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time no see
W. 글쓰는미대생
피아노 의자에 앉아 악보를 뒤적거리던 진환과 눈이 마주치자 준회는 고개를 다시 뒤로 내빼 제 연습실이 맞는지 확인했다.
분명 제 연습실인데도 떡하니 앉아있는 진환을 보고 심기불편한 표정을 지었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있던 진환은 준회 너머에 있는 누군가를 쳐다보았다.
준회는 진환을 따라 고개를 돌렸고 좀 전 카운터에서 제가 인사했던 보조선생님이 서계셨다.
-준회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네.
원래 우리가 연습실이 2인 1실이거든.
근데 준회말고는 새로 들어온 신입생이 아직 없어서 혼자 썼는데
오늘부터 진환이랑 같이 쓸꺼야.
보조선생님의 말에 준회는 진환을 쳐다보았고 진환 역시 멀뚱멀뚱 준회를 쳐다보았다.
-진환이는 작곡하니까 연습하는데 서로 도움 줄 수 있을 꺼야.
동갑이니까 서로 사이좋게 지내고.
준회와 진환에게 웃어준 보조선생님은 준회를 연습실 안으로 밀어 넣고는 문을 닫고 다시 카운터로 향했다.
작은 연습실 안에 남은 둘은 말없이 서로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
-안녕?
먼저 입을 연 것은 진환이었고 낯은 가리는 준회는 그저 고개만 끄덕거리곤 한 쪽 구석에 제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리곤 의자를 끌고와 앉아 엠피쓰리를 만지작거렸다.
손에 악보를 쥐고 준회를 쳐다보던 진환은 아예 준회의 쪽으로 몸을 돌려 앉아서는 물었다.
-너는 보컬한다고 하던데.
준회는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환은 준회를 따라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에 쥐어진 악보를 흔들며 말했다.
-난 작곡해.
준회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고 민망해진 진환은 헛기침을 몇 번하고는 다시 몸을 돌려 악보를 올려두고는 손을 풀기 시작했다.
준회는 진환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않아 미묘하게 표정을 찡그렸고
진환은 그런 준회를 보고 다시 웃었다.
그리곤 다시 제 종이 뭉터기를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앨범까지 내놓고 왜 그만둔거야?
준회는 아무말없이 진환을 바라보았고 진환은 말했다.
-나 니 목소리 좋아했는데.
준회는 역시 아무말하지 않았고 진환은 고개를 들고는 종이 뭉터기를 손에서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럼, 프로젝트 이야기나 해볼까?
-왜 말 안하고 갔어?
준회는 다시 물었고 표정이 굳은 진환은 다시 표정을 풀고 웃으며 말했다.
-벌써부터 이야기하긴 그런가?
진환은 자리에서 일어나 종이 뭉터기를 한손에 들고 한손엔 핸드폰을 들고서 말했다.
-윤형이한테 네 번호 물어봐서 연락할께.
그때까지 손 놓고 있지말고 너도 구상 좀 해보고.
준회는 자리에 앉은 그대로 고개만 들어 화가난 표정으로 진환을 쳐다보았다.
진환은 대답하지 않는 준회를 보고 어깨를 으쓱하고는 준회를 지나쳐 회의실 문을 열고 나갔다.
준회는 엠피쓰리를 켜고 만지작거리더니 녹음파일에 맞춰 목을 풀기 시작했고
피아노를 치던 진환은 준회의 목소리에 깜짝놀라 움찔했다.
그리곤 피아노를 치던 손을 멈추고 준회가 목을 풀기만을 기다렸다.
준회가 어느정도 목을 풀자 진환은 뒤를 돌아 준회에게 물었다.
-무슨 노래 부를꺼야?
준회는 갑자기 말을 걸어오는 진환에 대답없이 진환을 쳐다보기만 했고
진환이 다시 무슨 노래를 부를꺼냐며 물었다.
-왜.
준회가 물었고 진환은 처음 듣는 준회의 목소리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곤 이내 웃으며 말했다.
-피아노 쳐줄려고 그러지.
낯을 가릴 뿐 그런 진환이 싫지만은 않은 준회는 책꽂이에 꽂혀있는 악보 몇개를 뒤적거리다 집히는 것 하나를 집어 주었고
악보를 받아든 진환은 제목을 확인하곤 몇번 악보를 훑고는 악보를 다시 준회에게 건내주었다.
다시 악보를 건내주는 진환에 준회는 악보와 진환을 번갈아보았고
진환은 왜 그러냐는 듯 한 표정을 짓다 준회의 손에 악보를 들려주며 말했다.
-아, 나 악보 보면서 치면 더 헷갈리거든.
-안보고 친다고?
준회는 물었고 진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 노래 몇번 들어봐서 칠 수 있어.
준회는 흔히 말하는 천잰가 하는 생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헛기침을 몇번했다.
그리곤 진환은 시작할께 하고는 피아노 반주를 시작했고 준회는 반주에 맞춰 노래했다.
처음으로 같이 부르고 연주한 노래였다.
집으로 돌아온 준회는 책꽂이에 꽂힌 낡은 악보 한장을 꺼내 들었다.
악보에는 이것저것 메모가 되있었다.
악보를 펼쳐들고 한참을 보던 준회는 아무렇게나 쇼파에 던져놓은 핸드폰이 울리는 것을 들었고
악보를 그대로 쥔 채로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야, 어디냐.
전화를 받자 핸드폰 너머로 한빈의 목소리가 들렸고
악보를 손에 쥔 준회는 낡은 악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집.
-나와.
한빈은 말했고 준회는 여전히 악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야, 나 김진환 만났다.
-뭐? 누구?
한빈은 되물었고 준회는 악보를 내려놓고는 창밖을 내다보며 대답했다.
-있잖아, 그 내 첫사랑.
오늘 밤을 새려고 해서 글을 써왔습니다!
분량을 길게하려고 노력했는데 분량조절 실패!
토요일도 가버리고 2014년 마지막 일요일이네요ㅠㅠ
오늘 하루 알차게 후회없게 보내시길 바랄께요!
신알신해주시고 읽어주시고 피드백해주시는 예쁜 독자님들 다들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거 아시죠?
함께해주시는 우리 암호닉분들도!
♡ 고구마 님 ♡
♡ 탄산수 님♡
♡ 잔디 님♡
♡ 뿌요구르트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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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감사하고 사랑해요!
암호닉은 항상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