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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찬열] 불편한 관계 (Uneasy Relationship) 4 | 인스티즈

 

 


불편한 관계 (Uneasy Relationship)
4

 

 

 

 시간은 흐르고, 감정도 흐른다. 같이 차를 타고 가자는 박찬열씨에게 이를 꽉 악물고서 괜찮다고 웃어 보였다. 그러자 박찬열씨는 나를 따라 웃어 보이며 자신도 괜찮다고 말한다. 괜찮아요, 같이 가요. 웃는 얼굴로 말하는 박찬열씨에게 나는 그저 속으로 외쳤다. 박찬열씨가 괜찮으면 뭐 해요? 내가 하나도 안 괜찮은데! 물론 박찬열씨가 싫다거나 뭐 그런 건 아니다. 단지 박찬열씨가 내게 쏟고 있는 과도한 친절이 조금 부담스러운 것뿐이다. 자고로, 나는 굉장히 계산적인 사람이라 연애나 혈연을 제외한 얕은 인간관계에서는 기브 앤 테이크가 성립되어야 한다고 본다. 왜냐고? 그래야만 인간관계가 지속될 수 있으니까. 한 쪽이 계속 주거나, 한 쪽이 계속 받기만 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주는 쪽은 제가 손해 보고 있다는 서운함에 지치게 되고, 받는 쪽은 상대방의 눈치를 보느라 지친다. 그런 상황이 계속돼서 둘 사이의 평형 관계가 무너져 버리면 그때는 정말 다 끝인 거고. 그러니까 내가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일방적인 무언가는 서로를 지치게 만들 뿐이라는 거다.

 

 

 

 박찬열씨는 내 애인도, 가족도 아니다. 자꾸 내게 호의를 베풀고자 하는데 나는 죽어라 테이크만 하고 있는 입장이지, 박찬열씨에게 줄 게 없다. 나는 이런 동등하지 못한 관계가 싫다. 더군다나 만난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나한테 이렇게 잘해주나 싶기도 하고 말이다. 여하튼 이 정도 했으면 잘 알아듣고 놓아줄 법도 한데, 박찬열씨는 내 팔을 꽉 붙들은 채로 놓아줄 생각을 않았다. 고집은 어쩜 그렇게 센지, 아주 황소고집이 따로 없다. 한참 동안을 실랑이하던 나는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박찬열씨 혹시 황소자리예요?"
"아뇨. 사수자린데? 나 11월에 태어났어요. 11월 27일."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고,"
"문제는 그쪽만 내 차에 타면 해결될 것 같은데."
"아 진짜! 무슨 고집이 이렇게 세요 그럼?"
"죽어도 안 탄다는 그쪽 고집도 만만치 않아요."

 

 

 

 내가 납치라도 합니까? 같이 가면 덧나요? 묻는 박찬열씨를 향해 한숨만 푹 쉬었다. 아아. 박찬열씨가 우리 회사를 이끌어 나갈 엘리트라는 소문이 정녕 사실이었던 걸까? 한 마디도 안 지고 내 말을 받아치는 박찬열씨 때문에 아주 피가 마른다. 피가 말라. 그런데 또 웃긴 건, 박찬열씨가 하는 말이 족족 일리가 있는 것 같아서, 듣고 있는 내가 설득 당할 것만 같다는 거다. 아무래도 박찬열씨는 우리 회사보다는 국회 의사당에 필요한 인재가 아닐까 싶은데...... 여하튼 자꾸 사람 할 말 없게 만드는데, 이거 굉장히 빡친다. 혼자 씩씩 거리는 나를 위에서 가만 내려다보던 박찬열씨는 손목시계를 확인하더니 내게 말한다.

 

 

 

"5분 지났어요 지금."

