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라보자]
( 이번편은 치환기능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혹시라도 치환이 좋으신 독자분은 덧글을 남겨주세요.
치환을 택하시는 독자분이 많으시면 다음편부터 치환기능을 사용하겠습니다 )
교실에 북적북적한 여자아이들은 서로 자기들끼리 대화하며 웃음꽃을 피운다.
남자아이들은 저들끼리 게임얘기, 스포츠얘기를 하며 장난을 친다.
... 뒷자리 여주에겐 그런것도 없다.
친구없이, 홀로 앉아 책을 보는 여주의 머리칼이 바람에 날렸다.
제법 인기많을 법한 얼굴인데도, 남자아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여주인데도
여주는 관심없단 듯 책장을 넘기기만 했다.
그런 여주에게 남자가 있다.
다정한 남사친 김종인.
" 부우우우... 거품봐라 거품! "
" 으, 드러워 김종인! "
시끄러운 아이들 속에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 아이는, 세상에 고민이 없는 듯 해맑게 웃고있다.
내 짝지, 김종인. 유일한 내 친구다.
어릴 적, 놀이터에서 홀로 그네를 타는 나에게 너는 뛰어왔었다.
같이 놀자, 하며 축구공을 건네는 너를 나는 바라보며 비웃었더랬다.
나, 축구같은거 안좋아해.
그러자 너는 갸우뚱하며 나에게 대답했다.
그러면 뭘 좋아해?
씨익 웃는 나를 보며 김종인은 불안감을 느꼈어야 했다고 투덜거렸다.
그 때, 나는 피구랍시고 축구공을 던져 김종인을 울렸었고
너는 다음날 강한여자가 멋지다며 친구를 하자 했었다.
그렇게 같은 초등학교,중학교를 다녔고
고등학교까지 같이 오게 됐다.
유일한 내 친구.
나는 혼자 길을 걷는걸 좋아한다.
야자를 끝내고 어둑어둑한 밤거리를 홀로 걷는걸 좋아한다.
유치원 때부터 나와 어울렸던 너는 그런 내 모습을 싫어한다.
"집가지? 같이가."
" 나는 혼자가 좋은데.. "
" 위험해. 너네 집 쪽 골목에서 저번에 강도나타났었대. 혼자 다니지마. "
그렇게 1학년 때부터 너와 함께 걸었던 밤거리.
집이 반대방향이면서 넌 항상 집에 데려다줬었다.
아침에는 내가 방송부라 일찍가야하는 날이 많아서 그러지 못한걸 김종인은 아쉬워했다.
오늘도 별로 가득 찬 어둠 속을 너와 함께 걷는다.
잠시 으슬으슬해서 으 춥다, 라고 하니 자기가 입고있던 후드를 나한테 입혀준다.
추운데 왜 마이만 입어, 하고 잔소리를 할 법한데 너는 그런 잔소리조차 하지 않는다.
조용히 입혀주더니 내 볼을 두 손으로 감싸 잡고 고개를 올려 저를 바라보게 만든다.
종인이의 따뜻한 손때문인가.
얼굴이 뜨겁다.
" 아빠 옷 입은 꼬마같다. 귀여워 죽겠어 김여주. "
너무, 뜨겁다.
...네게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한다.
반에 들어오니 아이들이 평소보다 더 시끄럽다. 책을 꺼내놓고 이어폰을 끼려는데,
네 이름이 나온다.
네가 여자친구가 생겼단다.
이어폰을 끼지 못하고 무슨소린가 싶어 듣는데, 페이스북에 연애중이 올라왔다고 한다.
급한마음에 폰을 키고 들어가자 타임라인에 네 연애중이 바로 떠버린다.
좋아요 89개.
... 8시간전.
" 어, 여주 일찍왔네. "
옆자리에 앉으며 웃는 네가 미워보였다.
" .. 여자친구 생겼어? "
" 어, 어? "
내 질문에 당황스럽다는 듯이 눈이 커지는 네가 너무 밉다.
" 친군데, 말 좀 해주지 그랬어. "
니 대답이 듣기 싫어 바로 이어폰을 꼽는다.
그런 날 보며 인상을 찌푸리는 니가. 마치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나를 바라보는 니가 참 밉다.
몇년간의 설렘이 허탈하다.
봄이 왔나보다.
벚꽃이 피고, 햇볓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아침 이후로 너와 나는 한마디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책은 팔랑거리며 넘어가는데, 글자는 하나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연애중이라는 세 글자만 둥둥 떠다니는듯한 기분이다.
처음에는 나를보며 머뭇거리더니 그냥 풀죽은듯 엎드려있는 니 뒷통수를 바라본다.
