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것도 공금이에영.ㅋ
익인그대들을 위해 쓰는것이아요.
벚꽃혁명 00
W. 노랭냄비
탕! 탕! 탕!
총성이 울려왔다. 성규가 총구끝을 가만히 그러쥐더니 저의 차가운 가슴쪽으로 가져다대어 온도를 느끼게 하였다.
벽 뒤에 가만히 숨자, 검은색 그림자가 성규를 덮쳐왔다. 성규가 잠깐의 숨을 몰아쉬자, 상대방편에서 또다시 총성이 들려왔다.
"탕!"
앞에는 눈이 어지러울 정도의 벚꽃나무 꽃이 만개하여 사람들의 눈을 홀리우며 진경을 펼치고 있었다.
색색의 꽃과 어우러지는 분홍색 꽃잎무더기들은 성규의 가슴을 울렁거리게 만들었다.
성규가 방아쇠를 제 눈구멍에 맞추고 벚꽃나무를 향해 눈을 번득였다.
껄떡거리는 성규의 혓바퀴에서는 무른 침이 고여나오고 있었다.
앞에는 연화이가의 호위무사들이 불안함에 일렁이는 눈빛으로 좌우를 두리번거리자,
성규가 다시금 방아쇠를 쥔 손에 악력을 가세하였다. 탕탕탕! 구슬같은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으악!"
정확히 머리에 총알이 박혔다.
쓰러진다.
꼭 허수아비들이 막대를 잃어버리고 툭 쓰러지듯이.
그렇게 툭, 충혈돼어 동공이 두배나 팽창된 눈에서는 빨간색 눈물이 흘러나온다.
다친건 머리인데 배를 붙잡고 있으니, 아둔하기도 꽤나 아둔한 모양이었다.
뚫린 머리에는 핏덩이가 터져 평화로운 벚꽃절경에 괴요함이라는 단어를 덧입혔다.
나뭇등결에 보기만 해도 질척이는 핏덩이들이 떼로 튀어 꼭 보니까 무슨 빨간색 젤리가 묻은 것만 같았다.
성규가 눈앞이 아찔해지는 피냄새에 눈꺼풀을 힘겹게 감았다 뜬다.
파르르 떨려오는 눈꺼풀에서 땀방울이 또르르 타고 내려와 목젖을 적시었다. 성규가 땀에 젖은 이마를 훔쳤다.
쓰러진 사람들의 시체를 무려 축시가 되도록 바라보았다.
왔던건 분명 10시쯤이었던 거 같은데.
성규가 손목시계를 돌려보자, 팔에 무거운 철덩어리가 쩔렁인다.
진동하는 피냄새를 뒤로한 채 성규가 납덩이같은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빵모자를 눌러쓴 경관이 흙과 검불이 잔뜩 묻은 성규의 양복을 바라봤다.
한번쯤 성규의 얼굴로 시선을 주다가 놀이판의 장기알로 눈알이 돌아간다.
장군! 상대방이 낄낄거리며 저의 노름솜씨를 조롱하자, 니미! 하면서, 장기판을 뒤집었다.
꽤나 경쾌한 와르르 소리를 내며 초록색 장기알들이 협탁 아래로 흩어져 버린다.
콧수염이 다보록한 주인은 주머니에서 말보로 한갑을 꺼내더니 당근 물어뜯듯 잘근잘근 씹어대었다.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고, 불꽃이 일렁이자, 매캐한 향이 성규의 미간을 쿡쿡 찔러대며 괴롭힌다. 성규가 주먹을 말아쥐고 흙묻은 양복을 털어낸다. 총은 얌전하게 성규의 왼쪽 자켓 주머니 안에 은밀히 자리잡고 있었다.
"왔느냐."
여전히 담배를 피고 있었다 주인은. 성규가 인상을 찡그렸다.
제 주머니에 자리하던 총을 꺼내 탁자위에 놓아두곤 구두소리를 뒤로 하였다.
주인이 총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곤 다시 담배를 물어뜯듯 씹어대기 시작한다.
뭐가 마음에 안든다는 듯이. 그의 얼굴 주근깨에는 심술보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밉상바른 표정으로 헤헤, 하고 웃더니 총을 유리창 쪽으로 던져버렸다. 챙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유리파편이 깨어졌다. 순간 찰나의 섬광이 성규의 머리카락을 훑고 갈색 알람시계 뒤쪽으로 숨어버린다.
