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너를 만난다면 09
"으아- 다 끝났다"
시험이 모두 끝나고 드디어! 종강을 했다. 시험을 딱히 만족스럽게 본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끝났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서 같이 밥이라도 먹으려고 남준이와 정국이를 데리고 나왔다. 좀 친해졌으면 하기도 했고.
어디로 갈지 정하지 못해서 일단 카페로 들어와 생각을 하다가 떠오르는 장소도 없고 그 동안 밤 새며 고생을 해서 인지 몸에 힘이 풀려 테이블에 쭉 엎드렸다.
"일어나- 거기 더러워"
눕자마자 더럽다며 나를 일으키는 남준이 때문에 울상을 지으며 몸을 세웠다. 안 더러운데... 그나저나 어디로 간담.
"우리 어디 가지?"
"글쎄, 너 먹고 싶은 거 있어?"
난 둘에게 물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남준이 목소리 하나였다. 얘는 아까부터 말도 안 하고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국아!"
"...."
"전정국!"
"왜요. 듣고 있어"
팔짱을 끼고 여전히 멍하니 가만히 앉아서 대답했다. 왜 저러는 거야...
설마 오늘도 남준이 때문에 저러는 걸까. 남준이는 이제 정국이의 존재가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 모양인데 정국이는 아직도 여전히 처음 본날과 같았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딱히"
맞아. 분명해. 확실히 맞을 거다. 아니면 이유가 없어. 뭘 하든 어딜 가든 자기가 정하는 걸 좋아했는데 결정을 미루는 걸 보니 지금 심기가 불편한 게 분명했다. 어휴...
"너 저번에 먹고 싶다고 한 거, 뭐였지?"
"아..! 그거 뭐더라?"
"음... 치즈 등갈비? 그거 맞지?"
"어! 그거 맞다! 그거 먹으러 갈까?"
"가자. 나도 한번 먹어보고 싶었어"
한동안 유명했던 건데 나랑 남준이는 한발 늦었는지 시기에 맞게 먹지 못했었다. 맨날 먹으러 가자 말만 해놓고 미루고 있었는데 오늘 가지 뭐.
맛있는 걸 먹을 생각에 신이 나서 정국이를 돌아보니 표정이 아까보다 더 일그러져 있었다. 너무 정국이 빼고 우리끼리만 말했나.
"정국아 그거 먹으러 갈까..?"
눈치를 보며 조심조심 정국이에게 물었다.
"그러던가"
하- 짧게 한숨을 쉰 뒤 정국이가 대답했다. 괜히 둘이 붙여놨나 싶기도 하고...
**
"우아! 진짜 맛있겠다!"
눈앞에 펼쳐진 크~ 최강의 비주얼. 침이 뚝뚝 흘렀다. 맨날 사진으로만 보던걸 실제로 보니까 더더 예쁘고 맛있게 보였다.
망설일게 뭐 있겠는가. 얼른 하나를 집어 입으로 바로 넣었다.
"맛있어...!"
남은 손으로 엄지를 치켜세우며 감탄을 했다. 내가 이걸 왜 먹지 않고 미뤄두고 있었을까. 진작 와서 먹을 걸 그랬다.
내가 먼저 한입 물자 그제야 남준이도 본격 먹기에 돌입했다.
"정국아 먹어봐! 완전 맛있어!"
밥을 먹기 위해 카페를 나서며 정국이 표정이 조금 나아진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느꼈다.
한숨을 한번 쉰 후로는 웃는 얼굴은 아니었지만 평소의 얼굴이길래 보던 눈치를 조금 집어넣고 룰루랄라 이동했다지.
"응"
내 말에 정국이는 살짝 미소까지 지으며 답했고 이젠 괜찮구나 했다.
얌얌 셋 다 얌전히 등갈비를 흡입했다. 남준이도 그렇게 말이 많은 편이 아니고 정국이는, 워낙 사람과의 접촉을 피했던 아이인지라 나 말고는 말할 사람도 없었다.
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데 뭐라 물어볼 말도 없었고. 근데 이렇게 조용한 거, 난 익숙지가 않았다. 그래서 괜히.
