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노랭냄비
벚꽃혁명 01
***
성규가 총알을 장전하였다. 장전하는 성규의 손 위에는 벚꽃잎 하나가 올려져 있었다.
탕! 하는 총소리와 함께 어디론가 총알을 날리자, 사람들이 모조리 심장부근을 잡고 툭--툭 쓰러진다.
그 흔한 비명횡사 한번 못하고 억울하게 눈을 치켜뜨고 죽어간다.
성규가 입꼬리를 삐죽거리며 올리다가 어떤 먹잇감을 포획할지 눈으로 훑고 있었다.
저기다! 성규가 또 한번 민국인을 발견했던지 순식간에 총을 180도 회전하여 돌려본다
. 그러다가 멈칫한다. 마치 둔기로 뭔가를 얻어맞은 것처럼 멍해진다.
40대 아버지로 보이는 남자가 바짝 마른 신생아를 업은 채 꼽추처럼 등을 굽히고 있었다.
아이는 몇일간 밥을 못 먹었던지 퀭한 얼굴로 계속해서 앙알거리고 아버지의 등에 얼굴을 묻으며 도리질을 치고 있었다.
남자는 앞을 못보는 장님이었다.
계속 지팡이로 땅을 훑다가 결국에는 쿵! 하고 앞으로 넘어져버린다.
파삭- 하고 옷감쓸리는 소리를 낸 남자의 주름진 이마에 피와 모래알갱이가 흩뿌려진다.
"아앙...엉엉...."
아이가 울었다.
남자는 제 상흔도 신경쓰지 않고 다시 벌떡 일어나 우는 딸을 계속 어르고 달래고, 보드랍게 쓸어주었다.
이미 남자의 턱 밑 부근께에 채 깎지못한 수염이 덥수룩하였다.
남자의 얼굴 부근께에는 파리가 윙윙 날아다니고 윙윙 거리는 소리에 맞춰 남자는 자장가를 불러주고 있었다.
"자장, 자장 우리 새미..."
"잘도 잔다아--- 우리 새미.."
"멍멍닭아 우지마라..."
성규가 힘이빠져 총을 내려놓고 뒤를 돌아서자,
주인이 성규를 매서운 눈초리로 흘겨보며 손으로는 담뱃불을 붙이고 있었다.
그리고는 담배를 입에 물더니 후--하고 하얀 연기를 뿜었다.
담배냄새가 싫어 뒤로 한발짝을 빼려는데 성규의 머릿칼을 우악스레 쥐어오는 손. 으읏...
"야, 김성규. 너 지금 저 조선인 봐준거냐?"
"아닙...아닙니다."
"죽고 싶어?"
"아니라구요...아니에요."
"...오늘 술집 한번 가볼래?"
주인이 섬뜩하게 웃어제끼자, 성규의 머리카락 한올한올이 곤두서고 온몸이 감전된듯 파르르 떨려오기 시작한다
. 셔츠 자락이 펄럭인다.
오늘 말끔히 닦은 얼굴은 점점 분노와 억울함으로 붉어지기 시작한다.
성규가 발버둥을 치자, 새로 산 구두가 바닥에서 일어나는 흙먼지로 인해 지저분해짐을 느낀다.
주인이 조용하게 웃다가 총알을 장전하였다. 탕! 하는 일말의 소리가 들려오자, 아이를 안은 아버지가 풀썩--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러면서도 포대기를 쥔 손에 힘을 풀지 않았다.
아이의 아버지가 해사하게 웃었다. 이가 여실히 드러났다.
앞니에 낀 핏덩이들. 자신이 무슨일을 당했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해맑에 웃는 그 아버지는, 곧
...힘없이 쓰러졌다. 포대기에 안았던 아이가 우렁차게 울고 있었다.
***
"어떻게 되었느냐..."
"죄송합니다 전하..."
신하들이 하나같이 다 머리를 조아리며 어쩔줄을 몰라한다.
이미 술기운에 벌건 얼굴을 한 왕이 머리만 수그리는 신하들을 향해 술잔을 던지기 시작했다.
술잔이 챙--하고 몇개씩 엎어진다. 쨍그랑, 쩅그랑 거리는 소리가 반복되어 들려온다.
"이미, 한반도와 전라도가 놈들의 손에 의해 점령되었습니다.
곧,곧 미국에 워싱턴 주에서 지원군이 올것입니다. 전하 고정..."
"닥쳐라! 꼴도보기 싫다. 요놈들!"