 

 

 

 맙소사, 박찬열씨를 상대하는데 정신이 빠진 나머지 내가 오늘 늦잠을 잤다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안 그래도 늦게 일어난 마당에 주차장에서 쓸데없는 시간 소모까지. 나 정말 미쳤구나? 째깍 째깍 시계 초침 소리가 환청처럼 귓가에 울러 퍼졌고, 나는 고개를 살짝 들어 박찬열씨를 살폈다. 결연한 표정을 보아하니 나를 놓아줄 생각이 추호도 없어 보인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출근 시간은 점점 다가오는데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회사에 입사한 이후로 지각 한 번 하지 않고 나름 성실한 삶을 살아왔는데, 오늘 그 프라이드가 깨질 판이다. 악! 화병 날 것 같아 진짜! 마음 같아서는 면전에 쌍욕이라도 퍼부어 주고 싶었으나, 아무리 그래도 박찬열씨는 엄연히 내 상사였다. 어떡해! 어떡해! 답답한 마음에 힐을 신은 발을 쿵쿵 구르자, 깜짝 놀란 박찬열씨가 내 어깨를 잡아 오며 말한다.

 

 

 

"그러다 다쳐요."
"무슨 상관이예요? 내가 다치든 말든 박찬열씨랑은 상관없잖아요."
"왜 상관이 없어요? 우리 이웃사촌이잖아요."
"......"
"난 그냥 소외된 이웃에게 관심을 주고 있는 것뿐인데 지금."

 

 

 

 자신은 그저 소외된 이웃에게 관심을 주고 있는 것뿐이라며 번지르르한 말들을 늘어놓는 박찬열씨였다. 도를 넘어선 뻔뻔함은 이제 조금 무서울 지경이다. 자꾸만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험상한 알파벳들을 애써 눌러 삼켰다.

 

 

 

"지하철 타고 지각할 바에는 나랑 같이 가는 게 나을 것 같지 않아요?"
"......저는 진짜 괜찮아요. 제가 괜찮다니까요?"
"나는 그쪽 속을 잘 모르겠어요."
"자꾸 이러시면 제가 부담스러워서 그래요 박찬열씨."
"그건 부담스럽다고 할 게 아니라, 그냥 감사합니다 한마디 하면 되는 일이고."

 

 

 

 끝까지 말한 박찬열씨는 시계를 확인하더니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듯 내 손목을 휘어잡아 포르쉐 앞으로 끌었다. 손목을 잡힌 나는 빠져 나오려 버둥거렸지만 성인 남자의 악력을 내가 무슨 수로 이길까, 탈출은 장렬히 실패하고 말았다. 박찬열씨는 제 손에 잡힌 내 손목을 빼려 애쓰는 내게 흘리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출근 10분 전이네요."
"......"
"사직서 쓰기 싫으면 타는 게 좋지 않을까 싶은데."

 

 

 

 옥신각신하며 논쟁을 벌이던 것이 일말에 종결되었다. 출근 10분 전이면 답도 없었다. 그야말로 노답. 둘 다 지각할 신세에 처해 버린 지금, 내가 내릴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선택은 박찬열씨의 호의를 받아들이는 것뿐이었다. 뾰로퉁한 얼굴로 운전석에 올라탄 박찬열씨를 따라 포르쉐의 조수석에 올라탔다. 대화는 하나도 진전되지가 않았는데, 시간은 뭐가 그리 빠른지. 15분 가량을 훌쩍 날려 이어온 싸움은 분하지만 박찬열씨의 승리를 끝으로 막을 거두었다. 어쩔 수 없이 끝은 맺었지만, 찝찝한 기분은 쉽사리 가시지를 않았다. 멍하니 정면에 시선을 박고서 박찬열씨가 출발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차에 시동을 건 박찬열씨가 내게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연다.

 

 

 

"안전벨트 안 매고 뭐 해요?"
"...에?"
"뭐 합니까. 내가 채워줘요?"

 

 

 

 안전벨트? 의외의 물음에 넋을 놓고 바보 같은 감탄사만 흘려보내고 있으니, 박찬열씨가 정말 안전벨트를 직접 채워줄 생각인지 나를 향해 상체를 숙인다. 순간 옅은 스킨 냄새가 코끝에 훅 끼쳤다. 가까워지는 시원한 향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괘, 괜찮아요. 제가 맬 테니까 그냥... 그... 출발하세요!"

