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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김남길 강동원 성찬 엑소 온앤오프
구슬나무 전체글ll조회 903l 1

방에서 나가는 클라이언트에게 고개숙여 인사한 성규가 의자에 주저앉으며 탄식을 내뱉었다.
 '이제 많이 따뜻하고 포근해졌어요.디자인은 이대로 가주세요.연애라도 하시나봐요.디자인이 갑자기 따뜻해졌어요'
아까 클라이언트가 한말에 머리가 많이 혼란스럽고 정신없었다.
이런 마음이 이렇게 영향을 주나? 주먹을 쥐고 관자놀이에 손을 가져가대고 절규하던 성규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눈앞에 보이는 우현에 놀라 고개를 빠르게 뒤로 뺐다.
고개를 뒤로 빼는 성규에 살짝 웃은 우현이 숙이고있던 상체를 들어올렸다.
그제야 안심하며 자세를 바로잡은 성규가 목을 가다듬었다.
그런 성규를 보며 씩 웃은 우현이 손에 들고있던 테이크아웃커피를 건넸다.


"또 테이크아웃커피에요?"
"왜요? 별로에요?"
"아니요.그냥요"


커피를 입으로 가져간 성규가 한모금 마시고는 책상에 내려두었다.


"이제 일하게 나가주시죠"


계속 얘기하고싶지만 밀어내야한다.거리를 유지해야한다.
노트북으로 눈길을 돌린 성규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성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우현이 시선을 돌리다 발견한 무언가에 오히려 앞에 있던 쇼파에 앉아버렸다.
쇼파에 앉은 우현이 쇼파앞 테이블 위에 커피를 내려두고 무언가를 집어들었다.


"이거 그거 맞죠?"


우현의 물음에 고개를 돌린 성규가 눈을 크게 뜨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우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우현의 손에 들려있는 무언가를 뺐어버렸다.


"그거 제도용팬 맞죠? 이걸 어디서 났어요? 진짜 옛날건데... 한 20년 전꺼? 그정도 되겠다. 진짜 어디서 났어요?"
"알아서 뭐하게요"
"그냥 물어보는 거에요.얘기하기 싫으면 안해도 되요"
"나가요"


차갑게 말하고 뒤돌아 자리에 앉은 성규가 우현을 보며 고갯짓으로 문을 가르켰다.
그에 천천히 일어난 우현이 커피를 집어들고 문앞에 멈춰섰다.
멈춰선 우현의 뒤테를 보던 성규가 잘빠진 우현의 뒤테에 또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끼고 노트북으로 시선을 돌렸다.

성규를 보려 뒤돌아선 우현이 성규를 보더니 씩 웃으며 말했다.


"귀빨게졌어요.그럼 나갈께요.오늘 일 열심히해요"


그대로 문을 열고 나가버린 우현이 문을 닫자마자 뒤돌아 창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 성규가 창피한지 관자놀이에 주먹을 쥐고 고개를 숙였다.
귀가 빨게져있었다. 빨게진 귀에서 물에 색소 퍼지듯 목까지 빨게지자 성규가 한숨을 내쉬었다.
왤케 티나냐.자책하듯 으아으아거리던 성규가 일에 집중해야겠다며 노트북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그래도 신경쓰이는 탓에 한숨만 내쉬다 문득 손에 쥐고있는 제도용펜에 표정을 굳혔다.


"하...얘기할껄그랬나"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은 성규가 기억을 되꺼냈다.

 


"아빠,이게 뭐에요?"
"제도용펜,갖고싶으면 가져"
"진짜요? 어.그리고 아빠,엄마랑 어디 놀러가자"
"네!"

 


그때 가지말았어야했는데.평소답지 않았는데 그때는 너무 어렸어.
어렸을때 어두운 추억이 생각난 성규가 눈을 뜨고 기지개를 폈다.
괜찮아 더 잘된거야.

 


--

 


"아빠엄마 어디가요?"
"음..동물원 갈까?"
"좋아요!"


"엄마! 아빠! 가지마요! 가지마!"

가지마! 가지마! 엄마...아빠...가지마...가지마...

