정국의 표정이 싸늘히 식었다. 갑작스레 찾아온 정적에 무슨 말이라도 잘못 꺼냈나 싶어 나 또한 올라가있던 입꼬리를 내리고 그를 바라보며 왜? 라고 물어보면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 그럼 그 전엔 한번도 제대로 작전에 투입되본 적이 없어?"
"...어. 없는데. 왜?"
"한 번도 작전을 뛰어본 적이 없는 애가, 최정예군이 뛰는 작전에서 살아남았다는게 말이,"
"야,야! 정국아! 앞에 봐! 앞!"
정국이 싸늘히 식은 표정으로 말을 하는 걸 다 듣기도 전에 우리가 지키고 있던 통로에선 피를 뒤집어쓴 저항군이 뛰쳐나왔다. 우리를 발견하곤 들고 있는 총을 쏠 자세를 취하는 모습에 나는 정국에게 앞을 보라며 알리는 동시에 뛰쳐나오는 저항군에게 총을 겨눠 바로 방아쇠를 당겼고, 맹렬하게 찢어지는 총소리가 하늘에 울려퍼졌다. 총알이 허벅지를 관통하자마자 느껴지는 고통에 저항군은 들고있는 총을 놓쳤고, 그 뒤를 이어 통로에서 나타난 사람은 마찬가지로 여기저기 붉은 피를 뒤집어쓴 키티였다. 흙바닥에 처박혀 고통에 신음하던 저항군은 키티를 발견하자마자 움직이지 않는 한쪽 다리를 가지고 도망치려 안간힘을 썼고, 볼에 뭍은 피를 쓱 닦아낸 키티는 그대로 그의 머리에 총구를 겨눴다. 탕!- 맹렬하게 찢어지는 총소리가 하늘에 두번째로 울려퍼졌다.
"......"
"나비가 잡았어?"
따지고 보면 키티가 잡은 것이나 다름 없었으나, 그걸 묻는 게 아닌 걸 알았기에 고개를 끄덕이면, 그는 아,아, 그렇구나- 하며 처참하게 죽어버린 저항군의 시체를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들었다. 그가 고개를 잠시 숙였을 땐 아주 총 맞아 죽기만을 기다리는 건지 벗어던진 머리 보호구 아래의 분홍색 머리카락이 어두운 밤하늘 아래서 저 혼자서만 반짝였다. 빨간 피가 튀어있었는데도 딱히 위화감이 느껴지진않았다. 오히려 잘어울렸으면 잘 어울렸지...어우 나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고개를 든 키티는 내 옆에선 정국을 흘깃 쳐다보곤 다시 나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눈썹이 살짝 일그러진 걸 보니 무언가 맘에 들지않는 눈치였다.
"아까 주저없이 옆으로 가던 걸 보니까, 나비 애인?"
대답을 요구하듯이 빤히 쳐다보는 눈길과 머쓱해진 정국과 나 사이의 분위기에 바로 아니라고 대답하면, 키티는 흠, 하며 짧은 숨을 내쉬고는 잠시 무언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닦아낸 피가 번진 얼굴로 빙긋 웃음 지었다.
"집엔 달고 오지마. 방음이 잘 안되거든."
일부러 놀리려 그러는 건지, 진짜 안믿는건지 알 수 없는 말을 꺼낸 키티는 곧바로 나와 정국이를 지나쳐 걸어갔고, 얼마지나지않아 작전이 마무리된 듯 키티가 나온 통로에선 하나같이 지쳐보이는 A팀 팀원들이 쏟아져 나왔다. 평소 키티얘기만 꺼내면 관심을 보이던 정국은 웬일인지 조용히 키티가 떠난 자리만을 바라보고있었다. 모두들 돌아가는 모습에 자리에 멈춰 굳은 정국이를 건드리며 우리도 가자 말했고, 정국이는 내가 눈 앞에 손을 휘젓자 아,아, 하며 그제서야 알겠다며 걸음을 뗐다. 돌아가던 길에 정국이 표정이 어땠더라? 스메랄도에 들어와 그렇게 만나고 싶어했던 사람을 만나 기쁜 표정이었나? 아니다. 그것보단 조금 더 어둡고, 짙은 표정을 짓고있었던 것 같다.
〈
사★담☆ |
사실...
쓰다가 한번 날라가서...오늘은 자고 내일 다시 써야겠다 생각하고있었는데 임시저장이 되어있었습니다...!
인티의 꿀기능에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그리고 살짝....쓸데없는 설정을 알려드리자면 근키너대 세계관 속에서 스메랄도 군은 모두 그 우리 탄이들 콘서트에서 킹갓존엄 디올디자이너 분이 디자인해주신 그 간지나는 옷 비슷한 걸 입고 작전을 뜁니다
특히 제일 중간에 있는 거 같은거 왜냐고 물으시면 그냥 멋있잖아요 사실 간지나는게 최고지 뭐 내구성 같은게 중요한가요
희희 2화에 댓글 달아주신 7분 모두 감사합니다 댓글 달릴때마다 뻥 안치고
이렇게 한 오분은 있다가 감격스러운 마음으로 읽습니다 아직 3화밖에 안돼서 말하기 좀 그렇지만 제가 지치지않고 글을 쓸 수 있는 이유는 전부 댓글 덕분입ㄴ1ㄷr...
그럼 오늘도 감사합니다💜💜
+)다음화는 평소보다 조금 더 늦을거같아요!!! 여행도 겹치고...8월인데도 찾아온 혐생에...대충 짜놓은 스토리도 다시 정비해야할 것 같아서...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