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요밀러/욤타]내겐 너무 특별한 당신 4
끝!
4. 完
“너무하단 생각은 안들어요?”
시작은 그것이었다. 타일러씨가 한심하단 표정으로 - 너무하단 생각은 안 드냐며 먼저 내게 말을 건 것. 도대체 뭐가 너무하단 것인지, 솔직히 너무 뜬금없는 소리라. 아니 생각을해봐. 오자마자 ‘너무하단 생각은 안들어요?’라면서 컴퓨터를 만지작거리는 나를 빤히 바라보는데. 도대체 뭐가 너무하단거지. 그저 아니 안드는데요? 라고 그를 바라보며 웃어주고. 다시 컴퓨터를 바라보았을까. 그의 한숨소리가 - 거슬리게도. 내 귓가에 들리더라.
“기욤 씨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다른 것 같아요.”.
도대체 뭐가 문젠데요 타일러씨. 뭐가 마음에 안 들기에 아까부터 불만인 투로 말하는 것인데 - 나는 그게 무엇인지 잘못된 것인지 전혀 모르겠어서. 도대체 뭐 때문에 그러느냐고.타일러씨를 바라보면서 묻자 타일러씨는 여전히 빤히, 바라보기만 하더니 정말 모르겠냐고 눈을 찌푸리더라. 어, - 타일러씨가 이렇게 나오니까 조금 조심스럽기는 한데. 정말 모르겠어.
“기욤씨는 밤 말고 낮에도 일해야 할 것 같아요.”
하루 종일 낮게 게임밖에 안하니까. 저랑 데이트한 것도 까먹고 - .
아아, 그제야 왜 타일러 씨가 갑자기 우리 집에 와서 표정을 썩히는 이유를 알아내었다. 아아, 맞아. 아아. 타일러. 우리 점심 먹기로 했었죠 - 그만 깜빡 잊었네. 뭐, 늦었지만 옷이라도 입고 나올까요?. 미안해요. 잊어버렸어요. 라고 괜히 당당히 모른다고 한 게 무안해져. 허둥지둥 대며 물으니 타일러 씨는 포기했다는 눈치로 - 됐다고. 아니에요 레벨 올리시느라 바빴겠죠 - 기욤씨. 하며 웃더라. 미안하다니까, 글쎄.
“마크씨처럼 좀 대단해 보이는 일 좀 해봐요”
또 나왔다. 그 ‘마크’라는 인간. 그 마크라는 사람 이야기하지 말라니까, 괜히 발끈하자 타일러 씨는 - 그럼 마크 씨랑 비교가 안되게 하던가요. 라며 또 ‘마크’라는 사람을 언급해온다. 내가 싫어할 거 뻔히 알면서 이야기하는 속셈이 뭐야. 어쨌든 마크라는 사람 이야기 꺼내지마요.
“마크씨 만나러 갈거예요”
“왜요? - ”
왜왜. 총 세 번. 그에게 묻자 그는 태연하게 고개를 까딱이며 ‘기욤씨가 준비를 안 했는데. 제가 여기 있을 필요가 없잖아요?’ 라며 도도하게 다른 곳을 바라보더라. 잠시만, 잠시만 타일러. 그래도 그놈은 안되죠 - 왜 하필이면 그놈이야. 어떻게 소개팅을 한 그날에 그 난리를 쳤어도 친해질 수 있는 거지. 차라리 그때 더 난리를 쳤어야 했는데. 잠깐의 후회도 잠시, 안된다고. 나가지 말라고, 속옷 차림으로 타일러 씨의 손을 붙잡자. 타일러 씨는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붉히고선 - 속옷 좀 입어요!.라고, 손을 쳐내더라.
상처받았어. 그거에.
“그러면 평생 마크 씨나 만나요 - ”
왜 나를만나는거야?. 라고. 나도 내가 순간 내뱉은 말에 당황했지만. 그 말을 들은 타일러 씨는 더 당황스러운 듯 보였다. 눈빛이 흔들렸어. 예쁜 파란 눈이 속수무책으로 흔들렸어. 괜히 수습할 말도 몰라서 씩씩거리기만 했을까. 한참 정적이 그곳을 채우다 결국 - 타일러 씨가. 대답없이 고개를 휙, 돌리곤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밖으로. 뒤늦게 손을 뻗어보았지만 고개를 돌리지않았다. - 그냥 문만 쾅. 닫히더라. 나도 몰라, 나도 모르겠어. - 아. 망했다.