"근데 정국이 너, 글씨 진짜 못 쓰더라"
"... 말도 안 돼"
내 말에 정국이가 먹던 걸 멈추고 입을 벌리며 중얼거렸다. 왜, 못 쓰더만. 꼭 글씨체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덕분에 정국이가 필기해준 건 하나도 못 쓰고 남준이가 쓴 걸 보고 내가 다시 정리했다. 남준이 글씨도 솔직히 보기 힘들어서 쓰는 중간중간 뭐냐며 묻긴 했지만.
"아냐. 진짜 못 쓴다니까?"
"어이가 없네. 누가 누구보고 못 쓴데?"
"맞아. 그건 좀 아니다. 내가 여자 중에 너처럼 못쓰는 애는 또 못 봤어"
가만히 먹고 있던 남준이까지 거들어서 화살을 내게 쏘았다. 뭐야. 내 글씨가 뭐
"야! 그래도 여기서 내가 글씨 제일 잘 써!"
"양심 없어"
"그건 아냐"
와!! 이것들 봐! 입을 모아 내가 제일 못쓴다며 내 흉을 봤다.
"그래도 우리는 남자치고는 잘 쓰는 거지. 넌 여자치고 엄청 못 써"
남준이 말에 정국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내가 젤 못 쓰나... 난 니네 글씨 잘 알아보지도 못하겠더만.
"씨! 너네 나빠"
괜히 더 성을 내며 등갈비를 와구와구 뜯었다.
비록 나만 상처가 남는 대화였지만 분위기도 조금 나아진 것 같고 나름 둘이 말도 트고 공감대(?)까지 형성된 거 같아서 다행이었다.
좋아 나 잘했어!
"흘리지 말고"
너무 정신없이 먹었나. 같이 잘 먹고 있던 남준이가 먹던 걸 멈추더니 테이블에 놓인 물티슈로 내 입 주위를 톡톡 닦아주었다. 이런 건 원래 좀 묻히면서 먹는 거야. 깔끔하게 먹을래야 깔끔하게 먹을 수가 없는 메뉴다. 이건 내가 둔해서가 아니라고.
"땡큐!"
그래도 나 챙겨줬으니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찡긋 웃어주었다.
"아, 미안"
뭐가? 내 인사에 같이 웃어주던 남준이가 아차 하며 표정을 풀더니 정국이에게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다. 왜 미안해?
"아니에요. 나 그렇게 속 좁은 사람 아닌데"
아니 맞는 거 같은데. 그 말을 뱉으며 입꼬리를 올리는데 억지로 올려서 그런지 입가에 경련이 일어나 부들부들 거리는 게 다 보였다.
그 모습에 괜히 풉 웃음이 나왔고 남준이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딱 봐도 질투를 하는 걸로 보이는 정국이의 모습에 우리 둘 다 큭큭 거리고 웃고 있자니 정국이가 씩씩거렸다.
"왜 웃는데? 난 상관없다니까!"
"네네-"
미안하다며 바로 사과하는 남준이를 보니 정국이의 표정이 내내 좋지 않았던 게 자신 때문이란 걸 남준이도 알고 있었구나 싶어서 내가 괜히 미안하고 그랬다.
그런데도 저런 정국이의 행동에 같이 웃어주어서 고맙기도 하고. 어쩔 수 없었다. 정국이는 몸만 컸지 아직 속은 구멍이 뻥뻥 뚫린 어린아이였고 제대로 된 사람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잘 배우질 못했으니까.
그리고 속에 있는 표정을 잘 숨기지도 못하고.
그걸 남준이가 조금은 이해해주는 것 같아서 고마웠다. 남준이는 그저 정국이가 우리보다 한 살 어려서 그렇다고 생각하겠지만.
****
함께 저녁을 먹고 집에 오는 동안에도 몸에 익숙한 듯 날 챙겨주는 남준이의 모습에 정국이는 안 보이게 인상을 찌푸렸다. 아, 보였다, 나는. 금방 감춰버리려 노력했지만 안타깝게도 난 그 순간순간이 눈에 들어왔다.
자기가 먼저 하고 싶어도 어색한 듯 한 박자씩 늦었고 그게 마음에 들지 않은 듯싶었다.
그럴 때마다 남준이는 미안하다며 장난 섞인 사과를 해주었고 정국이 역시 아니라고 자긴 상관없다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었다.
그 둘을 보고 있자니 괜히 기분이 좋았고 아직은 좀 부족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셋이 다니는 게 참 웃기겠구나 싶었다.