성규가 눈꼬리를 움츠리다가 아래로 시선을 떨구었다. 저도 모르게 탁탁--하고 발을 경박스레 떨면서 구두소리를 내었다.
주인이 성규의 머리카락을 우악스레 쥐었다. 성규가 신음을 흘렸다.
"벚꽃은 어떻게 되었느냐."
-으윽....아직....아직...입니다.
"죽고 싶어?"
-아니요....
주인은 투박하고 거친 손결을 얼굴의 부드러운 솜털에 갖다대었다.
성규의 얼굴을 코끝에서부터 조심스럽게 쓸어내리자, 자신의 결 하나하나의 신경이 곤두설정도로 소름이 돋았던지 성규가 바르르 떨었다.
전기에 감전 된 사람처럼.
왜 주인의 손길은 이리 익숙하지 않은건지. 성규가 나직히 중얼거렸다.
-다음번엔 반드시...
-아악!
찰나의 순간이었다. 뺨을 마찰하는 굉장한 굉음이 울리더니 그대로 서랍장에 머리를 찧고 엎어져 버렸다.
덕택에 사무실 협탁에 올려져 있던 서류들이 갈길을 잃고 방황하며 바닥에 널부러진다.
팔랑팔랑 거리는 서류의 종이뭉치 하나를 집어낸다. 손에 힘이 들어갔다.
어쩐지 엄중함이 느껴지는 검은색의 큰 글씨에 저도 모르게 시선이 쏠린다.
'조선민국의 멸망'
천의의 뜻일까. 아니면 일본의 뜻일까. 조선민국의 멸망을 다루고 있는 그 엄청난 신문은 예언가들이 헛소리로 나불거리던 소리를 그대로 받아적고 있었다. 성규가 헛웃음을 터뜨린다.
-이렇게 해서까지, 조선민국을 가지고 싶으십니까? 황제가 그렇대요?
-이렇게...피를 보면서까지...
성규가 서류뭉치들을 조용히 쓸어담았다. 아직까지도 뺨이 얼얼하였다. 주인이 구석에 자리잡은 하얀색 휴지통에 담배를 구겨넣었다. 채 꺼지지 못한 불이 연기꼬리를 만들어낸다. 그가 구두코를 땅바닥에 두드리며 인상을 찡그렸다. 발 앞쪽 부근에 통증이 오던지 구두를 벗어버렸다.
"성규야. 일본은, 다른 나라를 점령한다는 것은 매우 위대한 업적이다."
"황제가, 황제가 해내고 있어."
소파에 벌렁 누워 면구스러운 큰 배를 드러내었다.
배꼽쪽에 털이 북실북실 고릴라 처럼 자리잡고 있었는데 딱봐도 관리를 안했는지 매우 지저분해 보였다.
움씰대는 배를 보고 토기가 밀려와 황급히 문고리를 돌렸다.
그리곤 벽을 붙잡고 숨을 헉헉 몰아내쉬었다. 가슴팍이 상하운동을 반복하였다.
공중에 내리치는 숨결이 짧았다.
이번에 성공하지 못하면 나는...나는. 성규가 몸서리를 쳤다.
호두를 까는 소리가 들린다. 우현이 호두를 한입 가득 넣고 어금니에 힘을 한번 딱 주자, 호두가 너무도 쉽게 바스라진다.
손 안에 올려져 있는 뇌의 조직덩어리 같은 호두를 바라보자, 우현이 만족스레 입꼬리를 올린다. 다리를 펴고 깨어진 호두알을 조심히 입안에 굴리었다.
조심히 혓바닥 중앙으로 호두알을 옮기자, 호두 특유의 고소하고 담백한맛이 혀쪽에 씹힌다.
다리를 펴고 저도 모르게 편한 자세가 나왔다. 기지개를 펴자, 밖에서는 산들산들한 바람이 불어왔다.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노곤함이 몰려오고 저도 모르게 하품이 퍼져나오면서 힘이 빠진다.
