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너를 만난다면 06
한 달. 벌써 한 달이 지났다.
한 달 동안 전정국과 만난 날이 안 만난 날보다 많을 거다.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서 도저히 시간이 안 나거나 과모임이 잡혀 빠질 수 없는 상황 빼고는 거의 만난 거 같다.
정말 여자 한번 만난 적 없는지 안 가본 곳도 안 해본 것도 많았고 난 그저 따라다니며 해달라는 걸 다 해주었다. 같이 다니면 나도 즐겁고 좋았으니까. 이유 없이 바보처럼 막 끌려다니는 건 아니었다.
남준이는 내게 둘이 사귀냐고 자주 물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날 좋아한다고 한 적도 없었고, 딱히 무슨 스킨십이라던가 애정 넘치는 말도 없었다. 물론 사귀잔 말은 전혀 없었고.
나도 솔직히 우리 관계가 뭔지 궁금했지만 그냥, 아는 동생과 아는 누나로 결론지었다.
그동안 만난 전정국은 이랬다. 단순하고 자기 멋대로에 남이 무슨 말을 하던 자기 말이 먼저였고 지금 생각하는 것과 느끼는 것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고,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조금은 애정결핍적인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또 하나.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나를 제외, 따로 만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고 연락이 오는 사람도 없었다. 그것 또한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 때문에 그런 모습이 보이나 살짝 추측은 해본다.
아직도 충분히 만난 게 아닌지 물어보지 않는 내게 자기가 먼저 말해주는 것 또한 없었다.
인내심이 그렇게 좋다고 하지도 못할 나였는데 참고 기다리는 걸 보니 꽤나 신기했다.
그리고 또 신기한 거, 실은 이젠 별로 중요하지도 않았다.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걸 들으면 다신 못 볼지도 모른다는 정국이의 말이 이제는 살짝 두려워지기도 했다. 덮어두어도, 괜찮다.
꿈속의 그 아이와 정국이를 맞춰보려, 어떻게든 끼워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지도 오래였고 정국이는 그저 정국이었다.
처음 며칠 동안은 정국이에게서 그 아이를 찾으려고 만나는 것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근데 이젠 그냥 정국이를 만나려고. 정국이를 보려고 정국이의 부름에 나가는 거다.
"아니지, 중요한 거 또 빼먹었잖아!"
"뭔데. 이거 맞잖아요"
"약분 하라니까? 그것도 맞는데 그렇게 쓰면 틀렸다고 해!"
"맞았으면 된 거지. 뭐가 그렇게 복잡해. 아 몰라. 이제 그만할래"
"허? 야, 니가! 또 이럴래?"
우리가 처음 봤던 카페는 이제 필수 코스가 되었다. 거의 매일 꼭 한 번씩은 들르는 곳. 알바생의 얼굴도 외울 지경이다. 물론 알바생도 우리 얼굴을 알고 굳이 뭘 먹을지 주문을 하지 않아도 '아! 네~' 하며 알아서 음료를 대령했다.
수업이 일찍 끝나거나 비어 있는 시간에는 정국이와 이곳에 와서 그동안 못 배웠던 것들을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학교를 일찍 그만두었다고 했다. 그나마 배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근데 갑자기 배우고 싶어졌다고 나도 가는 대학, 자기라고 못 갈 꺼 같냐고. 참도 무시하는 투로 말을 했다. 어디 해봐라 이게 쉽나.
분명 자기가 먼저 알려달라고 했는데도 며칠 배우더니 금세 질렸는지 틈만 나면 자꾸 딴짓을 해댔다. 시작한 지 삼십분도 안 됐거든?
"다시 잡아!"
테이블에 소리 나게 펜을 던져버리더니 의자에 등을 기대고 몸을 쭈욱 펴길래 다시 손에 펜을 쥐여주었다.
"다 알아. 귀찮아서 그런 거지 다 안다니까?"
"거짓말 치지 마. 아는데 왜 그렇게 나와?"
"말했잖아요. 귀.찮.아.서라고"
웃기지도 않았다. 3/4을 6/8으로 쓰는 게 더 힘들겠다. 대체 뭐가 귀찮다는 건지 어이가 없다. 그래도 쥐여준 펜은 놓지 않고 잡고 있더니 문제는 안 풀고 애꾿은 입술만 자꾸 툭툭 쳐댔다.
"빨랑 더 풀어"
"아아아 귀찮아"
"너 자꾸 그러면 나 간다?"