"오늘 어땠어?"
"뭐가"
"셋이서 논거"
남준이의 배려도 있고 정국이의 눈치도 있고, 남준이와 일찍 헤어지고 둘이 나란히 집으로 가는 길을 걸었다.
"아.. 좋았어요"
"거짓말... 좀 성의 있게 말해봐!"
"좋았어, 많이"
"참... 남준이 괜찮지?"
"...."
"아니야?"
남준이에 대해 물어보는데 대답은 안 하고 잡은 손만 앞뒤로 힘차게 흔들었다.
"안 괜찮은가 보네"
"괜찮은데, 미워"
"미워? 왜?"
"그냥"
"그게 뭐야"
싱거운 대답에 입술이 쭉 나왔다. 괜찮다는 말이 나오기는 기대도 하지 않았지. 그럴 줄 알았다. 중간중간 정국이의 그 표정을 보았다면 분명 알 수 있을 거다. 그래도 싫다고는 안 했으니까, 다행이었다.
"솔직히 나 또 어린애 같다고, 속 좁다고 할까 봐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응?"
"실은 너랑 같이 있는 거 걱정되고 기분 안 좋아"
"왜?"
"왜냐니, 그 사람은 너... 아, 아니다"
"또 말 안 해! 너 맨날 그렇게 말하다가 자를래?"
"이건 잘라도 되는 거예요. 중요한 거 아니야"
대충 짐작은 갔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남준이는 나 안 좋아해"
"뭐?"
"남준이는 나 좋아하는 거 아닌데..."
"알고 있었어요? 그 사람이 너 좋아하는 거?"
"좋아하는 거 아니라니까..."
"맞아요, 그거. 너 좋아한다고"
남준이는 날 좋아하는 게 절대 아닌데. 아니 좋아하는데 그건 나와 같은 감정, 친구로서 좋아하는 거다. 내가 그건 아는데 말이다. 남준이는 모두에게 친절하다.
"남준이는 애가 하도 착하고 친절해서 그래. 나한테만 그러는 거 아니고 남들한테도 다 그러는데. 잘 챙겨주고 그래. 자기를 못 챙겨서 문제지"
"그런 게 아니라니까"
"...."
"그리고 좋아하고말고, 난 그냥 너랑 있는 게 싫다고"
"왜에..."
"생각해봐. 가영이, 내 중학교 동창 말야. 걔랑 나랑 너 없이 만나서 히히덕거리며 재밌게 놀면, 기분 좋아?"
음... 그건 좀, 싫네. 딱히 불안하거나 그런 건 아닌데 그냥 기분이 좀 좋진 않을 거다. 정국이가 날 좋아하는 걸 알고, 그 분도 남자친구가 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
"가영인 남자친구도 있는데. 말해봐, 좋아?"
"아니!"
"그래, 그런 거야"
정국이의 예로 어떤 기분인지 딱 와 닿아서 더 이상 남준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맞는 말이니까. 그래도... 언젠간 친해지겠지.
잠깐의 질투 때문일 거니까. 내가 정국이를 확실히 좋아하는 걸 느끼고 남준이가 단지 친구일 뿐이라는 걸 알면 정국이 마음도 풀리겠지. 참아야지, 별수가 없다.
"근데 정국아"
"응"
"부산은 뭐야? 거기 뭐 있어? 그냥 가고 싶은 거야?"
"그건 거기 가서 말해줄게요"
아니, 얘는 무슨 말을 제때, 제때 해주는 법이 없어! 이유를 묻는 것조차 의미 없다고 느끼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맨날 나중에야. 뭐라고 화내기도 이젠 지친다... 그냥 기다려야지...
"그럼 나랑 진짜 부산 가줄 거예요?"
"응. 가자며? 그냥 한 말이었어?"
"아니! 가자! 가요!"
잡은 손을 더 꽉 잡으면서 날 내려다보며 잔뜩 들뜬 표정을 지었다. 당장이라도 짐을 싸서 떠나자고 할 기세였다. 그렇게 좋을까. 저렇게 좋아하는 걸 보면 나쁜 건 아닐 것 같아서 그래도 걱정은 되지 않았다.
집으로 오는 길이 이렇게 짧았나. 대화를 하며 걷다 보니 금방 집 앞에 도착했다.
"다 왔네"
다 왔다면서 손은 안 놔주고 여전히 잡고서는 투덜투덜거렸다.