나른해짐을 느끼자, 눈꺼풀이 감길것만 같아 뺨을 한대 쳤다. 지금 자면 할아버지한테 사망이다 사망.
어머니가 냉수그릇을 정말 온리 물로만 꽉 채워서 엿과 초코팝과 함께 들고오신다.
쟁반에 올려진 과자와 물을 보며 언밸러스함에 우현이 웃음을 터뜨렸다.
잘 지은 비단한복을 입고 계시는 엄마가 제 눈에는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어쩐지 좀 구식으로 보이기도 했다.
밖에서는 다들, 일반 원피스나 스키니진 따위를 입고 있으니 엄마의 조선식 옷차림은 눈에 띌 수 밖에 없었다.
"엄마."
-왜 아들.
"옷 좀 사입어."
엄마가 살포시 웃고는 문고리를 열어 나가버린다. 우현이 손으로 막 감은 머리를 득득 긁고는 갈색 가루를 묻힌 뭉툭한 덩어리를 제 입안으로 골인시켰다.
와작와작 과자를 씹어먹으면서 어울리지도 않는 물만 벌컥벌컥 들이켰다.
말라가던 입술결 사이는 물때문에 번지르르함이 돌았다.
우현은 신문을 봤었다.
앞으로 곧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철없는 우현한테는 멀게만 느껴졌지만, 그래도 걱정이 좀 되긴 하는 모양이었다.
요새들어 식탁 위에 올라가는 찬가지 수가 줄어들고 고기반찬은 대신 초록색 이파리들만 가득했으니. 경기가 나빠진건가...
**
*
우현의 아버지가 저도 모르게 입을 헤벌심하게 벌린다. 귓속에서 윙윙거리는 벌떼 소리가 들리우고, 앞에서는 파리놈들의 배설물이 지독하게 코끝을 찔러왔다.
벌써 악독한 벌레 몇마리들이 시체를 갉아먹었던지 입술 부분이 뜯겨져 있었다. 무릎을 굽혀 이미 절명해버린 시체와 눈을 마주해 주었다.
무엇이 그렇게 억울한지 시뻘겋게 충혈된 눈에서는 빨간색 액체가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벚꽃을 어지간히 좋아했던 사람이었다.
틈날때마다 벚꽃결을 쓰다듬고 벚꽃이 지는 날에는 꺼이꺼이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였다. 화무십일홍.
벚꽃은 일찍 피고 일찍 단명하는 꽃이었다.
하지만 빨리 죽기 때문에 더 절세미인인 꽃이었다. 마치 가시나무새처럼 죽어가면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꽃.
우현의 아버지가 한숨을 파--하고 내쉬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10일사이에 호위를 제대로 이뤄내야만 하는데...
벚꽃이 핀 지는 근 5일이 지났다. 앞으로 5일, 5일이면 벚꽃은 지게 된다. 그 사이만 견디면 앞으로 나라의 안위는 문제 없을 것만 같았다.
만약, 이 짓이 일본의 짓이라면 전설에 민감한 나라 사람들의 정서에도 큰 타격을 입힐 것이다. 가뜩이나 야심에 눈을 부라리며 저의 대륙을 삼키기 위하여 아가리를 벌리고 있건만. 이제, 드디어 행동을 게시한 것인가...
우현의 아버지가 아랫것들을 시켜 시체를 운반하게 하였다. 이미 유해가 되어버린 것을 어쩌겠는가. 장사라도 거히 지내줄 생각이었다.
마른 볼에서 눈물이 줄줄줄 흘러나오더니 끝끝내는 눈물자욱을 길게 내어주어 그가 황급히 눈물을 훔쳐내었다.
비릿한 짠맛이 입술에 닿아 심장의 부근께가 저릿해져 왔다. 역류하는 심장판막에서 우현의 아버지 머리에 피가 쏠리게 만든다.
벚꽃은 마치 죽음을 갈망하듯이 제 몸을 힘껏 흔들더니 자신의 아름다움을 땅바닥으로 추락시키기 시작했다.
분홍색 벚꽃잎의 그림자가 볼에 드리우고, 눈꺼풀이 감기고, 그 분홍빛을 보지 않으려 암흑으로 시야를 채웠다. 이미 절정에 다다른 아름다움을 보는것이 거북하였다.
