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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붉은노루 전체글ll조회 951l










그래도 해피엔딩 上







나 그냥 이대로 쭉 살다가 죽을거야. 아니 뭐 쭉 살지는 못하겟지만.

아무튼 병원에서 갇혀서 창밖에 떨어지는 나뭇잎만 바라보다가 겨우겨우 며칠 더 살고 죽는 것 보다 그냥 집에서 살던데로 있겠다는 소리야. 

뭐 힘들지 않다는 건 아냐. 근데 당장 죽을만큼 힘들지 않으니까.


그리고 세상에 안 힘든 사람은 없어. 누가 더 힘들고 덜 힘드냐의 차이지.


"...라고 경수가 말했었지"


"지가 삼개월 안에 죽는다는데 그렇게 멀쩡한 사람은 걔 밖에 없었을거야"



경수 형 멀쩡했던거 아냐, 멀쩡한 척 했던거지


종인이 챱챱 손가락으로 잡채를 집어먹으면서 말하자 빡 찬열이 종인의 머리를 갈겼다. 이새끼야 끝나고 먹으라고! 

아씨 변백현이 와야 뭘 하던 말던 할거아니야 우물우물 뒤통수를 박박 긁으면서 종인이 항변하는데 덜컹 문이 열렸다.



"세이~프"

"늦었어 임마"




야 오분늦었다 오분. 지금 안보여 열덟시 오분? 나 진짜 부장님 몰래 나오느라고 뒤질뻔함 하필 오늘 부장이 퇴근을 안하는거야 어쩌구저쩌구

오자마자 종알종알 백현이 열심히 본인이 늦은 이유를 설명했다. 귀찮았던 종인은 귀를 후비며 귓등으로 듣는 척을 하다가 그냥 백현의 입에 잡채를 넣어줬다.

윽....오 이거 맛있다? 박찬열 작품? 종인이 제 손가락을 쪽 빨아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경수가 잡채를 좋아하긴 했지"

그것도 니가 한 잡채. 백현의 말에 훗 하고 찬열이 어깨를 으쓱 했다. 


빨리 절이나 하자. 찬열이 말하자 다들 부산하게 음식을 날랐다. 오 경수가 좋아하는 거 투성이네. 올~ 메론도 있어. 근데 제사상에 초콜릿도 올라가냐?

김종인 개무식하네 백현이 낄낄대자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진 종인이 항변했다. 경수 형이 허쉬 화이트 초콜릿을 얼마나 좋아했는데! 

홍동백서라는데 하얀 색은 어디로가냐? 백현이 깐죽대며 저를 공격해오는 종인을 피해다니자 찬열이 백현의 뒤통수를 쌔리면서 말했다. 좀 닥쳐!!





"형 후식도 먹어" 

마지막 순서인 종인이 상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중얼중얼 말했다.

형 맨날 달고살던거 사왔어. 거기도 이런거 있나? 종인이 경수의 잡채에 있던 젓가락을 제가 사들고 온 허쉬 화이트초콜릿에 올려두고는 술을 따랐다. 


근데 넌 왜 우리한테는 반말이면서 경수는 형이냐?

즐 니네가 형이냐? 거기다 박찬열은 두달 차이나는데 형은 무슨형ㅋ. 나 경수형이랑 얘기중이니까 좀 닥쳐줄래? 형 쟤네들이 괴롭혀~


종인이 여전히 깐족대는 백현의 말을 잘근잘근 씹어먹으면서 경수의 젓가락을 메론으로 옮겨줬다. 과일도 먹어 형- 





오랜만에 다같이 만난 세 남자가 할 일은 역시나 술 뿐이였다. 제사 음식을 해치운 셋은 경수의 영정 앞에 두런두런 자리를 폈다.


세 남자에게 경수가 떠난 후 일년 정도는 도경수의 '도' 자만 꺼내도 몸을 부르르 떨만큼 예민한 사항이였다.

누구도 먼저 경수 얘기를 시작하지 않았고, 그만큼 아직 경수를 떠나보내지 못했다.


