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일단 백.수.인데요. 'ㅅ' a
03
힐끔.
힐끔.
한번보고, 두번봐도, 자꾸만 보고 싶네.
힐끔.
와, 잘생기긴 진짜 잘생겼다...
혼자서 아무리 생각해도 처음 보는 사람한테서 받은 시선이 곱지 않은 적은 처음이라 이해가 안 돼.
도대체 뭐때문에 나를 그렇게 본거지?
아까 공항에서 부딪혀서?? 하지만 그건 엄밀히 따지면 저 사람이 먼저 부딪힌건데... 진짜 그런거라면 억울해.
나도 어디 한번 너도 당해봐라, 하며 그에게 떨떠름한 표정을 보여주려고 고개를 뒤로 획 돌렸는데,
그 사람 자고 있더라.
비행기 뜬 지 10분도 안지난 것 같았는데... 자더라.
되게 피곤했나봐. 훌쩍.
그가 자고 있는 모습에 나는 감탄사를 터뜨렸다.
코도 높고 눈은 감고있어도 양쪽으로 길게 뻗어있어 딱봐도 커보이고, 특히 저, 저 입술. 진짜 뭐 저렇게 생겼대 ;;
거기다 남자치고 속눈썹도 길게 쫙 빠진게 확실히 잘생겼다.
그리고 또 뭐랄까, 동양적으로 잘생겼달까?
그 이목구비가 검은 머리와 흰 피부에 너무나도 잘 어울려서 더 눈이 갔는가 싶다.
나 그래도 주위에서 잘생겼다는 사람 많이 봐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단연 내 기준 '원탑'이시다. 굳
헉..
순간 너무 놀래서 졸지에 혀 깨물고 자살할 뻔 했다.
분명 아까까지 지그시 눈을 감고 있던 사내가 왜 갑자기 눈을 뜨고 있는 거죠...?
뭘 봐? 하고 꼬라보는 것 같아서 얌전히 몸을 돌려 내 자리에 엉덩이를 붙였다.
헐헐, 내가 훔쳐보는거 다 봤어. 어떡하지.. 졸지에 내가 이 구역의 미친년 된거잖아.
자고 있던 사람의 얼굴을 그렇게 대놓고 쳐다봤으니.. 뭐라고 생각하겠냐고...
내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그대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앞에 놓여있던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그런데 그 때 마침 사레가 들려 미친듯이 기침했다.
가뜩이나 감기때문에 기침하느라 부은 목이 찢어질 듯이 아프다.
눈이 핑 돌아 눈물까지 찔끔 맺혔다 ㅠㅠ 옘병할. 되는게 하나도 없네.
"괜찮아요?"
"... 아, 네. 콜록. 시끄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까부터 자꾸 기침하던데.."
아, 그게 제가 감기에 걸려서요.
시끄러우시죠? 죄송합니다. 하하하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뒤도 안돌아보고 아니, 앞에 작은 화면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대답했다.
아까 그렇게 걸렸는데 저 얼굴을 어떻게 쳐다보겠어. 절대 내가 저 얼굴을 보고 또 침흘릴까봐서가 아니다.
"... 잠을 잘 수가 없는데."
"..."
존나 순간 할말을 잃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꽤 딱딱하게 들려오는 소리에 침과 함께 기침을 꿀꺽 삼키고 허, 헛바람을 내쉬었다.
저사람이 내게 저 말을 하는 의도를 모르겠다.
시끄러운건 알겠는데, 그래서 잠을 잘 잘 수 없다는 것도 알겠는데...
그래서, 그러니까 나 지금 내리라고?
이미 비행기는 구름 위로 둥둥 떠서 날아가고 있는데???
"필요하신 게 있으십니까?"
내가 잠깐 딴 생각을 하고 있던 사이에 남자는 승무원을 찾았는지 꽤 길쭉한 몸매의 스튜어디스가 남자를 찾아와 묻는다.
헐... 지금 저 사람, 스튜어디스한테 따지려는 거야?
내가 기침을 해서 도저히 잠을 못자겠다고 따지려는거 맞지?!
와... 같은 사람인데 이러는건 아니지. 자기는 뭐 아픈 적 없나.