네 어찌 나한테 이런 시련을 주느냐...
***
-에미 개좋구나아!"
-한줄로 나란히이이!----
우현이 엄마의 걱정따위는 상큼하게 씹고 개구짐이 잔뜩 묻은 입꼬리를 하고 쌀더미 포대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다리가 길어서 올라가는데 한참을 낑낑거린다. 탑처럼 높게 쌓여진 쌀더미 포대는 모두 저의 집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순간 머리가 아찔하여 발이 미끄러질 뻔하였다. 난쟁이 같은 저의 군사들이 보인다.
곧 전쟁을 앞두고, 진군하려는 군대처럼 그들이 줄줄이 한줄로 늘어서있다.
우현은 허리춤에 플라스틱 칼을 꽂고 제가 장교라도 된 양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등허리 부근에 손을 올렸다.
우현을 올려다 보는 눈빛에는 불만스러운 표정이 뒤섞이고, 그 불어터진 입술도 문어처럼 대빨나왔다.
나이 18살이나 먹고, 저게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더군다나 저희하고 격이 틀린 우현은 종갓집 아들 자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 집안의 위신은 생각지 않고 우현은 해괴망측한 일을 벌이고 다니기 일쑤였다. 아마 오늘도 시작인가 보다.
-야, 우리 정육점 털자!"
생뚱맞은 소리였다. 친구들이 어안히 벙벙한 표정으로 우현을 바라보다가 입을 뗀다.
"...재롱떤다."
-니네 안오면, 다 뒤지는 거 알지? 우리 가문 힘 졸라 파워파워인거!
파워파워란다. 친구들이 순간 웃음을 터뜨렸다.
저런 몰상식하고 저급 단어선택에 혀를 내두르는 우현의 친구들이 고개를 힘없이 젓더니 이내 무리들은 삼삼오오 흩어져 버린다.
제 집으로 돌아가려 등을 보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우현의 뒷담화를 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서서히 노란빛이 사라지고 하늘은 음영을 드리우고 있었다. 지금 안가면 언제 또 이런장난을 쳐보겠는가.
우현이 놀라 퍼지는 무리들을 붙잡으려 제 뇌보따리에 담아진 온갖 욕들을 풀어놓는다. 야, 에미, 호로새끼야! 어디가 시발!
우현이 한걸음을 내딛자, 순간 중심을 잃고 큰 파동으로 한번 휘청인다.
발이 쌀포대의 미끄덩한 부분으로 옮겨지더니 어어---하고 우현이 반바퀴를 돌았다.
이윽고 공중에서 갈곳잃은 팔이 한번 큰 호를 그리며 휘둘러지더니 기우뚱 하고 몸이 기울어져 버린다.
어어...하는 신음과 함께 이윽고 쿵--하는 소리와 함께 순간 암흑이 되어버린다. 눈을 뜨자, 앞에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무리에서 유일하게 탈피하지 않은 한사람, 명수가 뒷짐을 지고 우현에게 걸어왔다.
저벅저벅하는 운동화 소리가 모랫바람을 일구고, 공터의 무게감은 그 아이의 운동화소리만으로 꽉찬 느낌이었다.
우현의 흙묻은 교복을 혀를 차며 바라보다가 그 올곧게 뻗은 손가락을 우현의 얼굴쪽으로 불쑥 내밀었다.
"내 손 잡아."
우현이 멀뚱멀뚱한 표정으로 명수의 손을 바라보다가 손을 잡았다. 끙차--하고 무릎이 올려지고, 얼굴이 들린다.
우현이 저보다 사오센치는 커보이는 명수를 눈에 힘주고 바라본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사스락거려 잘 보이지 않는 눈동자에는 알수 없는 오묘함과 깊은 검은색이 펼쳐지고 있었다.
일렁이는 눈빛을 감싸는 길다란 쌍커풀은 먼지 입자 하나 가라앉기도 황송할정도로 아름다웠다. 명수가 눈을 한번 슬로우모션으로 느리게 깜박이고 살짝 아래로 내리깔았던 시선을 우현의 눈동자와 맞추자, 어쩐지 오감을 자극하는 서늘함이 제 볼 부근께에 맞닿아졌다.
-너는 처음보는 아이인데.
"나의 이름은 에리야."
