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지, 어디서든지 만날 인연은 만나게 되어있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누군가를 3번 만나면 인연이라고 하던데, 나에게도 인연이 찾아온 것 같다.
크리스마스 직전이었으니까 12월 중순쯤, 동기들과 스키장을 간 적이 있었다.
"나도 상급자코스에서 타면 안돼?"
"넌 스키 처음 타는거라며, 바로 상급자코스에서 타면 위험하니까 강습이라도 받고와."
"그래, 여기선 한번 넘어지면 크게 다칠테니깐 그렇게 해."
아쉽게도 나는 스키는 처음 타보는 것이었고, 결국 강습을 받으러 호텔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강습장으로 갔다.
이미 몇 명의 사람이 강습을 받는 중인 것 같았다.
사람들의 얼굴이 자세히 보일때 쯤, 남자 한 명이 나에게 다가왔다.
"강습 받으러 오셨어요?"
와, 잘생겼다.
하마터면 소리내어 말할 뻔 했지만, 다행히 이어지는 그 남자의 말에 묻혔다.
"저는 스키강사 김한빈이에요. 지금 제가 맡고 있는 강습생 분들이 계셔서 다른 강사분께 배워야 할텐데 괜찮으세요?"
그의 얼굴을 잠시 쳐다본 뒤,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잠시 미소를 짓곤, '그럼 여긴 추우실 테니까 저 쪽으로 들어가 계세요'하더니 재빠르게 눈 앞에서 사라져버렸다.
그가 가르킨 곳은 아마 휴게실같았다.
휴게실에 들어서서 주위를 둘러보니 보건실, 화장실 그리고 매점정도가 눈에 보였다.
매점에 있는 의자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게 지루하다고 생각될 때 쯤, 눈 앞에 꽤나 키 큰 남자 한 명이 말을 걸었다.
"혹시 000씨?"
"네, 제가 000인데요. 누구시죠?"
"스키강사 구준회입니다. 김한빈이라고 아까 만나셨죠?"
나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경계하던 것을 풀었고, 따라오라는 그의 말에 '여기 남자들은 다 잘생겼나.'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문 밖으로 나갔다.
따뜻한 곳에 있다가 나와서 그런가, 아까보다 많이 추워진 듯 했다.
한참을 그에게서 강습을 받고 몸이 힘들어져 작게 한숨을 쉬었는데, 그가 들었는지 '잠깐 쉬었다 할까요?'물었다.
"네, 처음 타는거라 그런지 좀 힘드네요."
나의 대답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곤 옆에 있던 벤치를 가르키더니,
"그럼 잠깐 여기 앉아 있을래요? 마침 놓고 온게 있어서,"
그는 말끝을 흐렸고, 나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잠시 후에, 그가 손에 무언가를 들고 나왔다.
"마셔요, 커피에요. 코코아가 없길래 커피타왔는데, 커피 못드시는건 아니죠?"
손이 시려웠던 나는 재빠르게 커피를 받아 들곤 고맙다고 말을 전한 뒤, 양 손에 꼭 쥐고 있었다.
그와 아까 앉아 있었던 벤치에 앉아 어색하게 커피만을 홀짝 거리고 있을 때였다.
자신을 김한빈이라고 소개하던 스키강사가 다가오더니,
"00씨, 스키는 많이 배웠어요? 얘랑 있으면 많이 어색하죠?" 하고 묻더니 소리내어 웃었다. 그의 미소가 예쁘다고 생각했다.
"아, 한빈이 형 왜왔어요. 잘 하고 있거든요? 빨리 가요." 구준회가 어린아이가 칭얼대듯 빨리 가라고 그에게 말하자,
김한빈은 "킥킥, 알겠어. 00씨 내일 근육 안뭉치게 파스 전해주고." 하더니 주머니에서 파스를 꺼내 준회에게 던져주듯 주곤 '00씨, 내일 뵈요.' 하곤 가버렸다.
"씨, 방해하는 주제에. 내일보긴 뭘봐." 하며 작게 중얼 거리던 구준회가 귀여워 작게 웃었더니, 그 소리를 들었는지 쳐다보곤
"들었어요? 아, 김한빈이 방해해서."
그 김한빈이라는 스키강사가 사라지자 형이란 말은 온데간데 없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듯 커피가 담겨있던 종이컵을 구기더니,
"다 마셨으면 일어나요. 여기 계속 있으면 감기걸릴라."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구준회도 따라 일어서서 "숙소가 어디에요? 저 호텔인가?" 하고 물으며 나를 쳐다봤다.
내가 의문스럽다는 듯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리자
"데려다준다구요, 여자가 눈치가 이렇게 없나." 하고, 그의 왼손으로 내 손목을 잡고 다른 손으로 종이컵을 가져갔다.
나는 별 말 없이 따라 갔고, 호텔에 다다랐을 때 쯤 그는 "내일 봐요. 오늘 처음이라 많이 쑤실테니깐 파스 꼭 바르고. 들어가요" 했다.
나는 파스를 건네받고, 조심히 가라고 말해준 뒤, 들어가려고 할 때,
구준회가 은근쓸쩍 반말을 하는게 생각이 나서 몇살이신데 반말하는 거냐고 장난스레 말하려고 뒤돌자 전화중인 구준회가 보였다.
"어, 전해 줬어. 형이 안줘도 내가 줄꺼였거든? 하여간 도움안돼."
"내일은 오지마. 내가 알아서 할꺼니깐. 아, 오지 말라니까?"
"싫어, 내일은 다른데서 가르칠꺼야."
아마 김한빈과의 전화통화 같았다. 그런 그가 귀엽게 느껴져 '반말한건 용서해주지, 뭐.' 라고 생각하고 호텔룸으로 돌아갔다.
-----------------------------------------------------------------------------------------------------------------------
꺅 어제밤에 생각나서 이제 쓰는데 생각만큼 잘 안써지네요;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