 


눈을 뜨니 작고 허름한 밤이었다.
해가 점점 떠오르고 있었고 소박하게 빛이 들어오던 창문은 오늘따라 많은 빛을 방안에 넣어주고있었다.
다시 눈을 감은 성규가 여름새벽 바람에 걷어찬 이불을 찾으며 뒤척였다.
뒤척이다 문득 드는 생각에 상체를 일으킨 성규가 침대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따로 주방이라 할것도 없는 원룸이었지만 성규는 항상 주방과 방으로 나누곤 했다.
성규정도면 더 비싼 오피스텔에서 살수도 있지만 성규는 이쪽이 편했다.
무엇보다도 혼자여도 외롭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냉장고에서 물통을 꺼낸 성규가 물을 따라 마시고는 다시 냉장고 안에 물병을 넣어두었다.
침대옆에 자리 잡고있는 쿠션처럼 생긴 쇼파에 주저앉은 성규가 침대옆 협탁에서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5시 23분 여름이라 그런가 빨리 뜨는 해에 벌써 밝아진 하늘과 빛이 가득 차지한 방에 성규가 화장실로 향했다.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으니 6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간단하게 가디건을 걸치고 집을 나섰다.
그냥 차를 무작정 몰고 보니 회사 주차장에 들어와 주차를 하고있던 성규가 픽하고 웃었다.
내가 갈때가 여기 말고 어디있겠어

차에서 내려 팀장실로 향한 성규가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돌아다니는 남자에 멈칫하고 눈을 찡그려 자세히 살펴보았다.
저 키에 양복,저 등판 맞네 남우현.
남우현임을 확인하자마자 벌렁거리는 심장에 당황한 성규가 아무렇지 않은 척 우현을 지나쳤다.


"어? 김성규씨! 성규씨!"


제 이름을 부르며 딸아오는 우현에 고개를 살짝 숙인 성규가 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가 손을 떄고 한숨을 쉬었다.


"왜요"


뒤돌은 성규가 우현을 보며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
성규의 차가운 말투에 의아해하던 우현이 눈을 내려 유하게 웃으며 성규의 옆에서 실실 댔다.
실실 웃는 우현을 보며 이상하게 쳐다보던 성규가 다시 앞을 보고 걸었다.


"오늘따라 기분이 않좋아보여요,뭐 아침에 않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아니면 악몽이라도 꿨나?"


딱 맞춘 우현에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자 우현이 풉하는 소리를 내더니 놀라있는 성규를 쳐다봤다.
눈을 크게 뜬 성규를 보던 우현이 성규의 눈을 가렸다.
뭐냐는 듯이 우현의 손을 치우려 애쓰던 성규가 우현의 말에 가만히 굳어버렸다.


"얼마나 힘들면 악몽을 꿨어.저번부터 힘들고 피곤해 보이던데 무슨 일있으면 나한테 얘기해요"


그 말이 무심하지만 따뜻해서 눈물이 나왔다.
손바닥에서 물기가 느껴지자 당황한 우현이 손을 떼기엔 무안해 질것같아 가만히 있기로 했다.
주차장 한 가운데에서 비켜야할것같은 느낌에 우는 성규를 데리고 회사 안으로 향했다.
회사 안 휴게실로 급하게 들어가 문을 걸어잠궜다.


"왜그래? 진짜 무슨일있어요? 왜 울어?"


성규의 눈물을 닦아주며 눈을 맞추고 물어오는 우현에 성규가 다시 눈물만 쏟아내었다.
울기만하는 성규에 어떻해 해야 할지 고민하던 우현이 성규가 좀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렸다.
잠시후 한바탕 울고난 성규가 끅끅거리며 입을 열었다.


"실은 어렸을 때 나는 부모한테 버려졌어요...버려지던 날은 항상 차갑기만하던 부모님이 따뜻하게 대해주고 처음으로 동물원으로 같이 놀러갔어요.
그 동물원에서 버려졌지만요...그래서 따뜻한 느낌도 싫어하고 동물원도 싫어해요...그릭고 사람한테 정주는 게 힘들게됬죠.
우리팀 직원인 동우는 같은 고아원 출신이에요. 호원이는 동우 덕분에 알게된 친구고요...날 입양해 간 사람도 없어서 고아원에서 19살 때까지 자랐고요.
19살때 홀로 서기 시작했어요. 좋은 부모,좋은집,좋은가정에서 자란애들을 이기기 위해 밤새서 공부하고 여기까지 올라와서 하는게 그 고아원에 후원해주는 거 뿐이지만말이죠.
그리고 요즘 악몽을 자주 꿔요.옛날에 부모님한테 버려지던 그 날이 자꾸 꿈으로 나오더라고요. 오늘도 그 꿈을 꿨고요"