"음...한국이름은 명수."
-뭐야, 왜놈이야?
우현이 이마주름을 주전자처럼 한껏 찌그러트리며 되묻고서는 경계의 눈빛을 추스렸다. 명수가 그런 우현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왜놈은 아니고, 미국에서 태어났어. 피는 조선민국의 피를 타고 났구."
-그래에...
우현이 어색함이 감도는 공기를 어찌할 줄 모른 채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카락을 긁적이고 있자, 명수가 다시금 우현의 손목을 그러쥐었다.
응? 우현이 조금은 어벙한 표정으로 눈알을 명수에게 도록도록 굴려대고, 뭐하는 거야? 하고 소리치자, 명수가 해맑은 미소를 입가 밖으로 끄집어내었다. 웃음을 퍼뜨리는 명수의 목소리는 소년과 남자의 경계에 서있는 듯 청량감을 주었다.
"정육점 털러 간다며!"
-아참 그랬지.
-가자, 가자, 가자아아아아----에리, 아니 명수야 가자아아아--
"그래 남우현 가자아----"
우현은 짜식, 제법 마음에 드는데? 하고는 아까의 경계의 눈빛은 모두 풀어진듯 명수의 손을 잡고 정육점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냇가에 도착하자,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을 뒤로한 채 비뚤하게 자리잡은 징검돌을 건너고, 자신의 가슴부근까지 오는 수풀이 우거진 곳을 건넜다.
...이상하게 시장바닥으로 가는 행로가 더 복잡해지고 길어진것만 같았다.
시장에 도착하자, 시장은 부산스러움과 시끌벅적함이 뒤섞여 있었다. 수많은 인파들이 좀 더 값싸고, 좋은 품질의 물건을 가지기 위하여 흘러나오는 악다구니와 함께 생선을 향해 각축을 벌이고 있었다. 좌판에는 가로등처럼 연등이 줄줄이 자리하고 있어 그리 어둡지는 않았다.
"워매, 아따 암씨. 이거 내가 먼저 집었당께!"
-이 노친네가 뭐라는 거야아아아아?
이런 싸움에 말려들어 좋을 것 하나도 없다. 명수의 손을 잡은 우현이 살금살금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하여 정육점에 도착하자, 사람좋아보이는 땅딸막한 뚱보아저씨가 고기 사러 왔냐며 팔짱을 낀다. 190CM도 넘어보이는 웅대한 체구에 한껏 쫄아 우현이 어깨를 움츠린다.
그러나 곧 어꺠를 펴고, 진열장에 나란히 진열되어 있는 붉은 빛들을 빠르게 캐치한뒤 가장 육질이 좋은 것으로 골라낸다. 이런것에만 전문인 우현이다.
-이거 한우 맞죠? 이걸로 하나 주세요.
"어린것이 똑똑하네."
어린 것? 우현의 입꼬리가 한순간 비틀어진다.
누가 어린것이야.
우현은 고기를 뭉텅뭉텅 잘라내고 있는 정육점 아저씨를 향해 눈을 부라...렸으나, 그 아저씨 인상이 더 험악해보였기 때문에 금방 다시 쫄았다.
옆에서는 그런 우현의 생뚱맞은 표정에 명수가 풋--하고 어깨를 들썩였다.
아저씨가 붉은 기와 하얀 기가 적절하게 자리잡은 마블링을 보며 만족스럽게 입꼬리를 올렸다.
비닐봉지에 윤기 흐르는 고기를 집어넣어주곤 풀수도 없게 꽉 묶어 버린다.
그리곤 우현에게 건네고 주머니를 벌렸다.
이미 주머니 속에는 그의 장사수완을 말해주는 초록색 상추가 그득그득 쌓여있었다.
우현이 시장바닥을 티나지 않게 돌아보며 눈치를 한번 살핀다.
사람들은 여전히 제 물건을 사기에 바쁘고 저희를 주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눈을 돌려 명수를 바라본다.
여유로움이 가득해 보이는 명수와 0.1초의 눈빛교환을 건네자, 명수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약하게 끄덕였다.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자, 우현이 마음속으로 셋을 센다. 하나, 둘, 세엣......!
"야, 졸라 뛰어 시발!"