일년 후에 첫번 째 제사를 지냈다. 셋다 펑펑 울었다. 동이 틀 때 까지 제사가 끝나지 못했다. 울다 지친 그들이 서로를 베고 제사상 앞에서 잠들었을 때

경수가 내려와 희미하게 웃고 갔다는 건 누구도 모를 사실이었다. 


시간이 약이라고, 조금씩 시간이 흐르자 그들도 덤덤하게 경수 얘기를 꺼낼 수 있는 날이 왔다. 세번 째 제사 때 정도였던 것 같다. 

이제는 그들도 울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웃기로 했다. 이 것이 경수가 더 좋아할 쪽 이라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부분 대화 주제은 경수는 누굴 더 좋아했나 로 시작해 경수는 자신의 무엇 까지도 챙겨줬다 라고 자랑하다가 결국 셋중에 둘은 배틀이 붙다가 싸우기도하고 

또 경수생각이 나서 다같이 찔찔 짠 적도 있고 뭐 찌질함의 극치였지만 이건 경수를 추억하는 그들만의 방법이였다.  



"나 경수가 지 영정사진이라고 저거 들고왔을 때 경수 처음으로 때렸잖아"


조금 초점이 흐려진 눈으로 말갛게 웃고있는 경수의 얼굴을 쳐다보던 백현이 말했다. 맞아. 그래서 나중에 우리한테 밟혔잖아. 씨발 아파 뒈지는 줄 알았어. 

뺨 한대 때리고 온몸을 구타당하냐. 맞을만 했지. 경수 형이 때릴 데가 어딨다고 때려? 홀짝거리던 찬열도 끄덕거렸다. 그건 천년이 지나도 니가 잘못했어 새끼야.

알어 나도 존나 후회 했어. 근데 역시 내 편은 아무도 없군. 경수야 나 좀 외롭다-  




그때 띵동 벨이울렸다. 치킨왔습니다- 

종인이 재빨리 돈을 챙겨 현관으로 향했다.  악! ..쏘리ㅎ 달려나가는 종인에 손을 밟힌 백현이 우는 소리를 냈다. 씨발 미안하면 닭다리 나줘! 안미안.










*










도경수. 이거뭐야

이거 뭔데

..보이는대로.

뭐라고?

뭐, 조만간 말하려고 했어. 


"가족력도 있고. 나 형도 초기에 발견했는데도 죽었어. 알잖아? 그래서 일년에 한번 꼬박꼬박 검사 했는데 저 속에 틀어박혀있던게

널리널리 퍼져서 이제야 발견됬대. 운이 없었던거지. 아무튼 말기래. 길면 육개월 짧으면 삼개월."


치료는 안받아. 어짜피 가망없어. 그냥 있던대로 살다가 죽을란다. 그러니까 너도 그냥 원래 그랬던대로 해줘.


그나마 셋중에는 찬열이 가장 이성적이고 현명하다고 생각해 경수는 어짜피 들킨거 숨기느니 그냥 자신에게 남은 시간과 남은 생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그대로 말했는데, 

제 판단은 오산이였다. 찬열은 아무말 없이 밖으로 나가더니 그날 새벽까지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새벽에 술에 꼴아서 꽐라가 되어 들어온 백현은 찬열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고, 종인은 찬열과 연락이 안되자 제게 물어왔다.


"..무슨일 있지"

"없어 그런거"

근데 박찬열이 왜 지가 경수형이랑 자는 날에 연락도 없이 외박이야? 고개를 갸우뚱 거리던 종인은 여전히 신호만 가고 받을 생각을 하지 않는 휴대폰에 이내 통화를 끊었다.

그럼 형 오늘은 나랑자자. 

..그래



경수네 하숙집에서 하숙하던 셋은 일층 경수는 이층을 썼지만 겨울에 난방비문제로 이층 난방을 끄는 대신 경수가 일층에서 하루씩 돌아다니면서 잠을 잤다. 

또한 누군가가 옆에 있어야만 악몽을 꾸지 않고 깊은 잠에 들수 있는 경수에게도 좋은 일이였고.