앞 의자에 놓았던 가방을 집어 들으려 몸을 일으키는데 깜짝 놀라더니 얼른 내 손목을 잡아끌어 다시 날 앉혔다.
"아, 알았어요! 지금 푼다, 다 풀었네"
엉덩이를 다시 붙이고 정국이를 흘겨보는데 펜을 똑바로 잡더니 몸을 숙여서 문제집에 시선을 고정시키는 거다. 진작 말 들으면 좀 좋아?
"이건 27/81..아니 1/3! 맞죠?"
"오~ 좀 하는데"
"거봐요. 내가 하면 한다니까? 빨리 칭찬해줘요"
평소엔 애 취급하는 거 그렇게 싫어하면서 이럴 때는 또 아니었다. 잘했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뒤통수를 쓸어주면 그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으며 꽤나 뿌듯해했다. 역시 단순해.
이럴 때면 자기가 어린애 취급을 받는다는 걸 살짝 망각하는 것 같았다. 바보야, 순 바보.
"빨리 풀고 나가요. 나 가고 싶은데 있어"
"또 어디... 맨날 어딜 그렇게 가고 싶냐?"
이젠 거의 다 가보았다고 생각하면 또 툭툭 새로운 장소가 튀어나왔다. 대체 그런 곳들은 어떻게 아는지 연애를 안 해봤다고 하는 게 못 미더울 지경이었다.
이번엔 또 어딜 가자는 건지. 심지어 궁금증까지 생기는 내가 우스웠다.
"누나가 좋아하는 곳"
거기가 어디야... 내가 좋아하는 곳...? 그런 거 없는데.. 그냥 난 집에 가만히 있는 게 제일 편하고 행복해...
그나저나 또 저러네. 지난번을 기점으로 자기가 필요할 때, 자기가 불리할 때면 꼭 저렇게 누나라는 말을 붙였다. 내가 누나란 말에 약하다는 걸 캐치한 게 분명했다.
다시 고개를 숙여서 문제 푸는데 집중하는 정국이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통 모르겠네. 가보면 알겠지 뭐.
하-암. 중간고사 기간이라 그런가 과제가 슬슬 많아지고 정리할 것도 많아서 요즘 잠에 늦게 들었더니 자꾸 하품이 나왔다.
방금도 하품을 한 번 하고 어깨를 쭉쭉 풀고 잘 푸나 정국이에게 가까이 갔다.
"그렇게 가까이 오면 내가 문제를 못 풀겠잖아"
시선은 여전히 문제집에 집중한 채 문제를 풀어대며 입만 움직였다.
정국이의 말에 깜짝 놀라서 얼른 얼굴을 들어 멀리 떨어졌다. 왜 저래... 저런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닌데...
아니지. 또 착각하지 말자. 내가 못생겼거나 냄새가 나서 못 푸는 걸 수도 있잖아? 좀 화나지만...
저 아이는 항상 이유는 말도 안 하고 내 마음대로 추측하게끔 자꾸 저런 말을 내뱉었다. 문제야, 문제.
입을 꾸물거리며 의자에 등을 기대 멀리서 문제 푸는 걸 지켜보고 있는데 핸드폰이 반짝거리는게 보였다.
전화 왔네. 공부할 때 방해되기도 하고 잔잔한 카페에서 크게 벨소리가 울리는 게 싫어서 진동도 꺼놓고 무음으로 해놓고 있던 핸드폰이 전화가 왔음을 알렸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으니까 풀던 걸 멈춘 정국이의 시선이 날 향했다.
"풀던 거 마저 풀어. 왜, 남준아?"
풀라니까 말은 안 듣고 눈썹을 찡그리며 계속 나를 쳐다봤다.
[문자 못 봤어? 왜 안 와]
"무슨 문자? 나 무음이라서 몰랐어. 왜?"
[그럴 줄 알았다. 교양 수업 3시로 옮겨졌어]
"헐!!"
핸드폰을 귀에서 떼 시간을 확인하니까 2시 52분...
"어떡해! 나 지금 바로 갈게!"
[너 화장실 갔다고 말씀드려 놓을게. 일단 너 어디, 아니다. 빨리 와]
"응!"
전화를 얼른 끊고 테이블에 널브러져 있는 책이며 필기구며 죄다 가방에 쓸어 담았다. 옆에선 뭐냐는 듯이 정국이가 자꾸 내게 물음표를 때려댔고.
"왜요?"