*
며칠 동안 타일러 씨에게 연락이 없다.
설마 진짜로 마크인지 뭔지 하는 공부쟁이 찌질한 놈을 만나고 있으려나. 이게 솔직히 불안하기 그지없다. 혹시라도 그놈을 만난 거면 어떡하지,- 정말로 그놈을 만나고있다면 어떡하지. 뭐 이렇게. 우리 둘이 사귀고 있는 사이긴 한데, 그렇다고 해도 위로받다가 눈이 맞는 - 그런 스토리도. 아예 가능성이 없다고 보긴 어렵잖아. 또 전화는 왜 안받아.아무리 잘못했어요, 내가 바보였어요. 진짜 죄송해요.를 보내보아도 - 보지도 않는다. 미치겠어.
타일러 씨에게 용서를 구하려고 아침 아르바이트도 구했다. 오전 시간의 맥도날드 알바. 주말엔 쉬니까 타일러 씨랑 데이트해 줄 수 있어. 아니 그리고 어차피 평일에도 아르바이트가 끝나는 시간과, 포커로서 돌아가는 시간의 텀이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타일러 씨만. 나를 용서해주면 됐는데. - 타일러 씨 제발요. 내가 잘못했으니까, 제발 좀 ‘ㅇ’이라도 보냈으면 좋겠다. 확인했다는 뜻으로.
정말로, 정말로 바람이라도 난 걸까. 불안해진다. 하루 종일 일이 잡히지 않았다. 맥도날드에서도 손님에게 햄버거 사이에 패티를 끼워 넣어줄 것을 착각해서 빵을 납작하게 넣어줘 건네주고. 햄버거 소스 대신에 머스터드소스를 왕창 뿌려 점장님에게 여간 혼난 것이 아니다. 힘들어, 진짜 힘들어. 누구라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면 좋으련만 - 들어줄 사람도 또 하나도 없다.
길을 걷다 보면 옆에서 쫑알쫑알, 오늘 있었던 일이라고 이야기하던 타일러 씨가 생각이 난다. -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세요?. 수업시간에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 중국인 교수님이신데 좀 보수적인 분이에요. 일본과 관련된 수업은 완전 나 싫다는 티를 팍팍 내시면서 하는데. 그런데 그 중국인. 이번에 신입으로 들어온 일본인이 끈질기게 들이대서 결국 사귀는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좀 웃기지 않나요?. 교수랑 학생이 사귄다고. 소문 내면 참 재밌을 것 같은데.
괜히 그때 제대로 리액션 못해준 게 아쉬워. 아마 그때도 게임 하고 있었겠지.맨 손으로 마른 세수를 한 후에 - 아직도 앞에 있을 것만 같은. 타일러 씨의 잔상만 그리워 한 후 다시 걸음을 뚜벅뚜벅 옮겼다. 괜히 길거리에 오래 서있으면 사람들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이상하게 보니까. 어디에 가서라도 좀 쉬고싶다. 하루 종일 혼나고, 또 타일러 씨 생각하느라. 지쳤어. 지쳤어.
거의 이끌리듯 친구에 카페에 갔다. 문득, 아. 그때 소란 피운 거 사과할 겸. 혹시나 거기에 타일러 씨가 있을까,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마지막 희망’ 이 들어서. 괜한 기대감이겠지만, 정말 작은 기대감을 안고 갔었다. 물론 타일러 씨가 그동안의 연락을 다 무시하면서, 그곳에 뻔뻔히 서 있을 리가 있겠나. 그럴 일은 없겠지만. 바보같겠지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기대감이 나를 그렇게 쉽게 놓아주지는 않더라.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지만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타일러 씨의 모습이 상상까지 가더라.
그렇게 뛰어가면서 카페에 도착했을까 - 상상과는 다르게. 타일러 씨의 잔상은 와장창 깨졌고. 친구가 컵을 닦으며 - 여어. 난봉꾼 왔냐. 라고, 나를 바라보고있었다. 참 진짜 허무해. 친구는 한숨을 푹, 푹 쉬며 이층으로 가라고. 이층에 다 있으니 이층에나 가라며 손가락으로 계단 쪽을 가르켰는데. 역시 베스트 프렌즈라고 그러는걸까. - 내가 올 걸 알고 미리 준비해뒀는지. 고마워. 힘겹게 일어서고 이층으로 터벅터벅 올라갔다.
