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왔습니다.”
“주문한 거 없는데요.”
“나여주 씨 댁 아닙니까?”
“네?”
“문 앞에 놓고 갑니다.”
현관문에 달린 조그만 구멍으로 밖을 살피는데 택배 기사라기엔 쓸데없이 차려입은 까만 정장 차림의 남자가 문 앞에 상자를 내려놓고 사라진다.
괜히 무서운 생각에 십분 쯤을 더 그렇게 보고 있다가 슬그머니 문을 열어 문 앞에 놓인 상자를 들고 들어와 상자를 열어보자 작은 태블릿이 보인다.
“뭐야 이건.”
전원을 켜자 치익하는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글자가 뜨기 시작한다.
안녕하십니까.
우선 축하드립니다.
우리가 준비한 프로젝트에 당첨 되셨습니다.
쉽게 말해 이것은 나 여주 씨에게 보내는 초대장입니다.
가상 연애 시뮬레이션이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이 프로젝트에 응하면 나 여주 씨는 가상의 세계로 초대 됩니다.
참여 할 마음이 있다면 내일 나 여주 씨의 집 앞으로 보내지는 차에 오르시면 됩니다.
차는 아침 10시에 도착하고 혹시 바뀔지 모르는 마음을 고려해 1시간의 여유를 드립니다.
당신의 현명한 선택에 도움을 드리고자 다짜고짜 프로필부터 공개합니다.
뭐래…
초대장이라기엔 꽤 음침한 까만 바탕에 하얀 궁서체의 글을 천천히 읽으며 넘기는데 일단 프로필부터 공개를 하겠다는 이상한 초대에 호기심은 생겨 쫙 뜨는 썸네일을 하나씩 클릭해가기 시작했다.
1. 김민석. 남. 26세.
2. 김준면. 남. 25세.
3. 레이. 남. 25세.
4. 변백현. 남. 24세.
5. 김종대. 남. 24세.
6. 박찬열. 남. 24세.
7. 도경수. 남. 24세.
8. 타오. 남. 23세.
9. 김종인. 남. 23세.
10. 오세훈. 남. 22세.
프로필이라고 해서 뭐 자세히 나올 줄 알았더니 존나 단호하게 얼굴, 이름, 성별 나이가 전부네.
얼굴만 봐도 남자인 건 알겠는데 쓸데없이 친절하게 성별은 왜 굳이 저렇게 써놨는지 알 수 없지만 그것보다 이건 무조건 가야 해.
왜냐고?
존나 잘생겼어! 개!훈!훈!
이런 생각을 하며 프로필의 마지막까지 보자 다시 까만 바탕의 흰 궁서체가 떠오른다.
장담컨대 당신은 내일 이 곳에 오게 되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프로필을 본 이상 안 올 수가 없어.
당신은 온다에 전 재산과 오른 손목을 겁니다.
뭐야, 이 자신만만한 병신은.
존나 음산하게 시작해서 살짝 겁먹게 하더니 병신미가 슬슬 터지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반박할 수 없어 괜히 입술만 삐죽이는데 갑자기 시한폭탄 그림이 뜨면서 삼십초 카운트에 들어간다.
“씨발, 뭐야! 이거 터지는 거야? 으악!!!!”
호들갑을 떨며 태블릿이 뜨거운 거라도 되는 듯 어쩔 줄 몰라하며 튕기고 있는데 다시 메시지가 뜬다.
태블릿은 터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삼십초가 지나면 이 초대장은 사라집니다.
개새끼야, 그런 건 미리 말해.
내일 이 곳에 오실 땐 이 태블릿을 가지고 와 문 앞에서 집사에게 보여주시면 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나 여주 씨.
내가 갈 거라고 그렇게 확신하지 마, 이 새끼야……
봄의 시작을 알리듯 벚꽃이 만개하던 4월 어느 날, 평범하기 그지없는 대한민국 평범녀, 취준생(24. 나 여주)에게 기묘한 초대장이 도착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흔하디 흔한 연애 시뮬레이션 이야기로 진행 될 예정입니다.
이미지는 구글에서 얻었는데 혹시 안 되는 사진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