 

 

 

 으... 말까지 더듬었어. 나 방금 정말 병신 같았겠지...... 말을 더듬었다는 창피함 때문인지, 갑작스럽게 훅 치고 들어온 박찬열씨 탓인지 빨개진 얼굴을 감추려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안전벨트를 맸다. 금세 내게서 떨어진 박찬열씨는 덤덤히 운전대를 잡아 돌리며 낮게 중얼거린다.

 

 

 

"내가 뭐만 하면 다 괜찮대."
"......"
"누가 보면 내가 그쪽 잡아먹는 줄 알겠어."

 

 

 

 왜 이렇게 뜨거워. 온몸의 열이란 열은 다 얼굴로 몰린 기분이다. 이렇게 하면 열이 조금이라도 사그라 들까 싶어 괜히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고개를 더 숙이는데, 박찬열씨는 내가 더위를 탄다고 생각했는지 마스터 버튼을 눌러 조수석 창문을 내려 준다. 겨울의 차가운 공기가 머리카락을 흩어 놓았다. 기분이 이상했다. 정체 모를 무언가가 속에서 응어리져 턱하고 걸린 것 같은 기분이다. 뭘까, 이게 뭘까. 고민하던 나는 얼굴에 닿아 오는 차가운 바람에 이내 생각을 거두었다. 아마 별거 아닐 거다. 그저 호의에 대한 불편함이겠지. 그리고 그 불편한 감정의 원인은 박찬열씨에 대한 미안함일 테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가 박찬열씨에게 미안해야 할 일들이 많았던 건 사실이니까...

 

 

 

"끝나고 집 오는 거면 퇴근도 같이 하죠?"
"......네?"
"싫으면 2차전 벌이죠 뭐. 물론 장소는 회사 주차장일 거고."

 

 

 

 미안하다 생각하기가 무섭게 나를 긁어 오는 박찬열씨다. 아니, 이 남자 뭔데 이렇게 뻔뻔해? 박찬열씨의 말 한 마디에 그를 향했던 미안한 감정들이 확 사그라 든다. 그의 말에 헛웃음을 내뱉으며 고개를 저었다. 기브 앤 테이크고 뭐고 갖다 버리자. 될 대로 되라지. 나는 분명히 거절했다. 계속된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계속 주지 못해 안달인 건 박찬열씨고, 괜찮다고 말하는 것 역시 박찬열씨다. 이러다가 박찬열씨가 제풀에 지쳐 떨어져 나가든, 관계가 파탄 나든 그건 100% 박찬열씨가 감당할 몫이다. 나도 몰라. 이제 나도 철판 깔고 박찬열씨가 주면 주는 대로 다 받을 생각이다.

 

 

 

 씩씩대며 괜히 늦겠다고 박찬열씨를 재촉하자, 싱긋 웃은 박찬열씨는 엑셀레이터를 밟아 속도를 높인다. 차는 외진 도로를 가르며 쌩쌩 달렸다. 열린 창문 틈새로 들어오는 시원한 공기가 폐부에 시원하게 들이 찼다. 몸에서도 닳은 것들을 밀어내고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인다. 순리를 따르며.

 

 

 

"박찬열씨 저 물어볼 거 있는데."
"듣고 있으니까 말해요."
"우리 지각할 거 같은데 어떡해요?"
"아, 그건 신경 안 써도 돼요."

 

 

 

 옅은 웃음과 함께 말한 박찬열씨는 이어지는 커브 길에 운전대를 오른쪽으로 꺾었다. 가뜩이나 속도 붙은 차가 우회전까지 하니, 몸이 옆으로 쏠리는 것은 불가항력이었다. 행여 추한 꼴을 보이지는 않을까 자동차 안전 바를 힘주어 잡고 숨을 깊게 들이 마시는데, 박찬열씨가 말한다.

 

 

 

"내가 팀장인데 몇 분 늦었다고 누가 뭐라 할까."