우현이 명수의 손목을 박력있게 그러쥐더니 시장바닥을 미친듯이 저희들의 운동화소리로 뒤엎기 시작한다.
속력을 높이고 발소리를 빨리한다.
먼지더미가 푸스스 일어나고,
축축함과 눅눅함이 차오르는 습기방울들이 옷속에 들어차기 시작했다.
어물전이 곳곳에 자리잡혀 생선의 느물느물한 지느러미가 우현의 눈에 포착된다.
순간 웩--하고 토가 나올뻔했다.
탁탁탁탁---오로지 시장바닥에 사람들의 사담과 함께 그들의 도주소리만 가득하다.
우현이 땀방울을 흘려내자, 더운 열기가 순간 온몸에 찌르르--전해져 온다.
제길 니미럴, 앞을 쳐다보니, 정육점 아저씨와 친해보이는 듯한 또 다른 뚱보가 저를 가로막고 있었다.
- 여, 김씨! 애들 여기 있어어어--!"
우현이 명수의 귀에 나직히 속삭였다.
집 말고 다른 곳으로 도망쳐야겠어. 명수가 특유의 무심한 표정으로 느리게 대답한다.
어디로? 우현의 입에서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툭 튀어나온 그곳.
"벚꽃나무가 있는 곳으로!"
-......으응?
왜 벚꽃나무가 있는 곳이었을까.
우현은 왜 그렇게 대답했는지 잘 몰랐다.
단지 저희 집이 따로 관리하는 벚꽃나무 밭이 순간 머릿속을 스쳤을 뿐이었다.
명수가 살며시 우현의 옷깃을 그러쥔다.
그리곤 소리친다.
-가자 그곳으로!
"벚꽃나무가 있는 곳으로, 가자, 가자, 가자!"
우현이 다시 웃으며 달리기 시작한다.
시장바닥에 그 둘의 개구진 웃음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
활활.
우현은 순간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타....타고 있어."
-뭐?
"타고 있다고, 벚꽃나무가!"
우현이 악에 받친 목소리로 소리친다. 안돼, 안돼, 우현이 한발자국을 옮겼다. 도대체 왜...아니, 누가...
누가 아름다움을 훔쳐가려 하였는가.
우현의 놀라움과 두려움이 발이 바들바들 떨리었다. 한걸음을 옮기는 것도 힘이 들고, 걸을 때마다 더욱더 타오르는 것만 같아, 죄책감 마저 차오른다.
"...으읏!"
다가가는 순간 불꽃이 우현의 얼굴에 튀었다. 우현의 볼이 살짝 그을려져 조금 새카맣게 변했다. 아아....붉은색으로 타오르고 있는 밭에서는 벚꽃의 분홍색이라곤 찾아보기가 힘들다.
일렁이고 있었다. 불꽃이, 빨간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분홍색 빛이, 아름다움이 썩어 문드러지고 있었다.
문둥병에 걸린듯 그들의 아름다움은 한 줌 새카만 재로 변해가고 있었다
. 이미 화염의 혓바닥에 반은 야금야금 먹혀가고 있는 분홍색 벚꽃잎.
그리고 땅바닥에 보여지는 잎이라고도 할 수 없는 검은색 덩어리들.
우현이 소리를 쩌렁쩌렁 질렀다.
"대체 누가아------!"
-잡았다, 요놈들!"
우현의 목덜미가 잡혀 공중으로 들려진다. 우현의 눈물방울이 뚝뚝--볼을 적시고 있었다.
우현은 왜 자신이 눈물을 흘리는 지 알수 없었다.
그냥 나무일 뿐인데...? 평소에도 저것때문에 할아버지가 엄격한 잣대를 들이고 있다고 믿고, 원망하며 나무 등걸을 발로 차던 적도 있었는데..
우현이 고개를 떨구었다. 축--힘이 빠지고 팔이 늘어졌다. 떨어진 눈물방울은 검은 재에 섞였다.
항상 읽어주시는 그대들 사랑해요
제 사랑을 많이 드십니다.
암호닉 사랑합니다.
전언제나 암호닉 사랑하구요, 전 메일링 암호닉 분들한테만 해드립니다.
공금의 매력이란 많이 퍼지지 않는 것이죠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