"학교 다닐 때는 그 사람이랑 많이 놀았으니까, 이젠 나랑 더 많이 놀아요"
아니야... 학교 다닐 때도 너랑 더 놀았어... 니가 맨날 나 불러냈잖아... 강의시간 빼고는 맨날 같이 있었으면서. 아, 가끔 강의시간에도 같이 있었고.
"내가 학교만 때려치지 않았어도..."
볼에 바람을 집어넣고 흥흥거리는 모습이 참도 귀여웠다. 어쩜 저렇게 숨기지도 못하고 질투하는 게 다 보일까. 넌 밀당은 글렀구나.
근데도 난 좋았다. 순수해 보이고 귀여워 보이고. 날 좋아한다는 게 딱 보였으니까.
괜히 바닥을 차며 툴툴거리는 모습에 여전히 손을 놓지 않고 까치발을 들어 정국이 볼에 쪽하고 입술을 대었다 뗐다.
그런 당돌한 행동을 하고도 멀뚱멀뚱 쳐다보는 내 시선에 정국이가 더 크게 토끼눈을 뜨며 날 쳐다봤다.
"지..지금. 뭐 한 거예요..?"
잡지 않은 나머지 손을 내 입술이 닿았던 곳에 대며 입을 벙긋거렸다.
"나한테.. 지금... 뽀뽀한 거야?"
그럼 그럼!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남준이한테도 안 해주는 거야. 너한테만 해주는 거라고. 내가 널 이렇게 좋아해.
"반칙이야!"
뭐가 반칙이야. 여전히 손을 볼에 갖다 댄 채 씩씩거렸다.
"나는, 나는 아까워서 아끼고 아껴뒀단 말야. 내가 먼저 하려고 했다고!"
그걸 왜 아껴, 아끼길?
"그럼 이제 하지 말까?"
"...."
차마 하지 말라고는 못하고. 입술만 오물오물거렸다.
어두운 밤인데도 가로수 때문인지 발그레해지는 정국이의 뺨이 보였다. 이거 뭔가 남녀가 바뀐 거 같은데?
처음 토끼눈을 뜨고 한번 날 보고는 부끄러운지 그 뒤로는 나와 시선을 못 맞추길래 고개를 휙 돌려서 정국이의 시선을 따라갔다.
"부끄러워?"
"아니야... 그런 게 아니라,"
"그럼?"
"난... 잠깐만!"
내가 고개를 돌려도 여전히 시선을 피하다가 뭔가가 생각났는지 내 눈을 똑바로 보면서 날 쏘아봤다.
"다른 남자들한테도 막 뽀뽀하고 그랬어요?"
그럼. 연애할 때 다 그랬지. 뽀뽀가 뭐야. 더한 것도 했지.
"응!"
오늘 아주 날 잡았구나. 질투에 물이 올랐다. 통통 튀며 질투를 하는 게 귀여워서 놀리려고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
내 말에 정국이는 더 팔팔 뛰었다.
"와, 나는 처음이라고! 너무하네, 진짜"
그동안 뽀뽀도 안 하고 살았나. 하다가 정국이는 다른 사람들과 달랐지 싶으면서 약간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그만 놀려야지 정국이 삐질라.
"나 진짜 속 좁은 놈 되기 싫은데... 대체 지금까지 몇 명이나 만났어요?"
입술을 깨물며 물어보는데 왜 저 모습이 이렇게 좋은지 헤실헤실 자꾸 웃음이 나왔다.
"왜 웃어? 몇 명이나 만났냐니까?"
씁! 날 혼 내려는 냥.
내가 너를 많이 좋아하나 봐. 한번 올라간 입꼬리는 내려올 줄 몰랐다. 대답을 피하려는 것도 있고 그냥 그러고 싶었던 것도 있고.
확- 정국이에게 다가가 허리에 팔을 둘렀다.
"으구-"
이런 게 바로 연하남을 만나는 이유지. 연상에게선 절대 느낄 수 없는 특유의 사랑스러움과 귀여움이 있다니까.
갑자기 안아온 나 때문에 정국이는 또 뻣뻣하게 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피.. 피하려고 하지 말고... 내가.. 꼭 알아낼 거예요. 나 몇 번짼지..."