 

 

 

 나는 금붕어처럼 눈을 꿈뻑이며 멈췄던 숨을 찬찬히 뱉었다. 이 남자는 어떻게 된 게 권력 남용조차도 자연스럽다.

 

 

 

[EXO/찬열] 불편한 관계 (Uneasy Relationship) 4 | 인스티즈

 

* * *

 

 

 

 결국 출근 시간을 훌쩍 넘겨 박찬열씨와 함께 사무실에 들어섰다. 완벽한 지각이었다. 입장과 동시에 다른 팀원들의 시선들이 나와 박찬열씨에게 꽂혔다. 영문 모를 시선에 눈을 도르르 굴리며 상황을 정리했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박찬열씨랑 같이 출근을 했다. 같이 출근만 했나? 나란히 지각을 했지. 팀원들의 눈빛의 의미가 단숨에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한숨을 푹 내쉰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미쳤지. 박찬열씨와 텀을 두고 사무실에 들어왔어야 했는데. 그러나 때늦은 후회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박찬열씨는 아무렇지도 않은지 뻔뻔한 얼굴로 자리를 찾아갔고, 나 또한 입을 꾹 다물고는 자리에 가 앉았다.

 

 

 

 내가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는 옆자리에 앉은 정수정이었다. 정수정이 나를 의심 어린 눈초리로 흘겨보았고, 나는 어색한 웃음만 하하 흘렸다. 수정이는 곧 나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뭐야? 어쩐 일로 팀장님이랑 같이 들어와?"
"어?"
"거기다가 네가 무슨 일로 지각까지?"

 

 

 

 쏟아지는 물음에 그저 묵묵부답으로 응수했다. 물어오는 수정이에게 사실 박찬열씨가 우리 앞집에 이사를 왔다. 믿기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박찬열씨에게는 조금 또라이 기질이 있는 것 같다. 오늘 출근도 어쩌다 보니 같이 했다 씨발, 하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었다. 꿀 먹은 벙어리를 자처하며 입만 벙긋 거리고 있는데, 오자마자 서류를 살피기 바쁘던 박찬열씨가 내게 시선을 두며 한 마디를 툭 던진다.

 

 

 

"아침에 일 도와준 건 고마워요. 나 혼자 했으면 오래 걸렸을 텐데."
"네?"
"일찍 출근해서 아까 나 프로젝트 마감하는 거 도와줬잖아요. 그거 고맙다고."
"......아, 뭘요."
"내가 나중에 커피 한번 살게요."

 

 

 

 싱긋 웃으며 말하는 박찬열씨를 멍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아닌 척하면서 다 듣고 있었던 건가? 박찬열씨의 말에 정수정을 비롯한 다른 팀원들은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완전히 속아 넘어간 눈치였다. 가만히 박찬열씨만 보고 있을 수는 없었기에, 겨우 정신줄을 붙잡고 컴퓨터 전원을 켰다. 해야 할 업무 목록을 체크하며 작성 중이었던 서류를 열었다. 이제 마무리만 하면 바로 제출이었다. 마감 일자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키보드를 두들기며 서류 마무리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었는데, 몇 분 지나지 않아 누가 내 팔을 콕콕 찔러 온다. 흘끗 보니 변백현이다. 왜?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하자 변백현이 몸을 배배 꼬며 묻는다.

 

 

 

"많이 바빠? 서류 많이 남았어?"
"아니. 서류는 다 끝나가는데 왜?"
"......그럼 진짜 미안한데! 나 서류 점검 좀 도와주면 안 될까? 오늘이 제출인데 혼자 점검하려니까 막막해. 응?"
"뭐 그거 가지고 미안해? 서류 이리 줘 봐."

 

 

 

 변백현이 미안하다는 얼굴로 우물거리며 서류를 건넸다. 사실 변백현은 지독한 독종 콤플렉스를 앓고 있다. 입사 초기부터 팀의 청일점 막내라는 이유만으로 독종에게 줄기차게 까여왔던, 아픈 과거를 지니고 있는 변백현은 문서 제출에서 특히나 애를 먹었다. 일전에 한번 짚고 넘어갔듯이, 변백현이 작성한 서류는 독종에 의해 번번이 리턴되었다. 리턴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었을까, 언제부턴가 변백현은 타인에게 서류 검토를 부탁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이 지적해주면 열 번 혼날 거 한 번 혼나고 끝난다나 뭐라나? 여하튼 내게 이리 부탁하는 것을 보니, 독종의 발령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아직 독종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양이다.

