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부에 들어온지 일주일이 되는 날이었다. 홍빈 선배가 너에게 용기를 주려는 듯이 말했다.
"첫방송이네, 화이팅!"
"네, 화이팅!"
너는 괜찮은 척 하였지만 사실 어젯밤부터 긴장이 되어 잠도 잘 못잤다.
긴장을 하고 있는 너를 눈치챘는지 상혁은 너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너 못하면 떡볶이 쏴라"
어이가 없는 너는 웃음이 터졌다. 그걸 본 상혁은 정색하며 말했다.
"웃지마, 진지해"
"예, 예, 사드릴게요"
조잘대며 웃고 있는 너와 상혁을 본 택운 선배는 눈치를 주었다.
"쉿"
그걸 본 너는 웃음을 멈추고 선배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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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셋, 큐"
"학우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이제부터 아나운서를 맡게 된 이별빛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유난히 햇살이 뜨거운 것 같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같이 뛰어 노는 것은 어떨까요?
김원식 학생의 신청곡, 산이&레이나의 한여름밤의 꿀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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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 밖에선 엄지를 치켜드는 홍빈선배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홍빈선배는 부스안으로 들어오며 너에게 말했다.
"오오오, 잘하는데!"
"훗, 이정도는 기본이죠"
"진작에 시킬걸 그랬어, 걱정하더만?"
"선배덕분이에요"
"그런 가식적인 멘트도 나한테 배운거야?"
"크킄, 아니에요"
"오늘은 연습으로 엔딩만 한거니까 많이 연습해둬, 이제 진짜 네가 해야돼"
"네, 열심히 할게요"
"그럼, 가봐도 돼"
"안녕히계세요"
**
'띵동댕동, 띵동댕동'
5교시 종이 치고, 너는 체육수업을 하러 운동장으로 향했다.
운동장엔 상혁도 있었다. 상혁도 널 봤는지 작게 손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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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온지 얼마 안 되었지만, 여학생들 사이엔 인기가 많아서 소문났던 차학연 선생님의 수업이었다.
"오늘은, 반대항 피구다. 여학생은 두손 다쓰고, 남학생은 한손만 써라"
"네-"
"절대 다치지 말고!"
"네!"
"여학생들 남학생 있다고 쭈뼛대지마, 너희 못생겨서 아무도 신경 안 써"
"하하하하하하!"
상혁은 널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웃었다. 너는 그런 상혁에게 정색하며 말했다.
"웃지마"
그러자 상혁은 더 크게 웃었다.
"아~하하하하하!"
너는 그런 상혁이 괘씸해서 결국 상혁의 엉덩이를 발로 찼다. 그러자 상혁은 짧고 굵은 비명을 내질렀다.
"악!"
"뭐야, 한상혁?"
"아, 아닙니다, 쌤"
"허튼짓 하다간, 걸려봐, 아주
자, 이제 시작할까?"
"네!"
"대답은 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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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익'
시작과 동시에 여학생들은 약한척하며 이리저리 남학생뒤로 피해다녔다.
그게 보기 싫었던 너는 앞으로 나가 강스파이크를 날렸다.
한 여학생이 너에게 맞아 비명을 질렀다.
"아아악!"
그러자 차학연 선생님이 말했다.
"뭘, 아아악이야. 니얼굴이 더 아아악이다."
너는 상관하지 않고 피구왕 통키에 빙의한듯 피구를 했다.
상혁은 그런 널보고 적잖이 놀란 눈빛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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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우리반에는 너, 1반은 한상혁, 그리고 상혁에게 매달리며 공을 피해온 여학생이 남았다.
상혁은 앞으로 나와 공을 던졌다.
"이별빛, 받아라!"
너는 잽싸게 공을 받아 상혁의 뒤에 있던 여학생에게 던졌다.
그러자 상혁은 막아주듯이 공을 몸으로 쳐냈다.
"한상혁, 아웃"
너는 짜증나는 말투로 상혁에게 말했다.
"우쒸, 그 여자애 죽일려고 그랬단말야"
"어때, 나 매너있지?"
"야, 죽은자는 말이없는 거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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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혁이 나가자 그 여학생의 눈빛이 180도 변했다.
여학생은 널 죽일듯이 째려보며 공을 강하게 던졌다.
'퍽'
너는 정신이 몽롱해졌다. 피구공을 얼굴로 맞은 것 같았다.
그런 너를 본 차학연 선생님이 물었다.
"괜찮아, 이별빛?"
"네..괜찮..."
'털썩'
너는 운동장 바닥에 그대로 쓰러졌다. 그러자 상혁이 달려와 너를 업었다.
"선생님, 저 얘랑 보건실 다녀올게요"
"그래, 빨리가봐"
아이들의 걱정어린 시선을 마지막으로 너는 정신을 잃었다.
**
눈을 뜨자 앞에는 상혁이 있었다.
"좀 괜찮아?"
"으,응"
"아 진짜, 깜짝 놀랐잖아, 내가 걱정 얼마나 했는지 알아?'
"네가?"
"그래, 아까보니까 보건 쌤이 너한테 빈혈기가 약간 있는 것 같다고 그랬어, 진짜 얼굴은 소도 때려잡게 생겨가지고"
"닥쳐"
"근데 이홍빈 선배가 너한테 할말있다고, 방송실로 오래"
"그래, 무슨일이지?
"그건 나도 모르지, 그럼 오늘은 나 먼저 갈게"
"의리없는 놈"
"오늘 학원 때문에 그래, 봐주라"
"꺼져, 교실로"
"교실? 이제 수업 다 끝났어. 애들 야자중이야, 그럼 나 갈게"
"그래, 잘가, 의리없는 놈아"
"잘 있어, 또 픽픽 쓰러지지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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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상혁이 간 후 보건실 침대에서 나와 방송실로 향했다.
방송실엔 홍빈 선배 혼자 있었다.
왠지모르게 평소 알던 홍빈 선배와는 다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