이거야 원 서러워서 함부로 아프지도 못하겠네..
순간 울컥해서 남자한테 너무한거 아니냐고 한마디 하려는데 내가 벌떡 일어남과 동시에 그가 스튜어디스에게 이런 부탁을 한다.
"저 분, 감기라는데 약 좀 가져다 주세요."
............ 네?
방금 뭐라고...
멍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니까 남자와 승무원이 벌떡 일어난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먼저 침묵을 깬건 스튜어디스였다.
상황을 살피던 그녀는 나에게 웃으며 물었다. 감기에 걸리셨냐고.
민망함에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끄덕거리자 그녀는 나에게 식사는 했냐고 물었고, 이번에는 고개를 저었다.
스튜어디스는 곧 기내식과 함께 약을 가져다 드리겠다며 대답하고 벙커 안으로 돌아갔다.
"..."
"..."
"..."
아.... 이 정적을 어찌하면 좋으리...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있던 나는 결국 그에게 먼저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콜록.. 쪽팔림에 목소리가 울먹거리는 것 같다.
씨발, 완전 착하고 좋은 사람이잖아 ㅠㅠ
다시 자리에 앉아서 스스로 뺨을 치면서 발을 동동 굴렸다.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안 풀었더니, 거기에 감기까지 걸려서 그런지 잔뜩 예민해진 것 같다.
그래, 저사람은 그냥 원래 저런 사람인거야.
나를 보던 그 눈빛은 아무런 감정없던 것이라고....
스튜어디스가 가져다 준 기내식을 먹고 약을 먹었더니 자꾸 졸음이 밀려와서 어느 순간 잠이 든 것 같다.
그것도 완전 푹..
자면서 땀을 흘렸는지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물방울들을 쓸었다.
온몸에는 어느 한 구석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고 나른하다.
사실 아까부터 열이 좀 있고, 머리가 지끈거렸었는데 약 효과가 있었는지 한숨 자고나니까 머리 아픈 것은 좀 나아진 듯 하다.
승무원을 불러 시원한 물 한잔을 찾았다.
이제 곧 도착할 거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와... 나 얼마나 잔거야? 설마 자면서도 계속 기침한거 아니야...?
그렇다면 남자에게 정말 미안할 것 같아서 슬쩍 뒤를 돌아보니 새근새근 잘 잠에 든 것 같다.
바로 고개를 돌렸다. 아까처럼 또 들키면 큰일나니까.
"한국가서 무슨 일이 생기려고 벌써 이러냐..."
내심 한국에서의 생활이 걱정되는 난 뒤에서 자고 있는 남자에게 들리지 않을 만큼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비행기가 도착하자마자 부랴부랴 내려 입국수속을 마쳤다.
혹시라도 남자를 마주칠까봐 자꾸 뒤를 돌아보았지만 보이지가 않는다.
굼벵이네, 굼벵이.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고맙다고, 덕분에 편히 왔다고 말하려고 했더니 글렀다.
어쩔 수 없지,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먼저 수하물을 찾아 게이트를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게이트가 열릴 때마다 뭔가 소란스럽다.
뭐지??? 게이트 가까이 갈수록 소란스러움이 커졌다.
뭔가 게이트 밖에 사람들이 와구와구 몰려있는 것 같은데...
설마 내가 돌아오는 날이라고 팬들이 와준건가?
분명 여기저기 소문내지 않고 조용히 들어오려고 항공권까지 몰래 발권했는데, 다들 어떻게 알고 온거야?
나참, 갑자기 은퇴한 선수 뭐가 이쁘다고 마중까지 나오나 생각하면서도 괜히 실실 웃음이 나온다.
어쨌든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오는 길, 나를 반겨주는 이가 많다는 것은 기분이 좋다.
나름 신경을 쓰면서 나는 가방에서 선그라스를 꺼내 꼈다.
어때? 간지 좀 나나??
시큰둥.
트렁크를 끌고 당당하게 손을 흔들며 게이트를 나섰다.
그런데 사람들이 나를 본 반응은 딱 저 세글자가 전부다. 시큰둥.
나를 못 본 것도 아니다. 몇 명은 눈까지 마주쳤는걸?
근데도 내가 나온 것에는 전혀 관심 없는 눈치다.