 

 

 

 변백현이 의자를 끌어 내 옆으로 붙어 앉았고, 나는 차분히 서류를 정독하며 부족한 부분들을 체크해 나갔다.

 

 

 

"이건 좀 아니다."
"그치? 내가 생각해도 이 자료는 좀 아니었어."

 

 

 

 지적에도 그저 좋다고 실실 웃는 변백현이다. 볼펜을 들어 자료에 크게 엑스 표시를 했다. 걸리는 부분을 몇 개 더 체크한 후 다음 장을 넘겨 읽으며 말을 이었다.

 

 

 

"여기 수요 조사 문단을 조금 보충해야 할 것 같구,"
"응응."
"이 부분은 이렇게 고치는 게 좋을 것 같아."
"응. 그렇게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내 말에 강아지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는 변백현이었다.

 

 

 

"그래도 잘했다 야."

 

 

 

 내 칭찬에 좋다고 눈을 접어 웃는다. 변백현이 하는 꼴이, 꼭 좋다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강아지 같다. 와. 얘 진짜 개 같아. 오해할까봐 덧붙이는데, 물론 여기서 말하는 '개'가 흔히 비속어로 쓰이는 그 '개'는 아니다. 다른 생각도 잠시, 다시 서류로 시선을 옮기는데 이게 웬걸? 변백현과 내 사이의 틈으로 커다란 손이 쑥 들어온다. 깜짝 놀라 변백현과는 반대쪽으로 떨어져 위를 올려다보니, 손의 주인공은 박찬열씨다. 아 뭐야. 서류 뭉치 하나를 내 책상에 툭 내려놓은 박찬열씨는 가자미눈으로 변백현과 나를 번갈아 보더니 말한다.

 

 

 

"이제 그만 떨어져요. 새로 받은 업무 분담해야 되니까."

 

 

 

 그리고 그 서류는 변백현 사원 겁니다. 딱딱한 어투로 말한 박찬열씨는 몸을 홱 돌려 사무실 중앙으로 걸음을 옮겼다. 변백현은 하나 있는 서류를 들고 제 자리로 돌아갔다. 대충 보아하니 나를 제외한 다른 팀원들은 모두 서류를 받은 눈치였다. 그런데 나는 왜 안 주는데? 왜 나만 안 주는 건데? 도대체 왜! 불만 가득한 얼굴로 널찍한 박찬열씨의 등짝을 째려 보고 있는데, 박찬열씨가 갑자기 뒤를 도는 바람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눈이 마주쳤다. 내가 흠칫하며 어깨를 움츠리자, 박찬열씨는 픽 웃으며 입을 연다.

 

 

 

"이번에 우리 기업 전자 쪽에서 신제품 나오는 거 다들 알죠?"

 

 

 

 당연히 알고 있다. 우리 회사의 전자 계열사에서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소문은 몇 달 전부터 회사 안에서 암암리에 돌았던 것이었다. 최근 몇 주 들어서는 제품 개발이 다 끝나고, 출시만 앞두고 있다는 말도 있었었고. 프로젝트의 속내용은 관계자가 아닌지라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지나가다 얼핏 들은 바로는 새로운 전자 제품 라인의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박찬열씨가 말한 신상품이 아마 그것인듯 싶었다. 박찬열씨의 물음에 다른 팀원들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알고 있다고 대답하자, 박찬열씨는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간다.

 

 

 

"그럼 지금 우리 회사랑 다른 회사랑 라이벌 구도 형성된 것도 알겠고?"
"......"
"일 빡세게 해야 돼요. 알죠?"

 

 

 

 제법 진지한 얼굴로 업무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매번 장난기 어린 모습만 보다가 일하는 모습을 보니 또 뭔가 모르게 색다르다.