새벽 한시. 한 번 잠이들면 깊게 자는 종인은 이미 꿈나라에 빠져 쿨쿨 잠을 자고 있었지만 경수는 컴컴한 방에서 두 눈을 꿈뻑거리며 이리저리 뒤척이고 있었다. 

이유는 역시나 저녁 때 뛰쳐나가버린 찬열이 걱정되서였다. ...저 멍청이가 이 추운데 어딜 싸돌아 다니고 있는거야. 

그나마 똑똑한 줄 알았더니만. 

에휴- 한숨을 쉰 경수는 조용히 침대에서 나와 이불을 뻥뻥 차내는 종인에게 다시 이불을 덮어주고는 무릎 밑까지 내려오는 제 검정 패딩을 챙겨입었다. 




[어디야]

[한시간 째 너 찾는데 나 춥다]

[나 감기걸리면 약도 없다]


톡톡톡 경수가 문자를 쳤다. 한시간은 개뿔. 일분 전에 나온 경수지만 찬열이 저에게 연락하도록 하는 방법은 이뿐이였다. 

이제 죽으려니까 별게 다 눈에 들어오네. 답장을 기다리면서 현관 앞 계단에 쪼그려 앉아있던 경수는 평소 신경도 안쓰던 별이총총박혀 있는 밤하늘에 시선을 두었다.

나이스! 밝은 빛을 내면서 드르륵 진동을 뿜어대는 제 휴대폰에 찍힌 박찬열 이라는 이름에 경수는 미소를 지었다. 



"..구라치시네. 내가 두시간 째 대문 앞에 서있었는데 뭔소리야"


..들켰네. 끼익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찬열에 살짝 놀란 경수가 이내 히죽 웃었다. 뭘 잘했다고 웃어. 

찬열은 여전히 휴대폰을 제 귀에 대고 있었다. 그러자 경수도 휴대폰을 그냥 제 귀에 두었다.

누가보면 웃긴 상황이였다. 한 열걸음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서로를 마주보고서는 전화기로 통화하는 꼴이라니. 



..경수야

미안해

뭐?

사람 옆에 두고 떠나는 거 남는 사람 얼마나 잔인한 일인 줄 알아 나도. 

....


어두워서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찬열의 경수의 목소리가 조금 떨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제서야 깨달은 것이다. 지금 저보다 더 힘든건 경수일거라고.



"뭐 남들은 죽기전에 특별한 여행을 간다던지 아니면 조금이나마 더 살려고 입원 한다던지 그런다는데"

"......"

"나는 남은 시간동안 그냥 이대로 살란다. 어짜피 정떼는 건 늦은 것 같고- "


도경수는 괜찮은 게 아니라 괜찮은 척 하는 거라고. 


"그니까 찬열아"

"..."

"...끝까지 남아있어 줄꺼지?" 


찬열은 이내 전화를 끊고 경수에게 걸어갔다. 처음본다 우는 도경수. 

부모님은 교통사고로 일찍 죽었어. 일년 전에 형도 암으로 죽었어. 뭐 그래서 혼자야. 집은 넓은데. 하숙이나 할래? 월세 받아야 넉넉 할 것 같아서. 뭐 비싸게는 안받을게.

이전 옥탑방에서 기타친다고 쫓겨난 제가 방이 급해서 알아보는 중이라고 하루만 재워달라고 부탁하는 제게 대뜸 경수는 그렇게 말했었다.


그 전에 칠번 방의 선물인가 추석 특선으로 해주길래 넷이서 나란히 거실에 앉아서 보다가 백현은 꺼이꺼이 오열하고 종인은 배게에 얼굴을 묻으며 윽윽 거리고

저도 입에 주먹을 넣고 눈물을 참는데 경수 혼자서 저게 뭐가 슬프냐 내인생이 더 슬프다-  하고 와작와작 팝콘을 먹으며 심드렁 하게 말했었는데. 


찬열은 우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 입술을 꽉 물고 고개를 숙인 경수를 제 품에 감싸 안았다. 그리고는 토닥토닥 경수의 등을 두드려줬다. 








*










미친 그럼 너는 미리 알고있었다는 거지?