투덜투덜. 보지 않아도 입을 쭉 내밀며 말을 뱉고 있을 정국이가 느껴졌다.
"니가 두 번째야"
거짓말 조금 많이 보태서 니가 두 번째야. 솔직히 대학 들어와서 처음 연애를 시작했지 그전에는, 연애는 무슨 남자애들이랑 놀지도 않았다.
첫 번째는. 꿈속의 그 아이. 내가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 솔로로 지냈던 것도 그 아이가 한몫 하긴 했다. 그때 난 그 아이의 존재를 실제로 믿었으니까.
"정말?"
그렇게 말해줘야지 사실대로 말했다간 정말 오늘 질투가 폭발해버릴지도 모른다. 나중에 천천히 말해주자. 그리고 진심을 다해 좋아한 건 니가 두 번째 맞다 뭐.
"응, 정말"
내 말에 다행이라는 듯 숨을 후- 쉬곤 정국이도 팔을 내게 감쌌다. 꼭 안아주면서.
"근데 정국아"
"응"
"너 몇 살 때 사고 났다고?"
"4살 때"
4살 때. 그때 내가 5살이었고. 그때 처음 그 꿈을 꾸기 시작했는데.
지금 내가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하는 걸까. 그 꿈속의 아이가 정말 정국이 일수도 있단 생각이 문득 들었다.
"왜?"
"어? 아, 아니야"
아니겠지. 설마. 그게 말이나 되는 일이야. 우연이겠지.
"근데 나,"
"...."
"뽀뽀는 이미 뺏겼으니까, 이건 내가 먼저 할래"
"뭐?"
"우리 엄마한테도 딱 한번 해줬는데, 너한테 해줘도 용서해 주시겠지?"
"뭐길래"
"사랑해"
턱하고 숨이 막혔다. 텍스트도 아닌 음성으로. 것도 정국이이게 그런 말을 들으니 심장이 하도 뛰어서 몸을 뚫고 튀어나올 것 같았다.
게다가 정국이 품에 안겨있으니. 내 심장보다 정국이 심장이 더 뛰는 것 같았다. 귀를 대고 있는데 콩닥콩닥이 아니라 쿵쾅쿵쾅 뛰어댔다.
나름 태연하게 말했으면서 아니었구나?
여전히 정국이 품에 가만히 안긴 채 정국이를 더욱 꽉 안았다.
"전에 그랬잖아"
"...."
"내가 널 열렬히 사랑하게 될지 어떻게 아냐고"
'그쪽이 날 열렬히 사랑하게 될 줄 누가 알아?'
정국이를 처음 본 날. 당돌하게도 그렇게 뱉었었지. 아직도 의문이지만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뱉을 수 있었는지 참 대단하다.
차분히 울리는 정국이 목소리. 그와 반대로 마구 뛰어대는 정국이 심장소리.
"나도 정말 그렇게 될 줄 몰랐어"
"...."
"내가 너를 정말 많이 좋아하나 봐"
"...."
"사랑합니다"
역시 저는 달콩달콩 설렘설렘은 아닌가봐여......
분위기 좀 다운시켜야겠어....ㅠㅠㅠㅠㅠ
시간 날때마다 쓰는데ㅠㅠㅠ 진짜 일찍 오고 싶은데ㅠㅠㅠ
왜왜ㅠㅠ 대체 왜 바쁜건지ㅠㅠ 잠도 쪼개가면서 쓰는데ㅠㅠㅠ 진도가 안나가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 내팽개치고 글만 쓰고 싶은데 저를 가만히 놔두질 않네요ㅠㅜㅠㅜㅠㅜ허어ㅠㅠㅠㅠㅠ
그래도 일주일은 안넘기려고 어떻게 어떻게 쓰긴 쓰는데ㅠㅠㅠㅠ 하ㅠㅠㅠ 요즘 진짜 다 버려두고 싶다... 글만 쓰고 싶어요....우엉ㅠㅠㅠ
그래 정국이가 너무 빨리 행쇼했지. 이제 쫌 우울...은 뭐 다음꺼 들고 오면 아실테고!헤헷
저는 나머지 또 쓰러 가볼게요~~~ 감사합니다!!!
암호닉!♥
민슈가님, 김남준님, 설날님, 런치란다님, 권지용님, 베베님, 알라님, 수슙님, 다이님, 얌냠님, 부릉부릉님, 꾹이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