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01
처음 누군가에게 사랑에 빠지게 되는 순간은 특별한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서 나타나곤 한다던데. 우연히 부딪혀 넘어졌을 때, 책을 주워주려던 손이 부딪힐 때, 키가 닿이지 않는 물건을 꺼내어 줄 때, 혹은
"황윤성, 황윤성."
"얼씨구 이제 남자반에 뻔뻔하게 잘도 들어오시네. 우리 옷 갈아입어야 되거든 나가."
"야, 나와봐 빨리."
"왜 또. 말도 안되는 소리나 부탁 같은거 할거면 그냥 안하면 안돼?"
"아니, 어제 피씨방 갔을 때 너 옆에 있던 애 있잖아. 키 크고 잘생긴. 나 걔 소개시켜줘."
"누구? 이은상? 아, 지'랄하지마 진짜."
"왜? 왜 안되는데. 나 진짜 진심 걔한테 반한거같단 말이야."
혹은 그냥, 그냥 첫 느낌만으로도 사랑에 빠질 수 있다. 고등학교 3학년, 열아홉의 나이에 김여주가 드디어 첫사랑에 빠진 것 처럼.
솔직히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주위에 친하게 지내는 남자라고는 황윤성이 고작이었고 그 외에는 친해지고 싶은 사람도 없었을 뿐더러 얼굴이 특출나게 예쁘다거나 성격이 굉장히 매력적이라거나 그런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감히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누군가에게 이 정도로 푹 빠지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황윤성에게 전달해달라는 선물과 러브레터를 받을 때면 그 여자 애들을 그저 한심하게 봐왔던 내가.
"걔한테 반했다고 말한 애들 진짜로 수백만이야. 걔 그런거에 관심 없다니까?"
"난 다르잖아. 나한텐 황윤성이 있잖아."
"그래서 나보고 지금 네 사랑을 도우라고? 내가? 그럼 내가 이득보는건 뭔데."
"나와의 우정과 신뢰를 더 많이 깊게 오래 쌓는거지."
"내가 잘도 하겠다 그치? 가라, 나 체육이야 나가야돼."
진짜 도움이 단 1도 안되는 황윤성 때문에 처음부터 쉽게 갈 생각은 텄지만, 그래도 지금 교문 앞에 이은상이 서있는걸 보면 아예 도움이 아주 0만큼 안되는건 아닌가싶다.
"어? 어제 그 윤성이 친구네."
"헐. 아, 어… 안녕. 황윤성이랑 약속있어서 온거야?"
"응, 피씨방 가려고. 너도 같이 가?"
"어? 나?"
"아니, 얘 피씨방 싫어해. 게임 존'나 못하거든."
"뭔 개'소리야. 오늘부터 네가 나 게임 가르쳐주기로 했잖아 윤성아."
"그럴 인내심이 안되긴하지."
"진짜 김여주, 집에 가라 빨리. 귀찮게 하지 말자 좀."
"너 우리 오빠꺼 그거 플스 갖고싶다고 했었나? 나 하고싶다니까 오빠가 이제 안한다고 나 가지라던데."
"아, 우리 여주 오늘부터 게임이 배우고 싶었구나. 게임하면 또 나지. 나 말고 누가 우리 여주를 가르치겠어."
윤성을 가만히 보던 여주는 그저 어깨를 으쓱이고는 은상을 졸졸 따라 걸을 뿐이다. 피곤하다는 듯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뜬 윤성이 그 뒤를 따른다.
그 동그란 뒤통수들이 참 예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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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작품이 아닌 새로운 작품으로 오랜만에 돌아오게되어 죄송합니다
기존에 쓰던 은상승연글은 몇 번이나 다음편을 쓰다 지우고 쓰다 지우다가 조금만 쉬고 다시 연재하는게 좋겠다싶어 ..
프엑을 본방으로 보던 시절 구상했던 내용을 조금 들고와봤어요 !
은상승연글도 꼭 다시 들고 조만간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즐추되세요 여러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