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맞는 브금을 찾지 못해서 브금이 없어요ㅠㅠㅠㅠ
나보다 윤형오빠를 먼저 안 여자는 없었고 나보다 윤형오빠를 더 많이 사랑하는 여자는 없었다.
그건 오빠도 마찬가지였다.
오빠는 그 어떤 남자보다 나를 더 먼저 알았고, 그 어떤 남자보다 나를 더 많이 사랑했다.
우리는 지독하게 오랫동안 서로를 사랑했고, 지금 미치도록 서로가 필요하다.
"오빠, 세상에 우리보다 행복한 사람이 있을까?"
나는 윤형 오빠에게 환하게 웃어보이며 한껏 들뜬 목소리로 떠들었다. 항상 오빠와 함께라서 너무 좋아. 진짜 죽어도 여한이 없어! 내 말에 윤형오빠는 내 어깨에 팔을 두르며 말해왔다.
"그러게, 우리는 참 인연이야. 그치?"
오빠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려 내게 입술을 포개어왔다. 항상 립밤을 발라 말랑하고 부들부들한 입술의 감촉이 생생했다. 짧은 입맞춤 뒤에 오빠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내게 물었다.
"우리 내일은 뭐할까?"
나는 괜히 윤형오빠의 품에 파고들며 칭얼댔다. 모올라,귀찮아. 오빠는 실실 웃으며 내 등을 살살 쓸어내렸다. 입꼬리가 귀에 걸려있는 윤형오빠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도 그려졌다.
"오빠"
나는 나지막이 오빠를 불렀다. 오빠는 왜에. 하고 대답했고 나는 또 웃으며 오빠의 품으로 더 깊게 파고들었다. 포근했고, 따듯했다. 오빠의 옷에서 풍겨오는 순면 향과 은은히 섞인 섬유유연제 향이 딱 윤형 오빠의 향 같아서 기분이 묘했다.
"나 오늘 오빠랑 같이 자면 안 돼?"
오빠는 그런 내 이마를 쿡 찌르곤 세살배기 아이를 나무라는 부드럽고도 엄한 목소리로 나를 타일렀다.
"안 돼. 위험해. 너도 알잖아."
사실 예상한 결과이기도 하고 오빠의 말대로 위험했다. 내가 아닌 우리 모두가.
*
"윤형선배, 이거 받아주세요!"
오들도다. 버젓이 내가 옆에 있는데. 애인이 옆에 있는데도 여자애들은 윤형오빠에게 손으로 쓴 꼬질한 편지나 싸구려 초콜릿 등을 쥐어주며 선물이라고. 공부 열심히 하라며 응원을 하곤 했다. 그때마다 오빠는 그 애들을 바라보며 미안하지만 받을수 없어. 라는 말을 연신 내뱉었고, 나는 오빠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인기 많아서 좋겄수? 라며 질투 아닌 질투를 하곤 했다.
"00아, 나 송윤형선배 소개좀 시켜주라!"
내게 윤형오빠를 소개시켜달라는 애들도 많았다. 이유를 물으면 둘이 친하잖아. 당연히 친하지, 애인이니까. 나는 그런 애들에게 윤형오빠 애인 있어. 라는 말을 톡톡 내뱉었고 시기어린 눈총을 쏘아댔다. 그러면 애들은 알겠다며 돌아섰고, 미안하다는 말을 덧붙이는 애도 종종 있었다.
정말 이거, 공개 연애를 해야하나?
아냐. 위험해.
*
우리집에서 오빠와 단 둘이 저녁을 먹기로 했다. 마침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이라 외식을 하시는 덕에 윤형오빠와 나는 집에서 조금이나마 숨통을 틀 수 있었다.
오빠는 내게 자기가 볶음밥을 만들어 주겠다며 후라이팬과 조리용 숟가락을 치켜들었다. 오빠는 숟가락으로 목에 걸려 대충 입혀진 빨간 앞치마를 건드리며 뒤 좀 묶어달라는 부탁을 했고, 나는 폴짝 뛰며 달려가 앞치마 끈을 리본 모양으로 매듭짓고는 오빠를 꼭 껴안았다.
"00아, 너가 이러면 오빠가 요리를 못 해."
오빠는 몸을 휙 돌려 내 머리를 숟가락으로 콩 때렸고 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오빠를 바라보다 표정을 풀곤 베시시 웃었다. 눈에 보이는 빨간 앞치마를 두른 오빠가 귀여웠다.
"오빠 완전 귀엽다. 맨날 그거 두르고 다녀!"
오빠는 내 말을 듣고는 잠시 생각하는 척을 하더니
"그래도 너보단 못해."
라며 중얼거리고는 몸을 돌렸다. 나는 으, 오글거려. 하며 팔짱을 껴 두 팔을 비볐고 그런 내 소리가 들렸는지 오빠의 낮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소리가 날아와 내 마음을 간지럽혔다.
저녁을 다 먹고 쇼파에 앉아 부른 배를 통통 두드리는데, 어느새 내 옆에 온 오빠가 내 배를 보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자기는 얼마나 몸 좋다고?
"뭐, 왜 웃어, 웃지마!"
오빠를 사납게 노려보는데 오빠는 손가락을 뻗어 그런 내 이마를 쿡 밀었다.
"그래도 안 무서워. 귀엽기만 하네."
"누가 귀엽게 봐달래?"
괜히 심통이 나서 얼굴을 찌푸리는데 오빠가 내 앞에 쭈그리고 앉아 나와 눈을 마주했다. 짙은 쌍커풀 아래로 속눈썹이 길게 뻗친 게 내 눈과 똑같았다. 밤색의 눈동자가 형광등 불빛에 반짝였다. 오빠는 두 손을 뻗어 내 양 볼을 쭉 늘어뜨리고는 흔들었다. 하지말라거. 발음이 뭉개졌고, 오빠는 그런 나를 보며 한번 더 짙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 씨."
"어쭈?"
오빠는 내 볼을 조금 더 힘을 가해 흔들더니 살포시 놓고는 입술을 부딪혀왔다. 말캉하고 촉촉한게 내 입술보다 부드러운 것 같아서 살짝 부러웠다. 스륵 눈꺼풀이 감기고 두 팔로 오빠의 등을 감싸는데, 무언가가 쿵 하고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순간 오빠가 경직됬고, 들려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송윤형, 송00. 너희 지금, 뭐해?"
오빠, 세상에 우리보다 불행한 사람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