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큼 짧은 루민 썰이랍니다
-사실 원래 쓰던 픽 일부였는데 전개가 별로라 이부분만 떼어 왔어요..ㅎㅎ
-불맠 없어요^^;;
-즐겨주시면 감사할따름 ㅠㅠ♥
루한은 중국에서 온 유학생이였다. 처음에 학교에 왔을때, 당당하게 금발머리로 등교했었다. 깐깐한 대한민국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금발이라는 파격적인 스타일은 학생, 선생, 학부모 모두에게 큰 파장을 몰았었다. 그러나 루한 본인은 연연하지 않는 듯 싶었지만.
민석도 그때 루한을 처음 보았다. 루한이 절대 까만머리로 물들이지 않고 당당하게 금발로 다닌다는 소문을 접할쯤이였다. 찬열이 루한이 궁금하다며 같이 루한의 반에 가자고했다. 민석은 귀찮다며 책상위에 엎드렸지만 찬열은 막무가내로 민석을 끌고 루한의 반으로 걸음을 옮겼다. 못이긴 민석이 찬열을 따라 루한의 반 뒷문창가에 섰다. 뭐야- 옆반이네. 중얼거린 민석이 찬열을 따라 교실안으로 시선을 돌렸다. 와, 진짜 튄다. 민석은 속으로 생각했다. 루한은 정말 한번에 찾을 수 있었다. 저렇게 빛나는 뒤통수는 까맣고 칙칙한 교실안에서 눈에 띄었다.
그때 루한이 민석과 찬열이 있는 뒷 창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민석과 루한의 눈이 마주쳤다.
"와, 쟤 존나 예쁘게 생겼다."
민석의 옆에 있던 찬열이 호들갑을 떨었다. 그렇지 않냐? 찬열이 민석을 툭툭쳤지만 민석은 대답하지 않았다. 진짜.. 예쁘게 생겼다. 민석이 웅얼거렸다. 마주치고 있던 시선은 루한이 먼저 거둬버림으로 써 끝이났다. 타이밍 좋게 수업종이 울렸다.
민석에겐 말 할 수 없는 비밀이 있었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정말 친한 친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다. 민석은 동성애자였다.
또래 여자아이들에겐 관심조차 가지 않았다.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후에는 또래 여자애들 옆에 붙어있는 남자애들에게 눈이 갔다. 그제야 민석은 제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아챘다.
중학교 3학년때, 민석은 같은반 남자아이를 좋아하게 되었다. 사랑에 빠진 소녀마냥 그 남자애를 수업시간마다 훔쳐보고 떨리는 손으로 문자도 보냈었다. 남자아이는 그런 민석을 아는지 모르는지 민석에게 보통 친구들한테 하는것처럼 장난도치고 문자를 쉽게 받아줬었다. 민석은 그런 남자아이에게 점점 마음이 커졌다. 그때는 안될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졸업식때 민석은 자신이 좋아하던 남자아이가 여자친구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졸업식에 찾아온 다른 교복을 입고있는 예쁜 여학생과 민석이 좋아하던 남자아이는 손을 잡고 행복한듯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민석은 졸업식이 끝나고 생각했다. 현실적으로, 평범한 생활속에선 내가 바라던 연애를 할 수 없을것이라고.
그때부터 민석은 남몰래 게이바에 출입하기 시작했다.
민석과 루한이 처음 만났던 장소가 게이바였다. 학교에서 민석이 교실 뒤 창문으로 루한과 눈이 마주쳤던 그 날이였다.
민석은 게이바에 탈선이나 욕구를 풀기위한 장소로 가는 것이 아니였다. 그저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것 자체에 대한 안도감을 받기 위해서였다. 민석은 게이바로 가면서 쓰고 있던 후드 모자를 더 깊게 눌러썼다. 어두운 문을 열고 들어선 후에야 민석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아직 살짝 이른 시간이라 바에 앉아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민석은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후드를 벗고 눌린 머리를 잡아 붕붕 띄웠다. 그러던 도중 제 앞으로 메뉴판이 놓였다. 민석은 메뉴판을 집어들었다.
"무알콜은 뭐에..요..?"
민석의 눈이 커졌다. 어- 하고 어리벙벙한 소리만 나왔다. 고개를 들며 바라본 바텐더는 익숙한 금발머리였다. 얼굴도.
루한도 내심 놀란 눈치였다. 안그래도 큰 눈이 더 커졌다. 민석은 그런 루한을 멍하니 쳐다보다 정신을 차리곤 메뉴판으로 얼굴을 가렸다. 당황한 민석의 귀가 빨개졌다. 제발, 못알아 봤으면.. 민석은 속으로 빌었다. 그러나 루한은 민석의 생각보다 눈썰미가 좋았다.
"너, 우리학교지."
민석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어쩐지 힘있는 루한의 목소리에 대답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민석은 고집스레 대답하지 않았다. 얼굴을 가린 메뉴판을 내리지도 않았다. 제발 그냥가.. 민석의 바램과는 달리 루한이 웃는게 메뉴판 너머로 느껴졌다.
"야."
"..."
"너, 아까 나랑 눈 마주쳤었잖아."
여전히 대답없는 민석을 바라보던 루한이 답답했는지 민석이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메뉴판을 순식간에 빼앗았다. 어-! 민석이 허우적거리며 메뉴판을 뺏으려 하다 그대로 노출되버린 자신의 얼굴에 놀라 제 앞의 바에 엎드려 얼굴을 가렸다. 루한은 그런 민석이 웃긴지 피식피식 웃으며 메뉴판을 바 밑으로 숨겨버렸다.
"너 게이였어?"
"...그..."
그게 아니고, 아니..내가.. 민석은 당황한 나머지 횡설수설, 말을 똑바로 내뱉지 못했다. 루한은 슬몃 올라온 민석의 고개가 꽤 귀여워 보였다. 루한은 슬쩍 웃으면서 민석에게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민석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
"소문 안내."
"진짜..?"
"어, 나도 게이거든."
민석은 당당한 루한에 발언에 되려 제가 굳었다. 이런데서 일하는거 보면 게이가 아닐거라는 보장도 없지만, 그런걸 떠나 루한은 정말 당당했다. 민석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름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슬쩍 홀로 빠지려고 했는데 루한이 정색을 하며 민석을 잡았다.
"조건있어. 소문 안내는 조건."
정말 진지한 루한의 표정에 민석은 빠져나오지도 못하고 루한에게 그게 뭐냐고 소심하게 물었다.
루한은 저를 바로 쳐다보는 민석을 쳐다보며 씩 웃었다. 귀엽다, 역시.
"핸드폰 번호. 알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