그리고 이상하게 여자들이 많았다. 내가 여자 팬이 이렇게 많았던가?
이상하다... 하고 잠시 멈춰서서 몰려있는 사람들을 쳐다보는데 저들끼리 하는 말 몇 마디가 들려온다.
"아.. 왜 안나오지..."
"분명 오늘이었는데...."
"맞다니까. 저기 기자들 있는거 안보이냐??"
"근데 왜 안나와.... ㅠㅠ"
?
뭔소리지?
난 이미 나왔는데....
저들이 하는 소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머리를 긁적이는데 뒤에서 다시 게이트 문이 열렸다.
뒤를 돌아보니까 어? 아까 그남자다.
반가움에 인사나 하려고 손을 흔드려는데 갑자기 뒷쪽에서 꽥!! 하는 어디서 돼지 멱따는 소리가 들리더니 아까 몰려있었던 사람들이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
이게 무슨일이래... 얼떨떨
"꺄아아아!!! 도경수!!! 경수오빠!!!!"
"끄아악! 경수야!!!"
"?"
"경수야아아아!! 여기 좀 봐줘1!! 꺄!!!"
"...?"
경수? 도경수?? 그게 누군데..??
자세히 보니 그녀들의 손에 들려있는 플랜카드에는 죄다 도경수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그와중에 저 외침에 아랑곳하지 않고 게이트를 빠져나오는 남자가 신기하다.
전혀 위축되지도 않네..
근데 뭔가 이상하다.
저 여인들이 왜 저 남자에게 손을 흔드는 것처럼 보이지...?
내 생각에 답을 해주듯 남자는 내 쪽 가까이 걸어와 멈춰서더니 여인들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헐..
헐... 맙소사...
잠깐만, 그럼 저 인파가... 내가 아닌 이 남자를 위해서 왔다는 거야?
나는 그것도 모르고 저들 앞에서 폼잡고 손까지 흔들었으니...
쪽팔리다, 쪽팔려.
오늘 제대로 날잡고 쪽 파는 날인가부다 ㅎㅎㅎ
나는 황급히 트렁크를 질질 끌고 성큼성큼 걸어 멀어지려고 했다.
그와중에 그 사이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아씨, 하다하다 환청까지 들리네.
좀 더 빠르게 걸어 벗어나려던 찰나 나는 누군가의 손에 잡혀 돌아세워졌다.
어?
"박찬열..."
"어허, 오빠라고 부르라고 했지. 근데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
와씨... 너희 거깄었구나... 존나 고맙다.
이로써 나는 저 남자에게 환장하는 여자들에게 손을 흔든게 아니라, 박찬열과 그 뒤로 걸어오는 변백현, 김종대에게 손을 흔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긴장이 풀려 울먹거리자 애들이 놀란 표정으로 나를 살핀다.
너 왜그래? 뭐 잃어버렸어?? 무슨 일이야???
고개를 저었다. 흐어어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세명을 와락 끌어안았다.
거기 있어줘서 존나 고맙다, 사랑스러운 애들아.
한참을 끌어안고 있으니 애들은 질문을 멈추고 뭐야, 우리가 그렇게 보고 싶었냐? 하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래그래, 지금 이순간엔 너무 보고 싶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런데 떨어지기가 무섭게 변백현이 눈을 흘긴다.
야, 내가 이번에는 봐준다. 마음껏 흘기거라... ㅠㅠ
근데 변백현이 하는 말에 아, 하고 어색한 웃음을 터뜨렸다.
"야! 너 내가 내일이냐고 몇번이나 물었지?!"
"?"
"그래서 우린 어젠 줄 알고. 아오. 우리 어제 왔다가 허탕친거 아냐?!"
"아."
시차를 생각 못했네.
그제서야 변백현이 왜 전화로 그렇게 끈질기게 물어봤는지 이해가 간다.
저녁비행기라 시차가 애를 먹였네.
그런데 알아서 잘 계산해온 녀석들이 기특해 또 다시 안아주었다.
툴툴거리던 변백현도 마지못해 안겨 고새 실실거린다.
멍멍이, 잘했어요.
"근데 너 왠 썬그라스?"
"아."
"너 설마..."