그래봤자 하루차이인데 뭘 다음 날 경수가 바로 니네한테 얘기 했잖아. 그리고 너는 꽐라대서 담날 두시까지 눈도 못떴으면서 지랄은.

 

....어쩐지 담날 일어나보니까 경수 형 니옆에서 자고있더라니, 치사빤스-


종인이 투덜거리며 방금 안주로 시킨 치킨의 닭다리를 야무지게 뜯었다. 


"아무튼 그래서 도경수 우는건 나만 봤을껄?"


본사람 없지? 훗 하고 으쓱거리는 찬열에 백현은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이 게임의 승자는 나야"

"뭐?

"난 도경수랑 뽀뽀한 적 있거든"


..뭐라고?! 찬열은 경수가 노래할 때 목에 좋다고 해서 늘 제게 권유하던 경수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뜯던 닭 목을 뚝 떨어트렸고

종인은 다 먹은 닭다리 뼈를 백현에게 던졌다. 씨팔 구라치지마!!!!!!!!!!


진짠데- 백현이 히죽 웃었다.















* 오랜만입니다! 일단 제가요..캐럿을 열심히 쓰려고 했으나.. ㅠㅠ 너무 안써져서 ㅠㅠㅠㅠㅠㅠ어흑...

  해피 하숙 조각이라고 있는데 거기서 조금 수정되서 나온 글이에요 ㅠㅠ아마 상중하나 상하로 짧게 끝날것 같아요!

  달다구리한 러브러브도 없고 찐한 러브씬도 없고 뭐 잔잔하게 흘러가는 글입니다. 헤헤 

  

  그리고 토요일부터 제가 조금길게..해외로..여행을..ㅎ..가게되서..ㅎ...한 2주정도는 와이파이로 접속은 해도 글은 못 쓸 것 같아서 ㅎㅎ..뭐라도 들고와봤슴당 

  암호닉 여기선 안쓰지만 기존의 암호닉 분들 알아봐 주시면 저는 사랑합니다 ㅎ0ㅎ 


 다들 감기조심하시고 몸조심하세요! 내일 꼭 들리겠습니다. 빠르면 이거 내일 끝날듯...되려나 모르지만요..(한숨을쉰다) 




피드백 조화해요! ㅎ0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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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요거트
9년 전
독자2
우오ㅓㅇ 작가님 진짜 오랜만입니다앙아아ㅏ아ㅠㅠㅠㅠㅠ부ㅠㅠㅠㅠ 와 이것도 제 취햐으... ㅠㅠㅠㅠㅠㅠㅠ 제가 기운이 엊ㅅ는 관계류.... 잘 자여
9년 전
붉은노루
어흑 ㅋㅋㅋㅋㅋㅋ오늘도 일등! 얼른자요~ 굿밤!
9년 전
독자3
하리보/ ㅠㅠㅠㅠㅠㅠ자까님됴총이라녀...ㅠㅠㅠㅠㅠ사랑해요!!!!카디찬디백돟오우허헣어ㅓ~~~~글이진짜취저에요탕탕탕탕 이것도 재밌게 읽고가요!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붉은노루
하리보님 ㅠㅠㅠ감사해여! 별 달다구리한 로맨스는 없지만..이전부터 제가 정말 쓰고싶어했던거라서..ㅎㅎ...질러봤습니다 ㅠㅠㅠㅠ
9년 전
독자4
몰라 계속 암호닉이 신청되있는지도 모르니까 그냥 있는걸로 칠래요ㅠㅠ꽯뜗쐛뢟인가ㅠㅠㅠㅠ아니ㅠㅠㅠㅠㅠ경슈야ㅠㅠㅠㅠ흐어어ㅠㅠㅠㅠㅠ
9년 전
붉은노루
ㅋㅋㅋ한번암호닉쭉가는데!! 저 다기억해요 어서 불러주세요 ㅋㅋㅋㅋ제 사랑을드리져 하트
9년 전
독자5
잇치입니다 정말 잘보구 가요! ㅎㅎ 경수가 죽은겨죠ㅠㅠㅠㅠㅠㅠ 흐어 ㅠㅠㅠ 여행 잘다녀 오셔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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