"나 늦었어!! 내가 끝나고 할 수 있으면 할게! 그, 뭐냐... 전화!"
"수업 4시 반부터 라면서"
"교수님이 시간 바꾸셨나 봐!"
말투에서 다급함이 묻어났다. 급하니까 왜 주워 담는데도 자꾸 가방을 삐져나가는지. 정국이 말에 제대로 대답했는지도 모르겠고 짐을 챙기기에 바빴다.
"이미 늦은 거 그냥 늦어"
"그게 말이냐! 나 갈게!"
교양이라 과제도 제대로 안 해가는데 출석이라도 잘 찍어야지 안 그러면 학점이 완전 빵꾸가 날 거다. 인원이 많아서 출석만 잘 해도 웬만큼 학점은 나오는 강의였다. 그러니 반대로 출석이 나쁘면 완전...
갑자기 혼자 두고 가는 게 미안했지만 이 강의는 꼭 들어야 한다고!!
"그럼 나도 갈래"
"뭐?"
"나도 간다고. 뭐해요. 빨리 가야지. 늦었다며"
뭐가 저렇게 갑자기 신이 났는지 자기도 얼른 가방을 챙기고 알바생에게 테이블 좀 치워달란 눈짓을 준 뒤 내 손을 잡고 급하게 카페를 빠져나왔다.
학교까지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는데 뛰면 얼마나 단축되는지 한번 보자고.
나도 그렇게 달리기가 느리다 할 편은 아니었는데 얘는 왜 이렇게 빠른지 잡은 손 때문에 내가 질질 끌려갔다.
신호등 앞에 빨간 불이어서 멈춰있는데 정국이가 날 보더니 '아!' 하며 내 어깨에 메져 있는 가방을 가져가서 자기 어깨에 걸쳤다.
"내가 메도 되는데"
"난 또 엄청 무거운 줄 알았네. 하여간 달리기도 못해"
미안하다, 흥.
썩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데 가방을 들어준 고마움도 잊은 채 한대 때릴 뻔했다.
몸이 가벼워져서 속도가 좀 더 붙긴 했지만 여전히 끌려서 학교 정문에 들어섰는데 정국이가 갑자기 멈추는 거다.
"왜..하...하...와, 힘들어... 왜 멈추는...데..헉..."
"어디로 가야 되는지 모르잖아"
"아, 맞다"
정문까지 숨도 못 쉬고 달려와서 가쁜 숨을 몰아가며 헉헉거리고 있는데 정국이가 그런 나를 보더니 앞장 서라는 듯 고개짓을 했다.
"운동 부족이네. 빨리 앞장 서요. 나 이제 몰라"
기다려봐... 나 숨 좀 고르고...
딱 힘들어서 주저앉지 않을 정도로만 숨을 고르고 다시 강의를 하는 건물로 뛰었다. 저 교수님은 항상 자기 편할 대로 강의 시간을 바꾸더라!! 가뜩이나 오늘 피곤해 죽겠는데 보란 듯이 자버리겠어!
근데 전정국 저놈은 힘들지도 않은지 헐떡거리는 것도 없이 내가 끄는 대로 얌전히 잘 따라왔다. 아까부터 놓을 타이밍을 놓쳐 계속 잡고 있는 손이 걸렸지만.
**
문이 두 개라서 다행이지. 가끔 작은 강의실은 앞문밖에 없는데 늦게 도착했을때 모두의 눈총을 받으며 문을 열고 들어가 비어있는 자리로 쭈볏거리며 앉는 게 정말...어후. 거기다 앞자리밖에 남아있지 않으면.. 정말 최고다.
조용 조용 뒷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 부른 사람 없나? 어, 거기 지금 들어오는 학생. 이름 뭔가?"
"네!"
이미 늦은 거 출석체크도 다 했겠다, 수업 다 끝나고 고작 몇 분 늦었으니 출석 좀 어떻게 해달라고 말씀드리려 했더니 다행인지 불행인지 딱 걸렸다.
"저... 이름.. 아, 김아미입니다!"
"김아미... 아까 화장실 갔다는 말 들은 것 같은데, 가서 남자친구 데려왔나? 옆에 자넨 이름이?"
아차. 정국이... 어쩌지... 이렇게 딱 맞닿뜨릴거란 생각은 못했는데.. 뭐라고 지어낼 말은 생각나지 않고 머릿속이 하얘져서 입만 벙긋거렸다.. 어쩌지.