꼬부라진 혀로 계속해서 신하들의 무지몽매를 탓하는 임금, 아직까지 전쟁의 고통을 모르는 새파랗게 젊은 신하들이 임금의 뒷담화를 낮게 두런거렸다.
임금이 자리에서 털썩 주자앉았다.
마지막 남은 술잔에 술을 기울이는 임금의 손에는 맥아리 없었고 식도로 들이키는 목젖에는 한스러움이 담겨져 있었다.
"너희들도 꼴보기 싫고...나도 꼴보기 싫구나.."
***
"아악-----!"
"엄마, 엄마...'
동우가 울고 있었다.
제 볼에서 쉴새없이 흘러나오는 땀과 눈물자욱이 뒤섞여 얼굴이 매우 눅눅했다.
후텁지근한 창고 안에서 그녀는 미칠듯이 격동하는 태동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아이를 해산하려는 그녀의 손짓이 매우 위태로워보였다.
그녀는 입에 재갈을 물고 기다란 모시 손수건을 끌어당기며 계속해서 악성을 지르고 있었다.
얼마나 손아귀힘을 주었는지 손수건을 꼭 쥐고 있는 그녀의 손에서 푸른정맥이 엄청나게 도드라져 보인다.
동우가 엄마의 배를 어루만지며 계속해서 알수없는 웅얼거림을 말하고 있다.
엄마의 고통을 어떻게 대변해야 할지 몰라 동우는 마른 입술만 달짝였다.
10살, 어린 나이에도 동우는 성숙했고 세상의 이치를 가늠할 정도로 셈들어 있었다.
그러므로, 녀석은 생명의 위대함을 지금 현장감있게 느끼고 있는것이다.
쉴새없이 휘몰아치는 열기 속에서 동우와 동우 누나는 계속해서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새생명의 잉태를 돕고 싶은 동우가 엄마에게로 한발자국 다가갔다.
그리곤 멈칫했다. 엄마는 고통에 부르튼 입술, 얼마나 힘을 주었는지 압력에 툭 튀어나와있는 이마의 핏줄.
이미 기운이 쇠진하여 간신히 신음소리만 간간히 내뱉고 있는 그녀의 울음소리. 동우는 난생 처음으로 생명의 위대함과 동시에 생명의 공포도 느끼고 있었다.
온몸으로.
피로 젖어 있는 엄마의 아랫도리에서는 아이 머리가 보일랑말랑 애태우고 있었다.
엄마의 격앙된 다리짓으로 인하여 이불은 꾸깃꾸깃한 주름을 만들며 어지러워져 있었다.
동우의 누나가 그녀의 손을 잡고 소리치며 고무시킨다.
"엄마, 아기 머리가 보일 거 같아요. 조금만 더!"
"아...아악!"
"엄마, 엄마...."
"아아....으아악!!"
결국 끝끝내 참을 수 없었던지 그녀가 동우의 머리채를 휘어잡는다.
으악, 엄마 뭐에요? 왜 갑자기 가만히 있는 내 머리채, 아악---엄마 나도 아프다고요!
동우가 미간을 엄청나게 찌푸렸다. 저도 모르게 꼭 쥔 두 주먹은 더욱더 힘이 들어간다. 엄마...그렇게 고통스러운가...
그녀가 눈물까지 몇방울 흘려내는것이 여간 고통스러운것이 아닌모양이다. 흰 무명수건을 찣어낼듯한 비명을 지른다.
아아, 동우가 귀를 막아버렸다. 이미 핏덩이로 뭉개져있는 그녀의 아랫도리를 차마 볼수가 없어 엄마의 머리카락만 옆으로 쓸어넘겨 주었다.
"엄마, 아, 아기 머리가 나와요! 엄마!"
"으윽...!"
그녀는 아기의 골을 바깥으로 내보내기 위해 끊임없이 수축과 팽창을 반복했다.
아기를 내보내는 그녀의 분홍색 질은 끊임없이 숨을 쉬는듯 큰 파동으로 벌름벌름거린다.
그럴수록 짓무른 액에 갇혀진 아이의 작은 손놀림이 느껴졌다.
동우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짓누른채 제동생의 길게 자리한 눈꺼풀을 보았다.
여자가 최후의 힘을 주자,
아이의 머리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여자가 잠깐 숨을 쉬고 다시한번 소리를 지르며, 아랫도리에 힘을 주었다,
아기는 허연물과 핏덩이가 얽혀 미끄러져 나온다.
아이의 뒤에는 태반과 길다란 탯줄이 소시지처럼 줄줄이 딸려 나왔다. 동우가 미소를 짓는다.
