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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네가 가득하다. 이런 게 행복일까, 저는 늘 생각하는데 너도 그럴까? 미쳐 내뱉지 못할 말들을 홀로 삼키며 잠들 네 등을 바라본다.














또, 우리가 또 다툰다. 별거 아닌데 정말 별거 아닌데. 누구나 가야 할 군대에 가는 것이라는 제 말에 너는 울먹였다. 자신도 안다며. 왜 먼저 말하지 않았냐고 우는 두 눈이 여전히 예쁘다. 여전히 네게는 제가 가득하다. 어쩌지 고민하던 제가 입을 열고 머리로 가슴으로 단 한 번도 생각 한 적 없는 말을 내뱉는다. 헤어지자, 무미건조한 제 목소리에 네 두 눈이 크게 요동친다. 네 손에 들린 제 영장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곧 별을 박아둔 것처럼 어여쁜 네 두 눈에 슬픔과 분노와 같은 저를 향한 부정의 감정이 샘솟는다. 그리고 어쩔 수 없다, 제가 선택했으니까. 아무렇지 않은 듯 웃는 저에 네가 우리의 집을 벗어난다. 붙잡을 수 없다, 너는 나처럼 살면 안 되니까.
























복학했다며? 그나마 잘 아는 동기 중 석호의 연락이었다, 군대에만 다녀올 요량으로 휴학했던 거니까 뭐라며 어깨를 으쓱이는 태형에 당연하다는 듯 석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의 술자리였다. 저랑 석호를 포함해 몇 명의 동기들이 가볍게 소주를 한잔하는 그런. 오랜만에 마시는 소주가 달다. 알딸딸하니 취기가 오를 것 같다. 이내 곧 석호의 옆에 앉아 있던 녀석이 인사를 건네온다. 나는 박지민 나도 얼마 전에 제대했어 과는 같은 과. 제 앞에 멈춘 손에 가볍게 악수를 취했다. 체리 없이 두 번의 사계절이 지나갔다. 서로를 바라보며 잠들었던, 서로를 바라보며 살았던 시간에 나는 아직 사는데 너는 어떠니. 건넬 수도 물어서도 감히 안 될 말을 태형이 묵묵히 삼켰다. 입안에 남은 소주가 오늘따라 참으로 달다.





























지민과 알고 지낸 지 4년이 넘었다, 전역 후에 알게 되었으니까. 우리보다 군대를 미뤘던 석호가 이제야 군에를 갔고 그에 저와 지민은 둘도 없는 단짝이 되었다. 너나 나나 둘 다 애인도 없는 불쌍한 중생이니까 같이 놀자며 지민은 매일 저를 찾았다. 그에 태형도 그러려니 했다. 전처럼 누군가 저를 신경 써줄 사람도 없고 함께 해줄 사람도 없으니까. 그래서 그냥 저는 지민의 일방통행을 허락했다. 그것이 익숙해질 무렵 지민은 제게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게임 중이야, 왜.라는 제 퉁명스러운 목소리에 박지민이 쉴 틈 없이 조잘 거린다. 사거리에 제로라는 술집 너 한 번도 안 가 봤다며? 여기 김여주라고 있는데 걔 엄청 예쁘다? 오늘 마침 재 오픈 일이니까 형님이 데려가 준다. 옆에서 쫑알 거리는 지민에 제 게임 캐릭터가 죽었다. 녀석을 바라보며 됐다고 손을 저었다, 왜라는 물음에 그냥 대답해줬다. 박 교수 님이랑 면담해야 한다는 제 말에 네가 그런 것도 하냐며 입을 이 죽이는 녀석을 무시했다. 제 무시에도 아랑곳 않던 녀석은 제게 밤에 가자 주소는 찍어줄 게라며 카페를 벗어났다. 매번 지 맘대로다.
























