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는 누군지, 왜 그 여자랑 그렇게 다정한 모습을 하고 서있었는지. 지원은 묻고싶은 말이 많았다.
방문을 등지고 맥이 빠진 몸을 기대었다. 제 사람 챙기는 표정으로 그렇게 애뜻하게 바라보던 준회가 낯설었다.
제가 모르는 준회의 모습이 있을거라 생각해본 적 없었다.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더더욱.
미친듯이 화가 치밀어올랐지만 그런 모습을 준회에게 보이기는 싫었다.
너한테 난 뭐냐고. 그동안 모르게 여자나 만나고 다녔냐고. 내가 널 좋아하는 걸 알면서 왜 말 하지않았냐고. 그래서 메세지는 읽으면서도 답장 하나 보내지 않은거냐고. 네게 열을 내는 내가 재밌었냐고. 그 여자랑 어디까지 간거냐고.
무엇보다 제풀에 화를 주체못하고 있는 자신이 초라해보였다.
항상 자신감 빼면 시체였던 김지원이. 바비가 그랬다.
문 하나만 열면 물어볼 수 있는데도 정말 내가 생각하는게 사실이냐고 물어볼 수 있는데도 준회의 입에서 떨어질 대답이 무서웠다. 듣기싫었다.
정말로 포기해야할까봐. 널 놓아야할까봐. 두려웠다. 어떻게 널 매일 같이 보면서도 잊을 수 있겠냐고. 난 그러지 못한다고. 결국에 화를 참지못하고 떨어지는 눈물이 병신 같아서 완전 나 같은 새끼 또라이아니냐고. 구준회는 지극히 정상인데 나만 미친 놈처럼 착각해서 막 들이대고 별 지랄을 다 떤거 아니냐고. 자신을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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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왜그래? 중간평가테스트 중요한 거 알잖아?"
"..."
한빈이 정색을 띤 표정으로 멤버들이 보는 앞에서 지원을 나무랐다. 이렇게 한빈이 지원에게 화를 내는 건 처음이었다. 믿었던 사람이라 더욱 화가 난 듯 보였다.
중요한 거야. 대충하면 안 된다고! 짜증섞인 표정을 짖던 지원이 물 한 번만 마시고 올게. 라며 자리를 피했다.
"내가 나가볼게."
멤버들의 대답을 들을세도 없이 준회가 지원을 따라갔다. 어디까지 가는지 성큼성큼 앞만 보고 걷는 지원의 손목을 낚아채 돌려세웠다.
"얘기 좀 해."
"난 너랑 할 얘기 없다."
"난 많아. 형."
"왜?"
차갑게 준회를 노려보는 눈초리에 가슴이 서늘하게 내려앉았다. 그렇게 얼마간 시선을 마주하다 지원이 못 참겠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내가 뭐 잘못했어?"
"아니."
"형이 이러는거 나 때문이야? 맞지?"
"손 좀 놔줘. 아프니까."
잡힌 손목을 들어올리며 지원이 준회를 마주봤다. 미세하게 시선이 흔들렸다. 진지하게 물어오는 준회를 보며 생각했다.
나한테 이렇게 말 건 적이 있었나. 허무하고 실망감이 가득 찬 가슴이 괜한 기대를 저버리라고 소리친다.
준회를 멀리한 지 일주일 째였다. 이상하게 준회의 얼굴이 수척해보인다. 볼을 쓸고 괜찮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미안. 형. 내가 뭐 실수라도 했어?"
"아니."
순간 쎄게 잡은 자신을 탓하며 준회가 손을 놓자 지원이 준회가 잡았던 손목을 제 뒤로 감추며 다시 한 번 부정했다.
네가 실수한 건 없어. 그러니까 제발 날 내버려둬. 지원의 눈빛이 애처롭게 느껴지자 말이 턱 막힌 준회가 들어가. 따라 들어갈게. 부드럽게 떨어지는 지원의 음성에 고개를 숙였다.
"괜찮은..거지?"
"어. 괜찮아질거야."
하나도 안 괜찮아보이는 거 알아. 형?
익숙해지면 괜찮겠지. 너에게 내 마음을 강요하는 그런 사람으로 남긴 싫다.
서로를 향한 메세지가 숨겨져 복도를 멤돌았다. 지원이 돌아서는 준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쓰린 마음을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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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걸까. 준회는 괜시리 들고있던 작은 돌을 강으로 던졌다. 던진 돌 주변으로 물결이 파르르일더니 빠르게 사라진다.
고민거리가 생기면 늘 오는 한강 벤치에 앉아 돌이 사라진 그 자리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늦겨울 기승을 부리는 차가운 날씨 덕에 몸을 움츠렸다. 목이 허전했다. 항상 챙겨주던 형이 바뀌었다.
그냥 잘 된거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그러면 되는데.. 그게 안됐다.
자신이 피할 때는 언제고 지원이 자신을 피하니 처음에는 어이없었고 당황했고 두번째, 세번째가 이어질 수록 초조하고 답답했다.
형도 이랬을까, 이렇게 아팠을까. 그런데 어떻게 늘 다가와주었을까. 무뚝뚝하고 속은 소심해빠져서 매번 도망치는 나였는데.
아직 해가 질 시간이 아닌데도 어둑해진 구름 낀 하늘을 바라보며 물었다. 구준회. 너는 형이 널 싫어하게 되는 걸 받아들일 수 있어?
고개를 도리질 쳤다. 한순간에 싫어지는게 말이돼? 안되잖아? 의심스런 그 날을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은 잘못한게 없었다.
무엇 때문에? 왜 날 피하는 건데? 어쩔 수 없이 마주할 때면 다정하게 말은 받아쳤지만 미묘하게 달랐다. 그래 될 때로 되라. 잘 된거야. 잘 된거라고.
다행이라고 처음부터 남자끼리 만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 없이 아무런 표정없이 자신을 지나치는 지원을 보며 그렇게 주문을 걸었지만 점점 참을 수가 없었다.
밥도 잘 안 챙겨먹는건지 점점 살이 빠져가고 있는게 눈에 보였다. 그렇게 계속 형에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자만했었나. 형이 항상 다가오니까 안심했었나. 좀 더 하늘이 어둑해지고.
이유라도 알고 싶었다. 형이 이런 기분이였을까? 하늘에서 비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점점 거세지는 빗 속을 달렸다. 오늘은 그 이유를 꼭 들어야했다. 꼭 그래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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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 적어서 포인트 없어요.
좀 늦게 왔는데 분량도 적고 적고적고..
사실은 금요일에 무리해서(놀다가.. 쭈글..미안해요ㅠ) 이틀동안 앓았거든요.
늦어서 미안해요.
그나저나 자꾸 짠한거 써서 슬퍼..
준회랑 지원이에게 미안.. 한빈이는 항상 잔소리하는 역으로.. 한빈이한테도 미안.
암호닉-[동그라미],[라니],[쿠]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긴 글로 보답 못해드려서 죄송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