성규의 말에 우현이 당황했다.
이렇게 울면서 말하는 성규를 어떻게 달래줘야할지 뭐라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말없이 성규에게 다가간 우현이 성규의 눈물을 닦아준 우현이 성규를 꼭 안아줬다.
따뜻한 우현의 품에 성규가 다시 눈물을 흘렸다.
성규의 눈물에 우현은 손으로 성규의 뒷머리를 끌어당겨 더 꽉 안아주었다.

 

 

--

 

 


우현에게 안겨 실컷 울고난 뒤 새빨갛게 부운 눈을 비비던 성규가 저지하는 우현에 손을 슬적하고 내렸다.
어색해진 분위기에 손가락만 꼼지락대던 성규가 눈앞에 내밀어진 머그컵을 보고 비스듬히 위를 쳐다봤다.
뒤목을 긁적이며 머그컵을 건네고 있던 우현이 성규가 멀뚱히 쳐다보자 눈을 돌려 시선을 피했다.
그럼 우현을 보다 머그컵을 두 손으로 받아든 성규가 작게 말했다.


"고마워요"


머그컵을 입에 가져다 댄 성규가 작게 홀짝였다.
너무 많이 울어서 그런지 눈끝이 아려왔다.
머그컵 안에 있던 액체가 입안에서 달콤하게 퍼져나갔다.

달달한 맛에 눈을 크게 뜨고 우현을 바라본 성규가 씩 웃어주는 우현에 다시 머그컵으로 시선을 돌렸다.
손가락으로 머그컵을 툭툭 치며 출렁거리는 액체를 보던 성규가 다시 우현을 바라봤다.
성규를 계속 보고있던 우현과 눈이 마주친 성규가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코코아안데 어때요? 이제 좀 괜찮아요?"
"네...말하고 울고나니까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고마워요"


성규의 말에 우현이 눈꼬리를 내려 웃으며 성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신의 머리에 닿는 손길에 성규가 우현을 멀뚱이 쳐다봤다.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내린 우현이 성규의 볼을 살짝 쓸었다.

성규가 멍하니 우현을 보자 우현이 성규의 볼을 쓸던 손을 내리고 표정을 굳혔다.
표정을 굳힌 우현이 성규의 어깨를 붙잡았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우현에 성규가 눈을 꽉 감았다.


"눈을 왜 감아요"


우현의 멘트에 눈을 번쩍 뜬 성규가 목부터 얼굴을 지나 귀까지 빨개진 상태로 우현을 쳐다봤다.
성규의 볼 근처에 붙어있던 머리카락을 떼준 우현이 성규의 앞머리를 마져 정리해줬다.
빨게진 귀가 뜨거운지 귀를 매만지던 성규가 자신도 모르게 싱긋 웃었다.
그런 성규의 웃음에 우현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성규가 활짝 웃으며 우현을 쳐다봤다.


"그냥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것 같아서요"
"음...그래요? 그럼 다행이네"


다시 어색해지는 기류에 성규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머그컵에 들은 코코아를 급하게 마신 성규가 뜨거운지 혀를 내두르며 머그컵을 내려놨다.
성규의 행동에 성규에게 다가간 우현이 성규를 걱정했다.
그게 또 좋은지 성규가 미소 지으며 우현을 쳐다봤다.


"괜찮아요?"
"네. 저희이제 그만 나가요.벌써 10시에요"
"아 벌써 그렇게 됬나? 그럼 이제 나가죠"


휴게실에서 나온 성규와 우현이 엘레베이터로 향했다.
띵동하는 소리와 함께 엘레베이터가 도착하고 엘레베이터 안으로 몸을 옮긴 성규가 엘레베이터 벽에 몸을 기대었다.
성규를 따라 들어온 우현이 자연스럽게 4층과 8층을 눌렀다.
엘레베이터의 문이 닫히고 자신의 뒤에서 벽에 몸을 기대고 있는 성규를 계속 힐끔힐끔 보던 우현이 성규의 말에 깜짝 놀라 몸을 떨었다.