박 교수의 면담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취업하려는 거지?라는 질문에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이자 우리 학과에 협력 업체에 대해 나열하던 박 교수와 저녁까지 먹어야만 했다. 집에 돌아와 시계를 보자 박지민이 만나자 한 약속시간까지 1시간도 안 남았다, 좀 늦어도 뭐라 안 하겠지. 대충 씻고 정말 대충 옷을 골라 입고 나왔다. 녀석이 찍어준 주소로 오자 뭔 놈에 술집이 이렇게 큰지 꼭 클럽 같다. 자기는 1층이라는 박지민의 말에 어두운 실내에서 핑크 머리를 찾아 시선이 바삐 움직였다. 겨우 파악된 지민의 위치에 저는 더럽게 구석에도 앉았네라고 생각했다. 제가 자리에 앉아 방금 막 주문을 끝냈다며 녀석을 재잘거렸다. 피곤하지도 않나 대충 고개를 끄덕인 태형이 핸드폰을 꺼내 시계를 보자 곧 열 한시다. 피곤에 절어 소파에 기대자 주문하신 생맥주 나왔습니다~라며 익숙한 목소리가 제 귀에 닿는다. 맥주 두 잔을 내려놓는 알바를 빤히 쳐다봤다. 익숙한 얼굴에 제 기억 어딘가 남아 있는 향기. 옛날과 크게 달라진 것 없지만 좀 더 성숙해졌다.










































​"체리?"



















​뒷머리를 긁적이며 너와 나만 애칭을 내뱉었다. 실수임을 알았으나 이미 내뱉어진 후였다. 저를 바라보는 네 눈이 떨린다. 손끝도 떨리는 것만 같다. 대충 맥주를 둔 녀석이 호출이 울린다며 테이블을 벗어난다. 그에 박지민이 뭐냐는 눈빛을 보내왔지만 아무것도 닿지도 들리지도 않는 듯 저는 눈을 감았다.

























































































































체리의 역사






200X X월 XX일





























체리는 여주의 애칭이었다, 태형이 5년 넘게 여주를 부르던 애칭. 중학교 3학년 철이 없던 시절부터 20살까지 태형과 여주는 함께였다. 첫 만남이 어떠했냐고 묻는 대학 친구들의 질문에 여주는 그저 가물가물하다며 술을 마셨다. 아이들의 물음에 오랜만에 태형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자 그저 우리는 다른 아이들과 다름없었다. 그때는 한창 싸이가 유행이었는데 흔해빠진 김태형의 일촌 신청을 받은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얼굴은 본 적 없지만 녀석은 제 다이어리에 친근하다는 듯 댓글을 남겼고 그에 여주의 친구들이 더 호들갑이었다.





























"얘 옆 옆 고등학교에 완전 잘 생겼다고 소문난 애잖아!"





























당근 만나 볼 거지? 이렇게 만나자고 댓글 썼잖아, 오늘 기다린데!라며 호들갑 떠는 수현이에 귀찮다며 고개를 저었지만 수현이는 미쳤다며 제 등을 때리기 일쑤였다. 참내, 김태형이 누구라고 대충 수현이의 잔소리를 귀로 흘리고 시계를 쳐다보자 곧 종례였다.





























"야, 너 정말 후문으로 갈 거야? 정문에 김태형이 기다린다 했잖아!"























제 책가방을 질질 끌며 정문으로 향하는 수현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저는 그대로 수현이 손에 끌려 정문으로 향했다, 어쩐 일인지 오늘따라 붐비는 정문에 인상이 찡그려졌으나 수현이의 호들갑에 저는 느꼈다. 김태형인가 뭐시기가 있나 보네라고 말이다.






















































"어 드디어 나왔네, 체리."



































​문득 떠오르는 첫 만남에 웃음이 지어졌다, 우리 예뻤네. 술기운이 알딸딸하게 오른 여주가 나가겠다며 가게를 떠났다. 겨울밤임을 실감하게 하는 이 차가운 바람에 재킷을 꼭 잠갔다. 김태형이 있었으면 옷 왜 이렇게 얇게 입었냐고 화냈겠지? 같이 있지 않지만 태형을 떠올리기만 해도 여주는 웃음이 터졌다. 아, 보고 싶다 김태형. 입 밖으로 내뱉어도 또 내뱉고 싶은 말임을 너는 알까. 사랑해서 미칠 것 같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분량은 많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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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오오 태형이 전남친이었군요ㅠㅠㅜㅠㅠ럽라가 누가 추가될지도 기대돼요ㅎㅎ오늘도 재밌게 읽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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