 

 

 

"안타깝게도 신제품 출시다 뭐다 일이 많아요. 그래서 우리 팀은 당장 오늘부터 사전 작업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
"정수정씨랑 김종대씨는 소비자, 시장 두 쪽 리서칭 작업 계속해주시고 변백현씨는 경쟁사 신제품 매출이랑 이익률 분석해서 서류 올려요. 도 대리님은 출시 디자인 점검하시고 저 대신 부서 총괄해주세요. 혹시라도 무슨 일 있으면 저한테 연락 주시면 되고."

 

 

 

 팀원들의 이름을 호명해가며 각자 해야 할 업무를 분담하던 박찬열씨는 도 대리님을 향한 당부를 끝으로 말을 맺었다. 유일하게 박찬열씨에게 호명되지 않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박찬열씨를 쳐다봤다. 뭐지? 왜 나한테는 아무 말도 없지? 내 빤한 시선에도 박찬열씨는 묵묵부답이다. 정말 할 말을 다한 것인지 테이블 위의 보고서를 서류 가방에 쑤셔 넣기까지. 나는 눈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럼 저는요?"

 

 

 

 내 목소리에 박찬열씨의 시선이 내게 와 닿았다. 아, 하고 짧게 탄성을 내뱉은 박찬열씨는 다시 보고서를 서류 가방으로 옮겨 넣으며 입을 연다.

 

 

 

"그쪽은 당연히 나랑 가야죠."
"네?"
"외근이라고 했습니다."
"...어... 외근이요?"
"그래요 외근. 필요한 것만 챙겨요. 우리는 발로 뛰러 갑시다."

 

 

 

 도대체 이게 무슨... 단순히 외근 보조를 구하는 거면 꼼꼼한 도 대리님이나 실적 좋은 김 대리님이 적격일 텐데, 박찬열씨는 하필이면 나를 자신의 외근 파트너로 지목했다. 매번 사무실에 처박혀 서류 작업만 죽어라 했던지라 외근 경험이라고는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고개를 떨구고 멍하니 앉아있자, 박찬열씨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뭐 해요? 얼른 짐 챙겨요. 박찬열씨의 재촉 덕분에 나는 정신없이 숄더백을 챙겨 들었다. 돌겠네 진짜.

 

 

 

[EXO/찬열] 불편한 관계 (Uneasy Relationship) 4 | 인스티즈

* * *

 

 

 

 늦장을 피우다 결국 박찬열씨에게 질질 끌려 나왔다. 이제는 익숙하다 못해 정이라도 들 것 같은 포르쉐 조수석에 걸터앉은 나는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가로수들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입사 후 첫 외근이라 그런지 걱정도 많고, 마음도 싱숭생숭하다. 사실 사무실에서 할 수 있는 문서 작성이라던지 자료 조사 같은 정적인 일에는 꽤나 자신이 있었지만, 그리 살갑지 못한 성격 탓에 사람을 대하는 일에는 영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차창을 바라 보기를 몇 분, 적어도 내가 지금 어디를 가고 있는 건지는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박찬열씨에게 물었다.

 

 

 

"지금 어디 가요?"
"광고 대행사요."

 

 

 

 대화는 금방 끊어졌다. 짧막한 답을 내놓은 박찬열씨는 다시 운전만 한다. 사이드 미러를 흘끗 쳐다보고 핸들을 돌리는 박찬열씨의 옆선을 쳐다보던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근데 왜 저 데려온 거예요? 도 대리님도 있고, 김 대리님도 있고."
"남자 둘이서 칙칙하게 뭘 합니까."
"그럼 저랑은 뭘 해요?"
"그쪽은 예쁘잖아요. 보면 그냥 좋은데."
"수정이도 있는데 왜 하필..."
"그쪽 바깥공기 좀 쐬라고 그런 것도 있고, 우리 친하잖아요."
"헐? 우리가 친해요? 전혀 아닌데,"
"그럼 친해지고 싶어서 그랬나 보죠."