"근데 아까부터 반존대다?"
"네?"
"아까부터 반말 존댓말 섞어하신다고요 남팀장님"
"음...우리 그냥 말 놓을까?"


우현의 말에 표정을 굳힌 성규가 우현을 봐라봤다.
성규의 포스에 겁먹은 우현이 금새 꼬리를 내렸다.


"싫어요?"
"아뇨. 말놔요.앞으로 우현아라고 부를께"


우현아라고 이름부르는 소리에 최대한 다정한 감정을 실어 부른 성규가 괜히 더워지는 자신의 볼에 옆에 거울을 쳐다봤다.
빨갛게 홍조를 띈 볼에 성규가 손으로 볼을 가린 성규가 엘레베이터가 4층에 도착하자마자 도망치듯 나와 달려갔다.
그런 성규의 뒷모습만 바라보다 닫히는 문에 순간 놀란 우현이 웃음을 터트렸다.


"김성규 귀여워"

 

 

--

 


그렇게 울고불고한 일이 벌써 이틀 전이다.
그 일 이후 회사에서 우현을 본적이 없지만 왠지 모르게 설레어 왔다.
눈을 감으면 우현이 다시 안아줄것만 같아서 두근거렸고 우현아라고 부르는 자신의 모습이 상상되서 기분이 좋았다.

점점 더 우현이 좋아지는 듯 이틀사이 더 애틋해졌다.
보고싶다. 문득 튀어나온 말이었다.
보고싶어,보고싶어,보고싶어,남우현 보고싶어!

혼자 쇼파에 누어 발버둥을 치다가 다시 잠잠해 졌다.
보고싶다.발버둥을 쳐도 보고싶은 건 어쩔수 없는지 몸에서 힘을 뺀채 천장을 바라봤다.
흰 천장에 우현의 웃는 모습이 그려졌다.
영화나 드라마,만화에서만 나올 것같던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는 구나하고 중얼거리던 성규가 쇼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쇼파에 앉아 머리를 콩콩 때리기도 해보고 머리카락을 헤집어봐도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는 우현에 이제는 어지럽기까지 했다.
다시 쇼파에 벌러덩 누어 눈을 감은 채 머릿속에 가득 찬 우현으로 힘들어 하던 성규가 울리는 핸드폰 알람에 눈을 새초롬하게 뜨고 쳐다봤다.
[개우현]발신자에 벌떡 일어나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여..여보세요?"
"무슨 전화 받는데 왤케 떨어"
"전화로는 처음 얘기하는 것같아서 그래...요"
"그래요?"


그래요?란 되물음 뒤에 따라오는 웃음소리에 성규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오랜만에 듣는 우현의 목소리에 기분이 좋아졌다.


"성규형, 반말써.반말"
"어?...어"
"성규형. 우리 오늘 만날래요?"
"반말쓰라더니...그래.왜 만나는데?"
"우리 레스토랑 만들던데 한번 가봐야지"


아...순간 외마디의 이상한 소리를 낸 성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봤자 혼자있어서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럼 지금 갈수있어?"
"아 그럼 내가 거기로 갈께.어디야? 집?"
"어. 지금 울림 오피스텔 정문 앞으로와"


전화를 끊자마자 화장실로 직행한 성규가 급하게 샤워기를 틀고 머리를 감기 시작했다.
머리를 감고 양치질까지 마친 성규가 수건으로 머리의 물기를 탈탈 털며 나왔다.
드라이기로 머리를 대충 말리고 옷장을 열은 성규가 고민을 했다.

어떤 스타일을 좋아할지 고민고민하며 흰 반팔 브이넥 티셔츠와 청바지, 그 위에 회색 가디건을 걸친 성규가 머리를 매만지다가 현관을 나섰다.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다가 두고 나온 핸드폰에 다시 집안으로 들어갔다.
핸드폰을 제대로 챙겨서 나온 성규가 마침 도착한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엘레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울리는 차 경적 소리에 성규가 미소 지으며 나갔다.

 

"일찍왔네?"
"지금 오라고 그랬잖아. 타"


조수석에 탄 성규가 우현을 보고 살짝 미소지었다.
우현이 그런 성규를 보고 다시 앞을 보고 핸들을 잡았다.
내심 인사도 잘 안해주고 마주 보고 웃어주지도 않자 서운한 성규가 살짝 입술을 내밀었다.