"박지민이요"
박지민 오늘도 학교 안 왔나? 중간 줄 조금 뒤에 앉아있는 남준이의 뒤통수를 가진 남자가 대신 소리쳐주었다.
수업의 절반은 빠지는 우리 과에 어떤 아이인데 그게 오늘따라 이렇게 고마울 수가.
"학생은 자기 이름도 모르나? 얼른 자리 가서 앉아. 수업 시작한다"
어휴... 다행이다..! 맡아 놓았는지 남준이 옆자리가 비어있었고 조용히 그 옆으로 가서 앉았다. 정국이는 내 옆에 앉히고.
"뭐야, 대체 무슨 생각으로 쟬 여기에 데려와?"
"그게... 아니... 온다고.. 나도 모르겠어.. 어쨌든 고마워, 남준아!"
"으이그"
"근데 박지민은 또 안 왔어?"
"그런 듯. 왔으면 어쩔 뻔했어"
남준이는 가볍게 내 머리를 콩- 찍은 뒤 대신 챙겨 준 것 같은 프린트를 건네주었다. 너 없으면 내가 학교생활을 어떻게 했을지 의문이다...
다시 수업에 집중하는 남준이를 보고 고개를 정국이 쪽으로 돌렸다.
"이제 손 좀 놓으면 안 돼? 니 덕에 손에 땀 엄청 찼는데"
아까 교수님의 톡 쏘는 말로 긴장을 해서 손에 땀이 차길래 슬쩍 힘을 뺐는데도 내 손을 놓지 않고 계속 잡고 있는 정국이에게 물었다.
그만 좀 놓는 게 어떻니... 나 필기도 해야 되는데...
"하여간 쓸데없는 것만 신경 쓰지"
뭐라는 거야... 그럼 뭘 신경 써야 하는데... 흥! 미운 표정을 짓고는 툭- 내 손을 놓아주었다. 왜 저러는지. 자유로워진 손에 샤프를 쥐고 수업에 집중을 했, 했죠. 난 했다.
근데 자꾸 잠이 오는데, 수업 들어오기 전 자버린다고 하긴 했지만 내 의지가 아닌데도 자꾸 고개가 앞으로 기울여지면서 열심히 열을 올리시는 교수님께 인사를 해댔다.
눈꺼풀도 무겁고 샤프를 잡고 있는 손에 힘도 자꾸 빠졌다. 자면 안 되는데... 어떻게든 잠을 깨려고 고개를 흔들고 눈을 꽉 감았다 떠도 졸음은 여전히 눈꺼풀 위에서 날 눌러댔다.
"큰일 났네"
옆에서 자꾸 꾸벅꾸벅 조는 내가 신경 쓰였는지 열심히 필기를 하던 남준이가 펜을 휙휙 돌리며 혀를 찼다. 남준아... 나 너무 졸리다... 남준이 말에 눈을 겨우 떠서 쳐다보며 씨익 웃었다.
"뭘 웃냐"
"히히-"
"졸리면 자야지"
웃는 내게 자기도 웃으며 답해주더니 큰 손으로 내 머리를 꾸욱 눌러 책상에 닿게 했다. 그래 남준아 나 쫌만 잘게! 머리가 책상에 닿자마자 눈이 감겼다.
흔들흔들- 잠 좀 자보려는데 잊고 있었던 존재, 정국이가 날 흔들었다. 아, 왜...
몸은 일으키지 않고 고개만 그쪽으로 돌려 여전히 눈은 감은 채 물었다.
"왜에..."
"이렇게 자"
"뭐?"
뭔 말인가 싶어 감았던 눈을 살짝 떠서 정국이를 올려다봤다.
"내 쪽보고 자라구요"
턱을 괘고 날 똑같이 내려다보며 살짝 웃고는 눈을 감으라며 손으로 내 눈 위를 쓸었다. 어.. 그래....
심심했겠지. 수업 내용은 뭔 소린지 들리기나 하겠어? 나도 모르겠는데.. 그래 웃긴 내 얼굴이나 봐라.
눈이 감긴 그 채로 정말 얼마 지나지도 않아 금방 잠이 들었다. 싹-싹- 남준이의 필기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교수님의 그 호탕한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냥 따뜻한, 따스한 느낌이 들었다. 햇빛이 들어오는 자리도 아니었는데 언제 한번 느껴본, 그래 그 꽃밭. 그 느낌이 오랜만에 들었다.
정국이 얼굴을 한 그 아이가 나오진 않았지만, 피곤해서였는지 뭐 때문이었는지 정말 기분 좋게 잠을 잤다.