 

 

 

 말을 마친 박찬열씨는 작은 목소리로 그놈의 철벽은, 하고 중얼거린다. 뭐가 그리 불만인지 입을 비죽 내밀고 핸들을 돌린다. 마치 다섯 살 배기 애 같은 모습에 숨죽여 킥킥 웃고 있는데, 불현듯이 잠시 잊고 있었던 키홀더가 번쩍하고 머릿속에 떠오른다.

 

 

 

"근데요 박찬열씨. 키홀더는 언제 돌려줄 건데요?"
"안 들려요."
"키홀더요. 저한테 진짜 중요한 거예요 그거."
"나 안전운전해야 된다니까요. 자꾸 말 시키지 맙시다?"
"...아니, 말만 잘하더니!"

 

 

 

 어이구? 키홀더를 돌려줄 생각이 일절 없는 건지 이제 운전을 핑계로 대답까지 회피한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온다. 장난도 이쯤이면 된 거 아닌가? 혹시 전생에 원수라도 졌나? 그것도 아니면 혹시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에 박찬열씨에게 몹쓸 짓이라도 했던 걸까? 정말 그래? 넋 빠진 얼굴로 허허 웃고 있는데, 박찬열씨의 목소리가 들린다.

 

 

 

"내기를 하죠."

 

 

 

 갑자기 내기를 하쟨다. 눈을 크게 뜨고 박찬열씨를 바라보자 박찬열씨는 찬찬히 말을 잇는다.

 

 

 

"내가 문제를 하나 낼 건데, 그쪽이 답을 맞추면 키홀더 돌려 줄게요."
"......내가 왜 박찬열씨랑 내 키홀더를 가지고 내기를 해요? 그건 엄연히 내 건데?"
"싫음 말고. 어디 고물상이나 알아보러 갈까 봐."
"누가 싫대요? 해요! 내기 하자구요! 문제가 뭔데요?"

 

 

 

 다급한 외침에 박찬열씨가 씩 웃으며 말한다. 언제 봐도 불안한 미소다.

 

 

 

"그쪽이 나를 처음 만난 장소는?"
"...네?"
"기간은 일주일, 기회는 딱 세 번이에요. 힌트 그런 거 없습니다."

 

 

 

 박찬열씨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답이 빤히 보이는 문제였다. 나와 박찬열씨의 첫 만남은 빌라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루어졌다. 박찬열씨는 이삿짐을 들고 있었고, 나는 키홀더를 잃어버린 바람에 기분이 매우 다운된 상태였지. 이건 뭐. 쉬워도 너무 쉬웠다. 무슨 저런 걸 문제라고 내? 혹시 나한테 키홀더를 돌려주고는 싶은데, 자존심이 허락을 안 해서 괜히 구실이라도 만드려고 저러는 건가? 아, 그렇게 안 봤는데 박찬열씨 생각보다 좋은 사람이구나. 이제 곧 키홀더를 돌려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입가에는 미소가 잔뜩 어렸다. 이렇게 쉬운 문제에 뭐 일주일 씩이나, 기회는 한 번이면 충분했고 힌트는 줘도 받을 생각 없다. 나는 승리를 예감하며 입을 열었다.

 

 

 

"당연히 엘리베이터죠. 제가 바보도 아니고, 박찬열씨랑 처음 만난 곳도 기억 못 할까 봐요?"
"......"
"맞았죠? 얼른 줘요."

 

 

 

 정답을 확신하며 키홀더를 받기 위해 박찬열씨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내 말에 박찬열씨는 픽 웃으며 입을 달싹 거린다. 이제 저 입에서는 답을 맞췄으니 키홀더를 돌려주겠다는 말이 나오겠지. 너무도 완벽한 시나리오였다. 실실 웃으며 박찬열씨의 대답을 기다리는데, 박찬열씨가 잔뜩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한다.