뾰루퉁한 채로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로 레스토랑 앞에 도착한 성규와 우현이 차를 주차하고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섰다.
들어가자 마자 눈에 들어오는 노출천장과 흰색과 검은색이 조화롭게 이룬 모던식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인테리어에 감탄하며 성규를 바라본 우현이 성규에게 씩 웃으며 말했다.


"인테리어 이쁘네"
"뭐...외관도 나쁘지 않네"


뜻밖의 칭찬에 성규가 기분 좋게 웨이터의 안내에 따라 자리에 앉았다.
따라앉은 우현이 웨이터가 가져다 준 메뉴판을 성규에게 건네고 물을 조금 마셨다.
메뉴판을 건네받은 성규가 메뉴판을 살피다가 입으로 히힉하는 소리를 냈다.
성규의 소리에 눈을 크게 뜬 우현이 조용히 물었다.


"왜 그래?"
"너..너무 비싼데?..."
"내가 살테니까 걱정말고 골라"
"아니 그래도...너 허세 부리지 말고 그냥 가자"
"무슨...됬네"


우현의 고집에 성규가 졌다는 듯 한숨을 쉬더니 메뉴를 고르기 시작했다.
싼거 싼거하고 찾다보니 고른 메뉴는 토마토 파스타 하나.
성규가 고른 메뉴의 가격을 확인한 우현이 웨이터를 불렀다.


"네, 무엇으로 주문하시겠습니까?"
"음...봉골레 파스타랑 한우 안심 스테이크 2개, 그리고 어울릴만한 와인하나 가져다 주세요"
"네"


주문을 받은 웨이터가 안보이자 성규가 우현을 보며 입을 열었다.


"야.. 무슨 비싼데...뭘 다 비싼것만 시키냐. 그냥 나는 토마토파스타 하나면 되는데"
"뭐래. 나 돈 많이 벌거든 이래뵈도 형보다 연봉 높거든"
"내 연봉을 니가 어떻게 알아?"
"그냥? 느낌?"


우현의 말에 어이없다는 듯이 웃던 성규가 와인과 와인잔을 가져온 웨이터를 보곤 웃음을 멈추었다.
그래도 우현과 데이트라는 생각에 미소가 떠나지 않던 성규가 와인이 따라진 와인잔을 들더니 입에 가져갔다.
한모금 마신 성규가 우현을 보더니 사르르 녹 듯 웃어보였다.
그런 성규의 웃음에 왠지 기분이 좋아진 우현이 성규를 보고 마주 웃어주었다.

잠시후 웨이터가 스테이크와 파스타를 가져왔다.
스테이크를 한입크기로 자른 성규가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성규를 바라본 우현이 살짝 웃더니 자신도 입으로 음식을 가져갔다.


"진짜 맛있어!"


성규의 말에 풉하는 소리를 내뱉은뒤 웃은 우현이 성규를 사랑스럽단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런 우현을 아는지 모르는지 음식에 집중하는 성규였다.

 


--

 


며칠째 일이 얼마 없다고 찡찡 대며 점심시간마다 찾아오는 우현 때문에 성규는 피곤하기도 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그리고 빈손으로 오는 것도 아니고 항상 뭔가를 싸들고 온다.
특히 테이크 아웃 커피를 자주 사오는데 당연 코코아카푸치노나 카페모카만 사온다.
싫지는 않지만 계속 먹으니 질려 온다.뭐 그래도 믹스 커피보단 좋지만.


"성규형"
"어? 어"


속으로 중얼대던 성규가 갑자기 부르는 자신의 이름에 놀라 우현을 쳐다봤다.
그 모습에 우현이 살짝 웃으며 성규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우리 또 의뢰 들어왔어"
"왜 항상 니가 먼저 아는거야?"
"글쎄?"


우현의 대답에 성규가 삐친듯이 입술을 내밀고 중얼거렸다.
입술을 쭉 내밀고있는 성규의 모습이 푸스스 웃던 우현이 성규의 튀어나온 입술을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집어넣으라며 웃었다.
그런 우현의 행동에 얼굴이 빨게진 성규가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숙인 성규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흐트려놓은 우현이 씩 웃더니 그대로 팀장실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오는 우현에 동우가 인사를 하고 팀장실 문에 대고 똑똑 치더니 문을 벌컥열고 들어갔다.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앉아있는 성규에 의아해 하던 동우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성규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저기? 성규야?  으악!"