얼른 볏짚 아래에 자리한 수건을 찾는다. 꺼끌꺼끌한 촉감이 제 손에 닿자, 얼른 꺼내어 그녀의 머리위에 올리자,
그녀가 몸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율하는것이 느껴진다. 파르르 떨리는 어깨죽지를 동우가 살살 쓰다듬어준다.
"엄마, 수고했어요."
동우가 살포시 미소를 짓는다. 포대기에 싸여진 하나의 생명체, 동선과 동우의 동생, 엄마의 아들, 사회에서는 하나의 구성원, 그리고 이 비극에서는 주인공.
동선이 입술을 지그시 깨무는것이 느껴진다.
꼭 예수가 태어난것만 같은 부산스러움이 바깥에서도 나타나고 있었다.
동선이 아무말없이 묵시적으로 아이를 포대기로 꽁꽁 싸매려는 것을 포착했다.
동우가 고개를 갸웃대자, 동우의 누나가 쉿--하고 제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대었다.
그 입술이 파랬다.
트레일러 하우스 안이, 새생명 탄생의 축가를 부르짖을때, 어딘가 껄끄러운 부산함이 느껴지는 바깥의 상황을 살펴본다.
문고리를 돌리고 그 큰 눈알을 데룩데룩 굴리는데, 동우의 누나가 사스라치게 몸을 떠는것이 느껴졌다.
어둑어둑한 차안과 달리, 바깥은 밝았건만, 여기와는 다른세계의 피냄새가 코끝을 휘감아치고 있었다.
총소리와 비명소리가 난무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진동하고 있었다.
일본경관들에게 자식을 내어주지 않겠다는 어머니의 간곡한 만류.
그 울부짖음도 함께 진동하고 있었다.
아아, 동우가 귀를 틀어막았다.
안온했던 세계는 끝이 보이지 않을것만 같은 망연한 핏바람이 불고 있었다.
할아버지 한분이 안경을 고쳐잡으며 뭐가 그리 좋은지 허허 웃고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할아버지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 입모양은 우스꽝스럽게 왔다갔다 일그러지는것이 장애가 좀 있는 모양이었다.
"벚꽃이 사라졌으이....이 나라는 망했어..."
"할아버지 끔찍한 소리 마세요!"
동선이 할아버지에게 소리치곤 얼른 문을 닫는다.
쾅! 하는 소리가 불안하게 파동쳤다.
딸깍--하고 문을 잠가버리곤 모르겠다는듯 무릎을 끌어올려 제 턱께에 갖다대고 얼굴을 떨어뜨린다.
바들바들 떨리는 누나의 어깨를 쥐어주고 싶었다.
아기를 다 낳은 그녀가 눈을 돌려 동우와 동선을 바라보다가 눈물을 흘려낸다.
갓 낳은 핏덩이를 꼭 끌어안는 그녀가 찌르르--하고 심장부근이 아릿해져왔다.
곧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자신의 아이.
그녀는 자신의 오감을 이용하여 포대기에 싸인 아이의 숨결을 느끼려 하고 있었다.
동선은 이미 패권이 일본에게 넘어갔음을 알고 있었다.
제소에 가만히 앉아 술만 퍼마시고 있는 군주가 어떤 꼬라지가 되어 있을지는 안봐도 뻔하다
. 이미 국화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벚꽃도 빼앗겼다고 한다. 그 말은 즉슨.
화투의 패를 쥐고 있던 우리나라가 패를 뒤엎은 것이다.
나라의 정치를 맡고 있는 손발들, 즉 신하들과 군주가 데면데면히 왜놈들을 얕본 까닭이었다.
돌이킬수 없는 인과응보라고 생각하였다.
"안에, 누구 있냐!"
이런, 시발. 어설픈 억양의 조선민국의 말. 육감으로 왜놈이라는 것을 직감한 동순이 운전석에 앉았다.
시발, 동순이 낮게 욕을 읊조리며 자동차 운전대를 바스라지게 쥐었다. 동우가 소리친다.
"누나! 지금 뭐하ㅡㄴ..."
그 말을 느낄새도 없이 동순이 폐달을 밟았다.
자동차가 찰나의 마찰음을 거칠게 내다가 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했다.
뒤에서 왜놈들의 말은 바늘같이 동우의 뒷통수를 찔러대고 있었다.
"어쭈! 도망치겠다 이거냐? 내가 니놈들 끝까지 찾아낼 것이다. 더러운 조선민국 놈들! 퉤퉤!"
이윽고 그들 역시 자동차에 몸을 의탁하더니 폐달을 억세게 밟아대는 것이 느껴진다.