점심시간이라 반에 아이들은 다 밥을 먹으러 나갔는데,
급식이면 좋아라하던 너는 그냥 엎드려 새근새근 자고있다.
조심스레 손을 올려 머리칼을 만져본다.
부드러운 짧은 머리카락에 손을 가져다대자 온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다.
손가락으로 네 어깨를 톡톡 쳐보기도 하고, 귀를 살짝식 만져보며 놀다가 손을 거두려는 찰나,
네가 고개를 돌리더니 내 손을 덥석 잡아버린다.
그리곤 웃는다.
" 고작 연애중 하나로 삐지기나 하고. "
" 그런거 아니야. "
장난치듯 말하는 너에게 얼굴을 확 붉히며 손목을 빼내려하자 다시 확 잡아버린다.
" 내가 연애중인건 맞는데 "
" 혼자 연애중이야, 나 혼자. 나 페이스북 탈퇴한지 꽤 됐어.
그거 옆 학교애야. "
" 난 너 좋아하는데 다른애랑 왜 사귀냐, 바보야. "
이마에 네 입술이 쪽,하고 닿는다.
베시시 웃더니 네 입술이 눈,코,볼을 순서대로 토닥이듯 짧게 쪽,쪽 하며 닿는다.
그리고, 입에도 쪽.
...진짜 봄이 왔나봐.
옆집대학생 김종인
야자를 끝내고 집에 가는 도중에, 옆집남자를 만났다.
나를 흘낏 바라보더니 제 갈길을 간다.
어짜피 같은 길이기에, 나는 바닥을 바라보며 걸어간다.
툭, 툭 내 발에 굴러가는 돌을 차며 가는데, 미처 보지 못한 앞에 쿵 하고 머리를 박는다.
아 쪽팔려, 뭐야. 하고 바라본 위엔 옆집남자가 서 있다.
피식 웃는 얼굴이 잘생겼다.
" 바닥보고 다니면 다쳐. 게다가 밤인데. "
이리와, 하며 내 손을 잡고 이끈다. 놀라서 손을 빼자 아, 하고 나를 본다.
미안해. 여동생이 있어서 습관이라.
...기분 나쁜거 아니지?
외간 남자의 손에, 떨려서 내친건데.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안심이란듯 활짝 웃는다.
엘레베이터에서도 어색한 침묵이 돈다.
남자는 부스럭 거리더니 가방에서 초콜릿을 꺼낸다. 이거 먹어.
키세스 몇개. 남자의 손에서 받으며 감사합니다, 하니 이거 좋아해? 라고 묻는다.
키세스 제가 제일 좋아하는거예요.
" 그래? 그럼 내일도 줄게. "
도통 김종인이 보이지 않는다.
이틀 되었나. 교문에도 없고, 엘레베이터에도 없다.
그가 주던 키세스도 없어지자 허전했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나 해서 톡해보면 읽지도 않는다.
야자시간에 공부가 집중이 되질 않는다.
입술만 물어뜯다가 집 갈 시간이 되어버렸다.
교문을 나서는데 또 허전한 그 자리에 속이 상했다.
사람 다 설레이게 해놓고, 이러는 법이 어디있어.
지금은 늦었으니, 내일은 꼭 찾아가봐야겠다.
아침밥을 먹으며 고민하다가, 2시쯤 되서야 어기적 기어나왔다.
주말 오후인데, 설마 나간건 아니겠지.. 불안감에 동공지진을 하긴 했지만
집에 있을거야 라며 초인종을 꾹 누른다.
... 답이 없다.
한번 더 누른다.
... 또 답이 없다.
한번 더 꾸욱 눌러본다.
...누구세요.
갈라진 김종인의 목소리가 나온다.
" 오빠, 저예요. 여주."
답이 없더니 문이 열린다.
힘이 없어 보이는 김종인이 나온다.
아픈거예요? 묻자 그냥 감기몸살이 안낫네, 하며 푸스스 웃는다.
3일을 앓았나보다.
" 열은 가라앉았는데, 몸살은 도통 안낫네. "
갈라진 목소릴 내며 하하, 하고 웃는 김종인을 보자 속상함이 두배로 달했다.
아프면 톡을 하지, 왜 보지도 않고.
일단 들어오라해서 들어가니 문을 닫는다.
그러더니 몸을 나에게 기댄다.
어어? 하며 몸을 뒤로 빼 현관문에 기대져버린 나를 꼭 안고는
내 볼에 자기 볼을 부비적댄다.
나 보고싶었어? 나는 너 엘레베이터 소리듣고 잘 왔나 체크했는데.
