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과 종대랑 4년째 친구인 썰 01
"정말요? 진짜 맛있는데 이걸 왜 안 드신대애?"
"아휴, 말도 말어 허구한 날 게임만 하고 군대 갔다가 와서 취직할 생각도 안 하고.."
급하게 올라간 병실 문을 여니 평소엔 입도 못 대는 버섯을 주는 족족 맛있다는 듯이 먹고 있는 김종대가 보였다
쓸데없이 착해빠진 이 새끼를 어쩌면 좋을까
“저 대학생이에요 2학년”
“김종대”
“응? 여주야! 왜 여깄어?”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입원은 왜 했는데?”
“어어? 아.. 입원 아니야 이거 다 맞고 집에 가라는데?”
“봉사 간다더니 뭘 그렇게 열심히 해서 병원까지 실려왔냐”
“과제 한다고 밤을 새서 그런가? 괜찮아 괜찮아”
“...고치돈 먹고 싶다”
이 미련한 놈은 밤새 과제에 시달리고도 새벽에 봉사활동을 갔다고 한다
“...이거 끝난건가?”
“그런 것 같은데”
“가자 이모- 저 이제 가요”
“벌써 가는거야? 섭섭해서 어떡해 그새 정이라도 들었나”
“놀러올게요 약속!”
“그려 또 실려 오지 말고 다음에 놀러와”
“어디가?”
“여주야 나 배고파”
“어쩌라고”
“밥 먹자”
“나 집에서 밥 먹었어”
“그래? 그럼 나 먹는데 옆에 있어줘”
아마 지구상에서 김종대가 좋게 말하면 편하게 느끼고 나쁘게 말하면 만만하게 보는건 나밖에 없을거다
“아 쫌 빨리 골라”
김종대는 고자다 결정고자
“우동 먹을까 돈까스 먹을까?”
“너 알바비 들어왔어?”
“아니이”
“그렇다면 너한테 결정권은 없어”
“씨이... 너 나빠”
지갑사정 생각해주는 착한 친구한테 뭐래
“이모! 여기 고치돈 하나랑 우동 하나요-”
?
“너 미쳤냐”
“아니? 안 미쳤는데?”
“둘 다 먹게? 알바비 안 들어왔다며”
“내가 너냐 그렇게 많이 먹게”
“이 새끼가”
그럼 대체 왜 시킨건데
“우와우와 잘 먹겠습니다-”
“맛있게 쳐드세요”
“이거 니꺼”
“이게 왜 내꺼야”
“너 아까 고치돈 먹고 싶다며”
“그건 니가 하도 답이 없어서..!”
“어우 야 맛있겠다 얼른 먹어라 식는다”
...시발
김종대는 날 먹이러 온건지 지가 먹으러 온건지 자기 우동을 다른 그릇에 옮겨 담아서 내게 건냈고
이게 뭐냐는 듯이 올려다보자 능글맞게 웃으며 너 우동 좋아하잖아
“니도 내꺼 먹어 그럼”
“와아, 김여주 나랑 4년을 같이 다녔는데 나 고치돈 안 먹는거 모르냐?”
“웃기지 말고 줄 때 받아라”
“안 통하네- 그럼 하나만 먹을래 나 우동 많이 먹어서 배불러”
이 새끼 위는 어떻게 생겨먹었길래 그거 먹고 배가 부르다는 소리가 나오는지 정말 1도 모르겠다
“너 집에 가 제발”
“왜? 평소에도 데려다주잖아”
“잊었어? 너 병원 나온지 5시간도 안 지났어 병신아”
“어허- 너 욕 쓸 때 마다 나한테 뽀뽀하기로 한 거 기억 안 나냐? 오빠 볼 비싼데”
때는 바야흐로 김종대와 나의 수험생 시절
수능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오고 점점 나를 죄여오는 압박감에 안 그래도 잦은 욕을 아주 입에 달고 살았었다
그 때 김종대가 독서실 앞에서 두 손으로 내 양 볼을 늘리며 나에게 말했다
“너 앞으로 욕 쓰면 김종대 볼에 뽀뽀 하기”
“미친 그딴게 어딨어”
“여깄거든 니가 안 하면 내가 할거니까 그렇게 알고 욕 좀 하지마 여자애가 입이 그렇게 거칠어서 되겠어?”
“기억 안 나는데?”
생생하게 난다
“에? 진짜아?”
“어 기억 안 나”
“...어쩔 수 없지 얼른 들어가”
돌려보내려고 했으나 대화 하는 사이에 내 자취방 앞에 도착했고 끈질기게 달라붙을 것 같았던 김종대는 의외로 쉽게 포기한 듯 싶었다
“나 간다”
“잘 가”
쟤가 쉽게 포기하는 날에는 뭔가 찜찜하단 말이야
사실 내가 욕을 한다고 해서 정말 쟤랑 뽀뽀하는 일은 없었다
내가 어영부영 지나갔기 때문이기도 하고 김종대가 모르는척 해주기도 했다
“여주야!”
“어?”
-쪽
?
방금 내 볼에 닿았다가 떨어진...
“김종대!!!!!!!!!!”
“야아 민원 들어온다 나 갈게 안녕!”
그러게 누가 욕 쓰래? 메롱
얄밉게 날 놀리며 도망친 김종대를 향해 소리를 지르다가 힘이 빠져 문을 열었다
안타깝게도 모솔이라 첫뽀뽀를 김종대에게 뺏긴거다
넌 이제부터 도둑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