"끝까지..."
"끝까지..."
동우가 참지 못했던듯 창문을 열었다.
버튼을 누르자, 창문이 지이잉--소리를 내며 내려간다.
동우가 싱크대에서 잘 깎은 옥그릇을 꺼낸다. 벚꽃무늬가 그려져 있는 그릇이었다.
동우의 손이 창문바깥으로 빠져나가더니 이윽고 위로 올라간다.
자동차의 속력때문에,극기가 휘날리듯이 동우의 머리카락들도 여러갈래로 펄렁펄렁댄다.
여전히 수염난 왜놈들이 창문바깥으로 고개를 내밀고 저희들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동우가 그릇 잡은 손에 힘을주었다. 파르르, 떨리더니 휙--하고 그릇을 던져버렸다.
기다란 호선을 그리며 날아가더니 정확히 땡--하고 머리위 주름에 명중한다.
파삭--하고 그릇 깨지는 소리와 함께 왜놈 한명이 괴성을 지른다.
"으악...아, 아파!! 이 쥐방울새끼가!"
조수석에 앉은 왜놈이 소리를 바락바락 지르다가 수건으로 점점이 묻은 피를 닦아내기 시작했다.
피를 닦아내면 닦아낼수록 더더욱 광대부근으로 번져갔다.
운전석에 앉은 왜놈이 더더욱 폐달을 밟아, 제 자동차를 저의 트레일러하우스쪽으로 끌어당긴다.
그러더니 그 거대한 자동차의 바퀴가 트레일러 하우스를 망가뜨려놓겠다는 듯 계속 쿵쿵--두드리기 시작했다.
동순의 자동차가 한번 앞뒤로 흔들린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동순이 놀라 창문바깥으로 뒤를 돌아본다.
동우가 여전히 불안하게 운전대를 쥔 동순의 손등을 탁탁 쳤다.
"놈들이 우리 자동차 망가트리려고 해. 조금만 더 속력 올려 누나."
"지금 뒤에 자동차 하나밖에 없지?"
"하나밖에 없긴 한데. 그 크기가 어마어마 해."
동우의 누나가 한숨을 쉬더니 운전바를 더더욱 꽉 쥐었다.
"저 자동차,우리나라 자동차 중에서 아마 저 자동차가 제일 클꺼야. 어떤 개같은 작자가 은밀히 교역을 시도하다가 왜놈들에게 걸린모양인데..."
쾅--!
"시발, 성가시게 하는군."
계속해서 저희들의 자동차를 박아대는것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왜놈들의 자동차.
동순이 얼굴을 찡그렸다. 이대로라면, 이대로...라면...
앞에 두 갈래 길이 보였다.
동선이 급하게 90도 직각으로 핸들바를 꺾자, 자동차가 휘익--하고 급하게 우회전을 하였다.
순간 응? 하고 왜놈들의 당황탄 목소리가 들렸다.
동우가 옆으로 어어..하면서 기울어진다.
포대기에 쌓인 아이가 벽에 부딪칠듯이 굴러가려 하자, 동우가 포대기를 잡아 제 품에 꽈악--안았다.
젖한번 물리지 못하고 포대기에 갇힌 아이가 미약하게 울음소리를 내었다.
그녀가 미안한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봤다. 이 시대에 태어나, 하필이면.
이미 하늘의 사람이 되어버린 남편과 몸을 섞은것이 잘못이고, 너를 가진 것이 잘못이다. 모든것이 자신의 죄처럼 느껴지는 그녀였다.
동순이 자동차의 빵빵--거리는 경적소리가 점층적으로 겹쳐지는 것이 느껴지자,
동순이 폐달을 더 밟았다.
순식간에 속도표시선이 엄청난 속도로 올라간다.
자동차가 몰아대는 압력을 견디지 못한 동우가 자동차 위쪽에 붙어있는 안전대를 꽉 잡았다.
동선이 소리를 질렀다.
"나랑 엄마는 지금 자동차 몰고 갈거야. 너는 여기 있으면 아기가 감당하기 힘들거다. 여기서 내려, 장동우!"
"뭐?"
"내리라니까!"
"어차피, 저들이 노리는 건 우리같은 조무래기 여자들이 아닌, 힘쓰는 남자아이들이야."
"누나..."
동선이 눈빛이 불안하게 일렁거린다.
주위를 몇번씩 두리번 거리다가 또 한번 급하게 커브를 돌려고 운전대를 꺾었다.
끼익--하고 자동자바퀴와 지면이 마찰하는 소리와 함께, 사람적은 한산한 구석쪽이었다.