주위에서 갑자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옆에서도 소란스러웠다. 끝났구나! 얼마 잔 것 같지도 않은데 벌써 시간이 그렇게 갔나 보다.
뻑뻑한 눈을 꾸물꾸물 뜨니 역시 눈앞엔 감기 전에 보았던 정국이가 있었다.
편하게 누워 잔 게 아니라 불편하게 굳은 몸을 펴려고 몸을 일으켜 팔을 위로 쭉 뻗었다.
"피곤하긴 했나 보네. 어떻게 한 번을 안 깨냐"
하품을 하곤 교재를 챙기며 내게 말하는 남준이에게 씨익 웃음으로 답했다.
원래 시간이면 더 늦게 끝났을 거,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교수님이 시간을 옮기시는 바람에 조금 일찍 학교 문을 나서고 있었다.
나란히 셋이 걷는 이 모습이 퍽이나 어색했다. 가운데에서 난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자꾸 귀에선 서로 마음에 안 든다고 했던 게 윙윙거렸다.
이제는 익숙하다는 듯, 정문을 조금 나서고 남준이가 먼저 우리 앞에 섰고 가라며 인사를 했다.
"가. 연락하고"
평소에 학교가 끝나면 기다리고 있던 정국이가 날 픽업해가서 남준이와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풍경이 사라진지 오래였다. 저녁 시간과 가까울 때는 맛집도 찾아다니고 가끔 술이 당길 때는 취할 때까지 술도 마셨는데.
오늘따라 그게 왜 이렇게 서운하고 미안한지. 혼자 보내기가 너무 미안했다.
아무렇지 않게 인사를 하고 먼저 멀어지려는 모습에 아래 입술을 물고 히잉- 풀이 죽는 소리가 나왔다.
"왜-"
한 쪽 입꼬리만 올려 웃더니 남준이가 물었다. 우리 같이 논지 너무 오래됐어...
이제 곧 저녁 시간인데 같이 밥 먹으면 안 되나... 생각하다 오늘 갈 곳이 있다던 정국이의 말이 떠올랐고 괜히 정국이의 눈치를 봤다.
삐쭉 고개를 들어 쳐다본 정국이는 눈을 크게 뜨다가 이내 알겠다는 듯 슬슬 웃었다.
"다음에 가면 되지. 오늘은 내가 양보해 줄게요"
착한 놈! 입꼬리가 쭉쭉 올라가 이가 보일 정도로 웃어 보였다. 그렇게 좋냐며 자기도 웃으며 날 남준이 쪽으로 살짝 밀었다.
"누나 잘 부탁해요"
"너는 같이 안가? 같이 저녁 먹자!"
"우리가 마주 보고 앉아서 숟가락 뜰 사이는 아니잖아?"
눈썹을 씰룩이며 나 말고 남준이를 보며 대답하는 정국이었다. 왜 그래.. 서로 싫어하는 거 알고 있나...? 이참에 친해지면 안 되나...
"그건 공감. 굳이 내가 고마워해야 할 상황은 아닌 것 같고. 잘 가던지"
정국이에게 인사를 한 뒤 남준이가 날 끌었다.
"정국아, 잘가! 이따 연락할게!"
고개를 빼꼼 뒤로 돌리고 미처 인사를 못한 내가 얼른 손을 흔들었다.
정국이 역시 손을 흔들며 웃어주었다. 예전엔 잘 안 웃더니 요즘 들어 웃는 모습이 자주 보여서 다행이기도 했고 나도 좋았다.
****
오랜만에 남준이와 전부터 봐두었던 맛집을 갔다. 기분도 좋고 음식도 맛있어서 평소보다 많이 먹고, 날 부탁한다는 정국이의 말이 걸렸는지 집 앞까지 에스코트를 해주고 남준이도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수다도 떨고 맛있는 것도 먹고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들어와서 피로를 풀으려 개운하게 샤워를 한 뒤, 내가 먼저 정국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국이에게 먼저 걸려오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가끔 기분이 좋거나 심심할 때, 나도 이상하게 문득 생각날 때에는 먼저 전화를 걸었다.
기다리고 있었는지 아님 정국이도 지금 걸려고 했었는지 수화기 너머로 금방 목소리가 들렸다.
평소처럼 이런저런 같이 있지 못 했을 때의 일들을 조잘조잘 늘어놓았다. 오늘은 남준이와의 저녁시간.
그러다 궁금해져서.