잠시 만남의 기쁨을 나누고 이제 이야기 좀 나누어볼까 하는데
김종대가 나를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손가락질을 한다.
내 눈에 걸쳐진 선그라스가 이상했던 모양이다. 당연하지 실내에서 왠 선그라스?
순간 김종대의 눈이 가늘어지며 의심가득하게 바라보았다.
헉... 설마 내 착각을 알아차렸나 싶어 무심코 발끈해버렸다.
"어? 어? 내가 뭐??"
"이거 외제라고 자랑하는 거냐아아?!"
"어? 그런거야?"
"..."
에휴... 그래, 김종대가 그러면 그렇지...
옆에 있던 박찬열까지 합세해서 내 선그라스를 벗겨가더니 저들끼리 막 써보는데
쯧쯧, 한심해서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근데..
이런 너희들인데 다행히도 지금은 그런 너희가 너무 좋다 ★
이제 슬슬 마무리하고 어서 집에 가서 쉬고 싶었다.
근데 선그라스 하나로 잔뜩 들뜬 삼둥이들은 집에 갈 생각을 안한다.
가자고 해봐도 아 잠깐만, 기다려봐 하면서 정신이 팔려있으니 피곤함에 인상을 찌푸리고 쉴만한 곳을 찾다가
도경수라는 남자와 눈이 다시 마주쳤다.
"..."
근데 왠지 느낌에 이쪽을 오래 쳐다보고 있었던 것 같다.
아까보다 더 굳은 얼굴로 이쪽을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괜히 내가 또 뭐 실수했나 싶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은 내가 잘못한게 없더라고.
그래서 피하지 않고 눈을 마주쳤다.
그랬더니 남자가 잠시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더니 그 인파를 뚫고 내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한다.
...??
왜 그러세요...? 나를 보고 걷고 있음에 분명 여기로 걸어오는 것 같은데...
"... 왜요?"
"..."
"... 뭐,뭔가 문제라도.."
기어코 내 앞에 선 남자떄문에 말까지 더듬었다.
삼둥이들은 뭐야? 뭐야? 하고 눈을 빛내며 나와 도경수라는 남자를 번갈아본다.
아, 식은 땀.. 아무 말도 않던 남자는 한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선다.
흠칫.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인가?
우리를 흥미진진하게 보는 눈이 셋, 불만가득하게 보는 눈이 수백개...
이봐요, 그렇게 쳐다보지만 말고 뭔 말 좀 해봐요...
"저기..."
".. 싸인 해드릴게요."
도경수 (25. 배우)
2014 최고의 핫스타 배우를 뽑으라면 단연 이 남자다.
올해 데뷔한 신인배우 도경수는 첫작품을 바로 유명작가의 남주인공을 맡으며 관심을 받았다.
처음들어보는 이름에 사람들은 작가가 빽으로 꽂아준 신인배우라며 드라마 방영 직전까지 악플에 시달렸지만,
드라마 예고편이 나간 후 그의 비주얼은 방영 시작 전부터 여심을 사로잡아 시청률 셔틀이 되었다.
그는 비주얼 뿐만 아니라 옛 악플들을 단숨에 지워버리는 연기력까지 갖추고 있었으니,
드라마 첫회가 끝나자마자 인터넷에는 그에 대한 호평과 그를 응원하는 댓글들로 도배되었다.
단숨에 스타덤에 합류한 그는 모든 회차를 명품 연기로 빛내며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아 아이돌 못지 않은 팬덤을 형성했다.
첫 드라마를 마친 그는 일주일간의 아주 짧은 공백기를 가진 후 팬들의 성원에 부응하며
차기작으로 첫 작품에서 같이 호흡을 맞춘 작가와 다시 손을 잡고 촬영을 위해 영국에 갔다가
김여주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대한민국에서는 그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소리를 들으나, 드라마를 한번도 보지 않은, 더군다나 드라마 방영 당시 경기에만 집중했던 김여주는 그를 모르는게 당연지사.
"... 당신 정말 나 몰라?"
"..."
"나는 당신 아는데."
# 사담 #
지금 싸인, 그게 중요해?
테니스가 중요하지.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치환 적용했는데 어떻게 보셨나요??
1화부터 수정해놓았으니까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