동선이 브레이크를 조심스럽게 눌러 자동차를 멈춰세운다.
동우가 포대기에 감싸져 있는 제 동생을 품에 안고 내린다.
누나가 울먹거렸다.
"동우야, 동우야...살아남아."
"여기 휴대폰."
"우린 다시 만나는거야."
동우가 휴대폰을 쥐고 이미 눅눅히 젖은 제 얼굴을 손으로 아무렇게나 비벼댔다.
말라버린 눈물은 더이상 나오지 않는데, 자꾸 생뚱맞게 콧물이 흐르고 있었다. 누나, 누나.
"응, 응, 꼭 만나는거야아..."
그 말을 읊는 동우의 목소리가 냇가가 약하게 요동하듯이 어떤 울렁거림이 있었다.
동우는 부릉부릉--엔진소리를 내며 굴러가는 차체의 뒤를 향해 손을 좌우로 크게크게 흔들었다.
자동차가 보이지 않을때까지 동우는 손을 흔들었다. 누나...
"앗, 저새끼 조선민국 인간 아이다가?"
수염기른 남정네 한명이 동우를 보고 손가락질을 하였다.
포대기를 잡은 동우의 손에 순간 힘이 빠져나가 미끄러질 뻔하였다. 동우가 굳어버린채 발걸음을 옮기지 않자,
남자들의 의심이 더더욱 높아져 한발자국 구두를 옮기기 시작했다. 아아...동우가 눈을 꼬옥 감자, 누군가 자신의 손목을 그러쥐었다.
"여기서 뭐하고 있어? 얼른 가자!(일본말)"
꽤나 구성지게 일본어를 구사하는 남자아이.
숯검댕이 눈썹이 매력적인 저보다 두살정도는 많아보이는 사람이었다.
황급히 손목을 이끌더니 네 갈래 길이 나오자, 전깃줄이 많은 막다른 골목쪽으로 저를 이끈다.
골목길은 좁아터졌다. 채 2미터도 안되는 좁은 골목길이었지만, 어딘가 아련한 향수와 동시에 아늑함을 불러일으키는 낡은 벽돌길이 있었다.
호원이 벽돌길을 손으로 짚어가며 뒤를 돌아본다.
"어디서 왔어?"
이제야 내뱉어지는 조선말. 어디서 왔냐는 물음에 반사적으로 의심이 든 동우가 한발자국 걸음을 뒤로 빼며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흔들었다
. 남자아이가 그런 동우를 보며 살풋 웃었다.
남자아이가 위쪽을 쳐다본다.
그리곤 전깃줄에 걸려 오순도순 노래를 부르는 참새들 가족들을 바라보았다.
"...가족들과 떨어졌구나?"
동우가 그제서야 고개를 위아래로 약하게 끄덕였다.
그리곤 포대기에 품어진 제 동생의 머릿꼭지를 쳐다보고, 그 긴 눈꺼풀, 염낭주머니같은 입술도 쳐다본다.
아직 젖을 물리지 못한 제 동생이 모유를 달라는 뜻인지 약하게 앙알거린다.
동우가 안타까운 눈길로 제 동생을 내려다본다. 포대기를 쥔 손에 힘을 가득 실어 위아래로 흔들며 제 동생을 얼렀다.
응, 착하지 착해...
"내이름은 이호원이야..."
"근디, 뭐 어쩌라고."
은근 모르는 사람한텐 까칠한 동우가, 아무리--봐도 형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겁대가리를 상실한 채 반말을 썼다.
호원이 큭--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가 배고픈 모양이야. 이리와, 내가 우유를 줄게."
호원이 동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민 손바닥은 저와 비슷해보이는 연배임에도 불구하고 저보다 두배는 넓어보였다.
그 손가락을 만져보자, 부드러운 한지의 느낌이 자리하고 있었다.
호원의 눈꼬리에는 순수한 웃음기가 가득 묻혀져 있었고, 눈동자에는 사람에게 신뢰감을 안겨주고 있었다.
...동우가 호원의 손을 잡았다.
항상 댓글 달아주시는 그대들 스릉해요ㅠㅠㅠㅠㅠㅠㅠ
그대들때문에 씁니다, 눈팅족도 저는 사랑합니다. 가리진 않아요 ㅋㅋㅋ
제 글이 아직 부족해서 댓글 안다는 거라고 생각하죠 뭐 ㅋㅋㅋㅋ그냥 클릭만 하고 가시는 분들도 있으실거공...ㅋ
그래도 공금픽이라 암호닉분들한테만 간다는거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