"오늘은 어디 가려고 했어?"
[누나 집]
"어? 우리 집?"
[응. 나랑 있으면서 계속 하품하고, 피곤해했잖아]
"보였어..?"
[그거 못 보면 바보지]
나름 안 보이게 피곤한 티 냈다고 생각했는데 다 봤나 보다.
[피곤해 보이길래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쉬라고 하려 했더니]
"...."
[내 앞에서 그 사람, 그렇게 고파하는 티 내면 어떡해요]
뭘 고파해... 말 참.. 요상하게 하네.
[오늘은 내가 봐준 거예요]
"고맙다..."
근데 내가 이걸 고마워해야 하는 건가... 내가 왜! 내가!!
[그렇게 재밌게 놀 거였으면 보내지 말걸 그랬어]
아깐 해맑게 웃으면서 쿨하게 보내주더니 완전 뒤끝 작렬이네. 재밌게 놀라고 보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자기도 없었는데 즐거워해서 저러는 건가.
[피곤할 텐데 얼른 자요. 아까 자면서 코도 골더만]
"헐! 진짜? 나 코 골았어?"
깜짝 놀라서 물었더니 수화기 너머의 소리는 정말 골았다는 말이 아닌 뒤집어지는 전정국의 웃음소리였다. 그렇게 놀리면 재밌니.
[이제 진짜 자요. 나랑 그렇게 통화하고 싶어?]
".... 끊을게..."
말만 저렇게 물어보는 거지 실제 속은 벌써 자기랑 통하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할게 분명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들키면 뭔가 진 것 같은 느낌이야! 얼른 전화를 끊었다.
이제 정말 자야지. 오늘 정말 기분이 좋았다.
저 금방 왔죠!? 금방 온다고 왔는데.. 실은 어제 새벽에 올릴려고 했는데 글쎄 브금을 찾는데 마땅한게 안나오더라구요....
그래서 쪼끔! 늦게! 그래도 빨리! 달려왔습니다~~
오늘이 빨리 오는 마지막날일테니까.... 벌써 미리 써논걸 다 올려 버렸거든요.... 지금까지는 미리 써논거 편집만 하고 수정만 하면 됐는데ㅠㅠ 이젠... 쓰면서 고치고 옮기 해야되서ㅠㅠㅠ 많이는 아니지만 지금보다는 조금 늦을 수 있답니다ㅠㅜㅠㅜㅠ
그래도 전 항상 빨리 오려고! 항시 메모장을 켜두고 글을 쓰고 있다는거! 알아주시구요~
암호닉이 룰루 또 늘었죠~~ 랄랄라~~~~ 감사합니다!!!
몇회뒤엔 정국이 시점도 나올거고~ 저는 한가지 시점에 만족을 못하겠더라구요..ㅋㅋㅋㅋ 그래서 항상 일로갔다 절로 갔다 하네요ㅠㅠㅠㅠ
저 또 가볼게요~!! 감사합니다~
아니... 저는 왜... 이렇게... 분량을... 아니 왜 짜르는 걸... 왜ㅠㅜㅠㅜㅠㅜㅜㅜㅠㅜㅠㅜㅠㅜ
왜ㅠㅜㅠㅜㅠㅜ 저 왜이럴까요ㅠㅜㅠㅜㅠㅜㅠㅜ
거참 왜 저렇게 짤랐는지 모르겠네요...ㅠㅠㅜㅜㅠㅜㅠㅠㅠ 생각 좀 하자 제발ㅠㅠㅠㅠㅠ
다음편 올릴 준비하다가... 아무리 봐도 저건 이쪽 덩어리더라구요... 그래서 수정을 하며... 여기다가 다시 붙입니다ㅠㅠ 제가 참 바버입니다ㅠㅜㅠㅜㅠ
하긴 저거 솔직히 있으나 마나 인데... 남준이랑 저녁먹으러 가서 남준이랑 꽁냥거리는걸 쓸려다가 이번엔 삼각이 중심이 아니라 정국!! 이만! 중심이라서 과감하게 빼버렸네요... 네 그렇쑵니다ㅠㅜㅠㅜㅠㅜ
곧곧!! 들구와요 다음꺼!!! 다음꺼!!! 다음꺼는!!
암호닉! 암호닉!!♥
민슈가님, 김남준님, 설날님, 런치란다님, 권지용님, 베베님, 알라님, 수슙님, 다이님, 얌냠님, 부릉부릉님!!!!! 감사합미당!!