 

 

 

"맞네요. 바보."
"...네?"
"틀렸는데 어쩌지?"
"......"
"이제 기회는 두 번 남았어요. 잘 생각해 봐요."
"...아니. 뭐예요? 나는 박찬열씨 엘리베이터에서 처음 만났어요. 진짜 내가 그때 술 마시고 박찬열씨 만난 것도 아니고, 다 기억하거든요? 이제 재미없으니까 장난하지 말고 키홀더 주시죠? 약속은 지켜야죠."
"왜 아니에요. 그럴 수도 있죠."
"......네?"
"왜 못 믿어요. 엘리베이터 아니라니까."

 

 

 

 어색하게 웃으며 뻗었던 손을 무릎에 얹었다. 아니라고? 왜 아닌데? 엘리베이터가 아니라면 도대체 우리가 어디서 만났는데? 그저 단순한 장난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에 지금 박찬열씨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해 보였다. 멘붕이 제대로 왔다. 설마 박찬열씨와 내가 유치원 동창이라도 되는 건가? 그것도 아니면 초등학교 동창? 졸업 앨범이라도 꺼내야 하나, 박찬열씨와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 내며 별의별 생각을 하고 있는데 박찬열씨가 덧붙여 말한다.

 

 

 

"약속은 지킵니다."
"......"
"난 거짓말 안 해요."

 

 

 

 어느새 주차를 마친 박찬열씨는 차의 시동을 껐다. 오, 시발. 내 머릿속의 시동도 함께 꺼진 것 같았다.

 

 

 

 

 

/

뭐 하나 알려드리자면 불편한 관계의 러브 라인은 세 명입니다. 다들 몰랐죠?

말머리에 달고 있는 찬열이, 여주가 좋아하는 세훈이, 다른 한 명은 안알랴쥼. 언젠가 다들 알게 되시겠져... 끌끌끌...

그리고 예쁜 댓글 너무 고마워요! 함께해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많이 좋아해요...♡

그럼 저는 3화 댓글 다시 보러 갈게요!!! (총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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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찬열이 여주가 싫다는데도 박력으로 여주의 기선을~ 제압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리드할 줄 아는 남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나머지 한명은 백현인가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세훈이는 여주만 세훈이 좋아하는건가요? ㅠ
9년 전
비회원137.36
헐ㄹ....대박 재밌어ㅠㅠㅠㅠ 작가님 최고예요!!! 진심 ㅋㅋㅋㅋ 완전 재밌어요!!!!! 스토리라인 너무 좋네요 ♡
9년 전
독자2
회사에 저런 상사가 있으면 회사 가는 게 꿀일텐데!!
그나저나 세명이라니!! 그럼 나머지 한 명은 백현인가요?? 궁금해요!!

9년 전
비회원10.67
ㅠㅠㅠㅠㅠㅜㅠㅠㅠㅠㅠㅠ진짜재밌어요...엉엉
9년 전
독자3
아한명누구지...??궁금하네요읽다보면알게될거라믿어요!!!글너무재밌고잘읽다갑니다~~
9년 전
독자4
헣 둘이 나란히 지각해서 오해받을뻔한 상황을 저렇게 넘겨주다니 감동이에요ㅠㅠㅠㅠ 그리고 둘이 처음만난곳을 왜 언급하는걸까도 궁금해여ㅜㅜ 그때 무슨 큰일이라도 있었나..?싶기도하네요
9년 전
독자5
찬열이 센스가 워후 러브라인 세명이라니ㅠㅠㅠㅠ궁금해요ㅠㅠㅠ
9년 전
독자6
ㅋㅋㅋㅋㅋㅋㅋ찬열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여워라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7
아 차뇨리 귀여웤ㅋㅋㅋ근데 좀 속상하겠어 우리 열이ㅜㅜ여주가 기억을 못해주네ㅜㅜ흐늡
9년 전
독자8
세번의 기회 하나는 날라갔네요 어디일까나 후우우우우우
8년 전
독자9
다시정주행해도좋다ㅠㅠㅠ이런관계ㅠㅠㅠ어쩜좋니ㅠㅜㅜㅜㅠ
8년 전
독자10
럽라가 3명이라니 궁금해져요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잘 읽고갑니당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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