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제 간 택 (皇帝揀擇) 11
: 현명한 여인을 태자빈으로 삼아, 태자빈으로 하여 태자를 정하도록 한다.
그 날, 찬열은 아침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물론, 수도 치안부의 단장이라는 자리는 딱히 한가한 직위는 아니었지만, 최근 월광(月光)인지 뭔지하는 도적 집단들이 활개를 치는 바람에 더욱 바쁜 나날의 연속이었다.
고된 업무를 끝내고 겨우 집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으려 할 때, 자신의 두 형님이 불쑥 찾아와 어서 옷을 갈아입으라며 재촉을 해대었다.
영문도 모른 채, 따라온 곳이 궁의 한 연회장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친우로 지냈던 황자 저하들의 탄신일에나 올 수 있었던 곳이 분명했다.
찬열은 아직 때가 되지 않은 민석 저하의 탄생일이었나, 한참을 곱씹어보았으나, 그도 아닌 듯 했다.
하지만, 그 때와 다른 점이 있다하면 평소보다 유달리 많은 호위의 수라던지, 참석 인원의 규모라던지, 모든 것이 더욱 호화로워 보였다.
"형님, 오늘이 무슨 날입니까? 저하들의 탄신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찬열아, 며칠 전부터 아버님께서 누누히 강조하시지 않으셨느냐."
"황태자비께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시는 날이라 하지 않았느냐. 또 한 귀로 흘린게지?"
아, 그러고보니 아버지께서 최근 유달리 강조하신 것이 이것이었던가.
벌써 저하들께서 빈 마마를 맞이하실 때가 되었다는 생각에 찬열은 새삼 시간이 빠르구나, 하고 느끼게 되었다.
치안부 단장으로 취임한 이후, 오래도록 저하들을 뵙지 못한 것에 대해 송구스러웠는데 이제라도 뵐 수 있다는 것에 다행으로 생각했다.
연회장 안은 왠지 모를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
아마 오늘부터 황자 저하들에 대해 은근한 눈치 작전이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찬열 자신도 형제들과 함께 분주히 움직이게 될 지도 모른다.
이러한 생각까지 미치자 찬열은 문득 기분이 확 상해져 연회장 구석으로 향했다.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다, 정신을 차려보니 주위가 꽤 부산스러웠다.
이제 저하들과 태자비께서 오실 시간이라도 된 것 같아 찬열은 몸을 일으켰다.
그 때, 찬열의 눈에 박힌 것은 붉은, 아주 붉은 보석 빛이었다.
자신의 눈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분명 자신이 여인에게 건낸, 그 머리 장식일 것이다.
여인이 귀족가의 여식이었나.
여인의 이름, 집안 하나 모르던 찬열에게는 호재나 다름없었다.
급히 몸을 챙겨 여인이 사라진 방향으로 사람들 속을 헤쳐 나갔다.
"아."
그러나, 붉은 보석 빛은 찬열을 비웃기라도 하듯, 연회장 가장 높은 곳에서, 황자 저하들의 곁에 서있는, 여인의 머리 위에 꽂혀 있었다.
쿵, 하고 심장이 내려 앉는 기분이었다.
난생 처음 보는 얼굴이라 생각했는데, 그 이유가 태자비라서 였다니.
눈 앞이 깜깜해지고 다리에 힘이 풀려 제대로 서있는 것조차 힘겨웠다.
다시 눈에 힘을 주고 여인을 바라보았을 때, 저하들 곁에서 웃고 있는 모습에 더이상 같은 공간에 있을 자신이 없어졌다.
찬열은 그 길로 눈을 질끈 감고 집으로 향했다.
이제, 자신이 뭘 해야할 지 알 수 없었다.
찬열은 그 길로 사흘을 꼬박 앓았다.
찬열의 부모는 알 수 없는 막내 아들의 열병에 어쩔 줄을 몰라했다.
형제들 또한 연회장에서 사라진 찬열에 대해 타박하려 했으나, 눈 조차 제대로 뜨지 못하는 동생의 모습에 걱정스런 눈빛만을 보낼 뿐이었다.
찬열이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해가 떨어진 저녁이었다.
몸을 추스려 일어나자 다시금 생각나는 여인에 눈 앞이 캄캄해졌으나, 걱정하셨을 부모님께 안부 인사라도 전해야 한다는 생각에 몸을 일으켜 밖으로 향했다.
애써 다리에 힘을 주고 마당을 지나 아버지가 계실 서재로 향했다.
찬열이 예상했던 대로, 서재 안은 불이 환하게 켜져있었고, 손님이라도 계신 건지 말소리가 새어나왔다.
문고리 앞에서 망설이고 있을 때, 찬열의 귀에 박힌 말소리는 아버지와 두 형의 목소리가 분명했다.
"...그럼, 어찌 하실 생각이십니까?"
"내 황제 폐하로터 태자비 마마의 호위무사에 대한 인사권을 받아내었다. 추천할 자가 있느냐?"
"믿음직한 자가 있습니까, 형님?"
아, 찬열의 머릿 속에 순간 불빛이 번뜩이는 것 같았다.
호위무사.
분명 호위무사라면 그 여인과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찬열은 언제 아팠었냐는 듯 기분 좋은 미소를 머금은 채 문고리을 잡아 열었다.
"아버지, 제가 가겠습니다."
아버지의 허락을 받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매사에 관심이 없어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수동적으로 움직였던 아들이 처음으로 하겠다고 나선 일이여서인지는 몰라도 찬열의 아버지는 잠시의 고민 끝에 허락을 했다.
다만, 조건이 있었다.
특별히 황태자비 마마와 가까워지는 저하를 입궁하는 형님들을 통해 알릴 것.
그러나 찬열의 머릿 속은 여인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여인을 마주하기 직전까지 찬열은 고민했다.
과연 자신이 여인에 대한 마음을 숨기고서 호위무사로서 여인을 대할 수 있을 것인가.
저하들과 함께하는 여인을 바라 볼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이러한 생각들은 여인의 앞에 서자 모두 사라져버렸다.
자신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여인의 얼굴에 무슨 고민이 있었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찬열아, 이제 날이 풀려 가는 것 같지 않느냐?"
언제 어색했었냐는 듯, 자신의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주는 여인의 목소리에 찬열은 미소지었다.
그래, 무엇이 문제가 되겠느냐.
이렇게 옆에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세상이 봄내음 가득하게 변하는 것을.
* * * * *
오랜만에 돌아온 황제 간택입니다ㅠㅠㅠ
근 한 달이 지났는데 찬열이 번외라니...ㅎㅎㅎㅎㅎㅎㅎㅎㅎ
죄송할 따름이옵니다ㅠㅠㅠㅠㅠ
이제 진짜로 내년에 만나요~
해피뉴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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