그때까진 온전히 ‘친구가 나를 위해 음식을 준비해줬다’ 라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이층으로 힘없이 올라갔었고. 그저 들려오는 간간한 소리들에 - 웬일로 이층에 사람이 있을까. 생각을 하고 걸음을 옮겼다.
설마, 거기서 포기했었던 타일러 씨와 - 마크를. 보게 될 줄은 몰랐지.
처음에는 그저 우뚝, 멈추어서기만. 그러다가 뭐가 그리 행복한지 계속 마크 씨에게 미소를 머금으며 이야기하는 타일러 씨를 보기만. 타일러 씨의 미소, 내가 아닌 - 마크씨를 향한 그 미소를 보니까. 왠지 모르게 눈물이 다 나올 것 같더라. 우리 둘이 사귀는거잖아. 분명 우리 둘이 사귀는건데. 타일러씨가 완전히 내 곁을 떠나버릴것같아. 슬프기도 슬프고, 또 짜증도 많이나더라. 그곳을 계속 빤히 바라보고 있었을까, 역시 대단한 사람답게 촉각도 대단하신지 - 시선을 느낀듯한 마크가 먼저 고개를 두리번거리다가, 너머의 나를 보았는지 그저 씨익. 웃어보였다. 타일러 씨는 고개를 돌릴 생각조차 없는지 앞만 보며 마크 씨와 즐거운 담소를 나누고있고.
속상해. 마크 씨가 은근히 내 쪽을 힐끗 본다는 것을. 마크를 보고 나서야 안건지. 타일러 씨는 ‘마크씨 어딜 그렇게 봐요?’라고 묻더니. 이내 자기도 고개를 돌리더라.
- 그때. 딱 눈이 마주쳤다.
순간 기욤 씨? 하고 타일러씨가 나를 바라보았는데. 그만 울분이 차올라서 그때처럼 타일러 씨를 끌고 나오지는 못하고. 바보같이, ‘하던 이야기나 계속 하세요’ 라고 허허 웃으며 고개를 젓기만. 그리고 걸음을 급히 옮겨 나오기만 했다. - 아무래도 나는 타일러 씨에게 웃음을 선물해 줄 수는 없는것같아. 타일러씨에게 어울리는 남자는 못되는것같아.누구보다 행복해 보이는 미소를 지어줬어. 타일러씨가, 마크씨에게. 이제 마크‘씨’라고 일일이 존대를 붙이기도 싫다. - 마크에게.
걸리는 것이 있기에 당당할 수가 없다. 전에 타일러 씨와 말다툼을 했던 그 장면들이 쭉쭉 스쳐 지나가더라. 차라리 타일러 씨에게 어울리는 건 내가 아니라 마크씨였을까. 그저 힘없이, 축 늘어진 낙엽들을 즈려 밟으며. 앞으로 나아가기만. 진짜 세상이 와르르, 무너진 것만 같은 기분이다. 내일이라도 지구가 종말 해도 이상하지 않을것같아.
바람은 차가웠다.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겨울이어서 그런가 바람은 차가웠다. 쓸쓸해. 외로워. 이제 이 바람에 걸맞게, 엉엉 울어도 될것같아. 사람들이 등치 값 못한다고 욕해도 - 상관 없을것같아. 지금은. - 엄청 추웠더라. 바람이.
이젠 점점 시야가 흐려진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결국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떨궜어. 다시 시야를 깨끗이 만들으려고, 눈을 한번 깜빡였을까 후두둑. 떨어지는 물기들과 함께 뒤에서 느껴지는 따듯한 느낌에 - 누군가가 팍, 안으면서 필쳐와. 앞으로 두어 걸음 나간 채 어리둥절하게 뒤를 바라보려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고개를 돌린 것도 한계가 있었어. 정말 아등바등, 끌어안으려고 애쓰는 이 작은 팔. 그리고 아무리 고개를 돌려도 쏙 가려 보이지 않는 체구. - 타일러씨?. 울먹이는 소리로 그의 이름을 말하려고 하는데.그가 먼저 - 내게 말을 해왔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기욤 씨 - ”
타일러씨, 마크랑 사겨요?.
