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아, 다 챙긴거지?" "네. 짐이라고 할 것도 없어서..." 마음의 짐을 한꺼풀 덜어낸 백현은 빠른속도로 몸상태가 개선되었고 퇴원을 해도 된다는 주치의에 말에 입원한지 세달만에 병원을 나서게 되었다. 그동안의 백현과 찬열의 고생을 보상하듯 햇빛이 가득찬 좋은 날이었다. "숨 차지않아? 힘들면 말해. 참지 말고." "하아... 조금 숨 찬데 참을만 해요. 얼른 집가서 쉬고 싶어요." "그래. 얼른 가자. 너 오늘 너무 많이 움직여서 힘들거야." 아직 백현의 몸은 정상이라고 하기엔 부족했다. 워낙 몸상태가 안좋았던터라 후유증이 심하게 남았다. 찬열은 숨이 벅찬듯 힘들어하는 백현을 부축하여 주차장으로 향했다. 백현의 짐을 트렁크에 싣고 둘의 보금자리를 향해 출발했다. "아줌마 불러서 청소 싹 해놨어." "뭐하러 그랬어요.. 제가 하면 되는데..." "너가 그럴까봐. 너 아직 요양 안끝났어. 네 몸에 신경써야해." "조금씩은 괜찮은데... 알겠어요." 집으로 들어온 백현은 찬열과의 옛추억이 깃들어 있는 집을 둘러보았다. 함께 즐거웠던 추억, 사랑했던 추억도 있었고 아기...를 기다리던 추억도 떠올랐다. 백현은 아직은 완전히 떨치기 힘든 아이와의 기억에 울적해 지는듯 했다. 갑자기 표정이 안좋아지는 백현을 본 찬열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일부러 밝은 척 말을 걸었다. "집 구조도 바꿨어. 구경할래?" "네? 아...네." 삼년을 함께 살던 집인데 겨우 일년 떠나있었다고 낯설음이 느껴지는 백현이었다. "이건..." 서재 옆방을 열어보니 아기자기한 물건들이 가득했다. 백현이 하나 둘 모아둔 아기용품과 함께 사둔 물건들이 가득이었다. 벽엔 뱃속에 있던 아이의 사진과 백현과 찬열의 사진이 걸려져 있었다. 백현은 그리움과 미안함이 사무쳐 눈물이 났다. "억지로... 잊으려 애쓰지마. 문득 떠오를 땐 나한테 욕도 하고 울어도 돼. 우리 아기한테 아빠가 너무 해준게 없는 것 같아서..그래서..." 차근차근 말을 하면서도 울컥하는 감정에 목이 메였다. 이렇게라도 해야 마음의 짐도 덜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냥 그랬다. "고마워요. 우리 아기가 하늘나라에서 찬열씨한테 고맙다고 할 것 같아요. 우리... 같이 힘내요. 알겠죠?" 일년이란 세월의 틈이 드디어 두 사람의 사이를 좁혔다. 긴 시간이었고 상처도 많았지만 더 사랑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둘은 그렇게 속삭였다. "괜찮아? 많이 아프면 병원갈까?" "으...괜찮아요." 사고 후유증으로 가끔 허리에 통증이 오던 백현이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증세가 심해져서 자리에 누워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출근도 미루고 옆에서 백현을 간호하던 찬열은 며칠이 지나도 증상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오늘은 꼭 병원에 데리고 가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별일아니어도 가봐. 가보면 알거 아니야." "알겠어요...으윽.. 근데 좀 아프다." 병원 갈 준비를 하기 위해서 자리에서 일어난 것 조차도 백현에겐 무리가 되었는지 이마에 송골송골 식은땀이 맺혔다. 찬열은 그런 백현을 안아서 차에 앉혔다. 병원으로 향하는 내내 차 안은 적막으로 가득찼다. 백현은 백현대로 찬열은 찬열대로 긴장을 하였다. "네...?" "축하드려요. 임신 4개월이세요." "하... 설마요. 자연임신이 힘들거라고 하셨잖아요." "두 분이 아기를 간절히 원했나봐요. 최고의 선물이네요. 백현씨." 예상치 못한 임신소식에 둘은 벙찐 얼굴로 병실을 나섰다. 일단 몸 조심을 위해 집으로 돌아가자는 찬열의 말에 백현도 동의하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내내 심각한 표정이던 찬열은 집으로 도착하자마자 서재로 향했고 저녁시간이 될 때까지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았다. 백현은 새로운 아기가 반가운 한편 찬열의 반응이 불안하기도 했다. "찬열씨. 저녁은 먹어요. 끼니 거르면 안되요." 찬열은 밥상앞에서도 내내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임신때문인지 계속 허리가 아픈 백현은 안그래도 힘들어 죽겠는데 찬열의 태도에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왜 그러냐고 백현이 물으려던 찰나에 찬열이 먼저 입을 떼었다. "백현아... 아기 지울까?" "네...?" "너 아직 몸도 성치 않은데 임신까지 하면... 니가 힘들어 하는 모습 볼 자신이 없어. 아기가 척추를 눌러서 지금 허리가 아픈건데 아기가 더 크면 더 아프고 고통스러울 거야. 아까 의사선생님도 그러셨잖아. 아무리 조심해도 유산가능성이 크다고... 또 상처받을바엔 나중에 니 몸 괜찮아 지면 그때 다시 갖자." "뭐에요... 찬열씨 되게 겁쟁이구나." "..." "솔직히 나 임신 포기하고 있었어요. 근데 우리 아기가 찾아와 줘서 너무 고맙고 지키고 싶어요. 먼저 간 우리 아기가 엄마, 아빠 슬퍼하지 말라고 보내준 선물이잖아요. 난 엄마니까 아픈거 다 참을 수 있어요. 우리 아기 아빠 해주면 안되요?" "백현아..." 백현은 찬열의 손을 꼭 잡아주었고 찬열도 용기를 내었다. 자랑스런 엄마, 아빠가 되자고 약속했다.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자고 다짐했다. 고맙다고 또 고맙다고 서로에게 격려하며 살아갔다. 드디어 둘은 행쇼를 하였답니다!! 근 두달동안 제 글을 읽느라 수고하신 독자분들 더럽... 새로운 주제로 글을 써볼까 생각중입니다. 앞으로 번외편도 올릴게요! 독자분둘 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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