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하다고 해도 말이야. “에에, 왜 안 되는 거예요~” 내 침대에 들일 수는 없다, 오리야. “형 침대 넓잖아!” “싫어 다른데서 자!” 내 침대에서 같이 자겠다고 저 망할 놈의 오리가 보채기 시작한 지도 이미 20분 째다. 침대가 일인용은 아니긴 하지만 침대 주인인 내가 안 된다는데! 거기다 이 녀석은 갑자기 들이 닥친 불청객 주제에 왜 주인의 말을 들어먹질 않는지 모르겠다. “어쩔 수 없다. 형아 나 울어버릴 거예요.” “흥 그러든지!” “내 눈물 싫다고 했잖아. 그거 다 거짓말?” “.......” “그런거예요....?” 나는 왜 그런 말을 해서 저 오리 녀석이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한 건가. 물론 진심으로 한 말이긴 하다만 가끔 줄리안이 저 대사로 농담을 할 때면 발이 저절로 허공을 향해 발사되는 기분이였다. 그래, 내가 졌다. 이 멍청한 오리야. 이렇게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시간에 차라리 나 자신을 저주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시끄러우니까 얼른 들어 와.” “에 형 진짜? 고마워요!” 해맑은 얼굴을 줄리안을 결국 침대에 들이고 얼른 불을 껐다. 이불 덮는 소리만 들리고 잠시, 정적이 이어졌다. 시계 가는 소리 만이 방 안을 채웠다. 조용한 줄리안이 이상했다. 분명 불을 꺼도 폭풍 수다를 계속 할 것 같았던 오리가 한 마디도 하지 않는 게 아닌가. 예상치 못 했던 줄리안의 모습에 당황스러웠다. 설마 토라진 건가 싶어 긴장이 되었다. “줄리안 자?” “......” 쌕쌕거리는 숨소리만 들리고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아, 자는 걸까. 아까는 그렇게 열심히 꽥꽥거렸으면서 사실 많이 피곤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에라, 모르겠다. 괜히 머쓱해져 나도 잠을 청하려 줄리안을 등진 채 벽 쪽으로 몸을 돌린 그 순간, “안 자는데.” “으아악!” 갑자기 귀에다 대고 낮게 읊조리는 오리 녀석 때문에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다. 이상한 괴성을 낸 것 같았지만 그것은 이미 뒷전이었고 난 재빨리 몸을 일으켜 불을 켰다. 불이 켜지자 아주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는 줄리안의 얼굴이 잘 보였다. 그래 니가 이럴 줄 알았지, 잠들었다고 생각한 내가 바보지. “아 형아, 아, 아하하.” “이 멍청한 오리가!! 난 니가 화...화난줄 알고 놀랐는데...!” “에? 내가 화 낼게 뭐 있어.” “말 많은 애가 갑자기 말도 안 하고...!” 내 말을 듣자 줄리안은 더 끅끅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남은 진심으로 쫄았었는데 저 녀석은 진심으로 즐겁게 웃고 있다. 그렇게 웃으면서 미안하다고 몇 번을 말해봤자 괘씸하게만 느껴졌다. “형은 날 엄청 좋아하구나.” “저리 가.” “잘못했어요 혀엉~” 이제부터 너한텐 천 원도 안 꿔 줄 거야. *** 2일째!
이런 글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