동우가 다가오자 갑자기 고개를 드는 성규에 놀란 동우가 소리를 지르며 넘어졌다.
하지만 그런 동우가 보이지 않는지 고개를 든 채로 볼을 감싸고 넉놓고있는 성규에 동우가 소리쳤다.


"야! 김성규!"


그제서야 동우에게 시선을 돌린 성규가 볼을 감싸던 손을 내렸다.
손을 내리자 보이는 빨간 성규의 볼에 동우가 어디 아프냐며 물었지만 성규는 아니라며 고개를 저어보였다.
걱정이된 동우가 다가왔지만 성규가 저리가라며 손을 흔들자 왠지 평소의 성규같아 떨어져나갔다.


"그보다 왜왔어?"
"아, 이거 서류 주...어 왜이러냐"


아까 갑자기 고개든 성규 때문에 놀란 동우가 넘어지며 떨어트려 엉망이된 서류에 울상이된 동우가 주저앉아 하나씩 줍기 시작했다.
주저앉아 줍는 동우를 보던 성규가 자신의 발앞에 놓여있는 서류 종이에 집어들어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의뢰자 유나리. 유나리라는 세글자를 보자마자 성규의 작은 눈이 크게 떠졌다.
머릿속이 머리를 아주 쎄게 한대 맞은 듯이 띵띵하고 울려왔다.
유나리, 아주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었지만 기억이 안날리가 없었다.


"개같은년"


평소 심한식의 말을 해도 욕을 잘 쓰지않던 성규가 내뱉은 욕에 깜짝 놀란 동우가 성규를 쳐다봤다.
종이 한장을 쥐고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성규에 동우가 성규의 옆으로 다가가 종이에 써져있는 것을 확인했다.
유나리란 이름을 보자마자 눈을 크게 뜬 동우가 성규의 손에서 종이를 뺏어들더니 다시 확인했다.

분명 유나리다.처음부분부터 읽어 내려가던 동우가 한숨을 내쉬었다.
의뢰자가 유나리,그리고 그런 유나리를 맡아야하는게 남우현과 김성규였다.
왜 서류를 정리해 가져올땐 보지 못했을까.차잭을 하던 동우가 아직도 떨고있는 성규의 어깨를 잡고 진정시켰다.


"진정해,진정해. 정신차려. 이건 일이야"


동우가 성규의 어깨를 잡고 흔들자 정신이 드는 지 성규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더니 머리를 부여잡으며 주저 앉았다.
그런 성규를 보며 안쓰러운 지 동우가 쭈그려 앉아 성규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가만히 주저앉아있던 성규가 다시 넉이 나간 것처럼 눈의 초점이 흐려졌다.
결국 안되겠는지 성규의 머리를 한대 내려친 동우가 정수리를 움켜쥐며 쳐다보는 성규에게 대고 고함을 질렀다.


"진짜 미쳤어? 정신 차리라고 유나리가 큰 대수야? 걔가 뭔 생각을 하고 너한테 의뢰를 부탁했던 니가 정신만 잘 차리면 되"
"나도 그렇지만 남우현이 더 급할껄 실체를 아는 건 우리밖에 없는데 남우현한테 뭔 일이라도 나면 어떡해"


우현을 걱정하는 성규에 동우가 한숨을 쉬다가 성규에게 말을 이었다.


"하...의뢰 승락한건 남우현이야. 가서 니가 얘기해 난 이거 못한다고 하지 말자고"
"그렇게 못해...내가...내가...맡아서 할꺼야...세상에 그년 실체를 까발려 버릴꺼야"
"안돼. 하지마. 니가 싫으면 내가 말할꺼야 너 못한다고 못하는 이유까지"
"싫어, 일이니까 할꺼야"
"야! 니가 어떻게 당했는데...그런 소리가 나와?"


동우가 어이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다가 머리를 헤집더니 팀장실을 나가버렸다.
쾅하고 문이 닫이는 소리가 나고 잠잠해지자 성규가 머리를 흐트리다가 관자놀이에 주먹을 올렸다.
하아...조용히 한숨소리가 퍼져나가 팀장실을 가득 매웠다.
그 소리에 성규가 점점 목이 죄어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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