울먹이는 와중에 제일 먼저 물어본 것은 그거였다. 사과보다, 방금 전의 마크에 관하여. 그는 잠시 어리둥절한 것인지 제 눈만 깜빡이다가. - 마크형이요?. 하고 되묻더라. 그리고 이내 터지는 웃음소리. 기욤씨, 내가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하는데. 마크 씨가 그렇게도 신경쓰였어요?. 타일러 씨가 자세를 고쳐서 제대로, 내 앞에서 폭 안기더니. 그 예뻤던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마크씨랑 절대 그런 사이 아니에요. 길 가다가 우연히 만났는데. 핸드폰 수리사와 연이 있다고 해서요”
그동안 휴대폰이 고장 나서 연락을 못했어요. 진짜 그건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면 여태까지 핸드폰이 고장 나서 연락을 무시한 거예요? - 라 물으니까. 사실은 휴대폰이 고장 난 이유도 있었고, 기욤 씨에게 화난 것도 있어서. 이참에 무시할 거, 확 무시할래! 라는 못된 생각이 들어 무시해버렸다고 손을 꼼지락거린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였어요. 오늘은 저도 기욤 씨가 보고싶어서. 보고 싶어서 - 기욤씨 집에 갔더니 기욤씨는 또 없어. 우연히 본 마크 씨에게 잘됐다 싶어 수리를 부탁하기로 하고. 또 마크 씨 휴대폰으로 기욤 씨에게 미안하다는 문자를 부탁하려던 참이었단말이에요!.
그러면 마크 씨에게 그렇게 웃어준 이유가 뭐예요. 난 타일러 씨가 다른 남자에게 웃어주는 게, 너무나도 샘이 났어요.
- 그러면 마크 씨에게 일일이 정색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타일러 씨가 배시시 웃어와. 그렇지, 그것도 그런데. 샘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잖아요.라고.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괜스레 토라지게 되었다. - 기욤 씨. 기욤 씨 지금 엄청 귀여운 거 알아요?라고 타일러 씨가 볼을 쭉 늘이는데. 제가 아무리 귀여워도 타일러 씨만 하겠어요. 등치도 크고, 또 못났는데. 마크라는 사람보다 더 못났는데. 내가 왜 귀여워요.
“아니 기욤 씨 귀여워요”
“...”
“나에겐 너무 특별한 사람이라!! 너무 귀여워 보여요”
까치발을 들며 이번에는 아예 손바닥으로 볼을 꾹 눌러온다. 그 덕분에 붕어 같은 - 이상한 표정이 되었지만. 겨우겨우. 까치발을 들고선 볼을 누르는 타일러 씨의 허리가 또 얇아. 짓궂게 그것을 감싸 안고 선 품으로 꽉 끌어안으니 방심했다!라. 타일러 씨는 놀란 양 짧은 말을 내뱉고선 폭, 안겨버린다. 에이. 특별한 사람은 타일러 씨죠. 타일러 씨가 더 귀여워요. - 그것도 훨씬.
“그런데 기욤 씨, 그거 알아요?”
나 공부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또 그 말의 의미는, 평소에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임에도 불구하고 그 말의 의미는 정말 귀신처럼 알아듣게 되더라. 왠지 그렇게 보였어요. 아기 여우같아보였어. 그러면 도대체 타일러 씨는 뭘 잘하는 걸까요? 허리에 두른 손을 풀지 않은채. 아기 같은 그를 내려다보았을까. 그는 까치발을 들며 손가락으로 입술을 훑어주고선. 다시 순수한 눈망울로 깜빡이며. 그러게요. 도대체 뭘까요?.라고 웃어보였다.
사실 정말 가벼운마음으로 쓴거라 가벼운마음으로 마치네여... 진짜 아무생각없이 귀여운 귀여밀러 보고싶다 ㅠㅠ해서 쓴거라..
다음에는 기요밀러들에게도 좀 웅장ㅇ한 썰을 써야겠ㅆ따....(다짐)
☆암호닉
증사앙 님 블맘 님 Sweet Bomb 님 카푸치눠님 마지막으로 블루님!
암호닉분들(이라고해야하나) 늘어나셔서 그저 뿌듯... 항상 재밌게봐주셔서 감사해여 ㅜㅜㅜ 사실 요즘 소재고갈이라 아ㅏㅏ...아...하는마음으로 가벼운 썰만 휙휙 써대고있는데 ㅠㅠㅠㅠㅠ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가벼운 썰만쓰는데 좋아해주시니 그저 감사합니다 ㅍㅡ퓨ㅠㅠㅠㅠㅠㅠㅠ 읽어주시는분들도 감사해여ㅠ..!! 첫연재였는데 일편이 초록글도 다가보고 감사했어요ㅠ! 그럼 이만(총총
기요밀러는 사랑입니다 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