" 밥,밥은 먹었어요? "
황급히 말을 바꾸자 아니, 안먹었어. 하며 이번엔 어깨에 자기 머리를 기댄다.
아파. 죽 끓여줘.
알겠으니까 방에 들어가서 누워요. 하니 피식피식 또 웃는다.
냉장고에 있는 데로 야채죽을 해 갔더니 끙끙 앓으며 침대에 누워있다.
풀린눈으로 날 쳐다보더니 일어나 앉는다.
죽을 가져다주니 입을 아, 벌린다.
나이 세살이나 더먹고.. 한숨을 쉬자 째려보길래 하는 수 없다는 듯
숟가락을 들어 죽을 퍼 후후 불어준다.
입에 넣어주자 오물오물 먹더니 작게 맛있네 한다.
왠지 모르게 쑥스러워 입을 꾹 닫고 계속 먹여주다보니 바닥이 드러난다.
물을 가져와 김종인의 옆에 던져져있는 약봉지에서 약을 꺼내 건네주자
꿀꺽 잘 넘기더니 으어어, 하고 드러눕는다.
이불을 잘 덮어주고 물끄러미 쳐다보는데, 자기도 날 쳐다본다.
" 예쁘다. "
예고없이 튀어나온 그의 말에 부끄러워져 고개를 돌리자 킥킥 웃는다.
귀여워.
다시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김종인은 자려는 듯 눈을 감고 있었다.
손을 들어 볼을 쿡 찌르자 입꼬리가 올라간다.
" 너도 누워."
머뭇거리다가 올라가 옆에 눕자 이불을 덮어주고 나를 안는다.
품에 안긴 꼴이되서, 그의 올라간 체온 때문에 훅 더운 열기가 밀려왔다.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는 손길에 잠이 밀려왔다.
" 이렇게 예쁘게 사귀면 돼. "
" 나랑, 이렇게. 그럴거지?"
응. 하고 대답하자 더 꼭 안는다.
아, 좋다. 나른한 오후에 그렇게 잠들었다.
>>>번외. 전편 세훈이 번외입니다(엄청짧음주의) |
불량학생 15표, 선생 11표로 소문 안좋은 세훈이로 번외가 이어집니다. 벚꽃이 한창 폈다. 4월이다. 벚꽃놀이를 가기로 했다. 들뜬 마음에 아침일찍부터 도시락도 싸고, 안입던 원피스도 꺼내어 입었다. ... 세훈이가 뭐라할건 당연했지만. 이뻐보이고 싶었으니까. 밖에 나가자 니트를 입고있는 세훈이가 보여 손을 좌우로 흔들자 작게 웃는다. 치마가 짧네. 하는걸 무시하고 가자~ 하며 손을 잡으니 오늘만이야. 하며 나를 이끈다. 하늘이 무척 맑다. 거리도 엄청 예쁘다. 봄이 정말로 왔구나. " 김여주. 저기 서봐. " 왜? 하고 묻자 카메라를 들고 으쓱해한다. 입꼬리가 절로 올라간다. 서라는 곳에 서서 브이를 하니 사진을 찍는다. 다가가 세훈이를 보니 사진이 마음에 든다는 듯 사진을 보여준다. " 와, 진짜 이쁘게 나왔다! " 지나가는 커플들에게 부탁해 사진을 여러장 찍고, 카페에 들어가 아이스초코와 허니브레드를 시켰다. 달달한 내음에 세훈이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장난을 치다가, 나가서 악세서리를 파는 가게에 들어가 커플로 팔찌를 맞추었다. 아이스크림을 같이 사먹고, 벤치에 앉아 손장난을 치고. 아, 진짜 행복하다.라는 생각이 드는 봄날 휴일이다. |
[골라보자]
안녕하세요, 골라보자입니다!
와 오랜만에 왔어요ㅎㅎ 새학기라그런지 컴퓨터를 킬 시간도 없더라구요.
기다리신 독자분들이 계시다면 너무 죄송해요.ㅠㅠ 업뎃을 최소한 빨리 해야하는데
너무 시간을 끌어버렸네요.
독자님분들의 투표로 불량학생 세훈이가 15를 받았고 , 선생 세훈이가 11표를 받았어요!
중복투표까지 포함하여 결과를 냈습니다. ( 둘 다 좋아요 라는 분들이 꽤 있으셨기에 :D저야 감사했습니다ㅠㅠ)
이번 편은 남사친 종인이가 1번
옆집대학생 종인이가 2번입니다!
( 세쿠시한옆집남자 종이니를 쓰려 했으나.. 불마크를 달뻔했으므로ㅎ..)
여러분은 남사친 종인이를 고르실건가요, 옆집 대학생 종인이를 고르실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